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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6/11  옥필
마음에 그려진 아름다운 풍경

하학하여 집에 들어서기 바쁘게 금희는 다급히 불러댔다

 

“엄마ㅡ엄마ㅡ”

 

“금매야. 네 엄만 아까 장춘으로 떠났단다. 외할머니가 편치 않아서 갔는데 며칠 후에야 돌아올 거다.”

 

서재에서 책을 보던 아버지가 알려주셨다.

 

“그럼 난 어째야 하나요? 아이참 내일 운동 때 선생님이 엄마와 함께 달리기 종목에 참가하라고 하던데요.”

 

금매는 안타까운 나머지 발까지 동동 굴러댄다.

 

어느 향진 소학교에서 공부하다 몇 달 전에 현성학교로 전학하여 온 금매는 이번에 한번 멋지게 일등을 해서 친구들과 선생님의 위신을 얻으려했다. 외지학교에서 왔다고 많은 애들이 늘 자기를 멀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달리기라면 금매는 신심이 컸다. 향진 학교에서 운동대회 때면 달리기에서 일등은 점찍어놓고 모두 금매의 것 이였던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금매가 ‘엄마아빠와 함께 달리기’종목을 하겠다고 자진해 나선 원인은 친구들에게 엄마를 한번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금매의 엄마는 쭉 빠진 키에 인물 또한 환하여 엄마와 함께 다닐 때 엄마친구들이 “딸이 이렇게 크도록 그냥 처녀모습이네”하고 칭찬하는 말을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금매는 이번기회에 한번 엄마자랑도 하고 싶었다.

 

며칠 전에 애령이 엄마가 학교에 온 적이 있었는데 청바지에다 하얀 적삼을 입고 거기에다 머리를 단아하게 틀어 올려서인지 보기가 아주 멋져보였다. 그날 애들이 애령이를 둘러싸고 “너 엄마 멋지다. 영화배우 같구나.”하고 말하자 애령이는 너무 좋아서 손벽 치며 한 고패 빙 ㅡ하고 돌기까지 했던 것이다. 금매는 너무도 좋아하는 애령이가 왜서인지 보기 싫어났다. 금매는 인제 애령이의 기를 한번 꺾어놓고 싶었다.

 

(흥. 애령이 엄마가 아무리 멋지다고 해도 키는 작았어 … 키가 1.65인 우리엄마를 보면 너들이 깜짝 놀랄거야.)

그런데 엄마가 없어서 큰일이다. 금매의 작은 가슴에 그림자가 들어앉기 시작했다.

 

“글쎄 그럼 어쩐담?”

 

아버지도 속수무책이라는 듯 머리만 긁적였다

 

그날 저녁 금매는 찌뿌둥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누웠다.

 

(내일 어쩌지? 아버지는 장애자여서 달릴 수도 없고…)

 

생각할수록 안타깝기만 했다. 그러면서 신체가 건강했던 아버지를 한순간에 장애인으로 만들어놓은 그 한족사람이 밉기가 말이 아니였다. 바로 작년에 아버지가 퇴근하여 집으로 오고 있었는데 뒤에서 오던 화물차가 아버지를 저만큼 뿌리쳐놓았다. 허리를 몹시 상한 아버지는 수술했으나 결국 휠체어를 떠날 수 없는 장애인으로 되고 말았다.

 

(이럴 때 아버지만 걸을 수 있어도 얼마나 좋을까?)

 

금매는 이렇게도 생각해보았다. 그러다가 겨우 잠이 든 금매는 꿈속에서 엄마와 같이 달리기시합에 나섰는데 글쎄 제일 앞장에서 달리던 엄마가 불시로 넘어지는 바람에 그만 일등의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금매는 땅에 풀썩 주저앉아서 엉엉하고 울어댔다.

 

“금매야. 웬 일이니?”

 

아버지의 부름소리에 깨여난 금매의 눈가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너 무슨 꿈 꾼 거야?”

 

아버지가 빙그레 웃으며 한마디 했다.

 

“….”

 

아침에 밥을 대충 먹은 금매는 곧바로 학교로 갔다. 운동장은 벌써부터 알락달락 고운 옷차림을 한 아이들로 법석였다 .거기에다 어른들까지도 옷차림이 이뻐서 그야말로 꽃동산을 방불케 했다.

 

정각 아홉시. ‘엄마 아빠의 손을 쥐고 달리기’경기가 시작되였다. 담임선생님이 금매의 이름을 불렀지만 금매는 요지부동 이였다. 함께 달릴 사람도 없는데 나선들 뭘 하랴는 표정이였다.

 

바로 이때 금매의 앞에 휠체어에 앉은 아버지가 나타났다.

 

“금매야 어서 나가자꾸나. 내가 있잖아?”

 

“아니 아버진 왜 왔어요? 누가 오라고 했어요?”

 

금매는 아버지가 미워났다. 인제 친구들이 비웃을 것 같아서 속상해났다.

 

“어쩌겠니? 엄마대신 내라도 와야지 않겠느냐?”

 

“아참 아버지두. 아버지는 달리지도 못하면서... 난 안 달리겠으니 어서 돌아가세요”

 

금매는 아버지가 미운나머지 아예 돌아서서 이렇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금매야 어서 말 들어라. 우린 져도 좋으니 한번 멋있게 달려보자. 나에게는 널 위해 달릴 힘이 얼마든지 있어”

 

아버지의 대수롭지 않은 말이지만 금매는 그래도 나서고 싶지 않았다. 일어 설 수도 없는 아버지와 어떻게… 또 달려도 말등이 뻔한데 달려서 뭘 하랴! 더구나 전학교학생들 앞에서 이런 아버지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금매학생. 아버지의 고마운 마음 받아주세요. 그래야 좋은 학생이랍니다.”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금매를 떠미는 바람에 금매는 마지못해 나섰다.

 

조금 후, 호각소리와 함께 금매는 아버지의 손을 쥐고 스타다트선을 벗어나서 앞으로 달렸다. 아버지는 한손으로는 금매의 손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차바퀴를 돌리다보니 무척이나 힘든지 얼굴은 빨갛게 되였고 또 땀이 비오 듯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얼굴에 미소를 담으신 채로 차바퀴를 돌리고 또 돌렸다. 그러나 결국 지고 말았다.

 

아버지 손을 놓은 금매의 얼굴에는 그늘졌다.

 

(오늘 엄마라면 꼭 일등 할 수 있었겠는데 아버지와 달리는 바람에…)

 

금매는 왜서인지 막 울고 싶었다.

 

일등부터 삼등에 든 학생들이 불리어 주석대 앞으로 나갔다. 그때 스피커가 또 챙챙히 울렸다.

 

“금방 진행된 달리기에서 우린 아주 감동적인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 장애인 아버지가 딸애의 손을 잡고 열심히 달렸습니다. 비록 등수는 들지 못했어도 학교지도부에서는 금매아버지에게 최우수학부형이란 영예를 수여하기도 결정했습니다. 비록 일어설 수도 없는 장애인이라지만 과감히 도전하려는 그 정신 그리고 자식을 사랑하고 책임지려는 금매아버지는 우리 모두가 따라 배워야 할 본보기입니다. 그럼 금매아버지하고 금매학생 어서 주석대앞에 나오세요.”

 

그러자 장내에서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졌다. 그 소리는 푸르른 하늘가에 오래오래 울렸다.

 

금매는 아까와는 달리 얼굴이 환해졌다. 처음으로 느낀 행복이였다. 그러면서 아까 아버지를 원망한 것이 후회 되였고 미안스러워났다.

 

금매는 주석대로 향해 차바퀴를 굴리는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금매의 눈에는 분명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져 있었다. 빨강, 노랑, 파랑…등 색깔로 된 아름다운 풍경! 그 그림은 아버지의 마음에도 그려져 있으리라!

 

금매는 아버지의 손을 쥐고 가슴 벅차게 천천히 주석대 앞으로 향해 걸어갔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여느 때 보다 더없이 푸르기만 했다.

/박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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