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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08/21  편집부
올 여름이 정겨웠던 이유

워낙 4계절가운데서 여름을 가장 좋아하는 나는 8월 5일부터 10일까지의 6박 5일의 특별하고 즐거웠던 기억 때문에 올 여름이 한결 정겹게 느껴진다. (중간에 입추가 끼었지만.)

 

찜통더위가 한창이던 8월 5일, 나는 중국 목단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동창생 해선이와 철은이 부부의 아들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철은이가 아들과 함께 공항에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금방 집에 도착했다. 주방에서 저녁준비로 분주하던 해선이가 먼 길에 고맙다고 포옹해주었다.

 

“예금아, 잠간 쉬고 메니큐해라. ”

 

”메니큐하는 친구가 있어 집으로 모셔왔어.”

 

“잔치에 오는 여자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야.”

 

배려심많은 해선이만이 생각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친구 장사도 돕고 집에 오는 손님도 챙기고.

 

hoohoomol
이튿날부터 동창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7일인 혼례식 날까지 할빈, 북경, 상해, 심천, 청도에서 모인 동창에 해선이, 철은이 부부까지 도합 14명 동창이 한자리에 모였다. 졸업해서 30년 만에 만나는 동창도 있어 서로 손을 잡고 끌어안고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른다. 동창회 같은 분위기다.

 

이튿날, 해림에서 온 미선이가 샤브샤브로 동창들을 대접했다. 목단강에서 가장 규모있는 샤브샤브 집이었다. 샤브샤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이날따라 참 맛있게 먹었다. 분위기가 음식의 맛을 돋구는가 보다.

 

식사후 빠질 수 없는게 노래방이다. 목단강 조선족문화관에서 근무하는 문일이가 우리를 노래방으로 청했다.

 

잔칫날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예식장에서 나온 우리 일행을 미선이가 공원구경을 시켜준다며 “북산공원”으로 안내했다. 신선한 공기와 울울창창한 수림, 푸르른 잔디, 넓은 바위돌, 휴식하고 피로를 풀기 딱 좋은 곳이다. 친구들과 함께해서 더 좋았던 거 같다.

 

저녁은 목단강에서 살다 북경으로 이사를 간 정화가 한식집에 우리를 청했다. 역시 목단강에서 가장 손꼽히는 한식집이란다. 한식과 동북요리가 한상 듬뿍 올라왔다. 뭘 먹어도 맛있다. 술이 조금 거나해지자 청도에서 온 해룡이가 자리를 차고 일어나 어깨춤을 들썩인다.

 

“노래방에 가서 한 곡 뽑자.”

 

문일이가 또 노래방으로 안내했다.

 

결혼식 이튿날 해선이, 철은이 부부가 친척들과 동창들 그리고 가까운 친구들을 경박호 관광을 시켜주었다.

 

멀리서 바라보이는 폭포수가 그야말로 장관이다. 폭포수가 폭이 엄청 넓었다. 얼핏 보기에 차량 10여대가 달릴 수 있는 그런 폭(쟈료소개: 경박호, 높이 25m, 평균 넓이는 40m지만 호수의 저수량이 늘어나는 여름이 되면 폭포수의 넓이가 200-300m에 이르는 장관이 펼쳐진다.)이었다. 나의 상상을 너무 크게 초월하였다. (급물살이라 가까이 가지 못하게 통제)기세차게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수는 웅장함 그 자체다. 속이 뻥 뚫리는 느낌, 14,5년 전에 경박호 갔다가 물이 말라 폭폭수를 구경 못한 그 유감이 저 멀리 구중천으로 날아가 버리는 순간이다.

 

점심은 어연(魚宴)이다. 경박호 물에서 자란 물고기 요리로 한상 차려졌다. 상 한가운데 진을 치고 있는 물고기 크기가 그야말로 대짜다. 길이가 1미터가 될 거 같았다. 먹어보니 또 별 맛이다. 나이 50이 되도록 이렇게 맛있는 민물고기를 먹어보기는 처음이다. 5가지 물고기요리가 차려졌는데 하나같이 별미다. 해선이, 철이 부부가 한 달 전에 예약한 것이란다. 참 애도 쓰셨네.

 

8일은 목단강시 조선족민속절 개막식이 있는 날이다. 저녁에 문일이가 동창들을 청해 광장에서 진행하는 개막식공연을 구경시켜주었다. 시야가 좋은 곳에 우리 자리를 잡아주었다. 동북 3성 조선족 예술단체들의 공연이라 수준급이었다. 눈도, 마음도 호강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프로공연이다. 너도나도 좋은 구경 시켜준 문일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시했다.

 

“촐촐한데 꼬치나 먹으러 갈까?”

 

림구에서 온 한영이가 제의했다. 때는 저녁 9시다. 내 호주머니를 털어서는 먹지 않는 음식 1위 꼬치다. 이들과 함께하는데 꼬치면 어때? 꼬치를 겨우 하나 먹고 내 입에 딱 맞는 “노호채 老虎菜”를 많이 먹었다. 밖에서 상에 둘러앉아 동창들과 오구작작 수다 떨며 먹는 이 맛과 이 멋 그 무엇과 비기랴. 목단강의 밤은 잠 들 줄 모른다.

 

9일 점심, 해림에서 온 순영이가 목단강에서 청국장으로 유명한 식당으로 우리를 청했다. 알맞춤하게 띄운 청국장이 내 입에 딱 맞았다. 친정엄마가 해준 청국장외에 처음으로 먹어보는 맛있는 청국장이다.

 

식사가 끝나자 문일이가 자기 차에 친구 차까지 빌려 우리를 싣고 계곡물이 줄기차게 흐르는 “일선천一線天”이라는 관광구를 구경시켰다. 두 바위돌이 높이가 7, 8미터는 됨 즉했는데 바위돌 사이의 실같은 틈사이로 햇빛이 강하게 비쳐 나오고 있는 모양이 특별한 경치를 이루고 있었다. “일선천”이라는 이름이 이렇게 온 것이란다.

 

미선이의 전화벨이 울렸다. 정화가 산에 올라와서 맛있는 옥수수를 먹고 가란다. 정화 시어머니가 목단강 시내와 7,8킬로 쯤 떨어진 곳에 1.5만재곱미터의 산을 사서 별장을 지었는데 워낙 면적이 크다보니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상 가득 차려진 가지, 고추, 오이, 파에 집에서 손수 담근 된장, 고추장으로 순수 농가반찬이 구미를 돋구고 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샛노란 옥수수를 한입 떼먹었다. 달착지근하고 찰기가 가득하고 구수한 이 맛은 친정어머니가 텃밭에서 따다 삶아주던 그 맛이다... ...

 

옥수수를 배불리 먹고 시내로 향하고 있는데 나의 휴대폰이 울렸다.

 

“예금아, 참외를 꼭 먹고 가라.”

 

해림에 있는 친구 집에 간 해영이가 걸어온 전화다. 친구가 참외를 사왔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단다. 참외를 유달리 좋아하는 나는 중국에 가면 꼭 중국 동북참외를 먹어보리라 생각하고, 이 얘기를 어제 해영이에게 했었었다. 곁에서 나와 해영이의 통화내용을 듣던 금옥이가 갑자기 차를 멈춰 세우더니 다급히 내리는 것이었다. 길가에 세워둔 참외를 가득 실은 자동차 있는 데로 재빨리 걸어가더니 참외를 큰 비닐봉지에 꾹 채워 사왔다.

 

“예금아, 참외 실컷 머고 가, 다 먹으면 또 사줄게.”

 

참으로 감동이다. 달콤하고 상큼하고 가루가 나는 그 참외 맛이 지금도 그립다.

 

저녁에 해선이 철은이 부부가 보신탕을 끓여놓고 우릴 불렀다. 저녁 후 청도에 있는 해룡이가 떠나가고 미선이와 금옥이가 남았다. 나를 동무해주겠다며 남은 것이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금옥이가 뜬금없이 돈 200원(한국돈 4만원)을 꺼낸다. 나에게 주는 것이었다.

 

“예금아, 먼 한국에서 이렇게 온 성의가 대단하다. 내 마음이다.”

 

극구 사양했지만 소용없었다. 곁에서 해선이와 미선이가 받으라고 해서 받아넣었다.

 

10일, 금옥이도 떠나고 미선이도 떠났다.

 

똑똑, 문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일이가 문 밖에 서있었다.

 

“떠나기전에 얼굴 한번 더 봐야지.”

 

동창이란 이런거다. 무조건 좋고 무조건 반갑고 무조건 해주고 싶은 친구.

 

“다음번 동창모임 땐 내가 베풀리라.”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귀로에 오른 나, 여권을 다시 한번 확인하려고 핸드백에 손을 넣는 순간 웬 봉투가 잡힌다. 해선이 필체다.

 

“예금아, 한국에서 모처럼 우리 아들 잔치에 와주어서 너무 고맙다. 교통비로 조금 넣었어.”

 

해선이다운 처사다

 

그 “조금”이 2천원(한국돈 35만원)이나 되었다.

/방예금

 

2017.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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