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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6/27  민성
[장편소설] 졸혼(17)

24. 아까운 아가씨들

 

청청하늘에서 숱한 올가미가 구렁이처럼 매지구름을 타고 기여내려와 디룽디룽 드리워진다. 얼룩뱀처럼 얼럭덜럭란 올가미는 저승사자 이빨을 다시며 다래넝쿨처럼 내리뻗치며 어느 놈의 목에 걸가고 죽음의 노래를 부르며 노려본다.

 

정호는 올가미가 점점 독사처럼 자기 목에 스르르 내려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저 멀리 최혜영 국장이 쌍까풀눈을 부릅뜨고 자기를 쏘아보고 있지 않겠는가.

 

(여기서 더 배길 것 같잖구나. 빨리 빠져나갈 방책을 대야지.)

정작 모든 것을 버리고 빠져나가려고 하니 아까운 아가씨들이 많고도 많았다.

 

(아, 어떻게 숱한 애인과 아가씨들을 버리고 빠져나간단 말인가? 아, 아가씨들이 아깝다, 아까워.)

 

그는 영희를 보내고 이쁜 애인 하나 잃은 것으로 해 못내 아쉬워했다.

 

“영희, 참 아깝다. 그 풍만한 젖가슴만은 참 매력적이였어.)

 

정호는 애인 정희네 다방 쏘파에 앉아 눈을 스르르 감자 영희를 데리고 놀던 행복한 추억에 잠겼다.

 

(그때는 참 행복했지. 진짜 자극적이였지.)

 

 

“아, 선생님, 왜 이래요? 전 아직 미성년 학생인데요.”

 

정호의 귀전에는 아직도 영희가 무용강당에서 당할 때 아우성소리, 비명소리, 신음소리가 들렸다.

 

“쉿, 누가 듣겠어.”

“아, 선생님, 이러지 마세요.”

 

“무용을 크게 하려면 스승한테 몸을 바칠줄도 알아야 해. 예술전도를 개척하려면 희생정신이 필요해. ㅇㅎㅎ.”

 

“아, 이러지 마세요. 선생님, 아파요. 앗!”

“좀 참아라. 좀 지나면 괜찮아.”

 

“아, 아, 아픕니다. 아, 아, 왜 이래요? 선생님, 진짜 이럴줄 몰랐습니다.”

“영희, 어때? 좋지? 응? 녀자도 남자가 수요될 때 있어.”

“아, 아니, 아이고, 아닙니다. 오, 죽겠다.”

드디어 울리는 비명소리, 흐느낌소리, 신음소리 무용강당을 자극적으로 허비였다…

 

(무용강당에서 짧은 시간 얼부무렸지만, 아, 아주 짜릿했지. 그래도 영희를 데리고 미국에 가서 공연할 때 젤 자극적이였지.)

 

정호는 기실 순정보다 썩 먼저 영희를 무용강당에서 처음 간음했고 그후에도 여러번 데리고 살았던 것이다. 그러나 전도를 위해 시위 서기 귀공주 순정도 마른 나무가지 꺾듯 무용강당에서 간음하고 결혼까지 했던 것이다.

 

그는 무용교원 출신이 돼 그런지 마음보다 육체미를 특별히 선호했다. 또 여성의 마음보다도 육체부터 빼앗고 점유욕에 미친 듯이 날 뛰였다. 그는 숫처녀 여럿을 정복하는 것에 눈이 아홉이 됐다.

 

(순정은 꽉 조이는 힘은 영희보다 좋아. 그런데 가슴이 밋밋한 비행장이야. 영희는 가숨이 풍만해 매력적이지. 그런데 애를 낳은 후엔 그게 헐렁하고 빨 힘이 약해. 정희와 나영이는 키는 보통 키지만 보름달 같은 백지장엉덩이는 탄력 있고 매끌매끌해 감각이 자극적이지. 40대 초반 정희보다도 30대 중반 나영은 몸매가 더 탄력 있지. 그 탄탄하고 매끌매끌한 그 엉덩이에 뒤로 달려들어 김이 문문나게 그럴 때 그 쾌락 죽을 지경이였지. 오,)

 

정호는 나영의 뒤에 붙어 그걸 할 때 S라인 곡선미 나는 잔등 홈에 땀방울이 빗물처럼 뚝뚝 떨어져 출렁거리던 장면을 회억하면서 또다시 온 몸의 말초신경까지 흥분돼 부르르 떨었다.

 

(영희와 순정의 체격에 영희의 풍만한 젖가슴, 애 하나도 낳지 않아 숫처녀처럼 빳빳한 순정의 그거, 꽉 조여주는 그 빨힘, 정희와 나영의 탄력 있고 부드러운 보름달엉덩이를 조합해 한 녀자 몸을 만든다면 얼마나 리상적인 녀성으로 되겠는가. 얼마나 매력적이겠는가. 세상에 둘도 없는 완전 완미한 섹시한 녀자 되겠는데. 조물주도 재간이 없어. 아까운 미녀들을 어쩜 각기 장단점이 있게 다 말들었소?)

 

정호는 풍만한 젖가슴이 생각나면 영희와 정희를 찾아갔고 야들야들한 젖가슴과 탄력있는 백지장엉덩이 생각나면 정희와 나영이를 찾아갔다. 정희와 나영은 영희나 순정보다 열살이나 지하였기에 살결이 더 하들하들하고 부드럽고 매끌매끌 해 퍽 매력적이였다. 색마는 애인들의 각기 다른 단점을 다른 애인한테서 보충받으면서 즐겼다.

 

정호는 만약 마으스(입)섹스를 하고 싶으면 황선희의사를 찾아갔다. 그런데 황선희의사는 박사로 된 후엔 정호를 잘 만나주지 않았다. 그러나 영희가 입원 했을 때 만난 후부터는 드문드문 만나주었다.

 

그날 정호는 선희를 보자 찌프에 싣고 망아산 수림 그 방공호로 갔다.

“야, 이전엔 얼마나 힘들었소. 여길 한번 오자면 자전거를 타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와야 했지.”

 

“그때 난 바보였지. 함께 살지도 못할 최선생한테 어떨꿍해 머절싸해 졸졸 따라다녔지.”

추억을 몰아오는 방공호에 이르자 정호는 그녀를 끌고 숲속의 방공호에 들어가려고 했다.

“안돼. 황박사를 보기로 뭘로 압니까?”

 

“박사도 녀자겠지?”

황선희는 자못 도고한 자태로 정호한테 눈을 흘겼다.

“이런 루추한데서 어쩌려고?”

 

“오- 황박사 몸값이 퍽 올라갔구만. 여기야 말로 우리 청춘시절 사랑을 추억하게 만드는 행복한 요람이 아니겠소? 여기서 그대는 나에게 섹스체위도 가르치지 않았댔소?”

 

“호호호. 바보야, 그때 넌 내게 깔리자고 밑에 누웠댔지? ㅋㅋㅋ. 국장이 되더니 말을 닭콤하게 하는 재간이 늘었구만요.”

 

정호는 황선희를 안고 방공굴로 들어갔다. 선희는 못이기는 척하며 목을 끌어안고 눈을 감아버렸다.

 

“선희, 빨아주오. 난 그대한테 빨릴 때만큼 자극적일 때 없소.”

“그래? 내게 빨리우자고 왔어? 오늘 죽어봐라.”

 

선희는 진짜 입으로 문걸을 죽여줬다.

“아, 미치겠다. 황선희 만세! 만만세!”

“작작 소리쳐. 강도들이 오겠다.”

 

한참 만족을 얻고 흥분된 정호는 황선희 풍만한 몸을 여기저기 살뜰히 애무해주었다. 황선희는 하늘에 붕 뜨는 황홀한 기분에 떠올랐다.

“최국장 진짜 변강쇠군요. 그게 엄청 커서 좋군요.”

"그래?"

 

정호는 웃기는 부탁까지 했다.

"황박사, 한가지 부탁하기오. 이담 내 죽으면 , "

"뭘? 그런 불길한 말 하지 마세요. 최국장 죽으면 난 어쩌오?"

 

"아니, 그런 거 아니오. 내 죽으면 이 거시기만은 태우지 마오. 그저 태우긴 아깝지 않고 뭐요? 미리 수술해 영원히 건사하오."

 

"최국장, 사람은 나쁜 놈인데요. 변강쇠 이 큰 거시기야 아깝지."

황선희는 문걸의 그걸 만지면서 종알거렸다.

 

"이 큰 거 태우기야 진짜 아깝지. 박물관이나 생체해부실에 기증할 예산인가요?"

"그래."

 

"그럼 이렇게 하죠. 생체해부가 끝나면 이 거대한 괴물 - 거시기를 전람관에 걸어 두지요. 세상에 이름난 바람둥이 거시기 얼마나 큰가 숱한 미녀들이 보게. 호호호."

"좋아. 내가 얼마나 성 불감증에 걸린 많은 녀성들을 행복하게 만족감을 주었어? 성해방과 성 자유를 위해 한평생 분투한 자유주의자의 그 진면모를 온 세상에 길이길이 보여주란 말이오."

 

색마는 우멍한 눈에 이상한 빛이 번쩍였다.

"난 죽어서라도 미녀들을 정복하고 싶단 말이요. 아니, 저승에서도 영원히 녀성들의 성자유와 성해방을 위해 분투하겠단 말이오."

 

그 미친듯한 소리를 들으며 황선희박사는 속으로 코웃음쳤다.

 

(야, 너 아니? 네 녀편네 궁외임신을 수술할 때 내 네 녀편네 수란관을 다 잘라버렸어. 그래 네놈은 그 더러운 씨를 영영 받지 못하게 된 거야. ㅋㅋㅋ. 날 버린 죄값을 톡톡이 치르고 말았어.)

 

지독한 황선희 속내는 모르고 색마는 계속 횡설수설하려고 했다. 그는 단위에서 정치를 할 때나 평소나 말수가 아주 적었다. 수하들은 항상 머리를 숙이고 우멍눈을 스르르 감고 무거운 침묵을 지키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 저으기 두려워했다. 눈을 감는 것은 마음의 창문을 닫고 자기 속심을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으려는 무서운 잡도리였다. 그러나 황선희랑 미녀들을 만나기만 하면 정호는 흥분돼 저도 몰래 말이 많아지고 심지어 횡설수설하기까지 했다.

 

"녀성 성자유? 성해방? 허허허. 성 민주와 자유 만세! 만만세!"

 

"호호호. 녀성들 보고 당신 야욕을 채우게 성상납하라는게 아니고 뭔가요? 호호호. 세상에 더러운 이름이나 남기지 마시라구. 바보야, 귀신이 되구서야 빈 거시기 무슨 짓을 하겠습니까? 변강쇠야, 바보. 호호호. 화장터에 가서 이게 타기 전에 실컷 써먹으라구. 좋기는 나하구만. 호호호."

 

변강쇠와 옥녀는 또 한번 송진으로 붙여놓은듯 두 몸이 한데 녹아붙어 몸부림쳤다. 신음소리, 아우성소리에 소나무에 앉아 재잘거리던 산새들이 놀라 포로롱 날아가버렸다.

"야, 죽여준다. 오랜만에 온 몸에 꽉 찼어요. 막바지까지 깊숙이 다 들어왔군요. 와우, 죽여준다. 이놈 변강쇠야, 미치겠다."

...

 

한참후 정호는 황선희 풍만한 우유빛 몸 위에서 스르르 모로 떨어지며 한숨을 후- 몰아쉬였다.

“그대 남편 그게 어진간하고는 옥녀를 만족 주기 힘들겠소.”

 

“짧아서 흠이죠. 항상 어구지에서 맨질거린단 말이오. 남자들이란 녀자 몸 속에 들어오면 빳빳하게 꽉 채워주고 끝까지 깊숙이 들어와야 시원한데. 이 놈은 맨날 어구지에서 맨지작거리다가 가래를 퉤 뱉고 훌 나가버린단 말이오. 남은 아직 오르가즘에도 오르지 못했는데 혼자 훌 나가버리면 난 어떻게 해? 그게 크지 못하면 내심하게 잘 애무할줄이라도 알아야 하는데. 에이참, 생각만 해도 애난다. 맨날 그러고서야 어떻게 날 오르가즘에 올라가게 하겠소?”

 

“그럼 날 찾으라고. 언제든지 죽여줄게.”

“그래? 변강쇠야. 내 그래서 너게서 떨어지지 못해. 숱한 미녀들도 당신 맛을 한번 드리면 떨어질 거 같잖소.”

 

“옥녀야! 그래서 숱한 미녀들이 줄을 서서 느침을 흐리면서 날 줄줄 따라다닌단 말이야. 한번 붙으면 떨어지지 못해. 어떤 땐 한날 한시에 미녀 둘이 겹칠 지경으로 쫓아다닌 단 말이요. 내 업무 얼마나 바쁘겠소. 그 숱한 미녀들을 다루느라구. 어떤 땐 숱한 미녀들의 바쁜 구멍부터 메꿔주느라고 집에 돌아오면 해나른해 침대에 쓰러진단 말이오. 그런데 또 깡마른 밋밋한 비행장가슴이 달려든단 말이오."

 

"밋밋한 비행장가슴이라니?"

"우리 집 녀편네 말이야."

"오- 호호호."

 

"정욕이 다 떨어져. 에잇."

"ㅉㅉㅉ."

 

남자와 녀자는 칡넝쿨처럼 뒤엉킨 채 별의별 수다를 다 떨었다.

 

일을 마치자 황선희는 옛날처럼 정호의 품에 안겨 팔베개를 하고 누워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시원한 산바람이 솔냄새를 몰아와 달아오른 몸을 선선하게 식여주었다.

 

황선희는 방공호 둔덕에 솟아 있는 소나무에 새긴 "사랑" 글자를 가리켰다.

"저걸 보세요. 누가 우리 사랑을 기념해 저기에 '사랑'이란 글자를 새겨 놓았군요."

"아니야, 건 내 친구 새긴 거야."

 

"누가?"

"문걸이,"

"네?"

 

"바보 같은 자식, 영희 숫처녀도 아닌데도 모르고 서로 영원히 사랑하자고 저 '사랑' 글자를 칼로 새겼소."

"최국장 어떻게 남의 일 그리 잘 알아요?"

 

"알다뿐이겠소. 영희는 원래 내 녀자였소. 내게 자기네 부부 생활을 미주알고주알 다 신고했댔소. 건데 내 문걸한테 소개해 보내줬댔소."

 

"영희 본댁보다 퍽 이쁘던데요. 최국장 꽤나 아까웠겠군요. 호호호."

" 권력이 더 크지. 그런 계집 하나 뭐 그리 대단해? 황차 내 색시 아니라고 해도 밖에서

 

계속 데리고 놀면 되는게지. 흥!"

"정치야심가! 량심없는 바람둥이."

 

“한가지 궁금한게 있소. 남편한테 처음 그럴 때 들키진 않았댔소?”

“뭘?”

“정조를 잃은 거.”

“흥, 들키긴?”

“어떻게?”

 

“그날 어떻게 돼 면바로 달거리 끝나는 날이였지. 그래서 그걸 하자 때마침 피 터졌단 말이야. 요대기에 뻘건 농구뽈을 그렸단 말이오. 바보 남편은 조급해서 모르고 지나가버렸죠. 요대기에 피가 즐벅한데 처녀로 안 거죠. ㅋㅋㅋ.”

 

“그랬구나. 세상에 너 같은 가짜숫처녀도 살아남을 수 있는 허위적인 공간이 남아 있었구나. ㅎㅎㅎ.”

 

“그게 대자연의 생존법칙이라는게야.”

정호는 황선희를 끌어안고 정색했다.

 

“한가지 부탁하기오. 일본 출국수속을 해줄 수 있겠소?”

“왜? 국급순시원 그만두고 출국하려고?”

“아니, 관광가려고 그러오.”

“관광회사를 찾아 갈거지.”

 

“아니, 자유관광하자고 그래. 류학갔을 때 대학 박사도사랑 있잖소? 아무도 몰래 좀 도와주오.”

“알아보죠.”

 

정호는 가방에서 금목걸이와 비취목걸이를 꺼내 선희 목에 걸어주었다.

황선희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하얀 손으로 정호의 볼을 매만지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정호는 그래도 영희를 미국에 데리고 놀던 일을 젤 잊을 수 없었다.

최정호 국장은 인사과장이 상납한 미국 출국기회를 빌어 영희를 미국에 데리고 가 질탕하게 놀려고 했다. 그런데 순정과 단위 숱한 애인들의 눈이 무서워 단둘이 가기는 주춤하게 되였다. 그는 인사과장을 보고 미국 한인회에 연계를 달아보라고 했다.

 

인사과장은 자리를 떼울가 봐 미국에 있는 안해를 통해 끝내 해냈다. 그리하여 최국장은 미국 한 도시 한인회 요청으로 조선족친선문예공연팀을 무어가지고 미국으로 날아갈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조선족친선문예공연팀 12명 가운데는 남자라고는 최국장 밖에 없고 몽땅 미녀들이였다.

 

미녀들도 영희를 비롯한 가무단의 4명 무용수를 내놓고는 무대에 올라본 적도 없는 미녀들이였다. 미녀들 속에는 전람관의 해설과 과장 나영, 명도다방의 보스 정희가 들어 있었다. 미녀들은 대부분 최정호 국장의 애인이거나 애인후보거나 최국장한테 평소에 협찬을 많이 했거나 신세를 많이 진 명모델들이였다. 진짜 이 미녀군단은 최정호 국장의 애인미녀군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최국장은 미녀들을 데리고 문화국의 숱한 눈을 피해 예술학원 무용강당을 빌어 며칠간 무용프로와 모델공연을 련습시켰다.

 

그때 순정이 예술학원 무용강당 련습장에 가서 공연리허설을 보고 집에 돌아와 도도거렸다.

 

“공연팀을 찬찬히 보니 진짜 어중이떠중이더군요. 거게 어디 진짜 무용수들이 있습니까?”

순정은 정호의 팔에 매달려 몸까지 떨면서 애원했다.

 

“최국장님, 저도 미국에 데리고 가세요. 네?”

그러나 정호는 보초를 데리고 갈 순 없어 떽 했다.

 

“공금으로 미국 가는데 당신까지 데리고 가면 뭐라겠소? 래일이면 고발당해 국장자리를 떼우지 못해서. 흥, 좀 눈치 있게 노오.”

 

“픽, 처제는 데리고 가면서, 난 왜 데리고 못 가요?”

“처제하구 본댁 같으냐? 처제는 데리고 가도 말썽이 없어도 녀편네는 데리고 가면 단통 말밥에 오를게 뻔하지 않아? 정치를 개뿔도 모르면서. 흥!”

 

기실 그번 출국공연은 공금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 몽땅 인사과장의 안해가 연줄을 달아 미국측 한인회에서 비용을 댔던 것이다. 영희와 정호의 용돈은 몽땅 미국에 있는 인사과장 안해가 댔던 것이다.

 

(널 데리고 가서 어떻게 애인들과 놀아?)

 

미꾸라지 같은 정호는 순정이란 꼬리를 떼버리기 위해 공금으로 출국한다고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그들이 미국에 도착하자 한인회장과 인사과장 안해가 공항에서 그들 일행을 마중했다.

 

40대 중반의 인사과장 안해는 정호한테 깎듯이 인사했다. 그녀는 남들의 눈을 피해 정호를 구석진 곳에 데리고 가서 두툼한 딸라뭉치를 건넸다. 그 돈은 그녀가 미국 목욕탕에서 금발사내들의 갖은 멸시와 릉욕을 다 받으면서 반년동안이나 때밀이를 해 번 딸라, 피땀이 슴밴 딸라였다.

 

“저의 남편 잘 부탁드려요.”

정호는 눈물이 글썽해 자기 두 손을 꼭 잡는 인사과장 안해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허허, 이번 출국에 수고 많았소. 인사과장 근심하지 마오.”

 

“감사해요.”

 

한편 물에 퍼져 팅팅 붓긴 그녀의 손을 잡고나니 좀 애잡잘한 것이 씹혀 한마디 더 보탰다.

 

“장차 표현을 봐서 인사과장이겠소? 부국장도 시킬 수 있소.”

 

“고맙습니다. 최국장님.”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구십도 경례를 허리 아프게 연신 했다.

 

그날 저녁에 한인회 회장은 성대한 연회를 베풀고 그들 일행을 환영했다.

 

이튿날 한인회 회장은 전문관광뻐스에 그들을 싣고 자유녀신동상과 맨허튼거리를 구경시켰다. 정호는 11명 미녀들을 데리고 어깨 으쓱해 맨허튼거리를 거닐었다.

저녁에 한인들을 위한 친선공연무대가 열렸다. 부근 도시의 한인들이 소문을 듣고 구경하러 모여와 무대 아래에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영희 등 4명의 무용수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무대에 올라 민족특색이 짙은 무용 “아리랑”을 공연하였다. 수백명에 달하는 한인들은 한 겨레의 정에 감동돼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공연이 끝나자 공연팀 일행은 호텔에 투숙했다. 정호는 독방에 들었다. 그는 먼 려로의 피로도 잊고 어떻게 영희 등 미녀애인들을 하나하나 데리고 놀가 궁리했다. 그런데 미녀들이 질투가 어떻게 센지 서로 눈을 밝히기 쉬웠다. 비록 고향과는 멀고도 먼 국외 타향이지만 자칫 경거망동했다간 큰 사단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절대 호텔에선 안돼. 하나하나 불러 데리고 나가서 놀아야지.)

똑, 똑, 똑.

노크소리 들렸다.

“예!”

 

정호는 화닥닥 일어나 누가 왔는가고 문 구멍으로 내다보았다. 그런데 미녀 아니라 웬 남자 아닌가. 찬찬히 여겨 보니 낮에 본 한인회 사무총장인 거 같았다.

 

“어서 들어오세요.”

문을 열어주자 사무총장이 들어섰다.

“최국장님, 먼 려로에 피로하겠어요. 나가서 좀 소풍할가요?”

“네? 예, 그러죠. 녀성 하나 데리고 가도 되겠습니까?”

사무총장은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도시락 싸갈 필요없어요. 미국에 왔으면 미국 아가씨들을 맛봐야죠. 허허허.”

“네? 오, 알았습니다.”

 

정호는 어데 가나 낮에는 당지 자연경치를 구경하고 밤에는 성관광을 하는데 습관됐다. 그는 제꺽 그 말뜻을 알아차리고 따라나섰다.

 

정호는 흐뭇해 제 좋은 생각을 굴리면서 사무총장을 따라 나섰다.

호텔 앞에는 벌써 고급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승용차를 타고 한 반시간 달려 멈춰 선 곳은 오색령롱한 불빛이 반짝이는 목욕탕이였다.

“먼 려로에 피로하겠는데요. 목욕이나 합시다.”

 

그들이 옷을 홀랑 벗고 목욕탕에 들어섰을 때였다. 그때 웬 반라체의 금발미녀들이 그들의 하신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때요? 금발미녀로 할가요? 안 그러면 한인아가씨로 할가요?”

“미국에 왔으니깐 당연히 금발미녀 좋지요.”

 

“그렇게 합시다.”

사무총장이 두 미녀를 불러 뭐라고 영어로 분부하는 것이였다.

한 금발미녀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깎듯이 인사하였다.

“마음껏 즐기세요.”

 

사무총장이 다가와 희죽이 웃으며 힌트를 주었다.

“예, 감사합니다.”

 

드디여 금발미녀가 정호의 손을 잡고 목욕탕에 뛰여들어갔다. 미녀는 따뜻한 물 속에서 정호의 잔등으로부터 가슴을 돌아가면서 따뜻한 물을 끼얹저주고 부드러운 손으로 살살 때밀이를 해주는 것이였다,

 

그 손 감각이 아주 별나게 좋았다. 나중에 거기도 매끌매끌한 손을 넣어 슬슬 매만지였다.

(빨아주었으면 좋겠는데.)

“하이, 마우스(입)섹스!”

“오케이!”

 

금발미녀는 정호의 그걸 쥐고 영어로 고함쳤다.

“오우예, Big(우와, 커!)”

 

정호는 보리영어라도 아느라고 우멍 눈을 부릅뜨고 노여워했다.

“뭐? Pig(돼지)라고?”

 

그러자 옆에서 아가씨를 다루던 사무총장이 희죽이 웃었다.

“Now! 돼지 아니죠. 국장님 그게 ‘크다’고 해요. ㅎㅎㅎ.”

 

“오- Big, O. K!”

금발미녀는 물속으로 헤염쳐 들어가더니 앵두 입으로 그걸 쪽쪽 빨기 시작했다…

 

(오- 그날 진짜 처음 미국 금발미녀 맛을 봤지.)

 

이튿날 LS한인들을 위한 친선공연의 무대를 펼쳤다.

 

영희가 무대에 올라 도라지 곡에 맞춰 독무를 췄다. 학처럼 너울너울 춤을 추는 영희 춤사위가 미국 한인들을 겨레의 정으로 물결치게 만들었다. 한인들은 미국에서 민족기시를 받으면서 살다가 오랜만에 길거리 로천무대에서 민족특색이 짙은 조선족미녀들의 공연을 보고 못내 경탄했다.

 

그날 저녁에 정호는 영희를 데리고 놀려고 무대에서 내려온 영희한테 슬며시 한쪽으로 데리고 갔다.

 

“밤에 시내 야경을 구경할가?”

“네, 좋아요.”

 

정호는 한창 무대에 오르는 미녀모델들을 흘끔 곁눈질하며 나직이 말했다.

“호텔에 돌아가면 화장실에 갔다가 조용히 대문 밖으로 빠져나오라.”

 

“단둘이?”

“그래.”

“알았습니다. 선생님.”

 

영희는 대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담담한 표정으로 나직이 대답했다.

그날 밤, 공연이 끝나 호텔에 돌아간 후 정호는 슬며시 대문 밖으로 빠져나왔다. 영희는 스리슬쩍 화장실로 들어갔다. 미녀들이 키를 찾아가지고 호텔방으로 올라가자 도적고양이처럼 발끝걸음으로 살그머니 대문 밖으로 쪼르르 빠져나왔다.

 

정호는 영희를 데리고 택시를 잡아타고 해변가로 번개같이 달렸다. 해변도시의 해변가 야경은 오색령롱하여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호호호. 참 기분 좋은데요.”

“그래? 난 네가 좋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거야.”

 

“저에 대한 선생님의 애잡짤한 마음이야 미성년 때부터 알고도 남음이 있지요.”

“그럼 그때 무용 강당에서 있은 일을 나쁘게 기억된 건 아니겠지?”

 

“말도 마십시오. 그때야 최선생님한테 속히웠죠. 진짜 저만 사랑한다고 해놓고 뭡니까? 내 전도를 책임진다고 거짓말해 처녀를 빼앗아가고 그게 뭡니까? 량심없이 순정을 또 그 무용 강당에서 그럴 수 있습니까?”

 

“난 너네 둘을 다 사랑했어. 그러나 기실 널 더 사랑했어.”

“에이, 누가 믿습니까?”

“하늘이 믿고 땅이 믿지.”

남자와 녀자는 수작을 주고 받았다.

 

어느 결에 그들은 택시에서 내려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해변가 한인이 차린 로천해물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푸르른 파도가 태평양 건너 멀리에서 온 그들을 환영이라도 하는듯이 하얀 치마자락을 날리며 다가왔다가도 물러가며 처절썩 처절썩 환성을 질렀다. 피부가 다른 남녀들이 맥주잔을 기울이며 바다가 야경을 감상하며 즐겼다.

 

영희는 황홀한 바다가 야경을 바라보며 정호와 마주 앉아 생신한 소라 속살을 이쑤시개로 뽁뽁 뽑아 맛있게 먹었다.

 

“자, 기쁜데 한잔 하자.”

정호는 맥주잔을 내들었다.

“감사해요. 형부.”

 

영희는 잔을 들어 부딪치며 기꺼이 마셨다.

정호는 또 잔을 들었다.

 

“우리 친선을 위해 건배!”

“아니, 건 아닌데요.”

영희는 맥없이 잔을 내리웠다.

“왜?”

“순정이 알면 뭐라겠어요? 내 머리 성해 있겠습니까?”

 

“헛, 우리 둘이 서로 좋아하는데. 흥, 순정하구 무슨 관계 있니? 기실 난 널 마음 속으로 더 사랑했어. 이건 진정이야. 널 문걸한테 보낼 때 내 마음 오죽했겠니?”

 

정호는 우멍한 눈확에 눈물까지 글썽했다.

“거짓말 하지도 마세요. 우린 너무 멀리 왔습니다.”

“오. 그래, 그래.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구. 자, 맥주나 들자.”

 

정호가 잔을 들어 권했다.

“자, 우리 군철을 위해 건배!”

“이러지 말라는데도.”

 

영희는 쌍까풀눈을 화등잔처럼 치켜떴다.

“여긴 아무도 없어. 군철은 우리 둘의 애 아니고 뭐야?”

 

“말도 마세요. 군철이 형부 앤 걸 알았더라면 진작 긁어버렸을 겁니다. 문걸하구 살면서 내 얼마나 량심가책받았는지 압니까?”

정호는 영희 두 손을 잡으면서 정색했다.

 

“군철은 내 아들, 너도 원래 내 거야.”

 

“픽, 제 좋은 생각하는구만요. 언니하구 결혼해가지고 량심 있습니까? 문걸과 저를 어떻게 보고 그래요?”

 

정호는 더 시비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마디만은 딱 하고 싶었다.

 

“사실이 모든 걸 증명한다. 넌 내 애까지 낳았다. 우린 사실상 부부야. 네가 문걸의 안해라는 건 다 거짓이야. 명색이 부부지 허위에 찬 빈 허울뿐이야. 이제 군철이 커가면 모든게

 

발각날 거야. 그때면 어쩔 셈이냐?”

“말도 마세요. 미치겠어요.”

 

“근심하지 말라. 그때 넌 문걸을 버리고 나한테 오라.”

“언니를 어떻게 보고 미친 소리 합니까?”

“순정은 더 필요없다. 난 네가 더 좋아.

 

“쳇, 량심있습니까? 이젠 국장도 됐겠다. 큰아버지 시위 서기에서 물러났으니깐. 이젠 순정이 더 필요 없다는 거죠? 참 후안무치합니다. 최국장 같은 남자를 누가 믿고 살겠습니까?에이고, 순정 언니 불쌍해."

영희는 우쭐 일어났다.

"량심없는 위군자!”

영희는 맥주잔을 들어 정호 낯에 탁 치고 자리를 떴다.

“영희!’

 

정호는 부랴부랴 뽀이한테 결산하고 팁까지 몇딸라 쥐어주고는 황급히 영희를 따라갔다.

“어디로 행방없이 간다고 그래? 여긴 미국 로스안젤레스야.”

 

그는 해물점 한인보스하고 뭐라고 묻더니 영희를 붙잡아 세우고 택시를 불렀다.

택시는 웬 모텔 앞에 가서 멈춰섰다. 모든 것은 정호가 사전에 계획했던 대로였다.

 

“호텔로 돌아갑시다.”

 

영희는 머리를 붙잡고 몸을 휘청거렸다. 고만한 맥주를 마시고 결코 취할 영희는 아니였다.

 

“그래, 알았다. 여기서 좀 쉬고 돌아가자.”

“놔! 날, 날, 놓으라구.”

 

영희는 휘청거리다가 한쪽으로 스르르 쓰러졌다. 정호는 제꺽 품에 받아안았다.

(이게 웬 떡이냐?)

 

호박이 넝쿨채로 굴러 떨어진 격이 아닌가.

정호는 영희를 부축해 가지고 한인 모텔에 들어갔다.

조용한 방에 들어가자 정호는 영희를 침대에 천천히 곱게 눕혔다.

 

짧은 치마 밑에 드러난 영희 야들야들한 허벅다리를 보자 정호는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그는 영희 치마와 와이셔츠, 팬티까지 하나하나 벗겨내며 화장을 짙게 해 선녀 같은 영희 섹시한 몸매를 눈으로 감상하고 코로 냄새를 맡았다. 아니, 온 몸으로 감상하기 시작했다.

백지장 같은 영희 몸매는 미녀예술조각품이 울고 갈 지경으로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녀자는 그래도 자는 녀자가 젤 아름다워. 반항도 하지 않고 고분고분 순종하지."

 

정호는 온 몸을 부르르 떨며 뱀처럼 영희 몸 위에 스르르 기여올라갔다. 색마는 번대머리를 영희 야들야들한 우유빛 허벅다리 사이에 쑥 들이밀고 도리머리질을 해댔다.

 

손으로 탄력있는 엉덩이, 그 미의 운치가 감돌아 흐르는 새하얀 엉덩이를 매만지면서 연신 감탄했다.

 

“오- 영희, 이 우유빛허벅다리, 아, 이 매끌매끌하고 탄력있는 우유빛엉덩이, 진짜 죽여주는 구나."

"픽!"

“뭐야?”

정호는 화들짝 놀랐다.

 

“자는 척 했어? 글쎄 고만한 맥주에 취할 네가 아니지.”

그러나 영희는 신음소리 내며 모로 돌아누울뿐 아무 대답도 없었다.

 

정호는 모텔의 연분홍 전등불 아래 실 한 오리 걸치지 않고 모로 누운 영희, 그녀의 윤기나는 연분홍몸매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메부리 코를 벌름거리며 향긋한 체취, 그 향기를 맡아댔다.

 

“아, 이 죽여주는 S라인, 요 부드러운 곡선미, 요고, 어찌니? 매끌매끌하고 탱글탱글한 젖가슴! 아, 조물주가 어쩜 세상에 이런 예술품을 다 만들 수 있을가? 진짜 죽여준다. 죽여줘."

 

색마는 영희 풍만한 젖무덤 사이에 번대머리를 파묻고 흡흡 냄새를 맡는다, 핥아댄다 하며 야단쳤다.

 

"오우, 망글망글한 이 풍만한 젖가슴, 아, 얼마나 풍만해. 순정이 밋밋한 비행장가슴 저리 비켯. 아, 선녀 같은 영희 몸매 날 죽여주는구나. 미치겠다. 영희야, 오늘 밤 어디 죽어봐. 진짜 미치겠다! 미쳐!”

 

색마는 음충한 우멍눈으로 마음껏 아름다운 녀체를 감상하면서 싱그러운 향기를 맡으며 연신 감탄했다.

 

두 손으로 따뜻하고 매끌매끌하고 부드러운 몸을 허벅다리로부터 올리 살살 매만지고 뻘건 혀로 복숭아 같은 연분홍젖꼭지를 핥으며 줄 감탄을 토해냈다.

 

색마는 혀끝으로 영희 풍만한 젖몸을 슬슬 핥으며 싱그러운 앵두젖꼭지를 빨았다.

"이 큰 젖꼭지 봐라. 남자 복이 있지. 내 같은 선생님을 만나서 좋겠다."

 

번대머리는 줄 씨불렁거리며 메부리코로 싱그러운 복숭아꽃 향기를 흡흡 맡고나서 영각하는 둥글소처럼 천정을 향해 입을 짝 벌리며 연신 감탄을 토했다.

 

"풋, 하하!"

 

영희가 그만 더 참지 못하고 웃음보를 터뜨렸다.

 

정호는 깜짝 놀라 와닥닥 일어났다.

 

"뭐야? 자는 척 했어?"

영희는 돌아누우면서 취기에 중얼거리는 척했다.

"이 도적놈 새끼야, 씨, 간지러워 죽겠다."

"오, 알았어.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한참 씩씩거릴 때다.

영희가 색마를 탁 차버리며 발딱 일어나 앉았다.

"이 도둑놈아, 누구 색시를 도둑질해?!"

 

색마는 보기 좋게 침대 밑에 나가 꺼꾸러졌다. 그는 놀란 외까풀 눈으로 영희를 쳐다보았다.

 

"여직껏 자지 않았니? 널 술에서 깨게 하자고 이러는데."

"또, 또. 별난 걸 배워주는 척하렵니까? 예?"

정호는 다시 침대에 기여오르면서 지껄였다.

 

"그래, 여기엔 우리 둘 밖에 없어. 오늘 우리 거치장스런 거짓허울을 몽땅 벗어버리고 무용예술의 극치를 창작해내자."

 

"뭔데요?"

"섹스사랑으로 조형예술의 극치를 한껏 부각해보자."

"또 무용예술을 하는 척하면서 날 점유하자고 그래잖아요."

 

"그런게 아니야. 이미 널 가졌잖았니? 이제부턴 래일 공연을 위해 순 무용예술을 탐구하자. "

 

순간 영희 눈앞엔 화실에서 사랑의 불길을 태우자던 문걸이 떠올랐다. 영희는 예술이라면 뭐든지 희생할 각오가 돼 있는 녀성무용예술가였다. 그러나 음충한 빛 발산하는 색마의 눈길을 보는 순간 싫어졌다.

 

"안돼요. 아저씨. 이게 뭔가요?"

영희는 이불을 들어 가슴을 가리였다.

 

정호는 영희를 와락 끌어안았다.

"아저씨라니? 이 자리엔 아저씨도 최국장도 다 없어. 여긴 무용을 숙명처럼 사랑하는 무용가 스승과 국가1급무용가 제자 련인이 있을뿐이야. 네가 날 사랑하고 있다는 걸 다 안다. 사랑의 진실을 숨기려고 하지 말라. 허위로 가득 찬 빈 허울을 훌훌 벗어버려라."

 

정호는 영희 몸을 가린 이불을 활활 열어제꼈다. 영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쓰라린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그녀는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가녀린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꼈다.

정호는 영희를 안아 일으켰다.

 

"자, 지금부터 무용예술가들의 특이한 사랑방식으로 공연준비하자. 래일 우리는 무대에서 이런 조형으로 포즈를 취하자. 로스안젤레스 당인거리(唐人街)에서 공연하면 재미 중국 동포들의 열렬한 공명을 불러일이킬 거야."

 

영희는 조개턱을 쳐들고 쌍까풀눈을 치떴다.

"또 무슨 짓거린가요?"

 

정호는 정색했다.

"다른 생각하지 말라. 지금부턴 래일공연을 위해 무용예술을 련습한다고만 생각해라."

 

예술이란 말에 문걸의 요구에 따라 숱한 미술가들의 앞에 라체모델로 선뜻이 나선 영희였다. 물론 탈을 썼지만. 그러나 오늘 밤에 침대 위에서 그 짓을 하다가 래일 공연준비라는데는 너무 이상했다.

 

"뭔가요? 라체로 무슨 공연한다고 그래요?"

"아니, 래일엔 옷을 입는게야. 백조와 독수리가 어울려 호수가에서 춤을 추며 사랑을 속삭이는 련가 장면이야."

 

그러자 자못 흥미 갔는지 영희는 속옷부터 주어 입으려고 했다.

"아니야, 래일은 래일이고 오늘은 세계 최첨단무용예술을 공연해보자."

 

"뭔데요?"

"내 하라는대로 해라."

영희 쌍까풀눈이 데꾼해졌다.

 

"서방에서는 무대에서 바레무를 추다가 음악과 무용이 고조에 오르면 쌍무를 추던 남녀바레무수가 섹스를 한단 말이야. 심지어 집단무용하다가 집단섹스쇼까지 공연한단 말이야."

정호는 정색하며 핸드폰을 들어 동영상을 돌려보였다.

 

영희는 그 차마 보기 눈시린 무대 위 섹스장면을 보고 나서 눈을 흘겼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숱한 관중들이 보는 무대에서 저런 짓 합니까? 선생님, 그만둡시다."

 

"예술의 극치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국내에서야 언제 엄두라도 내겠니? 미국에 온 기회에 파격적인 진선미 무용무대를 펼쳐보아자."

 

"이제 귀국하면 큰 경을 치지 않는가 보세요."

"아니, 물론 그걸 각오해야 한다. 무용예술을 위해서라면 나는 목숨도 서슴칞고 바칠 각오가 됐다. 그러나 크게 근심하지 말라."

 

정호는 놀라는 영희를 그럴듯하게 달랬다.

"래일 무대에서는 백조와 독수리 옷을 입는데다가 섹스장면을 빼고 예술적으로 시늉만 하면 되는 거야. 너 프로이더 성리론을 아니? 인류는 성을 떠나선 존재할 수 있느냐?

 

성을 떠나 인류 생명과 예술생명도 없어. 모두 성이라면 '아니, 아니' 하지만 그게 다 거짓이야. 모두 성을, 섹스를 좋아하면서도 겉으로는 꺼리는 척하지.

 

성의 진실 앞에 거짓과 허위의 허울을 홀랑 벗어버리고 진실의 거울에 우리 둘을 비춰봐라. 지금 우리 모습이야 말로 우리 둘 사랑의 진실이야. 진짜 진선미야. 인류가 성과 섹스를 떠날 수 없듯이 예술의 극치도 성과 섹스를 떠날 수 없다.

 

유럽 문예부흥시기 라체유화나 소설이나 시, 노래, 무대예술을 봐라. 모두 적라라한 라체와 섹스가 생활의 진실을 예술의 진실로 승화시켰다.

 

그래서 수백년 되도록 예술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지 않느냐? 무용예술도 사상을 해방하고 성해방과 성자유 의식으로 무장하고 대담히 파격적인 진선미무대무용예술의 극치를 창작해내야 해."

 

영희는 예술에 대한 감언리설에 솔깃해졌다.

정호는 영희 손과 팔을 잡아 일으켰다.

 

"자, 이제부터 최선생님 시키는대로 해라. 요즘 내 미국에 와서 새로운 바레 령감이 떠올랐어. 자, 이제부터 잡생각을 몽땅 버리고 새 바레창작세계로 들어간다."

 

정호는 영희를 보고 침대 위에 서서 바레를 추듯이 하얀 다리를 천정에 닿을 지경으로 쳐들게 했다.

 

"절대 섹스로만 생각지 말아. 이건 우리 무용예술가들의 최첨단섹스예술공연이야. 전세계에 둘도 없는 진선미바레야."

 

예술이란 말에는 영희도 수긍했다. 실 한오리 걸치지 않은 영희는 머리를 수깃하더니 탄력 있는 왼다리를 높이 쳐들었다. 벌거숭이 정호는 에쓰빠냐 투우장의 성난 둥글소처럼 그 쳐든 다리 사이를 돌진해들어가며 신음소리를 냈다. 둥글소는 오른손으로 영희 허리를 받쳐안고 왼손을 머리 위로 높이 쳐들었다.

 

"조형1 완수!"

정호는 영희를 안아 일으켰다.

"다음엔 조형2!"

 

정호는 무용강당에서처럼 연신 무용지령을 내렸다. 영희는 학원 때처럼 스승의 지령을 따랐다.

 

"내 무릎을 밟고 어깨 위에 뛰어 올라가라. 그래, 옳지. 오른 발끝으로 오른 어깨에 서서 왼다리를 뒤로 쳐들고 두 팔을 량 옆으로 쫙 벌려 나는 자세를 취해라. 그래, 사랑의 푸른 하늘 날아예는 백조. 조형2, 참 멋져."

 

정호는 또 지령을 내렸다.

"조형3. 내 번대머리에 뛰여올라. 조형2 포즈를 취해라. 오, 주의해라. 미끌어지겠다. 그래. 잘 했어."

 

영희는 정호의 무용지령이라면 학생 때부터 이제껏 다 들어왔다. 지금도 그녀는 숙명처럼 그 지엄한 지령에 따라 오른 발끝으로 번대머리를 밟고 서서 조형2포즈대로 백조가 나는 자세를 취했다.

 

"이게 바로 백조가 번대머리바위에 올라 파도 사나운 호수를 훨훨 나는 예술적인 무용예술의 포즈야."

 

"아야!"

갑자기 영희가 비명소리치며 번대머리에서 미끌어 떨어졌다.

그때 정호가 영희를 훌쩍 받아안았다. 동시에 탄탄한 두 다리새에 딴딴한 "둥글소 뿌리"를 밀착했다.

 

"앗! 손떼지 못해?!"

"포즈4. 이게 무용예술의 크라이막스(고조)야! 알만해?!"

영희는 가슴을 활 열고 완전히 뒤로 축 늘어졌다. 풍만한 가슴이 정호의 격렬한 요동질에 따라 절주있게 출렁거렸다.

 

"나쁜 선생님!"

"바레무 '호수가 백조와 독수리 련가' 승리적으로 완수! "

요동치는 조개턱에 땀방울, 눈물방울 마구 튕겼다.

 

남녀 바레무용수가 침대를 무대로 세상에 드문 섹스쇼를 벌리며 신기한 바레무를 췄다. 신음소리, 흐느낌에 맞춰 절주도 맡게 몸을 전률한다. 무용수들의 징그런 표정만은 그리 곱지 않았다. 이따금 절정에 오른 바레무용수는 절주맞게 요동치며 탄력있는 몸을 비탈며 용트림하며 예술의 절정에 오른다...

 

한참 후 영희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땅벌창이 된 몸에 부래지어를 걸쳤다.

"래일 공연은 꼭 성공할 거야."

 

"픽, 서양인들은 좋아하겠는지 몰라도 이제 귀국하면 큰 경을 칠거야. 흥!"

"왜?"

 

"무대에서 섹스 하는 건 우리 전통문화에 맞지 않아요."

"여긴 미국이야. 개성해방과 성해방을 부르짓는 미국 서양인들은 우리하구 달라. 특히 미국 서양세계 물에 푹 젖은 재미 중국인들한테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바레를 춰야 해. 좀 레드라인 쪽을 살짝 밟아 봐야 해. 그저 섹스시늉만 살짝 하잖고 뭐야."

 

"우리 민족 전통문화흘 잊지 마세요."

"괜찮아. 래일 공연할 땐 백조 날개도 달고 발레복도 입는 거야. 절대 오늘처럼 야하진 않을 거야. 근심하지 말아. 모든 부담은 내 몽땅 질게."

 

정호는 영희 앞에 딸라뭉치를 척 내놓았다.

"가져라!"

 

영희는 치마를 춰 입으며 왼눈으로도 보지 않고 빈정거렸다.

"무용예술의 극치를 창작해낸 팁인가요?"

 

"아니야. 가져다 보태서 우리 군철을 잘 키워라."

 

"픽, 우리 군철? 군철은 문걸의 애야. 그게래야 우리 다 살아남는 거야. 문걸이 알면 다 도끼싼장하지 않는가 봐라."

 

"알았다. 무덤으로 갈 때까지 아들이란 말 하지 않을게. 이 딸라 만은 받아라"

 

정호는 딸라 뭉치를 영희 핸드빽에 쑤셔 넣으면서 중얼거렸다.

"나도 인간이야. 아버지 노릇 좀 하게 해 달라."

...

 

(오- 그날 밤 참 즐거웠지. 우린 섹스발레로 예술극치를 부각했댔지.)

 

이튿날 로스안젤레스 당인거리 로천무대에서 정호와 영희는 진짜 파격적인 바레무 "호수가 백조와 독수리 련가"를 공연하었다.

 

백조 날개를 단 영희가 호수가 무대배경 앞에서 백조 모둠발바레를 춘다. 뒤이어 백조는 독수리 날개짓을 하는 정호 어깨에 푸르르 날아올라가 오른발끝으로 서서 날개를 활짝 펴고 한다리는 뒤로 쳐들어 날아예는 조형포즈를 취한다.

 

여기저기서 섬광등이 반쩍였다.

무대 아래서 나영이 핸드폰 샷타를 눌렀다.

 

반짝! 반짝!

그 멋진 예술조형을 영원히 기억의 렌즈에 련속 담았다.

 

뒤이어 백조는 독수리의 번대머리에 홀짝 뛰여올라가 왼발끝으로 서서 뛰노는 바레를 추다가 한 다리를 뒤쪽으로 하늘 높이 쳐들어올리고 두 날개를 량쪽으로 활짝 벌리며 훨훨 날아가는 조형포즈를 취였다.

 

재미 중국인들 외에도 재미 한국인과 아시안들이 바레무 '호수가 백조와 독수리 련가'를 보고 환호하는 파도가 넘실거렸다. 그때다.

 

"앗!"

저게 뭐냐?

백조가 그만 독수리가발을 빗밟아 미끌어져 떨어진다.

 

전날 영희 제의대로 정호는 가발을 쓰고 무대에 올랐댔다. 그런데 가발이 벗겨지면서 독수리 보기 싫은 번대머리가 훌렁 드러났다.

 

무대 아래서 숱한 관중들이 "어우예!", "어우예!" 하면서 환성을 질렀다.

 

정호는 백조를 제꺽 받아안아 한바퀴 빙 돌리다가 포옹한다. 백조가 가슴을 열며 뒤로 몸을 번지는데 독수리는 백조 허리를 안고 뒤로 맹렬히 그걸 하는 시늉을 하며 바레무를 크라이막스로 끌어올렸다.

 

진짜 바레무예술의 극치가 부각되는 순간, 무대 아래에서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졌댔지. 백인관중들마저 엄지를 척 내밀었다.

 

"어우예! 어우예!"

"O.K!"

 

양키들은 자기들이 깔보는 아시안계 인들이 이렇게 파격적인 개방된 바레를 추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것도 머나먼 태평양 건너에서 날아온 중국 조선족남녀무용가들이 그런 바레무예술의 극치를 공연했으니 말이다.

 

(아, 너무나도 행복한 추억이야. 그런데 그 격렬한 예술의 극치를 사진 한장 남기지 못하고 영희가 간게 한이야. 영희는 저승에 가서 염라전 앞에서도 나와 함께 그 바레무를 추면서 떠나갔을 거야. 다행히 누구도 미국 공연장면을 상부에 고발하지 않아 처분은 받지 않았지. )

 

정호는 회상에서 깨여나면서 다시한번 온 몸을 전률했다.

 

(영희하구 30년 가까이 몇백번이나 살았지.

ㅎㅎ.

 

그런데 영희는 번마다 반항하는 것처럼 하다가도 들이댔지. 어떤 땐 자는 척하면서 순종했지. 영희도 속으론 문걸보다 날 더 좋아한 게 분명했지. 황차 영희를 녀자로 만든 건 내가 아닌가. 녀자는 처음 섹스한 남자를 잊을 수 없는 거야. 섹스체위마저 첫 남자하구 하던대로 취하고 싶어하지. 어느 한번은 내게 문걸이 거보다 엄청 커서 아파서 싫다고 했지.

 

참, 영희는 ‘아니, 아니.’ 하면서 나후구 살기 좋아했지. 내 이 큰 걸 맛을 보고 싫어할 녀자 몇인가? 오히려 녀자들이 이 큰 놈의 자극을 받으려고 졸졸 묻어다녔지.)

 

정호는 부풀어오른 그걸 손을 넣어 주물렁거리면서 뇌까렸다.

(나쁜 년, 량면파, 갈보! ㅋㅋㅋ,)

 

그는 영희를 회상하면서 못내 가슴 아파하며 아쉬워 했다.

(영희 불쌍해. 사랑하는 나하구 내놓구 못 살구. 죽게 돼서야 내 주는 마노목걸이를 걸구 비취반지를 끼고 갔구나. 아까운 영희야, 네가 떠나가다니? 참 아쉽다, 아쉬워.)

 

25. 미꾸라지

 

정희가 커피를 풀어 커피잔을 쟁반에 받쳐들고 사뿐사뿐 다가왔다.

“커피나 드세요.”

“오, 요 보배야.”

 

정호는 커피잔을 받으며 오른 손 엄지와 식지로 정희 걀죽한 볼을 살짝 꼬집어놓았다.

“아갸-“

정희는 아양을 떨었다.

 

“최국장님, 상팔자군요. 떡 앉아 있어도 맛있는 거 다 생기잖아. 이런 황제 어디 있어요? 호호호.”

 

“내 아가야, 넌 황후야, 황후.”

정희는 쌍까풀눈을 곱게 흘겼다.

“최국장님한테 황후 몇인가요?”

 

“너 밖에 없어. 내 본댁마저 버리고 너한테 왔잖아? 이제부터 우리 자유롭게 살아보자.”

정호는 정희를 품에 끌어안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제 금은보화 근심할 필요없을 거야. 흐흐흐.”

 

“그래요? 그래서 제가 우리 최국장님을 황제처럼 모시지 않는가요?”

“그래. 잘 모셔라. 이 세상 모든 행복 다 차례질 거야.”

 

정호는 요즘 수사망을 피해 정희네 다방에 숨어버렸던 것이다. 명도다방도 최정호 국장님이 애인 정희한테 차려준 것이기에 마음 놓고 있을 만도 하였다.

 

전번에 정호는 순정의 본가집 금고에서 금은보화를 챙기다가 붙잡혔댔다. 그는 가시아버지와 순정한테 오락미를 들씌워놓고 미꾸라지처럼 스리슬쩍 빠져나왔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잠시일뿐이였다. 최혜영 국장은 그물을 널리 쳐서 큰 고기를 낚으려고 했을 수도 있었다.

 

(한시도 시름 놓을 수 없어. 아무런 미련도 두지 말고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정호의 눈앞에 최혜영 국장의 비수처럼 날카로운 눈길이 떠올랐다. 등곬에 식은 땀이 돋아났다. 저도 몰래 몸서리쳤다.

 

(변태 같은 년, 시집도 안 가고 전문 나 같은 간부들과나 독살 피우면서 우쭐해라.)

그는 정희네 다방에 숨어있으면서 핸드폰으로 순정을 불렀다.

 

“여기 명도다방에 오오. 긴히 할 말이 있소.”

“당신과 할 말이 없어요.”

 

“어서 오오. 저네 아빠 때문에 그러오.

“네? 무슨 일인가요?”

 

“전화로 말하기 불편하니깐. 어서 여기 오오.”

그제야 순정은 대답했다.

 

“곧 가지요.’

이윽고 순정이 명도다방에 들어섰다.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다방은 어둑시그레해 꽤나 신비하고 음침했다.

구석진 방 미닫이가 쓱 열리며 번대머리가 반쯤 나타났다.

 

“여기 오오.”

정호가 번대머리에 몇대 안되는 머리카락을 씃어넘기며 손짓했다.

 

순정은 그쪽 구석으로 다가가며 뒤잔등에 눈총을 보내는 다방 마담 정희를 되돌아보며 눈인사를 했다.

 

보스 정희도 순정이 단골손님인지라 앞에서는 허리 굽히며 알은체 했다.

순정은 방에 들어가 번대머리한테 눈을 흘겼다.

 

“왜 여기서 만나요?”

정호는 우멍눈을 치켜떴다.

 

“왜?”

순정은 목소리를 낮췄다.

“다방 보스 정희 아닌가요? 그 유면한 모델!”

“저도 아오?”

 

순정은 커피를 풀어 숟가락으로 저으면서 나직이 종알거렸다.

“알다뿐이겠습니까? 광고회사 돈을 빼가지고 한국에 도망쳤다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혹시 최국장 애인인가요?”

 

“아무 소리나 하지 마오.”

“무슨 일인지요? 저 년이 들으면 어쩝니까?”

“쓸데 없는 소리 작작 하라는데.”

 

정호는 커피를 후루룩 마시고 나서 정색했다.

“오늘 이런 말하려고 온게 아니오. 요건부터 말하기오.”

 

정호는 화제를 제꺽 돌렸다.

 

“이런 걸 생각해보오. 가짜리혼했기에 우리 집과 금은보화는 몽땅 순정의 것으로 되지 않았소?”

 

순정은 쌍까풀눈을 흘기며 째려보았다.

“픽, 내 어디 당신한테 속혀 살던 세살짜리 앤가 하는가요? 자기 법망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꼬리를 잘라버린게라고나 해요. 숨겨놓은 집이랑 혼자 가지자고 그러죠?”

 

“물론 나도 무사할 수 있소. 그 금은보화는 내게 아니니깐. 그러나 난 우리 둘이 다 빠져나가나는 방도를 대려고 그러오.”

 

“픽, 당신 말은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지 못해요.”

정호는 어린애처럼 노는 순정이 안타까웠다.

 

“이게 언제라고 이러오. 내 말 명심하오. 문제는 그 금은보화가 최헤영 국장 마수에 걸리지 않았고 뭐요? 우린 그 금은보화 올가미에 목을 맬 수 없소. 꼭 빠져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소.”

 

순정은 한숨을 호 내쉬였다.

“국고에 다 실어갔는데. 이제 용빼는 수가 있습니까?”

 

“그 금은보화를 빼내오긴 틀렸소. 우린 금은보화나 우리 인생 다 잃을 수도 있소.”

“무슨 소립니까? 금은보화 가져갔으면 다지.”

 

“너무 단순하군. 그 금은보화 래력이 밝혀지면 우리 둘은 다 감옥밥을 먹어야 해.”

“네?”

순정은 쌍까풀눈을 치뜨며 기겁했다. 그러나 인차 쌍까풀눈을 살풋이 내리깔며 커피잔을 들었다.

 

“내하구 무슨 관계 있는가요? 내 얻어먹은 것두 아닌데.”

“야, 내 얻어먹은게라 하자. 그러나 너도 한배를 탄 공범이야.”

 

“뭐?”

“내 받아먹은 거 몽땅 누가 챙겼니?”

“그럼 어떻게 해요?”

 

정호는 목소리를 낮첬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우린 한 배를 탄 사람이야.”

순정이 머리를 숙이자 정호는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 방법 하나 있소.”

순정은 문께를 흘끔 보더니 나직이 물었다.

 

“무슨 방법?”

“그 금은보화와 현금은 가시아버지 거라면 다요.”

 

“네?”

순정은 쌍까풀눈이 뒤집힐 정도로 새똥그래졌다.

“아니, 그럼 우리 아빠 부패분자로 될게 아닙니까? 당신, 정말 묘합니다. 우리 아빠한테 검정가마를 들씌우고 자긴 미꾸라지처럼 슬쩍 빠져나가자고? 어림도 없어. 흥!”

정호는 순정의 두 손을 잡으면서 정색했다.

 

순정은 손을 빼갔다.

정호는 내심하게 순정한테 일깨워주었다.

 

“절대 그런게 아니오. 가시아버지 거라고 해야 우리 둘이 다 살아남을 수 있소. 가시아버지한텐 문제 될게 없소. 사망한 분이기에 금은보화래력을 수사할 방법이 없소. 딱 얻어먹은게라는 무슨 증거 있소? 뭣이 있소? 시장이 한뉘평생 딸한테 이만한 선물 사줄 수도 있지 않겠소? 아버지가 딸한테 사준게라면 다지. 그렇게 되면 금은보화가 제한테 되돌아올 수도 있소. 정당한 수입으로 딸한테 사준 건데 무슨 리유로 압수한다오.”

순정은 한숨을 호 내쉬었다.

 

“그래도 그렇지. 아버지가 부패분자 혐의를 받을 건 뻔하지 않는가요? 세상사람들 어디 세살짜리 애들입니까? 금은보화를 찾지 못하더라도 사망한 아버지한테 불명예스런 일을 당하게 할 순 없어요.”

 

정호는 신신당부했다.

“순정이, 내 말을 듣소. 저세상에 간 가시부모도 딸을 위해 고만한 희생은 달갑게 할 거요. 딸이 감옥에 가는 걸 보자겠소?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서슴치 않을라니.”

순정은 그 말에 좀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정호는 계속 했다.

“생각해보오. 아버지 불명예를 지는게 옳소? 딸을 감옥에 보내는게 옳소?”

 

순정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그렇지.”

 

정호는 입을 순정의 귀 가까이에 대고 목소리를 낮춰 쑤근거렸다.

"그 서쌍판납 태족마을에서 산 은띠 있잖고 뭐요?"

"네. 왜?"

"그걸 내 최혜영 국장네 아버지 최시장한테 준게라고 딱 잡아떼오. 내 국장으로 되려고 회뢰했다고 하오."

 

"어떻게 거짓말 해요?"

"그래야 최혜영 국장 입을 틀어막는단 말이오. "

"네- 살자니 남을 물어먹어야 하는구만요."

 

"또 그 은띠를 내 가져다 최시장을 준 거 최시장이 다시 우리 가시아버지한테 준게라고 하오."

"그런 거짓말 어떻게 하오?"

"가시아버지 금고 안의 은띠랑 금은보화 대부분 쵝시장한테서 가진게라고 해야 하오. 그래야 가시 아버지를구하고 우릴 다 구할 수 있단 말이오."

 

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금이빨을 드러내며 헤벌쭉거렸다

"오- 그래야 최국장 입을 틀어막을 수 있겠군요. 호호호."

 

"그래. 내 이미 최혜영한테 장훈을 쳤으니까. 우리 둘이 입을 맞춰 딱 물고 늘어지면 최혜영인들 무슨 수가 있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최국장이 금고의 은띠랑 금은보하를 몽땅실어오지 않는가 보오. 흐흐흐."

 

역어빠진 순정은 인차 태도를 바꿨다.

“이제야 알겠군요. 당신 참 로련한 부패분자입니다. 아니, 교활한 미꾸라집니다.”

“ㅎㅎㅎ. 총명한 순정이 옳바른 판단을 내리리라 믿소.”

 

“알만 해요.”

“또 한가지 있소.”

“뭔가요?”

 

“한가지 부탁하기오. 내 보마차에 있던 돈과 금은보화 말이요. 꼭 찾아내야겠소. 그런 어중이떠중이한테 떼운다는게 괘씸하단 말이오. 금은보화 찾으면 몽땅 저를 줄게.”

 

“누가 당신 말 믿겠소? 우리 아버지 금고에 손을 다 댄 도둑놈. 흥!”

“최혜영 국장이 뭐랍데?”

 

“당신 무슨 짓을 한 거 모를 거 같습니까? 거러지처럼 내 본가집에 기여들어가 밥까지 다 훔쳐 먹고 금은보화를 챙겨넣다가 나포되잖았는가?”

 

“됐소. 돼. 그저 내 준게 다 있는가 들춰 본 걸 가지고. 금은보화부터 찾고 보기오.”

“차를 산 놈이 딱 들어눕는데 무슨 수로 찾습니까?”

 

“공안국 박국장과 찾아달라고 부탁하오. 분명 그놈새끼 떼먹으려는게 아니고 뭐요?”

“내 어째 좋은 6촌동생을 생각하지 못했을가? 그래도 당신, 아니, 최국장이 머리 베아링처럼 뱅뱅 잘 돌아간다니깐.”

 

“박국장이 그놈한테 갔다오면 내게 기별하오.”

“알았어요. 최국장님. 호호호. 신용을 지켜요. 금은보화 찾으면 몽땅 줘야 해요.”

순정은 아양까지 떨어댔다.

 

“그래. 근심하지 말라. 내 인격으로 담보하마. 기별할 때 전화로 ‘박씨가 땅에 박혔다.’ 고 말해라.”

“어째?”

 

“남들이 알아듣지 못하게 쓰는 암호야.”

“알았어요. 참 묘하군요. 에잇, 진짜 특무정치구나.”

정희는 저쪽에서 듣기도 역겨웠다.

 

(리혼한 주제에, 흥, 저 바보 또 최국장한테 사기당하는구나. 금은보화 찾으면 다 내 거야, 내 거. 최국장이 이젠 날 황후로 여긴다, 여겨, 널 황후로 여기는가 하니? 쳇, ㅋㅋㅋ.”

“순정이, 우린 필경 30년을 살아온 조강지처 아니고 뭐요.”

 

“흥, 이젠 리혼했잖은가요?”

“아니오. 건 다 우리 둘이 살아남기 위해 가짜리혼을 한 거요.”

“가짜리혼? 법적으로 리혼수속했으면 리혼한게지. 가짜리혼이란게 어디 있습니까? 지금 남들도 가짜리혼이 몽땅 진짜리혼으로 됩디다.”

 

순정은 이렇게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리혼수속을 했으면 리혼이지. 가짜리혼이라면 가짜리혼인가? 난 마음 속으로 이미 리혼한 거야. 누가 네한테 미련두는가 해? 이젠 졸혼하고 홀로 내 인생을 살겠다.)

 

“그럴 수도 있소. 그럼 부부 아니라도 이전 스승과 제자로 돌아가기오.”

“픽, 메스꺼워. 당신은 나쁜 남편인데요. 좋은 스승은 더구나 아닌데요. 음험하고 허위적인 위군자, 주색에 미친 부화타락안 부패분자입니다.”

 

“내 아니면 영희하구 너네 예술학원에나 왔겠구나. 국가1급무용수로 됐겠구나.”

“쳇, 우리 아빠 시위 서긴데. 날 예술학원에 하나 입학시키지 못했겠구나. ”

순정은 콧방귀를 뀌였다.

 

“당신은 영희한텐 좋은 스승으로 될 수도 있습니다. 무용도 가르치고 섹스도 가르치고 임신하는 것도 배워줬잖아요? ㅋㅋ.”

“무슨 소리야.”

 

“로실히 말하세요. 무용강당에서 영희를 그랜 거 모르는가 하는가? 누굴 속여? ”

“지하주차장에서 영희를 재꼈지? 이젠 로실히 말해.”

 

정호는 아닌 보살을 떨었다.

“무슨 소리야?”

 

사실 그날 정호는 영희를 공항에서 마중해 지하주차장에서 재끼려고 들었다. 영희 치마를 걷어올리고 쇠막대기 같은 걸 마구 들이밀었다. 그런데 영희 마구 발버둥질치면서 반항하는데다가 하신이 너무 마르고 아울어들어서 달성하지 못했다. 그래서 빨아달라고 했지만 그 요구마저도 만족받지 못했던 것이다.

 

“군철이 누구 앤지 알아?”

“무슨 헛소리오?”

 

“시치미를 따지 마세요. 군철이 누굴 딱 떼닮았는지 여겨보지 않았습니까?”

“됐다, 됐어. 이런 말 할 새 없어. 여기서 헛소리장단 말고 어서 가.”

순정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도 도도거렸다.

 

순정이 택시를 타고 가버리자 정호는 안도의 숨을 후 내쉬었다.

오후에 순정한테서 핸드폰이 왔다.

 

“여보세요. 금방 ‘박씨가 땅에 박혔습니다.’”

“알았네.”

 

핸드폰을 놓자 정호는 친구들인 성호랑 종호랑 범송이랑 데리고 택시에 앉아 차를 산 자의 집으로 달려갔다.

 

“제길할, 문걸이 정신병에 걸리잖았으면 이럴 때 함께 하면 얼마나 좋겠어? 개똥도 약에 쓰자면 없단 말이야.’

성호는 게두덜거리는 정호를 보고 말했다.

“고까짓 놈을 줴짜는덴 우리 몇이면 족해. 그 놈이 성이 뭔지 아니?”

 

정호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오씨라고 하더라.”

“오씨?”

 

성호는 량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이 택시를 타고 차를 산 오씨네 집에 이르렀을 때였다. 때마침 웬 사내가 텁쑥한 사자머리를 흩날리며 집 대문 밖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까지 꼈지만 정호의 눈을 속일 순 없었다.

“저놈새끼야.”

성호가 택시 문을 박차고 뛰쳐나가며 고함쳤다.

 

“서랏!”

“어디로 뻗어?!”

성호가 번개같이 덮쳐나갔다.

"썩 꺼지지 못하겠니?!"

 

사내는 홱 돌아서면서 품 속에서 시퍼런 비수를 뽑아 휘둘렀다.

 

성호가 날아나가며 발길을 날렸다. 손목을 채인 그 놈이 비수를 떨어뜨렸다. 사자머리가 어찌 시내에 소문난 정의용사 사인정탐 성호 적수가 되겠는가.

 

그때 정호가 덮쳐나가 그 놈 발뒤꿈치를 걷어차 넘겼다. 뒤따라 간 정호와 범송이 그자의 팔을 비틀어쥐여 일으켜 세웠다. 마스코를 줴당겨 훌 벗기고 보니 바로 오씨였다.

정호는 비수를 주어들고 칼날을 보며 을러멨다.

 

"개새끼, 어디라고 비수를 휘둘러?"

그들은 범죄자를 압송하듯 오씨를 끌고 그 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오씨를 쏘파 앞에 꿇어앉히고 쏘파에 늘어앉았다.

 

정호가 을러멨다.

“이 도둑놈아, 네 놈이 내 금은액세서리하구 돈을 떼먹고 살아남을 거 같아?”

“아니, 난 차에서 돈과 금은부치라곤 본적도 없소.”

정호가 을러멨다.

 

“이 사건은 이미 공안국에서 수사하기 시작했어. 로실히 금은보화하구 돈만 내놓으면 이 일 없는 걸로 할 수 있다. 어떤가? 감옥에 가겠니? 남의 재물 순순히 내놓겠니?”

 

바로 이것이였다. 그는 순정을 리용해 공안국 박국장을 불러 오씨한테 압력을 가하게 한 후 친구들을 불러가지고 덮쳐와서 재물을 조용히 찾아가려고 했다. 만약 공안국에서 계속 수사하면 금음보화는 수사해내도 불의지재를 얻은 자기가 꼬리를 밟힐 수도 있었다.

 

정호는 시퍼런 비수를 빼들고 목에 지렁이 같은 핏줄을 세우면서 을러멨다.

“이놈아, 내 재물 내놓지 않고 편안할 거 같아? 직업도 없는 놈이 어데서 돈이 있어 보마차를 다 사?! 응?! 내 재물 내놓지 않으면 보마차라도 가져가야겠어.”

 

“우리 형님이 돈을 대줘서 보마차를 샀소.”

“뭐? 너 형님 무슨 놈이 돼서 보마차를 다 사줘? 응? 로실히 말해라. 죽을줄 알아. 어째 피를 봐야 내 재물 내놓겠니?”

 

정호는 비수를 오씨의 목에 대고 당장 찌를 상했다.

"내 무슨 돈이 있겠소. 보마차 값을 아직도 다 물지 못했소."

 

"뭐라고? 얼마 못 물었어?"

"30만원이나 못 물었소."

"그래?"

 

정호는 비수로 오씨 볼을 슬슬 문대며 을러멨다.

"잘 됐다. 나머지 30만원 내한테 가져와. 그 보마차는 내 거야. 녀편네가 내 없을 때 팔아먹은 거야."

"예?"

 

"나머지 돈 가져오라. 알았니? 안 그러면 보마차를 끌어가겠다."

오씨는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볼멘소리로 곰상곰상 대답했다.

 

"알았소. 돈 얻으면 형님한테 줄게."

성호는 오씨가 눈에 퍽 익어보였다.

“당신 혹시 오청룡 국장네 동생 아닌가?”

 

모두들 여겨보니 두부모처럼 네모나고 퉁퉁한 얼굴이나, 수수빛처럼 벌건 낯이나 오청룡과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겠는가.

 

“우리 사촌형님을 어떻게 아오?”

성호는 정호를 마주 보았다.

 

“알다뿐이겠니? 공상국 오국장은 나하구 죽자살자 하는 친구야, 친구!”

정호의 말에 담이 커진 오씨가 이실직고했다.

 

“맞소. 우리 사촌형님이 오국장이오.”

성호는 오씨를 일으켜 쏘파에 앉혔다.

"널 어데서 본 것 같다."

"양?"

 

오씨는 성호를 피뜩 쳐다보더니 덴겁했다. 그러나 인차 침착을 회복하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성호는 오씨를 뚫어지게 쏘아보며 중얼거렸다.

"딱 어데서 본 거 같은데. 불시에 생각나지 않는다."

정호는 비수를 거두면서 어설프게 피씩 웃엇다.

 

“야, 임마, 오국장 사촌동생이라구?”

정호는 오씨 옆에 가 앉아 오씨 어깨에 팔을 올려놓았다.

 

“야, 당장 오국장한테 전화해라. 너네 형님하구 물어봐라. 너네 형님을 누가 국장으로 만들었는가.”

 

오씨는 인차 다른 방에 가서 전화했다.

이윽고 반시간도 안돼 오국장이 들어섰다.

“형님, 어떻게 돼 내 사촌동생네 집에 왔소?”

 

오청룡 국장은 정호를 보고 반색했다.

“어, 성호 경리하구 범송 부경리도 왔구만. 허허허.”

 

오청룡 국장은 알은 체하는데 정신병자 같지도 않게 펀펀했다.

정호는 오국장을 데리고 다른 방에 들어가 한참 쑥덕거렸다.

"정룡아, 여기 오라."

 

오청룡은 동생을 데리고 다른 방에 들어갔다.

이윽고 나온 오씨는 묵직한 큰 가방을 들고 나와 머리를 푹 수그렸다.

“형님, 잘못했소.”

 

그는 묵직한 가방을 정호 앞에 척 내려놓았다.

“세보오. 다 여기 있소. 형님, 눈이 있어두 태산을 알아보지 못하구 그랬는데 용서해주오.”

정호는 가방을 열어보았다. 피뜩 보니 금은액세서리로, 마노, 비취 목걸이 그대로 있는 것 같았다. 10만원짜리 돈묶음 5개도 그대로 있었다.

 

“됐어. 진작 진짜 임자한테 돌려줘야지. 공안국 수사는 면제야. ㅎㅎㅎ.”

정호는 오정룡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오늘 일은 없는 비밀로 하자. 공안국에도 알리지 말라. 알았니?"

"양. 알았소. 공안국에 알리지 않겠다니 고맙소."

정호는 당장에서 만원짜리 묶음 하나 꺼내 오정룡한테 내주었다. 얼리고 닥치는데야 뛰여난 국장이지.

 

“아까 너무 한 걸 량해하게나. 싸우지 않으면 사귀지 못한다구. 오국장이 내 아우니깐. 우린 이젠 형제야.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 해. 박국장은 내 처남이니깐. 근심하지 말게.”

정호는 오국장과 함께 다른 방에 들어가 뭐라고 쑤근덕거리고 나왔다. 오국장은 또 정신병자처럼 정호한테 이걸 먹어라는 시늉했다.

 

“야, 임마, 똥 먹지 않고 가니? 내 똥에 오줌맥주나 처먹고 가라!”

정호는 오국장한테 주먹을 쳐들어보이고는 성호랑 범송이랑 데리고 술 마시러 바람결처럼 사라졌다.

 

교활한 미꾸라지가 먹이를 찾아가지고 돌틈에서 빠져나가는 순간이였다.

 

술상에 앉아서 성호가 무릎을 탁 쳤다.

"바로 그 놈이야!"

 

정호랑 범송이랑 모두 성호를 쳐다봤다.

"누굴 그래?"

 

성호는 저가락으로 밥상을 두드렸다.

"바로 그 놈이야. 우리 문걸이랑 망아산 수림에 들놀이 갔다가 영희를 구한 적이 있지 않고 뭐냐?"

 

범송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게 몇십년 전 일이 아니냐?"

"그래."

 

성호는 확정적으로 말했다.

"아마 30년 전 일이지. 그때 영희를 뒤쫓다가 우리하구 맞붙었던 놈이 바로 오국장네 동생이야."

"엉?"

 

정호는 눈이 데꾼해졌다.

"글쎄 나도 그 놈을 어데서 본 것 같았는데. 오. 맞아. 그날 그 놈새끼 날 발길로 걷어찼지."

"뭐라구?"

 

모두 정호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정호는 인차 말을 바꾸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아니야. 난 그날 망아산 수림에 갔지만 그런 놈을 본적도 없어. 영희를 쫓은 것두 몰라."

기실 정호는 그날 망아산 수림 방공호에서 영희 부래지어를 벗기려고 허둥거리다가 정룡이랑 강도를 만났던 것이다.

 

(이 자리에서 정룡을 아는 척했다간 그날 모든 내막이 탄로날게 아닌가. 영희는 이제껏 비밀을 지키고 가버렸지. 누구도 알리 없어. 그런데 내 입으로 꼬리를 드러낼 거야 없지. 만약 내 문걸의 처를 데리고 논 걸 아는 날엔 친구 안해를 다쳤다고 어느 친구 나하구 놀겠어. 친구 의리도 없다고 놀겠는가? )

 

정호는 친구들의 시선을 다른데 돌려야 했다.

"자, 옛다. 종호."

 

정호는 만원짜리 돈묶음을 척 내놓았다.

"이건 뭐냐?"

 

종호는 돈묶음을 되밀어주었다.

"받아라. 네가 우리 민족 항일투사들의 장렬한 사적을 수집해 책을 내고 있는데 나도 좀 힘을 보태주자. 들을라니 성호도 부조했다더구나."

 

하여간 관계처리를 척척 처리하는 거나 인심을 내는 거나 최국장을 누가 당하겠는가.

"최국장 성의를 받아라."

 

성호가 종호를 보고 말했다.

"최국장의 돈을 민족의 정의로운 사업에 쓰는게 옳다."

그제야 종호는 돈을 받았다.

 

"감사하다. 정호. 이 돈을 우리 민족 항일투사들의 사적 책을 내는데 잘 쓰겠다."

 

미꾸라지는 인심을 내면서 깊은 진흙탕에 꼬리를 감추며 숨어들어갔다.

 

"자, 술이나 마시자. 오늘 감사하다. 너네 도와줬기에 내 돈을 찾았다. 감사하다. 그래도 친구가 제일이다. 돈으로 바꾸지 못하는 게 친구야. 안 그래?"

"맞다. 친구 만세!"

 

모두들 미스터리를 한쪽에 잠시 밀어두고 술잔을 부딪치며 쭉쭉 기울였다.

/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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