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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10/08  소은 김순희
가을의 가장자리에서

시월의 바람이 제법 서늘해질 무렵에 두만강을 찾았다.  


푸른 물과 푸른 하늘이 경계를 나누기보다 섞여버리는 계절에 그 경계의 도시 도문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오래간만에 밟는 땅이라 기대감이 앞섰고 반시간 남짓이 달리니 어느새 강이 손짓했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녘의 남양시와 마주 선 도문은 ‘변방’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단정했다.  


새로 들어선 주택들은 가지런히 늘어섰고 가로수들은 하나같이 일매지게 같은 각도로 서 있었다.  
작은 도시지만 흐트러짐 없는 얼굴 그게 도문이 간직한 기품이였다.

강둑으로 발을 옮기자 푸른 물결이 활짝 펼쳐지며 한눈에 안겨왔다.  

유람선이 유유히 물갈기를 날리며 지나가고 접경의 둑방에는 이쪽저쪽 발자국들이 층층이 쌓였다.  

아직 단풍이 붉게 타오르기 전이라 덕분에 강변은 더 맑고 고요했다.  

 

높은 하늘과 푸른 산이며 잔잔한 물결에 모든 피로를 강물에 띄워 보낸 기분이였다.

거리에는 시장기 있는 냄새가 후각을 파고들었다.


조선족의 국수와 떡이며 러시아풍의 빵과 중국의 공예품들이 바람에 나붓기기도 하면서 세 나라의 정서가 골목에서 부딪히고 섞이며 하나의 ‘국경 풍경’을 완성하고 있었다. 

예술품 진열대 너머로는 친선보다 더 오래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억들이 조용히 진열돼 있었다.

루각에 올라 확대경을 들이대니 남양시의 마을들이 반듯하게  굽어보였다.  
500미터 남짓한 하늘다리가 무지개처럼 두만강을 얼싸안고 활등처럼 뻗어 있고 그 위로 바람만이 자유로이 왕래했다.  

경계선은 선이나 철조망이 아니라 사실은 이렇게 ‘바라보는 시선’인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는 웃음만 남았다. 정돈된 도시, 부드러운 강, 섞여가는 언어들과 냄새들—  
도문은 변방이라기보다는 가을이 머물기 가장 좋은 ‘중간 지대’라는것이 훨씬 어울리는듯하였다.

언제 다시 이 강가에 서게 될까.  


문득 등뒤로 강물이 말하는 것 같았다.  
"경계는 사람이 그은 것이지만 물은 늘 그쪽도 이쪽도 아니라고 흐른다.”

 

도문이여, 안녕.  
다음 가을엔 단풍 입고 다시 만나자.

/소은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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