추석
추석이 다가온다
아득히 가물거리는 기억을 열고
가을이 노랗게 익은 고향으로 간다
송편 빚는 어머니 따라
온 동네 추석배달 신 나기도 했었지
하얀 쌀로 곱게 빚은 보름달
지금도 가슴에 둥실둥실 떠오르고
집집마다 소쿠리에 가을을 담아
뒤질세라 인심을 나누던
풍성한 시절
지붕우의 주렁주렁 하얀 박들이
처마밑의 고추타래 비웃는가
뒤따르던 얼룩강아지
보름달 보고 신기하다 왕- 왕-...
오늘도 양지쪽 산소에서는
자식 걱정으로 한생을 살아오신
부모님들의 도란도란 속삭임소리 들려오는듯
단풍든 빠알간 능선을 감돌아
계절의 이야기 전설로 엮어가는
추석이 다가온다
내가 마중 간다
가을
칠순 할아버지
노오란 황금벌 바라보며
가벼운 몸으로 빙그레 미소 짓는다
알알이 여문 이삭들은
무거운 머리 숙이고
흐느적 흐느적
간신히 몸을 지탱한다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
이것은 항상
변증통일 관계로 나타난다
그것은 마치
바늘이 있으면 실이 있는것과 같다
인생도 그렇다.
비 오는 가을날에
비 오는 어느가을 날에
나는 아내와 함께
서울 사는 형의
생일파티에 다녀왔다
소꿉시절부터 함께 자란 형은
내년 4월 미국에 이사간다고 한다
이번이 함께 쇠는 마지막 생일같아서
안쓰럽고 서운했다
미국 사는 딸애의 요청에
거절 못하고 한국을 떠난다는
칠순 사나이
눈물로 섞어마신 술잔속에
추억의 희로애락 넘쳐흘렀다
하얀 수염 비에 젖어 울고 있었다
비 오는 어느 가을날에
고향
어제 밤 꿈에 나는
고향에서 날아온
편지 한통 받아보았다
봉투속 종이장에는
어수선한 그림 한 폭이 전부였다
황페해지고 저물어가는
마을이 보이고
외로이 피여오르는 가느다란 연기속에
거미줄 엉킨 낡은 집도
어렴풋이 보였다
생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수 없는 촌락인데
여기저기 잡초만 무성할뿐
포격 맞은 듯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다만
외눈박이 우물만이
오아시스인양 유난히 또렷했고
참새 한마리가 그 가장자리에서
목이 터져라 지저귀고 있었다
/이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