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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02/18  이화실
바다가 좋아

                                               

 

                                                                                                                           /차설매

나는 청도로 오기 전인 2006년에 딸의 초청을 받고 일본에 가서 근 반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딸의 집이 도꾜 부근 치바시에 있었는데 바다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그때 나는 처음 바다를 보게 되었다.

옛날 소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바다’라는 단어를 가르칠 때나 중학교에서 ‘해연의 노래’를 가르칠 때 갈매기 날아예는 넓고 넓은 바다를 상상으로 그려 봤을뿐 언제 한번 실감나는 바다를 가봤으면 하고 항상 마음속으로 동경했다.

나는 딸집에 간 이튿날로 피로도 마다하지 않고 곧장 바다로 가자고 졸랐다. 바다로 가는 길은 먼지 한점 없는 넓고 깨끗한 도로였는데 가지각색 나무들로 멋지게 장식되었고 거기에 울긋불긋 아름다운 꽃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눈을 현혹케하고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바다로 들어가는 입구는 아름다운 공원으로 건설되었다.푸른 주단을 깐듯한 연록색잔디며 촉촉히 물기 오른가시 돋힌 장미며 탐스럽게 호함지게 피어있는 동백꽃들이 싱그러운 진한 향기를 풍기며 우리를 무아지경에 빠뜨렸다.

공원안을 빠져나가자 홀연 눈앞이 환해지더니 끝이 지평선과 잇닿은 넓고 푸른 바다가 시야에 확 안겨들어왔다.단번에 가슴이 확 트이고 아 하고 감탄이 절로 나갔다. 멀리 바라보니 아득한 수평선위에 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넘실거리는 물결을 타고 갈매기들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가까이 보니 바다는 잔주름을 잡으며 부드러운 손길로  기슭을 어루만진다.바다위에는 몇척의 화물선들이 평화롭게 오가고 수많은 놀이배들이 흰기발을 날리며 한가로이 떠있다.

우리는 바다물에 손도 씻어보고 돌을 주어 던져도 보며 포근한 백사장에 앉아도 보고 누워도 보고 달려도 보았다. 그리고 불타는 바다가의 석양도 흔상하면서 바다를 배경으로 숱한 사진도 찍었다.

가없이 넓고 푸른 바다, 쉼없이 설레이는 바다를 보며 나는 말 할 수 없는 깊은 감회에 사로잡혔다.수천년동안 갖은 풍상고초를 다 겪으면서도 그 수많은 사연을 품안에 감추어 두고 그 넓은 가슴으로 인류를 포옹해주고 변함없이 수많은 혜택을 주는 바다, 과연 우리는 바다에 무엇으로 감사를 드리며 무엇으로 어떻게 보답해야 하는가?

홀연 끝없이 펼쳐진 은빛 바다 중간에 아릿다운 한 여인의 영상이 떠오른다. 다름 아닌 나의 선량하고 마음씨 고운 시어머님의 영상이다.

나의 시어머니는 춘향이의 고향 남원에서 부자집 딸로 탸어났는데 십팔세에 우리 시아버님을 따라 중국으로 시집오게 되었다. 워낙 춘향이처럼 예쁘고 손톱에 봉숭아 물감까지들인데다 말씨까지 달라서 동네 사람들이 따라다니며 구경하였다고 한다.

 

그런 가녀린 시어머님이 시집온 후 위로는 시부모를 모시고 아들 여섯,딸 둘까지 8남매를 낳아 키우신데다가  거기에 부모 잃은 조카들까지 데려다 키우셨다고 한다. 말이 쉽지 그 조그마한 두칸짜리 초가집에서 열두식구를 먹이고 입히고 보살피기란 얼마나 고달픈 일이 였을까!

더우기 그 곤난한 시기에 숱한 식구들의 먹이를 준비하기란 실로 간단한일이 아니었다. 시부모,남편, 자식들을 항상 먼저 추리고는 자신은 늘 누룽지나 남은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지 않으면 안되었는데 어머님은 한마디의 원망도 없이 천직으로 알고 계셨다. 3년 재해가 들었을 때 돌피를 찧다가 방아에 손등의 뼈가 끊어졌을 때에도,  그 숱한 자식들을 해산하면서 시래국 한사발 변변히 드시지 못해 졸도한 적도 있지만 어머님은 고달프다는 말씀 한마디 없이 묵묵히 식구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시였다.

더우기 자기 자식들은 크게 공부도 못시키면서 큰조카는 집안의 재산을 통 털어 당시의 목단강 고중까지 졸업시켰으며 조카들의 결혼식까지 친 부모처럼 치루어 주었다.

그후에도 어머님은 출가간 자식들이나 조카네 집에 바쁜 일이 있으면 달려가 살림을 도와주고 아이들까지 봐주셨다. 아들들이 많다나니 며느리들도 줄느런히 많았는데 몇십년을 하루와 같이 며느리들과 얼굴 한번 붉힌 적이 없이 언제나 웃는 낯으로 사랑해 주고 배려해 주셨다.

나는 어머님의셋째며느리로 들어왔는데 맨날 잔병으로 앓음치레를 하여 남편을 고생시켰다.그래도 어머님은 언제나 내 켠에 서서 “아프면 자기만 섧고 손해요. 그러니 제때에 약도 사먹고 공작도 적당히 하오.”라고 하면서 나를 고무해주고 관심해주셨다.그럴 때마다 나는 친어머니같은 시어머님이 너무도 고맙고 존경스러워 눈물이 그렁해진다.

그러면서도 당신은 몇십년 고생에 얻은 여러가지 신병때문에 언제나 약보따리를 가지고 다니면서 한번에 약을 한줌씩 드시군 한다.  그래도 언제 한번 어떻게 고생했단말, 어디가 아프단 말, 무얼 드시고 싶단 말, 무슨 옷이 입고 싶단 말 한마디 말씀도 없으시다.

생각해보면 어머니라고 왜 쉬고 싶지 않고 맛나는 음식을 드시고 좋은 옷을 입고 여행도 하면서 한가하고 여유로운 인생을 즐기고 싶지 않았겠는가! 더우기 부자집 셋째달로 태어나 사랑 받고 호강하며 자랐던 그 시절이 그립지 않겠는가?

어머님은 자식들과는 말을  못해도 너무도 고향이 그립고 부모 형제가 그리워 밤이 되면 몰래 이불밑에서 혼자 흐느끼군 했다고 한다. 철이 없던 그때 우리는 우리 어머니는 이 모든 것을 향수할 줄 모르고 어머니기에 응당 그렇게 해야 하는 줄로 알았다.

우리가 늦게야 깨닫고 효도하려 하는데 그렇게 착하게 일생을 살아온어머님이 치매라는 불치의 병에 걸리실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병상에 누우신 어머님은 그 사랑하던 아들딸도, 손주들도 못알아보신다.어머님이 돌아가시기 며칠전 나는 어머님 보러 갔다.

어머님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아득하게 쳐다만 보신다. 나는 젖은 수건으로 어머니의 얼굴이며 몸이며 손이며 깨끗이 닦아드렸다.나는 어머님의 두손을 꼭 잡아 나의 가슴에 안았다.

 

한생을 그 수많은 식구들의 먹거리를 준비하여 하루 세끼 굶기지 않고 음식을 해먹이고 손수 옷을 해입히고 아이를 키우고 밭일까지 하던 손, 어머님은 이 아름다운  손으로 사회의 한세포로서의 한가정을 훌륭하게 옹위하지 않았는가!

나는 시집올때 봉숭아 물깜을 들였던 어머님의 섬섬 옥수를 떠올리며 인생의 파란만장 고개를 넘으며 거칠어진 평범하지만 위대한 한 여성으로서의  어머님의 손위에 감격과 고마움의 뜨거운 눈물을 주르륵 주르륵 흘렸다.

어머님의 일생은 사회적으로 큰 업적은 없지만 한생을 친인들을 한가슴에 품고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바다 같은 사랑을 친인들에게 주어 친인들로 하여금 사회에 유익하고 환영 받는 일원으로 성장하게끔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한 위대한 어머님에 손색이 없다.

나는 머리를 들어 다시 넓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았다.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이 일듯 바다는 여전히 쉼없이 설레인다. 바다밑은 우리가 사는 육지보다 천연적인 보물들이 더 많다고 한다. 바다는 이 보물들을 고스란히 인류에게 바치고 있다. 인류는 어제도,오늘도, 내일도 바다의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 중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의 국제적인 교류활동도 바다라는 수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90%의 국제 물류를 바다를 통해 진행한다고 한다.

그런데 바다처럼 넓은 흉금으로 바다처럼 많은 사랑과 혜택을 주어 인격상에서 평등하고 생활상에서 도와주고 협력하며 서로 고무하고 포옹하면서 세계 모든 나라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위대한 상생모식을 추진해 나가는 이들이야말로 바다보다 이 세상 사람들의 존경과 찬양을 더  받아야하지 않겠는가?

이들이 바로 세계의 전렬에 서서 세기의 기적을 창조해나가고 있는 우리의 위대한 조국 –우리의 사랑하는 어머니시다.

그후에도 나는 청도바다며 한국에 있는 율포바다며 제주바다며 타이에 있는 빠티야의 인도양이며 많은 바다를 가보았다.

나는 푸른 파도 넘실거리는 넓고넓은 바다를 좋아한다. 그리고 떡가루같은 백사장의 금빛모래며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가의 조약돌도 좋아하고 피빛으로 붉게 불타는 바다의 저녁노을도 한없이 사랑한다.

하지만 바다보다 넓은 흉금으로 많은 사람들을 품어주고 도와주고 포옹해주며 바다보다 더 큰 사랑과 혜택을 주는 사람들이야말로 바다보다 더 돋보이고 존경스럽고 바다보다 더 숭고하고 위대하다고 생각된다.

 

 2017년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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