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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03/08  편집부
알락방구

“알락방구”는 우리 말 사전에 수록이 되어 있는 단어가 아닌 고향에서 널리 사용되어 오던 순 사투리 말인데 그 뜻인즉, 남한테 잘 보이기 위하여 아부하고 남의 비위를 맞춰 주며 아양을 떠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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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수록되어 있는 표준말로 한다면 “알랑방귀”라 해야 되겠다. 알락방구라는 말을 어렸을 때 고향에서 아부의 대명사로 많이 듣고 해오던 것이지만 그 정확한 뜻을 알기는 오래지 않다. 얼마전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그 뜻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더 정확한 뜻도 찾아보게 된 것이다.

 

지난 겨울에 조카의 결혼식에 참가하고저 오랜만에 고향을 다녀왔었다. 오래 동안 머물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고향에 계시는 동네 분들과 고중을 졸업하고 근 25년이나 만나지 못했던 동창들도 여럿 만날 수 있어 참으로 행복했었다. 동창들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우연하게 어렸을 때부터 익히 들어온 말이나 그 뜻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였던 알락방구의 뜻을 사전에서가 아닌 아주 자연스런 표현으로 알게 되어 또 한번 기쁨을 느꼈었다.

 

동창이 알락방구에 대한 해석은 중문으로 ‘彩色放屁’라고 알아듣기 쉽게 해석을 해서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감탄을 했었다. 방구하면 지저분하고 더러운 문명치 못한 그런 부류의 언어에 속하는데 거기에다가 알락이라는 그나마 화려한 단어를 붙여서 듣기에 거북하지 않은 말로 만들었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뿐만아니라 그 단어 자체가 남한테 잘 보이려고 아부하고 아양 떠는 남들의 말밥에 오르는 질타의 언어인데도 큰 거부감이 없이 받아들여지는 그런 작용까지 할 수 있다는데 또 한번 감탄이 아닐 수 없었다. 자리에 같이 한 다른 동창생들도 어떻게 그런 묘한 설명을 생각해낼 수 있었냐며 너스레를 떨었었다.

 

알락이란 단어 그 자체는 본바탕이 다른 빛깔의 점이나 줄이 조금 섞여있는 모양이나 자국을 일컷는 말인데 보통 동물이나 식물들의 이름 앞에 붙여져 그 동물이나 식물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대부분 사용이 되었다. 예하면 알락할미새, 알락돌고래, 알락곰치, 알락방울벌레 등등이다.

 

그러한 단어를 쉽게 입에 담지를 않는 방구에 붙여서 조금이나마 미화를 할 수 있고 또 요즘에 와서는 알락방구가 뭐 경멸을 받아야 될 만큼 선입견까지는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으니 그 말에 대한 거부감과 거리감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미국시사 주간지 ‘타임’ 편집장의 저서 ‘아부의 기술’에서 이를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다. 예전에는 알락방구 즉 아부라 하면 아주 안 좋은 쪽으로만 보아왔고 또 그러한 사람들에 대한 인상도 썩 안 좋았었지만 ‘아부의 기술’에서는 이러한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내용가운데 아부의 대표선수로 미국의 전임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나 빌 클린턴 같은 인기 대통령들도 국민을 상대로 아부를 늘어놓았으며, 백악관은 ‘아부의 드림팀’이 모인 곳이라고 했다. 그 이유인즉,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하는 아부는 최상의 것이라도 결코 비난을 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분석이기때문이다.

 

심지어 국내 재벌 회사의 최고경영자께서는 “조직에서 출세하는 비결”로 ‘적당한 실력, 끊임없는 아부, 영원한 오리발’로 꼽았다고 하며 어느 대기업의 오너께서도 ‘귀에 거슬리는 얘기보다는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냐’며 ‘현명한 사주는 회사 일을 맡길 사람과 같이 술 마시러 다닐 사람을 엄격히 구분한다’고 하셨다니 오래전의 ‘윗사람에게 할 말은 해야 한다’, ‘바른 말하는 사람이 출세한다’는 얘기는 세상 물정 모르는사람들이 대책없이 하는 소리인 경우로밖에 취급되지 않는다.

 

사실 요즘은 어떤 세상인가! 업무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상사를 설득할 수 있는 기술도 있어야 하고 상사의 비위도 비굴하지 않을 정도로 맞춰줄 줄도 알아야 고위직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오너의 총애를 받는 상사를 모신 조직이 사기도 높고, 업무 효율 또한 높은 경우가 많은 반면 사사건건 윗사람들과 충돌하는 상사는 자신은 물론 아랫사람들까지도 힘들게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알락방구 즉, 아부는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의미인 ‘남한테 잘 보이기 위하여 아부하고 남의 비위를 맞춰 주며 아양을 떠는 것’이 아니라 ‘품격을 갖춘 수준 높은 칭찬기법’이라 하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아부의 기술’ 저자는 인간의 유전자에는 출세욕이 들어있다고 전제한다. 그것은 인류 역사상 평등주의가 철저하게 지켜진 사회가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전략전 칭찬’인 아부야말로 위계질서가 만연한 사회에서 지위를 올려주는 탁월한 기술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현대사회에서 적절한 아부야말로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라는 것이다. 그는 ‘아부는 전략적인 칭찬이자 특별한 목적을 추구하는 수단으로서의 칭찬’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진위여부를 떠나 한국에는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는 알락방구의 명구가 있다고 한다. 한국제1공화국 시절, 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어떤 장관이 이렇게 알랑거렸다는 것인데 한국 근대사에 길이 남을 아부의 대명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자신이 하면 능력이고 처세술이지만 남이 하면 비열하다고 지탄받는 아부, 하지만 삶이 곧 아부이며 아부가 곧 삶이라는 심오한 지경에 도달한 고수들도 즐비하다.

 

필경 알락방구, 즉 아부를 도대체 어떻게 평가를 해야 되며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되는지는 아직까지는 단순한 저자의 관점이나 설명, 정의나 실례로는 결론짓기 어려운 개념이 아닌가 싶다. 이론적인 것과는 달리 현실 생활에서 일어나고 존재하고 있는 아부의 위해성도 만만치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현실생활속의 실태는 어떠한가? ‘꽌시(关系)’망을 만든다는 이유로 선물에 뇌물, 심지어는 금전에 부동산까지 곁들어 오가는 실정이라 단순한 알락방구의 개념을 훨씬 뛰어 넘어 범죄에까지 이르는 상황이다. 요즘 인터넷을 엄청 달구고있는 ‘방수(房叔)’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다른 지방의 것은 다 떠나서 청도시 산하 어느 현급 도시의 촌서기가 부동산을 70채, 13,460제곱미터를 소유하고 있고 그가 알락방구로 ‘보호산(保护伞)’으로 사용이 되서 정부 관원들에게 바쳐진 부동산이 3층짜리 10채나 된다 하니 이것은 완전 아부의 수준이 아니다.

 

이는 소위 권력을 이용하여 자기 주머니를 채우고 또 자기의 불법 행위를 보호받기 위하여 직접 혹은 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정부 관원이나 실세들에게 자기의 것이 아닌 것으로 뇌물 공세를 벌였다는 것은 완전 범죄요, 천인공노할 대역죄인 것이다.

 

이는 단순 하나의 현급 도시의 일개 촌서기의 드러난 전형적인 실례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 전역을 통틀어 따져본다면 얼마나 많은 탐관오리들이 있을 것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부하기에 혈안이 된 족속들은 또 얼마일까!

 

아부와 권력은 늘 밀월관계로 알려져 왔지만 이토록 민중의 피를 빨아 먹으면서까지 흉악한 범죄는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를 갈도록 한다.

 

남을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아부는 당연히 제창할만한 것이다. 물질적이 아닌 정신적인 아부는 듣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들까지도 비난을 할바가 아니다.

 

부하가 상사에게, 일반 직원이 영도에게, 또 상사가 부하에게 환심을 사고 잘 보인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서로 상부상조한다는 취지에서 본다면 서로 믿음을 주고 업무를 활성화하는데는 이보다 더 좋은게 없을 것이다.

 

겉포장만 그럴듯하고 속 없는 빈 껍데기라면 그저 그냥 아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지만 진심에서 우러나온 칭찬과 호의라면 그 누구도 지나친 아부라고 비난하고 질책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정으로 아부의 기술을 잘 장악하여 인간관계 및 업무 추진 등에서 충분히 활용을 한다면 분명한 알락방구일지라도 자신도 남에게도 부담과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성장과정에서 톡톡한 윤활유 작용을 할 것이다.

/최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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