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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03/13  한민족신문
아흔일곱의 어머니

제가 지금 모시고 있는 어머님은  올해 아흔일곱이십니다. 세월이 고요히 얼굴에 내려 앉았지만 눈빛은 여전히 맑고 따뜻합니다.그 눈빛에는 긴 세월이 지나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품격과 온기가 담겨 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육군 장관직을 지내신 분으로 아흔일곱의 년세에 세상을 떠나 지금은 현충원에 모셔서 계십니다. 나라를 위해 평생을 바치신 분들에게  주시는 나라의 배려시죠..


  그리고 그 곁에서 한 평생 조용히 가정을 지키면서 자녀들을 키워낸 분이 바로 지금의 할머니 이십니다.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삶 또한 얼마나 큰 헌신과 희생이였을지?….. 곁에서 바라보면  저도 몰래 머리가 숙여집니다. 
  
할머님은 젊은 시절 숙명여고를 다니셨다고 합니다. 그 시절의 단아함과 지적인 기품이 지금까지도 몸에 배여있습니다. 연세가 많으셔도 말씀하시는 태도와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참으로 곱고 품위가 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 삶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동안 남모르게 감당해온 큰 인내와 사랑이 듬뿍 담겨져 있습니다. 


  시집온후 거동이 불편하셨던 시어머님을  무려 10여년을 지극정성으로 모셨다고 합니다. 긴 세월동안 하루하루 곁을 지킨다는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힘들다는 말을 앞세우지 않고 묵묵히 며느리의 도리를 다하며 시어머니를 정성것 모셨다고 합니다


   뿐만아니라 시누이 공부까지 뒷바라지 하면서 돌보셨다고 합니다. 군인인 남편도 자주 곁에 있어주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도 힘들었을텐데 가족을 위해 기꺼이 그 큰짐을 짊어지고 마음과 시간을 내여주셨던 것입니다. 그렇게 조용히 베풀며 살아온 세월이 지금의 이 따뜻한 가정을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할머니께서는 다섯분의 자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녀들도 지금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늙은이가  되였지만 어머님을 향한 마음이 깊습니다,

 

  큰아들은 아침이면 제일 먼저 안부 전화를 합니다.  
   “어머니, 밤새 잘 주무셨어요?”
   “식사는 어떻게 하셨어요?
   

“ 오늘도 좋은하루 되세요.. 화이팅입니다” 그 짦은 문안속에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치 않은 아들의 마음과 진심이 담겨있습니다 . 
   

큰아들과 작은아들읜 번갈아 가면서어머님을 찾아옵니다. 막내아드님은 집안에서 무엇이든 고장나거나 손볼것이 있으면 말없이 고쳐주는 든든한 해결사입니다.


  젊은시절 어머님은 큰아드님이 미국에서 박사공부를 할때 직접 미국까지 가셔서 아들을 위해 낯선 이국땅에서 밥을 짓고 따뜻한 엄마 식탁을 차리셨습니다ㅡ어머니의 밥 한끼 , 그 따뜻한 마음이 먼 타국에서 공부하던 아들을 지켜주었을 것이며 어젯날의 현대자동차의 부회장으로 키워주셨을 겁니다. 
  
막내  따님은 부산에서 계절따라 나오는 신선한 해물과 맛나는 음식을 경상적으로 보냅니다. 미국에 계시는 따님도 일년에 한두번씩 오게 되면 떠나갈때까지 어머님 곁에서 오래오래 손을 꼭 잡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딸들의 마음은 늘 어머니 곁에 머물러 있는가 봅니다.

 

  큰손자와 손자며느리도 바쁜시간을 쪼개가면서 종종 할머니를 찾아오고 또 문안 전화도 합니다.
  번마다 증손주들과 손주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이면  할머니의 얼굴에는 세상에서 제일 환한 미소가 어려있습니다다. 그 순간만큼은 세월도 잠시 멈춘 듯 보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 마음을 가장 을리는 것은 할머니의 말 한마디 입니다 


   “수고 많아요, 고마워”
  연세가 아흔일곱이신 분이 간병인의 로고를 먼저 혜아려 주시는 그 따뜻한 말 한마디는 저의 마음 깊은곳에 울립니다. 그 말을 들을때마다 저는 생각합니다. 이렇게 오래 사랑하며 살아온사람의 마음이 참으로 깊고 따뜻하구나 하고…,
  
  젊은 시절에는 시어머님은 섬기고 가족을 돌보며 며느리의 길을 걸으셨고 세월이 흐른 지금은 자녀와 손주들의 사랑과 존경속에서 한가족의 중심을로 살아가고 계십니다. 


 아흔일곱 해의 세월을 살아온 그 삶은 한 가족의 역사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지금도 자녀와 손주, 증손들의 마음속으로  따뜻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끔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다.
  한 사람의 어머니로  평생을 살아낸다는것은 한 가족의 뿌리가 되여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사랑을 남기는 일이라는것을…..

     

그래서인지 할머님 곁에 서 있으면 마치 오래된 나무 그늘 아래 서 있는것처럼 마음이 조용히 따뜻해지고 평온해 집니다.

/남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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