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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11/25  진유
정다운 부름소리

지난 여름 내가 한국에 갔을 묵었던 곳은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이였다. 내가 자리잡고있는 곳과 얼마 멀지 않은 곳에는 부근 주민들의 휴식을 위하여 마련된 자그마한 공원이 있었는데 제법 나무그늘이 있어 좋았다. 그보다는 공원의 절반이 어린이들의 놀이터이고 어른들에 한해서도 여러가지 운동기구가 설치되여 있었을뿐만아니라 벤치도 줄지어 만들어놓고 약수까지 받을수 있어 좋았다.

나는 틈이 나는대로 공원으로 가서 약수를 받은후 벤치에 앉아서 한참씩 더위를 식히군 하였다. 서늘한 그늘밑의 벤치에는 늙은이들이 앉아서 한가하게 더위를 피하고있었는데 참으로 보기 좋았다. 그보다는 어린이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그네를 타거나 놀이기구에서 뜀박질하며 시간가는줄을 모르고 보내는 모습은 참으로 동화속의 세계예 들어선듯한 느낌이여서 벤치에 앉아있는 나도 매양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었다.

그날도 약수를 받고 벤치에 앉아 어린이들이 뛰노는 모습에 빠져있노라니 자기도 모르게 동심에 빠져버리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은미야, 밥먹자

아름아, 밥먹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부름소리에 머리를 들어보니 부근 아파트의 베란다 창으로 애들의 엄마들이 머리를 내밀고 아이들을 부르고있었다. 서쪽이 석양으로 붉게 물드는 저녁시간이였다. 친구들과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뛰놀던 애들이 엄마들의 부름소리에 아쉬운대로 서로 작별인사를 나누고는 깡충깡충 뛰면서 뿔뿔히 자기 집으로 향하였다. 그런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노라니 나이와 걸맞지 않게 부러운 생각이 가슴을 메워오면서 내가 어렸던 시절이 파라노마로 떠올라 넋을 잃게 되였다.

그때 우리는 학교에서 공부가 끝나 돌아올 때면 무슨 놀이를 놀겠나 약속하고는 집으로 돌아가 책가방을 팽개치자 바람으로 약속된 장소에 모인다. 작은 시골마을이라 공원이나 놀이기구같은건 아예 꿈도 꾸지 못하고 시골특점에 맞는 술래잡이, 딱지치기, 닥가락 편을 짜서 노는 놀음으로 시간가는줄을 몰랐었다. 술래잡이로 때로는 너무 깊숙이 숨어 상대편에서 찾지 못하면 그대로 소르르 잠이 들때도 있었는데 다른 애들이 소리높이 불러서야 깨서 나오군 하기도 하였다. 놀음으로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다보니 낯은 땀과 먼지로 얼룩져 말그대로 쥐가 잔치한것 같았지만 너무도 즐거워 시간가는 줄을 몰랐었다. 그러다 해가 서산으로 꼴깍 넘어가게 되면 일밭에서 돌아온 부모들이 불렀다.

일수야, 밥먹자

광일아, 밥먹자

골목골목에서 들려오는 부모들의 부름소리에 놀음을 필하고 아쉬운대로 집으로 돌아가 엄마가 만들어준 장국에 밥을 말아 볼이 미여지게 먹고는 노긋하여 그자리에 꼬꾸라져 단잠에 빠져들군 하였다.

놀음에 탐하여 시간가는 줄을 모르는 아이들을 불러들이는 부름소리를 몇십년이 지나서 한국에 와서 들어보니 감회가 새롭지 않을수 없었다. 지금도 일년에 한두번씩 고향에 다녀오고있지만 비여가는 고향마을에는 오직 늙은이들뿐 아이들을 만난다는건 정말 옥황상제를 만나는것과 같다면 적절할것이다. 부를 아이도 부를 부모도 없으니깐 말이다.

도시에서 공부하는 애들도 공부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콘크리트속에 갇혀서 그날 숙제를 완성해야 하며 설사 숙제를 마쳤다해도 나와서 뛰놀려 하지 않는다. 나와서 뛰놀기보다는 집에서 컴으로 게임을 하는것이 재미있기때문이다. 나와 놀려해도 모두 콘트리트투성이인 아파트마당에서는 그들의 마음에 드는 놀음을 할수 없고 함께 친구도 한동네 아파트가 아니고 멀리 떨어져있다보니 혼자일수밖에 없다. 그보다는 가장 주요한 문제는 엄마, 아빠가 없다보니 사숙으로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 신세로 보내다보니 안전문제로 많은 제약을 받아야 한다.

아파트라면 한동에 적어서 그제날 농촌의 마을 인구가 살고있지만 석양이 붉게 타는 저녁이 되여도 애들을 불러들이는 소리를 들을수가 없다. 애들을 부를 필요도 없겠지만 불러줄 이도 없기때문이다. 그러니 우리의 애들은 자기를 불러주는 부름소리가 얼마나 정다운지 알지 못하며 정다움을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니 어린 가슴은 나이와 걸맞지 않게 갈라서 터지고있다. 이제 그들이 어른이 되여서 자기 자식들을 불러 줄수 있겠는지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수 없다.

나는 우리가 살고있는 아파트단지 어디에서나 석양녘이면 베란다로 아이들을 불러들이는 정다운 부름이 들려오는 날이 있기를 두손모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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