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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10/24  한민족신문
된장

우리가 딛고 사는 땅에는 말이 없다. 봄이 오면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는 비와 해살이 곡식을 키운다.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잘 여문 낟알들을 걷어 들인다. 그 많은 곡식 품종중에서도 우리민족이 가장 애착하는 낟알이 바로 콩이다.

 

가을 타작한 콩 한 알 한 알에는 땅이 한 해동안 쏟아 낸 정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민족의 전통 된장은 바로 이 땅의 정기를 모으는데서 부터 시작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 선인들은 아무리 좋은 음식도 사람들이 손 끝만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긴 세월속에서 알아낸다. 그들은 대지야 말로 위대한 음식 장인이며 사람들은 단지 자연의 흐름에 따르는 존재일 뿐이다.

 

내가 시골에서 자랄때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면 어머니는 아침 일찍 어제 저녁에 따스한 물에 불궈놓은 해곡 콩을 까만 큰 솥에 넣고 아버지가 마른 장자개비 나무로 짓힌 활활 타오른 불에푹 삶아낸다.

 

잘 익은 콩을 우리 형제들이 나무 절구에 떡처럼 이겨낸다 잘 뭉개진 콩떡을 어머니가 다시 네 모난 덩어리로 빚어 메주로 만들에 벼집을 구들에 깔고 그우에 정중히 모신다.

그간 아버지가 벼집으로 새끼를 꼬아 건기든 메주 덩어리를 부엌칸 달대에 쌍쌍히 묶어 달아 맨다.

 

메주를 만드는 날은 해마다 이렇게 온 가족이 동원된다 그날이면 금기 사항들이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가장 강하게 금지 하는 건 머리 깍기. 머리 감기. 손톱. 발톱 깍기였다. 그리고 동네 상사집이나 제시집에 나드는 걸 금하셨다. 그만큼 장이 우리생활에서는 필수의 필수 식품이 였고 장맛 때문에 동네 여성들이 음식 솜씨 평가도 많았다.

 

메주는 이렇게 매달려 긴 시간을 보내며 속으로 썩으며 발효되는 진통을 겪는다. 서두를 수도 없고 인위적으로 재촉할 수도 없다. 지연의 시간대로 천천히 발효해야 한다. 그것이 기다림의 의지이고 용기다. 그러다 삼월 삼진날이면 다시 장독대에 들어간다.

오늘 현대에 사는 사람들은 빠름에 익숙해 졌다. 모든 것을 빠르게 얻으려 하고 결과만 서둘러 찾는다. 하지만 된장의 자전에는 속도라는 단어가 통하지 않는다. 밤낮이 온도 차이. 봄바람. 여름의 단비. 가을의 서리. 겨울의 추위가 모두 장이 익어가는 결정적 요소들이다. 장의 세계에서는 시간의 곧 단백질이고 기다림이 아미노산이다. 이 오랜 시간을 닦고 갈아야 메주는 마침내 된장으로 거듭난다.

 

된장은 단순한 양념장 식품이 아니다. 우리민족의 뿌리 깊은 생명 토템이다. 오랜 세월 우리 선조들은 척박한 땅에 콩을 재배하고 메주를 쳐 된장을 만들며 한 가정을 지켜냈다.

 

우리 밥상우에 놓인 장사귀 한 그릇 된장 찌개에는 농부가 흘린 땀. 밭의 흙. 사계절의 바람이 모두 녹아있다.

 

주린 배를 달래던 그때 그 시절 된장은 가족의 배를 채워주는 여러 남새들과 잘 어울리는 소중한 약국의 감초 그 역활을 충실히 해오는 효자였고 어려웠던 세월을 버뎌내는 힘이었다.

 

현대화 도시가 확장되여 가고 식품산업이 공업화로 발전하면서 마트에 여러가지 식품이 차고 넘치는 시대다.

우리는 점점 흙과 멀어지고 있다. 마트에서 포장된 식품을 자주 사먹지만 생산지. 유효시간을 자주 잊어버리기 쉅다. 그럴 때마다 옛날 어머니가 빚던 전통방식 된장을 마주하게 되면 잊었던 추억이 다시 떠오른다.

 

흙과 함께 살았던 우리 선조들이 삶. 땅에 깊숙이 발을 묵고 살았던 선인들이 지혜가 경의롭다.

 

요즘 세인이 즐기는 된장 한 숟가락 속에는 단지 맛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백의 민족의 푸른 얼이 살아 숨숸다. 얼은 소리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수도 없지만 따스한 해살.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단비속에 장독대에 발효되는 시간속에 어머니 손맛속에 잠겨 있다.

 

대대로 이어온 우리 음식문화는 글로 적아서 전해지는 것만이 아니다. 텃밭에 콩을 심고. 메주를 만들고. 장을 담그고. 밥상에 올려 함께 나누어 먹는 과정을 통해 살아 숨쉬고 전승이 된다.

 

오늘 날 우리는 많은 전통을 가뭇없이 사라져 보내는 가슴아푼 현실에 직면했다 하지만 전통음식문화의 전승 고수들이 노력으로 된장은 아직도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땅의 정기를 모아 시간으로 제탄생하는 것.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는 인내. 자연의 섭리에 겸손하게 따르는 것. 된장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식문화를 넘어선 삶의 철학이다.

 

땅과 사람이 떨어 질수 없듯이 우리는 흙에서 오고 흙으로 돌아간다 우리 뿌리 또한 이 흙이 향기안에 살아 숨쉬고 있다.

/성송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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