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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6/29  민성
[장편소설] 졸혼(18)

25. 미꾸라지

 

정희가 커피를 풀어 쟁반에 받쳐들고 사뿐사뿐 다가왔다.

 

“커피나 드세요.”

 

“오, 요 보배야.”

 

정호는 커피잔을 받으며 오른 손 엄지와 식지로 정희 걀죽한 볼을 살짝 꼬집어놓았다.

 

“아갸-“

 

정희는 아양을 떨었다.

 

“최국장님, 상팔자군요. 떡 앉아 있어도 맛있는 거 다 생기잖아. 이런 황제 어디 있어요? 호호호.”

 

“내 아가야, 넌 황후야, 황후.”

 

정희는 쌍까풀눈을 곱게 흘겼다.

 

“최국장님한테 황후 몇인가요?”

 

“너 밖에 없어. 내 본댁마저 버리고 너한테 왔잖아? 이제부터 우리 자유롭게 살아보자.”

 

정호는 정희를 품에 끌어안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제 금은보화 근심할 필요없을 거야. 흐흐흐.”

 

“그래요? 그래서 제가 우리 최국장님을 황제처럼 모시지 않는가요?”

 

“그래. 잘 모셔라. 이 세상 모든 행복 다 차례질 거야.”

 

정호는 요즘 수사망을 피해 정희네 다방에 숨어버렸던 것이다. 명도다방도 최정호 국장님이 애인 정희한테 차려준 것이기에 마음놓고 있을만도 하였다.

 

전번에 정호는 순정의 본가집 보험궤 안에서 금은보화를 챙기다가 붙잡혔댔다. 그는 가시아버지와 순정한테 오락미를 들씌워놓고 미꾸라지처럼 스리슬쩍 빠져나왔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잠시일뿐이였다. 최혜영 국장은 그물을 널리 쳐서 큰 고기를 낚으려고 했을 수도 있었다.

 

(한시도 시름놓을 수 없어. 아무런 미련도 두지 말고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정호의 눈앞에 최혜영 국장의 비수처럼 날카로운 눈길이 떠올랐다. 등곬에 식은 땀이 돋아났다. 저도 몰래 몸서리쳤다.

 

(변태 같은 년, 시집도 안 가고 전문 나 같은 간부들과나 우쭐해라.)

 

그는 정희네 차집에 숨어있으면서 핸드폰으로 순정을 불렀다.

 

“여기 명도다방에 오오. 긴히 할 말이 있소.”

 

“당신과 할 말이 없어요.”

 

“어서 오오. 저네 아빠 때문에 그러오.

 

“네? 무슨 일인가요?”

 

“전화로 말하기 미안하니깐. 어서 여기 오오.”

 

그제야 순정은 대답했다.

 

“곧 가지요.’

 

이윽고 순정이 명도다방에 들어섰다.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다방은 어둑시그레해 꽤나 신비하고 음침했다.

 

구석진 방 미닫이가 쓱 열리며 번대머리가 반쯤 나타났다.

 

“여기 오오.”

 

정호가 번대머리에 몇대 안되는 머리카락을 씃어넘기며 손짓했다.

 

순정은 그쪽 구석으로 다가가며 뒤잔등에 눈총을 보내는 다방 마담 정희를 되돌아보며 눈인사를 했다.

 

보스 정희도 순정이 단골손님인지라 앞에서는 허리 굽히며 알은체 했다.

 

순정은 방에 들어가 번대머리한테 눈을 흘겼다.

 

“왜 여기서 만나요?”

 

정호는 우멍눈을 치켜떴다.

 

“왜?”

 

순정은 목소리를 낮췄다.

 

“다방 보스 정희 아닌가요? 그 유면한 모델!”

 

“저도 아오?”

 

순정은 커피를 풀어 숟가락으로 저으면서 나직이 종알거렸다.

 

“알다뿐이겠습니까? 광고회사 돈을 빼가지고 한국에 도망쳤다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혹시 최국장 애인인가요?”

 

“아무 소리나 하지 마오.”

 

“무슨 일인지요? 저 년이 들으면 어쩝니까?”

 

“쓸데 없는 소리 작작 하라는데.”

 

정호는 커피를 후루룩 마시고 나서 정색했다.

 

“오늘 이런 말하려고 온게 아니오. 요건부터 말하기오.”

 

정호는 화제를 제꺽 돌렸다.

 

“이런 걸 생각해보오. 가짜리혼했기에 우리 집과 금은보화는 몽땅 순정의 것으로 되지 않았소?”

 

순정은 쌍까풀눈을 흘기며 째려보았다.

 

“픽, 내 어디 당신한테 속혀 살던 세살짜리 앤가 하는가요? 자기 법망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꼬리를 잘라버린게라고나 해요. 숨겨놓은 집이랑 혼자 가지자고 그러죠?”

 

“물론 나도 무사할 수 있소. 그 금은보화는 내게 아니니깐. 그러나 난 우리 둘이 다 빠져나가나는 방도를 대려고 그러오.”

 

“픽, 당신 말은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지 못해요.”

 

정호는 어린애처럼 노는 순정이 안타까웠다.

 

“이게 언제라고 이러오. 내 말 명심하오. 문제는 그 금은보화가 최헤영 국장 마수에 걸리지 않았고 뭐요? 우린 그 금은보화 올가미에 목을 맬 수 없소. 꼭 빠져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소.”

 

순정은 한숨을 호 내쉬였다.

 

“국고에 다 실어갔는데. 이제 용빼는 수가 있습니까?”

 

“그 금은보화를 빼내오긴 틀렸소. 우린 금은보화나 우리 인생 다 잃을 수도 있소.”

 

“무슨 소립니까? 금은보화 가져갔으면 다지.”

 

“너무 단순하군. 그 금은보화 래력이 밝혀지면 우리 둘은 다 감옥밥을 먹어야 해.”

 

“네?”

 

순정은 쌍까풀눈을 치뜨며 기겁했다. 그러나 인차 쌍까풀눈을 살풋이 내리깔며 커피잔을 들었다.

 

“내하구 무슨 관계 있는가요? 내 얻어먹은 것두 아닌데.”

 

“야, 내 얻어먹은게라 하자. 그러나 너도 한배를 탄 회뢰공범이야.”

 

“뭐?”

 

“내 받아먹은 거 몽땅 누가 받아가졌니?”

 

“그럼 어떻게 해요?”

 

정호는 목소리를 낮첬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우린 한 배를 탄 사람이야.

 

”순정이 머리를 숙이자 정호는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방법 하나 있긴 있소.

 

”순정은 문께를 흘끔 보더니 나직이 물었다.

 

“무슨 방법?”

 

“그 금은보화와 현금은 가시아버지 거라면 다요.”

 

“네?”

 

순정은 쌍까풀눈이 뒤집힐 정도로 새똥그래졌다.

 

“아니, 그럼 우리 아빠 부패분자로 될게 아닙니까? 당신, 정말 묘합니다. 우리 아빠한테 검정가마를 들씌우자고? 어림도 없어. 흥!”

 

정호는 순정의 두 손을 잡으면서 정색했다.

 

순정은 손을 빼갔다.

 

정호는 내심하게 순정한테 일깨워주었다.

 

“절대 그런게 아니오. 가시아버지 거라고 해야 우리 둘이 다 살아남을 수 있소. 가시아버지한텐 문제 될게 없소. 사망한 분이기에 금은보화래력을 수사할 방법이 없소. 딱 얻어먹은게라는 무슨 증거 있소? 뭣이 있소? 시장이 한뉘평생 딸한테 이만한 선물 사줄 수도 있지 않겠소? 아버지가 딸한테 사준게라면 다지. 그렇게 되면 금은보화가 제한테 되돌아올 수도 있소. 정당한 수입으로 딸한테 사준 건데 무슨 리유로 압수한다오.”

 

순정은 한숨을 호 내쉬었다.

 

“그래도 그렇지. 아버지가 부패분자 혐의를 받을 건 뻔하지 않는가요? 세상사람들 어디 세살짜리 애들입니까? 금은보화를 찾지 못하더라도 사망한 아버지한테 불명예스런 일을 당하게 할 순 없어요.”

 

정호는 신신당부했다.

 

“순정이, 내 말을 듣소. 저세상에 간 가시부모도 딸을 위해 고만한 희생은 달갑게 할 거요. 딸이 감옥에 가는 걸 보자겠소? 부모는 자기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서슴치 않을라니.”

 

순정은 그 말에 좀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정호는 계속 했다.

 

“생각해보오. 아버지 불명예를 지는게 옳소? 딸을 감옥에 보내는게 옳소?”

 

순정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그렇지.”

 

그러나 인차 태도를 바꿨다.

 

“알았습니다. 제가 좀 고려해보죠. 당신 참 로련한 부패분자입니다. 아니, 교활한 미꾸라집니다.”

 

“ㅎㅎㅎ. 난 저와 나를 모두 위해 방도를 댈뿐이오. 총명한 순정이 옳바른 판단을 내리리라 믿소.”

 

“알만 해요.”

 

“또 한가지 있소.”

 

“뭔가요?”

 

“한가지 부탁하기오. 내 보마차에 있던 돈과 금은보화 말이요. 꼭 찾아내야겠소. 그런 어중이떠중이한테 떼운다는게 괘씸하단 말이오. 금은보화 찾으면 몽땅 저를 줄게.”

 

“누가 당신 말 믿겠소? 우리 아버지 보험궤에 손을 다 댄 도둑놈. 흥!”

 

“최혜영 국장이 뭐랍데?”

 

“당신 무슨 짓을 한 거 모를 거 같습니까? 거러지처럼 밥까지 다 훔쳐 먹고 금은보화를 챙겨넣다가 나포되잖았는가?”

 

“됐소. 돼. 그저 내 준게 다 있는가 들춰 본 걸 가지고. 금은보화부터 찾고 보기오.”

 

“차를 산 놈이 딱 들어눕는데 무슨 수로 찾습니까?”

 

“공안국 박국장과 찾아달라고 부탁하오. 분명 그놈새끼 떼먹으려는게 아니고 뭐요?”

 

“내 어째 좋은 6촌동생을 생각하지 못했을가? 그래도 당신, 아니, 최국장이 머리 베아링처럼 뱅뱅 잘 돌아간다니깐.”

 

“박국장이 그놈한테 갔다오면 내게 기별하오.”

 

“알았어요. 최국장님. 호호호. 신용을 지켜요. 금은보화 찾으면 몽땅 줘야 해요.”

 

순정은 아양까지 떨어댔다.

 

“그래. 근심하지 말라. 내 인격으로 담보하마. 기별할 때 전화로 ‘박씨가 땅에 박혔다.’ 고 말해라.”

 

“어째?”

 

“남들이 알아듣지 못하게 쓰는 암호야.”

 

“알았어요. 참 묘하군요. 에잇, 진짜 특무정치구나.”

 

정희는 저쪽에서 듣기도 역겨웠다.

 

(리혼한 주제에, 흥, 저 바보 또 최국장한테 사기당하는구나. 금은보화 찾으면 다 내 거야, 내 거. 최국장이 이젠 날 황후로 여긴다, 여겨, 널 황후로 여기는가 하니? 쳇, ㅋㅋㅋ.”

 

“순정이, 우린 필경 30년을 살아온 조강지처 아니고 뭐요.”

 

“흥, 이젠 리혼했잖은가요?”

 

“아니오. 건 다 우리 둘이 살아남기 위해 가짜리혼을 한 거요.”

 

“가짜리혼? 법적으로 리혼수속했으면 리혼한게지. 가짜리혼이란게 어디 있습니까? 지금 남들도 가짜리혼이 몽땅 진짜리혼으로 됩디다.”

 

순정은 이렇게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리혼수속을 했으면 리혼이지. 가짜리혼이라면 가짜리혼인가? 난 마음 속으로 이미 리혼한 거야. 누가 네한테 미련두는가 해?)

 

“그럴 수도 있소. 그럼 부부 아니라도 이전 스승과 제자로 돌아가기오.”

 

“픽, 메스껍습니다. 당신은 나쁜 남편인데요. 좋은 스승은 더구나 아닌데요. 음험하고 허위적인 위군자, 주색에 미친 부화타락안 부패분자입니다.”

 

“내 아니면 영희하구 너네 예술학원에나 왔겠구나. 국가1급무용수로 됐겠구나.”

 

“쳇, 우리 아빠 시위 서긴데. 날 예술학원에 하나 입학시키지 못했겠구나. ”

 

순정은 콧방귀를 뀌였다.

 

“당신은 영희한텐 좋은 스승으로 될 수도 있습니다. 무용도 가르치고 섹스도 가르치고 임신도 어떻게 하는 거 배워줬잖아요? ㅋㅋ.”

 

“무슨 소리야.”

 

“로실히 말하세요. 무용강당에서 영희를 그랜 거 모르는가 하는가? 누굴 속이려고? ”

 

“지하주차장에서 영희를 재꼈지? 이젠 로실히 말할 때 됐어.”

 

정호는 아닌 보살을 떨었다.

 

“무슨 소리야?”

 

사실 그날 정호는 영희를 공항에서 마중해 지하주차장에서 재끼려고 들었다. 영희 치마를 걷어올리고 쇠막대기 같은 걸 마구 들이밀었다. 그런데 영희 마구 발버둥질치면서 반항하는데다가 하신이 너무 마르고 아울어들어서 달성하지 못했다. 그래서 빨아라도 다라고 했지만 그 요구고 만족받지 못하고 순정한테 들키우고 말았던 것이다.

 

“군철이 누구 앤지 알아?”

 

“무슨 헛소리오?”

 

“시치미를 따지 마세요. 군철이 누굴 딱 떼닮았습니까?”

 

“됐다, 됐어. 이런 말 할 새 없어. 여기서 헛소리장단 말고 어서 가.”

 

순정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도 도도거렸다.

 

순정이 택시를 타고 가버리자 정호는 안도의 숨을 후 내쉬었다.

 

오후에 순정한테서 핸드폰이 왔다.

 

“여보세요. 금방 ‘박씨가 땅에 박혔다.’”

 

“알았네.”

 

핸드폰을 놓자 정호는 친구들인 성호랑 종호랑 범송이랑 데리고 택시에 앉아 차를 산 자의 집으로 달려갔다.

 

“제길할, 문걸이 정신병에 걸리잖았으면 이럴 때 함께 하면 얼마나 좋겠어? 개똥도 약에 쓰자면 없단 말이야.’

 

성호는 게두덜거리는 정호를 보고 말했다.

 

“고까짓 놈을 줴짜는덴 우리 몇이면 족해. 그 놈이 성이 뭔지 아니?”

 

정호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오씨라고 하더라.”

 

“오씨?”

 

성호는 량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이 택시를 타고 차를 산 오씨네 집에 이르렀을 때였다. 때마침 오씨가 집에서 나와 대문 밖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저놈이야.”

 

성호가 택시 문을 박차고 뛰쳐나가며 고함쳤다.

 

“서랏!”

 

“어디로 뻗으려고?!”

 

성호가 번개같이 덮쳐나가 오씨의 발뒤꿈치를 걷어차 넘겼다. 뒤따라 간 정호와 범송이 그자의 팔을 비틀어쥐여 일으켜 세웠다.

 

그들은 범죄자를 압송하듯 오씨를 끌고 그 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오씨를 쏘파 앞에 꿇어앉히고 쏘파에 늘어앉았다.

 

정호가 을러멨다.

 

“이 도둑놈아, 네 놈이 내 금은액세서리하구 돈을 떼먹고 살아남을 거 같아?”

 

“아니, 난 차에서 돈과 금은부치라곤 본적도 없소.”

 

정호가 을러멨다.

 

“이 사건은 이미 공안국에서 수사하기 시작했어. 로실히 금은보화하구 돈만 내놓으면 이 일 없는 걸로 할 수 있다. 어떤가? 감옥에 가겠니? 남의 재물 순순히 내놓겠니?”

 

바로 이것이였다. 그는 순정을 리용해 공안국 박국장을 불러 오씨한테 압력을 가하게 한 후 친구들을 불러가지고 덮쳐와서 재물을 조용히 찾아가려고 했다. 만약 공안국에서 계속 수사하면 금음보화는 수사해내도 불의지재를 얻은 자기가 꼬리를 밟힐 수도 있었다.

 

정호는 시퍼런 비수를 빼들고 목에 지렁이 같은 핏줄을 세우면서 을러멨다.

 

“이놈아, 내 재물 내놓지 않고 편안할 거 같아? 직업도 없는 놈이 어데서 돈이 있어 내 보마차를 다 사?! 응?! 내 재물 내놓지 않으면 보마차라도 가져가야겠어.”

 

“우리 형님이 돈을 대줘서 보마차를 샀소.”

 

“뭐? 너 형님 무슨 놈이 돼서 보마차를 다 사줘? 응? 로실히 말해라. 죽을줄 알아. 어째 피를 봐야 내 재물 내놓겠니?”

 

정호는 비수를 오씨의 목에 대고 당장 찌를 상했다.

 

성호는 오씨가 눈에 퍽 익어보였다.

 

“당신 혹시 오청룡 국장네 동생 아닌가?”

 

모두들 여겨보니 두부모처럼 네모나고 퉁퉁한 얼굴이나, 수수빛처럼 벌건 낯이나 다 오청룡과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겠는가.

 

“우리 형님을 어떻게 아오?”

 

성호는 정호를 마주 보았다.

 

“알다뿐이겠니? 공상국 오국장은 나하구 죽자살자 하는 친구야, 친구!”

 

정호의 말에 담이 커진 오씨가 이실직고했다.

 

“맞소. 우리 둘째형님이 오국장이오.”

 

성호는 오씨를 일으켜 쏘파에 앉혔다.

 

정호도 비수를 거두면서 어설프게 피씩 웃엇다.

 

“야, 임마, 네 오국장 동생이냐?”

 

정호는 오씨 옆에 가 앉아 오씨 어깨에 팔을 올려놓았다.

 

“야, 당장 오국장한테 전화해라. 너네 형님하구 물어봐라. 누가 너네 형님을 거천해 국장으로 만들었는가.”

 

오씨는 인차 전화했다.

 

이윽고 반시간도 안돼 오국장이 들어섰다.

 

“형님, 어떻게 돼 동생네 집에 왔소?”

 

오청룡 국장은 정호를 보고 반색했다.

 

“어, 성호 경리하구 범송 부경리도 왔구만. 허허허.”

 

오청룡 국장은 알은 체하는데 정신병자 같지도 않게 펀펀했다.

 

정호는 오국장을 데리고 다른 방에 들어가 한참 쑥덕거렸다. 그러자 오청룡은 동생을 데리고 다른 방에 들어갔다.

 

이윽고 나온 오씨는 묵직한 큰 가방을 들고 나와 머리를 푹 수그렸다.

 

“형님, 잘못했소.”

 

그는 묵직한 가방을 정호 앞에 내려놓았다.

 

“세보오. 다 여기 있소.”

 

정호는 가방을 열어보았다. 금은액세서리로, 마노, 비취 목걸이 그대로 있고 10만원짜리 돈묶음 5개도 그대로 있었다.

 

“됐어. 진작 내게 돌려줘야지. 공안국 수사는 면제야. ㅎㅎㅎ.”

 

정호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당장에서 만원짜리 묶음 하나 꺼내 오씨한테 내주었다.

 

“감사하네. 이젠 우린 형제야. 무슨 일이 있으면 내한테 전화 하라니깐. 박국장은 내 처남이니깐. 근심하지 말게.”

정호는 오국장과 함께 다른 방에 들어가 뭐라고 쑤근덕거리고 나왔다. 오국장은 또 정신병자처럼 정호한테 이걸 먹어라는 시늉했다.

“야, 임마, 똥 먹지 않고 가니? 나하구 똥에 오줌맥주나 먹고 가라!”

 

정호는 오국장한테 주먹을 쳐들어보이고는 성호랑 범송이랑 데리고 바람결처럼 사라졌다.

 

교활한 미꾸라지가 먹이를 찾아가지고 돌틈에서 빠져나가는 순간이였다.

/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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