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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6/26  옥필
색갈 다툼

요즘들어 해빛이 유난히 부드럽고 산도 들도 푸르기 시합을 하듯이 앞다투어 새파란 모습입니다.

 

 매일마다 학교로 오가는 미령이는 며칠전에 텔레비전에서 어느 학교 애들이 들놀이 가는 장면을 본 후로부터 마음이 자꾸만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유치원에 다닐때 엄마가 여름이면 몇번씩 산으로 데리고 갔는데 학교에 붙은 후부터 한번도 못 갔던것입니다. 그래서  산놀이하는 꿈속에서 헤메다가 깨여난적도 몇번인지 모릅니다.

 

주말때면 엄마보고 들놀이 가자고하면 여러 보도반에 가는데 언제 들놀이 갈 시간이 있는가고 꾸짖습니다. 인제 겨우 일학년인데 벌써부터 보도반을 다니기 시작하는데 그것도 한두개 아니고 네개나 됩니다. 영어, 미술, 무용, 전자풍금.

그런데 오늘 미령이한테는 하늘에 날듯한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학교에 갔는데 교실에 들어서시던 담임선생님께서 생글대는 해님처럼 웃음띤 얼굴로  이런 통지를 하실줄이야!

 

“이번 주말에 우리 반급에서는 들놀이를 가기로 했으니 그날 모두 고운 옷을 입고 오세요. 사진을 많이 찍겠는데 옷색갈이 고와야 사진도 곱게 나온답니다.”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기 바쁘게 애들은 저마다 “와ㅡ”하며 작은 주먹들을 휘둘러대며 환성을 질렀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소리높이 환성을 지른 애는 미령이였습니다. 너무 흥분된 미령이는 막 책상을 두드리기까지 했습니다.

“탕 ㅡ탕 ㅡ”

 

다른때 그런 소리가 들리면 애들의 눈길이 일제히 소리나는 곳에 쏠리겠건만 이 시각에는 누구도 얼굴 돌리지 않았습니다.

   

봄이 시작되여서부터 처음으로 되는 들놀인지라 누군들 싫겠습니까? 애들의 마음은 언녕부터 따스하고 풀향기 풍기는 꽃밭에 가있었습니다..

   

드디여 기다리던 주말이 돌아왔어요. 애들은 여느때보다 일찍이도 교실에 모여들었습니다. 저마다 먼곳에 여행을 떠나기나하듯이 어찌나 준비를 단단히  했는지 가방이 터지지 않은게 다행이였습니다. 옷은 또 얼마나 곱게 입었는지 교실안은 꽃밭이였고 아이마다 꽃아이였습니다.

    

미령인 붉은색, 애령인 노란색, 려화는 푸른색…아이들은 누가 옷이 더 곱냐는듯 서로 눈길로 비기기도했습니다.

    

그런 장면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있던  명억이는 웬지 질투심이 생겨났습니다.

 

원래 명억이는 몹시 행복한 아이였는데 지난해에 부모가 리혼하면서 서로 명억이를 싫다고 하는바람에 그만 고모집에 있게 되였던것입니다.

    

고모는 매일 마작에만 정신이 팔리다보니 그날 명억이한테 맛나는 음식은 물론 옷마저 평소에 늘 입던 누런  옷을 입혀보냈던것입니다. 부모와 고모에 대한 불만을 명억이는 미령이한테 쏟았습니다.

    

“미령아. 옷 자랑 그만해 네 옷을 보니까  네 몸에 불이 달린것 같다야. 아이구 뜨거워라”

그러자 일부 장난꾸러기 애들이 호응했습니다.

 

“불,불,불.불에 콱 데라”

  

 미영이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당장 눈물이 나올것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빨간색 옷을 입은게 후회되였습니다.

    

이때 반장이 나섰습니다.

“너희들 붉은 색갈이 얼마나 좋은지 알고있니? 오성붉은기.세상만물에 없어서는 안되는 해님, 우리 생명을 위해 흐르는 피.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붉은신호등…

 

이 모두가 붉은색이지? 그러니 붉은색은 우리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색이란다”

    

반장의 말에 미령이는 해시시 웃었습니다. 명억이의 눈길은 이번에 애령이한테 쏠렸습니다.

    

“저 애령인 황둥개같구나. 우리집 황둥개가 바로 너처럼 노란색털이야.?”

“하하ㅡ”삽시에 폭소가 터졌습니다.

    

그러자 애령이는 울상이 된채로 반장을 쳐다보았습니다. 이번에도 반장이 나섰습니다

“곡식들이 여물면 노랗지?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도 노란빛을 뿌리지 않느냐?

그외에 금반지, 노란 단풍나무…그러니 노란색도 우리와 떨어질수 없단다”

그러자 애령이는 얼굴에 웃음꽃을방긋 피웠습니다.

    

이쯤하고 가만있을 명억이 아니랍니다.이번에 명억이는 또 려화의 옷을 가리키며 과문외우듯 읽어갔습니다.

“풀벌레야 풀벌레. 꽁꽁 숨어라. 두꺼비가 오며는 넌 죽는다.”

“풀벌레 찍찍…어제 내발에 밟히워 죽었지”

애꾼인 웅걸이가 재미있다고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마음이 상해난 려화는 그만 책상에 엎드리고 말았습니다. 작달마한 어깨가 우로 살짝살짝 솟구쳤습니다.

    

이번에도 가만있을 반장이 아니였습니다.

“뾰족뾰족 돋는 푸른 새싹, 푸른 하늘, 봄소식 알려주는 푸른 잔디 …이러고보면 푸른색도 우리들의 친구야”

    

반장의 말에 방금까지만 우쭐하던 명욱이와 웅걸이는 혀를 홀랑내밀며 잠잠해지고말았습니다.

    

그러자 미령이. 애령이, 려화는 반장한테 고마운 눈길 보냈습니다.

 “넌 평소에 책을 많이 읽더니 정말 아는게 많구나.  우린 어째 그런 생각 못했을가? 오늘 너한테서 많이 배웠어?”

미령이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때 선생님이 들어섰습니다.

 

“학생친구들, 금방 벌어진 일들을 복도에서 다 들었어요. 꼬마친구들, 일곱가지 색갈들은 다정한 형제랍니다. 이 일곱가지 색갈들은 누가 곱고 누가 밉고가 따로없이 서로 협작을 잘해야 지금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수 있어요.때문에 친구들의 옷 색갈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건 유치한 생각이에요.알겠나요?”

“네ㅡ”

 

명억이와 웅걸이의 목소리가 유난히 높았습니다

“자. 그럼 오늘 들놀이 출발!”

“야ㅡ”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기 바쁘게 애들은 환성을 지르며 교실밖으로 뛰여나갔습니다.

금가루 같은 해살이 미령이의 얼굴에 비낀 빨간색과 잘 어울려서 한송이 꽃송이 같았습니다. 

/박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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