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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02/06  개원 청솔 이한택
B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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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택


조개
 
    한낮의 태양이 쨍쨍 내리쬐고 있다.
더위에 시달린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려 올 뿐이다. 높은 키를 자랑하듯 못 가장자리에 오롯이 모여선 부들이 한가이 낮잠을 자고 있다. 고요한 수면우로는 몇마리의 소금장사들이 동동 떠다닐뿐이다.
    왜소한 남자아이가 더위도 잊은채 멍하니 못가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볼에는 눈물자국이 선명하게 나있다. 보아 좀 전에 운것이 분명하다.
    꼬리를 문 한쌍의 잠자리가 평온한 수면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내려 앉았다 날아 올랐다한다. 점점 커져가는 동그라미들을 무심히 바라보는 남자아이의 평온한 얼굴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 야, 이새끼야, 저리로 못가나! "
    한무리의 조무래기들이 강으로 물고기 잡으러 가고 있었다. 남자아이는 함께 따라가려고 나섰지만 골목대장의 호통소리에 그만 자리에 굳어지고 말았다. 떠들썩하며 멀어지는 친구들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기만 할뿐이다.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을 불끈 쥔 작은 주먹으로 연신 닦고 있었다. 입을 꾹 다문 남자아이는 고집스레 서있다.
    조무래기들은  멀리가고 이젠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가늘고 약한 팔다리를 만지작거리던 남자아이는 결국 고개를 푹 떨구고 만다.
    며칠전에 동내 아이들이 팀을 나누어 나무 바라오르기 시합을 했었다. 남자아이는 몇번이고 미끄러지다 겨우 나무에 기어올라갔지만 결국 상대편에 크게 지고 말았다. 안그래도 자존심이 상해 죽을 지경인데 계속되는 아이들의 놀림에 그길로 집에 돌아와서는 엉엉 울었다. 그리고...그리고 매번 놀이 때 마다 남자아이 팀은 지고 말았다. 
    " 이담부터 니는 우리 따라다니지 말거라! 니 때문에 우린 맨날 꼴찌야"
    아이들의 비아냥대는 소리가 아직도 귀를 때린다.
    남자아이는 두손으로 귀를 꽉 털어 막았다. 그 누구도 찾아주지 않자 너무나도 서럽고 외로웠다. 사방을 빙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 흥! 앞으로 내 혼자서 놀거야, 같이 놀자고 해도 안 갈거야 ‘
    실컷 울고 나니 남자아이의 마음은 조금 후련해졌다. 동그라미를 그리던 잠자리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수면에서 미끄럼을 타던 소금장사들도 집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호기심에 찬 남자아이의 눈길은 물속으로 향했다.
    물속 뽀얀  바닥에 기다랗게 선이 그려져 있었다. 그 선을 따라 가보니 조개 한마리가 기어가고 있었다. 살짝 벌린 조개껍질사이로 하얀 혀를 내밀고 더듬거리며 넘어질듯 아찔하게 기어가고 있었다.
    " 흥! "
    굼뜨게 움직이는 조개를 바라보던 남자아이는 입고리를 실룩거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조개는 남자아이에게 보잘것없는 미물로 여겨졌다. 남자아이의 생각 따위는 개이치않는듯 조개는 느리지만 부지런히 앞으로 앞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친구도없이 외롭게 기어가는 조개를 보니 한없이 가여워졌다.
    호기심이 동한 남자아이는 조개가 어디로 가는지 더 관찰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걸 어쩐담?! 기어가는 조개 바로  앞쪽에 누군가의 큰발자국인지 깊이 패여 있었다. 불쌍한 조개가 그 시커먼 구뎅이에 빠지면 영영 나오지 못할것만 같았다.
    ‘ 바보야!  앞으로 더 가면 안되, 거기에 빠지면 못 나와 ’
    남자아이는 걱정어린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들었는지 말았는지 조개는 부지런히 앞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급해난  남자아이는 엉겁결에 물속에 발을 들여 놓았다. 한낮의 태양열에 데워진 개울물은 따끈따끈하였다. 남자아이의 작은 발은 흙탕물을 일으키며 한발짝 두발짝 조개가  있는 쪽으로 더듬어갔다.
    " 앗! "
    미끄러져 몸을 휘청하다가 겨우 몸을 가누었다. 남자아이는 다시 물속을 살핀다. 그러던 남자아이가 무엇에 놀랐는지 허둥지둥 밖으로 뛰쳐나오고 말았다. 물가 멀리로 뛰쳐나온 남자아이는 걱정어린 눈빛으로 물속을  바라본다. 그곳에 보기만해도 소름끼칠 커다란 거마리가 몸통을 늘였다줄였다하면서 조개가 있는 쪽으로 기여가고 있었던것이다.
    겁먹은 남자아이는 이맛살을 찌프리며 물속의 조개를 걱정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그 무서운 흡혈귀가 달려드는 순간 위협을 느낀 조개가 입을 꾹 닫아버린것이였다.  딱딱한 조개를 여기저기 더듬던 거마리는 끝내 포기하고 다른곳으로 휑하니 가버린다.
    ‘ 난 또 괜히 걱정을 했네! ‘
    얼굴이 새하얘진 남자아이는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두개의 딱딱한 껍질로 자기를 보호하는 조개를  보니 신기하고 부러워졌다.
    순간 남자아이는 무한한 상상에 빠져든다. 윤슬이 반짝이는 깊숙한 개울속의 폭신한 흙탕물바닥에 남자아이는 아늑하게 누워있다. 홀연 남자아이는 딱딱한 보호막을 가진 조개가 되어 있었다. 단단한 껍질속에서 그 무엇이 덥쳐와도 무서울것이 없었다.
    남자아이는 조개껍질을 살며시 열어 보았다.
    신기했다.
    원래 거기에 나 있었던것처럼 조개껍질은 남자아이와 혼연일체가 되어있었다. 남자아이는 조개입을 크게 벌리고 새처럼 날개짓을 해 보았다. 그러자 몸뚱이가 물속에서 비뚤거리며 앞으로 옆으로 떴다 갈아앉았다 하면서 잘도 나아갔다.
    그렇게 활개치며 재미나게 놀던 남자아이는 그 무엇이 자기를 노리고 있음을 눈치채고 재빨리 조개입을 닫아버렸다. 그 순간 사납게 달려든 괴물이 남자아이를 쿵쿵 들이 박으며 조개껍질을 벗기려고 기를 썼다.
    간이 콩알만해진 남자아이는 조개입을 단단히 걸어 잠그었다.
    한참이고 기를 쓰던 괴물은 끝내 포기하고 어디론가 휘∼익 가버렸다.  남자아이는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리고 안전한 조개껍질속에서 영원히 나오고 싶지 않았다.
    물가에 앉은 남자아이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하였다.
    수면에 반사된 햇살이 눈을 콕콕 찌른다. 콧마루가 찡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개구리

 

친구들은 대장을 따라 모두 강으로 갔다. 아마 지금쯤이면 반두로 고기를 잡느라 야단법석일것이다. 아이는 혼자만 남았다. 주위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 아~ 아~ ”

“아~ 아~ ”

한무리의 게사니들이 대가리를 높이 들며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역겨운 울음소리는 마치 자기를 비웃는 듯 귀에 거슬렸다.

“ 이 못난것들아. 저 멀리 가란 말이야! ”

조약돌을 주어 든 아이는 온 힘을 다해 돌팔매질을 해댄다. 돌을 맞고 갈팡질팡하던 게사니들은 긴 모가지를 땅에 붙이고 사납게 날개를 퍼득이며 아이한테로 공격해왔다. 아~아~ 거리며 달려드는 게사니들의 기세에 몹시 놀란 아이는 걸음아 날 살려라며 줄행랑을 놓는다.

“ 아이, 짜증나!”

머리우에서 째지는 듯한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귀를 때린다. 나무그늘 아래에 한가히 드러누운 아이는 속상했다. 게사니도 매미도  다 친구가 있는데 혼자만 친구가 없다. 순간 서러움이 북받치고 눈물이 핑돌았다. 고집스레 꼭 다문 입은 나는 눈물을 애써 참아낸다.

고개를 푹 떨군 아이는 작은 물도랑을 따라 걷고 있다. 손에는 아까 꺾어 온 나무가지가 쥐어져 있었다. 하도 심심한 아이는 나무가지로 풀숲을 휘저으며 걸어간다.

“풍덩!”

그때 놀란 청개구리가 물도랑으로 풀쩍 뛰어들었다. 물속에서 요리조리 잽싸게 옮겨 다니던 청개구리는 컴컴한 발자국자리에 숨어 들었다.

순간 아이의 두눈에 빛이 났다. 아이는 한치의 주저도 없이 물속에 뛰어들었다. 숨죽이고 발볌발볌 다가간 아이는 움푹 패인 발자국속으로 잽싸게 두손을 밀어 넣는다. 차갑고 물컹하고 매끈한 무엇이 손아귀에 잡혀왔다. 청개구리는 아이의 작은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고 기를 쓴다.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청개구리를 제압할수가 있었다.

“야! 잡았다.”

아이는 청개구리를 머리 높이 치켜들었다. 흙탕물이 가득한 아이의 얼굴은 승리의 기쁨이 가득했다.

청개구리를 잡아든 아이는 신기한 듯 요리조리 살펴본다. 부릅뜬 퉁방울눈. 뚱뚱한 배 그리고 앞으로 툭 삐어 나온 주둥이는 어딘가 익숙했다.

어디에서 봤을까?

골똘히 생각하던 아이는 물릎을 탁쳤다. 맞아, 그놈이다. 매일 자기를 괴롭히던 골목 대장을 신통히도 닮았다. 청개구리와 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닮았다. 

킥! 킥!

손에 든 청개구리를 내려다 보는 아이는 가까스로 웃음을 참는다.

“ 에익 튀! 더러워 ”

손에 쥔 청개구리를 멀리 내 던지려는 순간이였다. 퉁방울 눈을 한 골목대장이 능청스레 바라보며 낄낄대고 있었다. 

니는 아뭇것도 아니야! 머리가 좋아도 내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았지? 히히히 앞으로 내 명령에 복종하며 내 졸개로 살아, 그러면 다른 애들도 너와 같이 놀아주지.

“미친 놈! 골목대장은 머리가 똑똑한 사람이 해야 하는것이야! 우리 할아버지가 그러셨어! 너는 머리가 나뻐 잖아 “ 

아이는 손에 쥐여있는 배불뚝이를 향해 꽥 소리 지른다.

휙!

욕설을 퍼부어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아이는 개구리를 땅바닥으로 힘껏 내친다. 

끼이익!

땅바닥에 내쳐진 청개구리는 외마디소리를 지르며 네다리를 쭉 뻗었다. 네다리를 바둥거리다 겨우 몸뚱이를 바로 세웠다. 퉁방울눈은 꼭 감겨져 있었다. 짧은 앞다리로 눈을 마구 비벼댔다. 한참이고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청개구리는 퉁방울눈을 껌벅이며 아이를 바라본다. 그 으시대던 골목대장의 꼴이 말이 아니였다.

킥킥!

땅바닥에 주저 앉은 아이는 깨꼬소한듯 청개구리를 쳐다본다

순간 아이의 머릿속에 무서운 생각이 스친다, 아이 얼굴엔 섬뜩한 표정이 넘실거린다. 

아니야!  안되.

엄마의 말씀이 귀전에 쟁쟁하다.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지말고 착하게 살아야 하느니라, 그래 우리아들이 제일 착하지, 암 그렇구 말구!

아이는 다시 청개구리를 주어들었다. 손바닥에서 달아나려고 아둥바둥한다. 아이는 손에 힘을 주어 꽉 쥐었다. 바둥거리던 골목대장은 퉁방울 눈을 부릅뜨고 아이를 쏘아본다.

달아나지 못하게 청개구리의 뒷다리를 꽉 틀어쥐었다. 아이는 한손으로 청개구리의 주둥이로부터 살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살가죽이 벗겨지자 흐르는 피에 아이의 손이 빨갛게 물든다. 놀란 청개구리는 뒤다리를 뻗치며 달아나려 안간힘을 쓴다. 아이의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져있다. 호흡이 거칠어졌다.

끄으얼!

고통스레 쩍 벌어진 청개구리의 입에서 역겨운 소리가 난다. 개구리의 비명소리에도 아이는 조금도 개이치 않았다. 오로지 살가죽을 벗기는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땀방울이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린다. 아이는 고집스레 청개구리의 살가죽을 벗기고 있었다. 이제 네 다리만 남았다. 벗겨진 개구리의 살가죽은 도랑물에 둥둥 흘러갔다. 이제 한 다리만 남았다. 아이는 개구리의 발가락의 살가죽까지 다 벗겨버린다.

후∼

아이는 깊은 숨을 내쉰다. 땀이 줄줄 흐르는 얼굴에는 승리의 기쁨이 역력했다. 홀라당 살가죽이 벗겨진 청개구리는 발그레한 살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주둥이와 까만 눈에서는 새빨간 피가 줄줄 흐르고 있다.

“ 대장은 무슨... 흥! 꼴 보기 좋다! 킥킥킥 “

골목대장의 우습광스러운 모습에 만족한듯 아이는 키득대고 있었다.

“ 오냐. 착하지 우리 아들! ”

귀전에서 엄마의 자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이 번쩍 든 아이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아이는 급히 손에 쥔 청개구리를 들어 보았다. 다행이다. 온전한 청개구리가 손에서 발버둥치고 있었다.

‘ 나는 착한 아이야. 절대 다른 사람한테 해를 끼치지 않아! ‘

안도의 한숨을 내쉰 아이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쥐고 있던 청개구리를 도랑으로 던져버린다.

첨벙!

물속에 떨어지기 바쁘게 청개구리는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었다. 한참이고 물속을 멍하니 바라보던 아이는 획 돌아서 집으로 향했다. 엄마가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해놓고 기다리고 있을것이다.

 
기러기 모자
 
    지난 날의 슬픈 사연들이 필름처럼 떠올라 남자아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날도 남자아이는 같은 학급 친구들에게 구타를 당했다.

    중학교에 들어서고부터 따돌림과 학폭은 더 심해졌다.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는 남자아이의 책상우로 종이 쪽지 하나가 떨어진다. 남자 아이는 그 종이쪽지를 봤는지 말았는지 열심히 필기장에 글을 쓰고 있었다. 바로 코앞에 떨어진 종이쪽지를 보지 못했을리가 없었다.

“ 야! 이자식, 빨리 쪽지를 보란 말이야. “

등뒤에 앉은 싸움대장의 졸개인 상준이가 손가락으로 옆구리를 쑤셔대고 있었다. 남자아이는 못 들은 척 하고있었다. 열심히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남자아이의 태도에 성이 상투밑가지 오른 상준이는 발로 남자아이의 걸상을 걷어차기 시작했다. 남자아이는 마지못해 글쪽지를 주어들었다.

“ 수업이 끝나면 그곳으로 오거라. 대장이 볼 일이 있단다! ”

그곳? 학교의 뒷골목을 말하는것이다. 남자아이는 잘 안다. 저 놈들이 또 돈을 뜯어갈려는것이다. 사흘이 멀다하고 그곳으로 끌고가서 돈을 뺏았었다. 그러다 아무리 뒤져도 돈이 안 나오는 날이면 사정없이 매를 안기는 것이였다.  

‘ “흥! “

남자아이는 뒤를 돌아보며 상준이를 쏘아보았다. 세상에서 제일 못된놈이 졸개질을 하며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놈들이다.

“ 야, 빨리 못오나! “

하학종이 울렸다.

교과서와 필기장을 가방에 넣었다. 남자아이가 학교문을 나서서 집으로 가려는데 상준이와 영삼이가 불러세운다. 고개를 저어보이고는 앞장서서 학교뒷골목으로 걸어간다. 잔소리 말고 빨리 따라오라는 휴늉을 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머뭇거리던 남자아이는 마지못해 그들을 따라 학교 뒷골목으로 굽어들어갔다. 골목뒤에서 싸움대장인 찬호가 기다리고 있다는것을 남자아이는 짐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찬호가 휘파람을 불며 남자아이를 비웃듯 바라보고 있었다.

“ 야, 니 요며칠에 간이 배밖으로 나왔나? 불러면 퍼뜩 따라 올것이지...왜 우물쭈물거려! “

찬호는 건들거리며 남자아이 앞으로 다가갔다. 겁에 쫄아있는 남자아이를 한참이고 째려보다 오른팔을 들어 싸다귀를 후리쳤다. 한번에 성이 찾지 않았는지 두팔을 번갈아가며 남자아이의 양쪽 싸다귀를 사정없이 후리쳤다. 눈앞이 번쩍하고 얼굴이 얼얼해났다. 입안에서 무엇이 흘러내렸다. 비린내가 입안 가득하였다. 남자아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꼿꼿이 고개를 쳐들고 찬호를 쏘아보고 있었다. 불끈 쥔 남자아이의 두주먹은 파르르 떨고 있었다. 코피가 줄줄 흐르는 남자아이의 두눈에서는 눈물이 그렁했다.

“ 뒤져봐! “

찬호가 소리지르자 상준이가 해해거리며 다가가 남자아이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찬호와 영삼이는 담배를 꺼내서 피우기 시작했다. 담배연기를 뿜어대며 둘은 낄낄대고 있었다. 돈이 얼마나 나올지 탐욕스럽게  남자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아이의 코에서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들은 그런 남자아이를 개의치 않았다.

“ 나왔다, 어이, 오늘 괜찮은데. 히히히”

남자아이의 바지주머니에서 10원짜리 지폐 서너장을 꺼내 든 상준이는 환호하며 흔들어댄다.

“야, 뭘 째려보는거야! 무릎 꿇어! 빨리”

찬호가 남자아이한테 호통을 친다. 옆에서 낄낄거리던 영삼이가 달려들어 남자아이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남자아이는 픽하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상준이와 영삼이는 번갈아가며 쓰러져있는 남자아이게 얼굴과 배에 발길질을 했다. 얻어 맞은 남자아이의 눈은 팅팅 부어올랐다. 찢어진 입술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 그만해, 됐어! “

땅바닥에 꿇어 앉은 남자아이에게 다가간 찬호는 음흉하게 웃고 있었다. 빼앗은 돈으로 남자아이의 얼굴을 후리치며 낄낄거린다.

 “ 야, 오늘 니를 봐주는거야, 이 돈이 너를 살린거라구, 다음에는 엄마보고 돈을 더 달라고 그래라! 히히히”

“ 가자, 맛있는것 사먹어러 가자! “

남자아이를 남겨두고 셋은 만족해서 가버린다.

그들을 쏘아보고 있던 남자아이는 주위를 살피다 부랴부랴 책가방을 찾아들었다. 그리고 책가방에서 무엇을 꺼내들었다. 그것은 날이 선 개잡이 칼이였다. 며칠전에 거리에서 3원을 주고 산것이다. 어머니 모르게 갈고 또 간 칼은 날이 시퍼렇게 서 있었다. 이 날을 위해서 준비한 칼이다.

남자아이는 칼을 들고 앞으로 달려간다. 더는 참아서는 안된다. 더는 이렇게 당하고만 살아서는 안된다. 악에 받친 남자아이는 그들이 사라진 골목으로 달려간다. 그놈들이 보인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남자아이의 눈에서는 시퍼런 불빛이 펀득이고 있었다.

앞으로 달려가던 남자아이는 갑자기 멈추어섰다.

‘ 착한 아들아, 어러면 안되느니라! ‘

문득 귓전에 어머니의 애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해 서있던 남자아이는 손에 쥔 칼을 허공에 마구 찍으며 포효하였다. 불쌍한 어머니를 두고 차마 그렇게 일을 저질럴수가 없었다.

    남자아이는  이런 몰골로 집에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맞아 돌아오는 아들을 보고 속상해 할 어머니를 생각하니 차마 그럴수가 없었다. 세상에서 제일 인자하고 위대한 어머니가 그런 고통을 받으면 안된다고 남자아이는 생각했다.
    이사 오기전 어머니는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었다. 홀로 아들을 키우는 외로운 처지였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않고 행복하게 살았다.
    평온한 가정에 불행이 찾아온것은 남자아이가 학교를 다니고부터서였다. 덩치가 크고 심술궂은 몇몇 아이들이 늘 남자아이를 괴롭혔다. 나이에 어울리지않게 키가 작고 나약한 남자아이는 늘 따돌림을 당했고 매를 맞기가 일쑤였다.
    어머니는 학폭 아이의 부모를 찾아 갔지만 아무런 결과가 없자 다시 학교로 찾아 갔다. 그러나 돌아온것은 더 심한 구타와 따돌림이였다.
    이런 환경에서 아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할수없다고 판단한 어머니는 좋은 직장도 버리고 낯선 이곳으로 이사를 하기로 결심하였다.
    남자아이는 새 학교로 전학하였다.
    재빨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남자아이는 학습성적도 몰라보게 올라갔다. 살갑고 인정이 많은 남자아이는 새 친구도  많이 생겨났다. 매일 얼굴에 웃음을 띈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낯선 곳으로  이사온 어머니는 생계를 위하여 시장에 작은 가게를 내고 장사를 시작하였다. 어머니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에 손님들이 점점 많아지고 돈벌이도 잘 되였다.
어머니의 희생으로 남자아이는 평화로운 소학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우수한 성적으로 현에서 제일 좋다는 중학교에 입학하였다.
    불행은 또다시 두 모자에게 찾아 왔다.
    중학교는 각지의 아이들이 한곳으로 모이다보니 불량한 아이들도 한곳에 모이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소학생 학폭에 비해 덩치큰 중학생들의 학폭은 몸서리치게 무서웠다. 당연히 키가 왜소한 남자아이는 그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였던것이다.
    하학길에 용돈을 빼앗는것으로부터 새신발이 좋다며 발가락이 나올정도의 헌 신발을 바꿔신은 적도 있었다. 거기까지는 눈감아주시던 어머니는 사흘이 멀다하고 매맞아 돌아오는 아들을 보니 속이 재처럼 타들어갔다. 허구한날 방에만 갇혔어 나오지않는 아들이 그릇된 생각을 할가 가슴을 졸이시던 어머니는 또다시 이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아픈 지난날들을 생각할수록 남자아이는 슬퍼졌다. 자기보다 마음고생이 심할 어머니를 생각하니 더욱이 그랬다.
    온 종일 밖에서 돌다 저녁 자습시간이 다 되였어야 남자아이는 학교로 돌아왔다. 책을 꺼내들고 문제풀이를 하였으나 배에서 자꾸 꼬르륵 소리가 나 집중을 할수가 없었다.
    교실에 들어선 담임선생님이 조용히 남자아이를 사무실로 불렀다.
     " 화장실에 가 세수를 좀 하고 오세요 "
    남자아이는 아무 대꾸도없이 화장실에 가 수도꼭지를 콸콸 틀어놓고 얼굴이고 옷에 묻은 피딱지를 깨끗이 씻었다. 할퀸 상처에 물이 닿으니 쓰리고 아파났지만 꾹 참았다.
     흥!
    남자아이가 온 힘을 다해 코를 풀자 시뻘건 콧덩어리가 훅하고 튕겨져 나왔다. 막혀있던 코가 뻥 뚫리니 살것만같았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약을 꺼내놓고 담임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 약을 바르면 매우 쓰릴것이야, 꾹 참으세요! "
선생님은 부드러운 손길로 얼굴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 남자아이는 입을 꾹 다물고 아픔을 참아낸다.
    " 학생동무, 많이 서럽고 속상하지! "
    약을 다 바르고 약병마개를 털어 막으며 담임선생님이 자애로운 눈길로 남자아이를 바라보았다. 끝내 오기를 부리던 남자아이는 소리를 죽여가며 서럽게 울었다.
    선생님이 빵과 따끈한 찻물을 부어서 남자아이 앞으로 쑥 내밀었다. 남자아이는 머리를 푹 숙이고 있었다. 쏟아질 선생님의 비평을 기다리고있는 모양새였다.
    " 학생동무, 머리를 들게, 선생님은 이미 사건의 자초지종을 다 들었어요, 그 학생들을 단단히 훈계했으니 앞으로 더는 학생동무를 괴롭히지 못할거요, 잘못한것이 없는데 왜 머리를 숙여요! 머리를 번쩍들고 당당하게 앞을 보세요 "
    " 선생님도 어릴적에 학폭의 피해자였어요. 매도 많이 맞았고 욕도 많이 먹었지요. 친구들의 따돌림을 당하고보니 서럽기도하고  많이 괴로웠어요, 우울증으로 한달씩이나 문밖에 나가지 않았어요, 한순간 죽고싶은 생각까지 확 들었었지요. 그러나 한순간도 옆을 떠나지않고 지켜주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차마 그럴수가 없었지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아도 그때 잘 참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아픈 사연을 담담하게 예기하시던 선생님이 창문을 활짝 열었다. 창공에서 수리개 한마리가 힘차게 날아예고 있었다. 한참이고 수리개를 바라보고 있던 선생님은 학생을 향해서 힘주어 또박또박 말했다.
    " 학폭을 당하는것은 고통스러운것입니다. 그렇다고 주눅이 들어서 모든것을 포기하는 학생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매번 힘들때마다 나는 어머님의 말씀을 떠올리군 합니다. 인생길에는 꽃길만 있는것이 아니라 가시밭길도 있다는것을 일깨워주셨습니다. 모든 곤난을 극복한 사람만이 저 창공의 수리개처럼 휘황한 정점에 도달할수 있다는 도리도 알았습니다. "
    남자아이는 기대에 찬 선생님의 눈길을 바라보았다.
    순간 남자아이는 만감이 교차했다. 우울증을 앓는 아들을 품에안고 서럽게 우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모든 곤난을 이겨내고 꼭 성공해서 어머니에게 행복을 안겨주리라고 남자아이는가슴 깊이 맹세했다. 

BZZ
    " 방금 접수한 뉴스 속보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송림제2중학교의 김만복이라는 학생이 어제깨로 실종이 되였습니다. 학생이 집에 돌아오지않자 부모가 친척집이고 학생이 갈만한 친구집에 다 연락을 해봤지만 모두가 그의 행방을 모른다고했습니다. 오늘 새벽까지 학생이 돌아오지않자  급히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들이 CCTV를 확인한 결과 학교를 나선 김만복학생이 한 골목에서 마지막으로 사라진후 어디에서도 그 종적을 찾을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실종 학생의 집으로 BZZ가 적혀있는 글쪽지가 전달되였다고 합니다. BZZ글쪽지는 몇년전 송림제1중학교 학생납치사건 때 전달되였던 글쪽지와 똑 같아서 동일범의 소행으로 경찰들은 보고있습니다. 그때 납치범을 검거하지 못했기에 글쪽지에 적혀있는 BZZ가 무슨 뜻인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하는것인지 전혀 밝혀내지 못하고있는 상태입니다. 몇년전의 학생납치사건이 해결이 안된 상황에서 또 학생납치사건이 터지자 경찰들의 무능함을 지적하는 등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송림시정부에서도 빠른 시일내로 반드시 납치범을 검거해야한다는 강압적인 입장을 재차 표명하자 시공안국과 경찰에서도 온힘을 다해서 납치범 검거에 나서고있다고 합니다. 시민 여러분, 시정부에서도 사회의 안정을 도모하고 사회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하여 항간에 떠도는 가짜뉴스를 절대 밎지말고 정규매체에서 내보내는 뉴스만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하고나섰습니다.  "
    테레비에서 미녀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긴 복도를 지나 욕실에까지 또렷이 들려왔다.
    나는 뜨거운 물이 가득한 욕조속에 몸을 담그고 지긋이 눈을 감고 있었다. 이 시각 하루의 긴장과 피로가 확 풀리는것만 같았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던 땀방울이 주르르 볼을 타고 흘러 내린다. 미동도 없던 나는 혀를 날름거리며 흘러 내리는 땀방울을 핥아 보았다. 약간 짠것외에는 아무 맛도 없었다. 
    잠자듯 욕조속에 무아지경으로 누워 있었다. 피로가 쌓이거나 긴장이 되는 날이면 욕조속에 파묻혀있는것이 나의 생활습관이 된지가 오래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가?
    잠자듯 하던 나는 돌연 두눈을 부릅뜨고 거위목을 길게 빼들고 주위를 샅샅이 살펴 보았다. 거기에는 누구도 없었다. 식당에 출근한 아내는 저녁 9시가 다 되어서야 돌아올것이다.
    간간이 들려오는 텔레비소리외에는 주위가 조용하였다.
    숨을 한껏 들이마시고는 몸이 미끄러지듯이 내려가 물속으로 쏙 잠수했다. 온 세상이 조용해졌다.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시각 나는 입을 꼭 닫아버린 조개가 되어있었다. 세상만사를 잊은채 안전한 조개껍질속에서 나는 행복감을 느꼈다.        
    ‘ 푸∼’
    숨을 더는 참지 못하고 도망치듯 물밖으로 몸을 일으켜 세운 나는 숨이 넘어가게 기침을 해댔다.
    테레비에서는 아직도 학생납치사건을 보도하고 있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린 탓일까?  타들어가듯이 목이 말랐다. 손을 뻗쳐 욕조 머리맡에 가져다 놓은 맥주병을 잡아 들었다. 목을 젖히고 콸콸 입으로 부어 넣었다. 술을 마신다기보다는 온 얼굴에 술을 쏟아 부었다고해야 더 적절할것이다.
    ‘ 아따, 시워해라! ’
    맥주 한병을 들이키고 나니 긴장감이 확 풀리였다. 욕조물에 빈 맥주병을 둥둥  띄여놓고 멍하니 쳐다 보았다.
    한참이고 그렇게 있던 나는 급히 욕조에서 뛰쳐나와 다급히 거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허겁지겁 전화를 찾아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해댔다.
    " 동생, 돼지를 우리에 잘 가두었소? "
    " 네, 형님 걱정을 붙들어 매소, 방금 먹이를 주고 샤워를하고 있던중입니다. "
    " 알았네, 요즘 구제역이 돌고 있으니 외딴사람은 절대 들이지 말게...그리고 늙은 돼지들은 먹이주는 주기를 꼭 잘 지키게, 살이 빠지면 큰일 난다니깐! 그러면 수고하게 동생 "
    “ 동생은 워낙 듬직하고 매사에 깐깐하니까 걱정할 필요도 없는데... 괜히 귀찮게 전화를 했네, 허허 "
    전화를 끊고서야 거울에 비낀 나의 망측한 모습에 기절할뻔했다. 실 한오리 걸치지않은 알몸뚱이에서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 답지않게 긴장해진 모습에 저도 모르게 실소를 했다. 그래도 전화를 하고 나니 한결 안심이 되였다.
타올로 몸의 물기를 깨끗이 닦고 나서 욕조의 물을 뺐다. 물이 빠지는 동안 비누가루를 묻힌 타올로 욕조를 깨끗이 닦았다. 바닥에 머리카락 하나 보일세라 깨끗이 청소를 했다. 워낙 까타로운 마누라의 잔소리를 듣기가 싫어서였다.     
    서재에 들어가 학교에서 못다한 비과를 시작하였다. 내일 가르칠 내용은 연체동물에 대한 내용이다.
벽시계를 보니 저녁 8시가 다 되였다. 슬슬 배가 고파났다. 이놈의 배에 거지가 들었는지 자꾸 꾸루룩 소리가 났다. 책상위에 놓여있는 쵸콜레드 사탕을 하나 입으로 쑤셔넣었다.
    마누라 퇴근시간이 아직 멀었다. 가는 길에 과일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딸기도 살겸 조금 일찍이 문을 나섰다.
    길거리는 벌써 가로등이 훤히 밝혀져 있었고 자그마한 광장에서 몇몇 늙은이들이 스피크를 틀어놓고 춤을 추고 있었다.
    청신한 바람이 불어와 이마의 머리카락을 시원히 날려준다.
    " 여보, 이쪽이야! "
    일을 마치고 막 식당문을 나서던 마누라가 나를 발견하고 어린애처럼 뜀걸음질하며 달려왔다.
    " 네 참! 마중나오지 말라니깐요. 힘들텐데 왜 또 나왔어요 "
    속에 없는 말을 재잘대며 다가온 마누라는 덥썩 나의 팔짱을 끼고 끌듯이 집가는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 여보, 저기 걸상에 좀 쉬였다 갈가? "
    비좁은 걸상에 벌러덩 누워버린 옆으로 마누라가 비집고 들어와 누웠다. 우리는 조용히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총총히 박혀있다.
" 여보, 별은 많은데 옛날 같지가 않아, 옛날에는 별들이 반짝반짝 하였는데...별들도 우리처럼 늙어 가나봐? "
    마누라의 서글퍼진 목소리였다.
    " 바보 마누라, 별들은 영원히 늙지 않아, 도시에서는 가로등이 너무 밝아서 별들이 빛나지 않을뿐이야. 허허"
    우리는 한참이고 말이 없었다. 조용히 별들과 마주보고있는 이 순간이 참 좋았다.
    " 누나, 정말 고마워서, 그때! "
    "뭐?... 그때 마음 고생이 참 많았었지, 학폭을 당한 아들을 품에 안고 우는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해...그때 그놈들을 찾아가 볼기가 찢어지게 때려 놓았지, 호호호 " 
    " 그래 이 누나가 많이 고맙겠지! 하루 종일 강가에 옹크리고 앉아 조개를 구경하는것을 자살로 오인하고 다짜고짜로 집으로 끌고 간것을 생각하면... 누나가 고마와서 패랭이꽃을 따다 주었어요? 호호호 "
    " 아주 고마웠지! 친구하나없는 나를 데리고 놀아 주어서니, 그런데 말이야, 누나마누라가 이쁜줄로만 알았지 또 이렇게 착한줄은 정말로 몰랐지. 허허 "
    " 빨리 집에 갑시다. 누나마누라가 좋아하는 고구마를 삶아 놓았어요 "
    집에 도착하기 바쁘게 솥에서 따끈따끈한 고구마를 접시에 담아 마누라 앞으로 쑥 내 밀었다. 고구마향이 온 방에 가득하였다. 뜨거운 고구마를 한입 떼어 먹고는 뜨거워서 다시 뱉어내는 마누라를 보고 나는 한참이고 놀려댔다.
    " 누나마누라, 체하지 말고 천천히 드세요, 미역국을 마셔가면서 고구마를 먹으면 더 별미라니깐요 "
    " 여보, 오늘 뉴스를 봤어요? 또 학생아이가 실종되였데요, 경찰들이 샅샅이 뒤져도 아이를 찾지 못했데요, "
    고구마를 맛있게 먹고있던 마누라가 정색해서 낮은 목소리로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댔다.
    " 전에 송림제1중학교 실종한 아이들도 못 찾았는데 이번에 또 아이가 실종이라니... 이렇게 세상이 험악해서야 누가 감히 아이들을 밖으로 내놓겠어요! "
    " 그러게 말이오 "
    격앙되여있는 마누라를 바라보며 나는 걱정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 저녁에 식당 손님들의 말에 의하면 아이를 납치한 납치범이 아이집에 쪽지를 전해 왔데요, 그집이 돈이 많기로 소문난 집이니까 돈을 얻자고 아이를 납치했다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신기하게도 납치범은 돈 예기는 일절 없었데요.  그런데 전해온 쪽지에 BZZ라는 영문이 적혀있었데. 아 맞지, 송림제1중학교 납치사건때도 이런 쪽지를 받았다고 하던데요. 무슨 뜻일까요? B는 报警이라는 뜻일것이고 ZZ은 佐罗영화에서 보듯이 剑으로 몸에ZZ 를 그린다는것같은데... 결국에는 경찰에 신고하면 죽인다는 뜻이겠지요?! "
    신대륙을 발견한듯 마누라의 두눈에서 바짝반짝 빛이 났다. 바라보는 눈빛이 선생님의 칭찬을 기다리는 학생같았다.
    " 그래, 천재같은 누나마누라가 딱 맞혔네. 나도 그 해석에 동의를 합니다. 허허 "
    조롱 섞인듯한 나의 칭찬에 그렇게도 좋은지 마누라는 신이나서 또 다른 해석을 찾느라 골을 짜고 있었다.
    " 쓸데없는데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고 빨리 씻고서 잡시다. 내일 또 일찍이 출근해야할것이 아니오 "
    한참이고 발을 씻고있던 마누라가 실눈웃음을 지으며 나를 넌짓이 쳐다보다 신비스레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 혹시 당신이 아이를 납치한것이 아니겠지요? 학생이 말썽을 부린다고 납치해서 산에 구뎅이를 파서 묻었던가 아니면 강에다 던졌던가?  아냐 아냐,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같이 겁많은 약골이가 그렇게 큰 사건을 저질럴수나 있을라구! 호호호"
아내는 호들갑을 떨면서 나의 신경을 살살 건드리고 있었다.
    " 이 마누라가! 쓸데없는 소릴 말고 빨리 이불이나 펴고 자자구요. "
    얇은 커텐을 뚫고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이 방을 비추었다.
    "  BZZ은 무슨 뜻일까? B는 报警이라는것이 분명한데 ZZ는 또 뭐꼬? "
    그러는 마누라를 등지고 누워서 나는 자는척 코를 드릉드릉 골아댔다.
 
송림제1중학교
 
    이튿날 아침 여느때보다 일찍이 출근을 했다.
    " 리선생, 어제 뉴스를 보았는교? 송림제2중학교 김만복이라는 학생이 실종했다카더라, 아니 실종이 아니라 납치를 당했다카더라...나 참 이 세상이 어쩔려고 이렇게 시끄러운교, 허참! "
    학교의 보안 겸 문지기 정씨아저씨가 다가와서 누구나 다 아는 일을 특종뉴스인양 억양을 높여가며 호들갑을 떨었다. 혹시 무슨 뉴스거리라도 얻을까하는 눈치로 나의 입만 쳐다보았다.
    " 경찰들이 어련히 알아서 납치자를 잡겠지요, 정씨아저씨는 쓸데없는데 신경을 쓰지 마시고 우리학교 학생들이나 잘 지키시오! "
    " 내가 뭐라 캤나! 저렇게 신경질적인데, 내가 몇살인데 이런 수모를 당해야하노, 어이! "
    찬바람이 쌩하게 학교로 들어가는 나의 뒤통수를 손가락질하며 정씨아저씨의 울분섞인 욕지거리가 거슬리게 들려왔다.
    " 리선생은 원래 저렇게 몰사정한 사람이 아닌데... 오늘 와 이러노? 집에서 마누라한테 호되게 당한것이 분명하다카이. 나한테 분풀이하는것을 보면 알구말구, 허허, 이럴때는 홀아빈 내가 신선일세, 암 그렇구말구 "
    정씨아저씨는 등려군의 甜蜜蜜 노래를 흥얼거리며 대문앞에 누군가가 버린 담배꽁초를 줏고 있었다.
    제일 먼저 사무실에 들어선 나는 의자들을 거꾸로 책상우로 얹혀놓고 수도간에서 물걸레를 가져와 땅바닥을 구석구석 깨끗이 닦았다. 그리고 의자들을 제자리로 반듯이 내려다놓았다.
    " 좋은 아침입니다! 리선생님 일찍도 나오셨네요, 물걸레는 저에게 주세요. "
갖 사범대학을 필업하고 우리학교에 분배한 처녀선생님이 얼굴이 빨게서 저의 손에 쥔 물걸레를 빼앗듯이 들고는 책상이며 걸상이며 열심히 닦고 있었다. 지켜보던 나는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 이렇게 처녀선생님이 우리 사무실에 들어오니 분위기가 확 바뀌여서 참 좋습니다. 다 고물들만 앉아있는 거무칙칙하던곳에 한줄기의 봄햇살이 쫙 비추어들어오는 기분이오, 허허 "
    " 그러게 말이오, 처녀선생님이 오시니 사무실이 생기가 철철 넘칩니다. 안그렇습니까? 리선생님, 호호호 "
    언제 들어섰는지 사무실에서 제일 년세가 많으신 강려화선생님이 새로온 처녀선생님을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해댄다.
" 처녀선생, 물걸레를 나에게 주세요, 늦었지만 청소했다는 티를 좀 내야겠어요,호호호 "
    두 선생님이 물걸레를 주니 안주니하며 티격태격하는것이 참 보기 좋은 그림이다.  인정이 철철 넘치는 우리 사무실 분위기는 모두가 부러워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 여러 선생님들 주의하십시오, 잠시후 8시반에 4층 강당에서 전체 선생님들 회의가 있겠습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제때에 반드시 참석하시길 바랍니다. "
    사무실 스피크에서 회의소식을 3번씩이나 강조하는것을 보아하니 아마도 중요한 지시가 있는것 같았다.  
    4층의 강당에 들어서니 이미  많은 교직원선생님들이 와 앉아 있었다. 학교식당의 아주머니랑 문지기 정씨아저씨까지 참가한것은 처음인것같았다. 나는 빙둘러보다 빈 의자가 있는데로 허리숙여 조용히 가서 앉았다.
    맨앞 주석대에 교장선생님과 부교장선생님 공회주석인 김창남선생님 그리고 정교처의 김철선생님이 엄중한 표정으로 선생님들앞에 마주앉아 있었다.
    학교의 교무주임이 허리를 절반 숙이며 주석대에 찻물을 붓는다고 야단법석이였다. 물컵이 한줄로 잘 놓였는지 부은 물의 높이가 일정한지 무지하게 신경을 쓰는 모양새이다. 주석대에서 내려오다 다시 되돌아 올라가서 교장선생님의 마이크의 높낮이를 조절하고서야 새물새물 웃으며 내려 온다.
    강당 천정의 조명등에 교장선생님의 번데머리가 오늘따라 유달리 눈부시였다. 굳이 조명등을 켜놓지 않아도 충분할것 같았다. 저도 모르게 피씩 웃음이 나왔다.
    " 아, 아, 잘 들리십니까? "
    교장선생님이 손으로 마이크를 툭툭 치면서 아래쪽에 있는 교무주임을 쳐다본다. 교무주임은 동그란 두눈을 크게 뜨고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잘들린다고 손가락으로 ok를 보낸다.
    " 예, 오늘 모든 교직원들과 유관인사들을 한데 모아서 회의를 하는것은 다름이 아니라 송림제2중학교에서 일어난 김만복학생 납치사건때문입니다. 뉴스를 통해서 다들 잘 아실것이라고 믿습니다. "
    교장선생님은 엄숙한 표정으로 전체 교직원들을 죽 둘러보고서 다시 입을 열었다.
    " 오늘 시교육국에서 긴급지시가 내려왔습니다. 학교마다 보안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학생들에게 안전교육을 철저히 하라는 지시말입니다. 이번 송림제2중학교 김만복학생 납치사건은 우리 송림시에서 일어난 3번째 납치사건입니다. 송림시정부나 송림시공안국에서도 이번 납치사건을 매우 중시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납치범을 검거해서 학생을 안전하게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송림시 학생납치사건중에서 2건이 우리 송림제1중학교에서 일어났습니다. 공안국에서는 이번 납치사건도 이전의 납치사건과같이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식에 따르면 납치범이 아주 지적이고 아주 치밀하고 아주 교활하다고합니다. 그리고 아주 악질적입니다. 그러게 여태껏 수사당국에 잡히지 않고 있는것입니다. 지금까지 납치사건이 미제의 사건으로 남았고 우리의 학생들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것입니다. "
    흥분된 교장선생님의 언성이 점점 높아지고 얼굴도 술마신것사람처럼 벌겋게 상기되여 있었다. 그바람에 번데머리에 빙 둘려져있던 몇가닥의 머리카락이 흉하게 흘러내렸다. 머리카락을 의식한 교장선생님이 손가락으로 죽 한바퀴 돌리자 머리카락이 아슬하게 정수리에 다시 얹혀졌다. 목이 칼칼한지 앞에 놓여있는 물컵을 들고 꿀꺽꿀꺽 마셔댔다.
    교장선생님이 손수건을 꺼내들어 이마의 땀을 닦는사이 기회를 엿보던 교무주임이 가제걸음으로 다가가 교장선생님의 물컵에 찻물을 채워주었다.
   " 불행한 일이지만 그래도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학생납치사건이 우리학교에서 일어나지 않아서 천만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송림제1중학교 교장으로 임명받고부터 지금까지 우리학교의 교육성과를 보나 학교의 정신면모를 보나 전시에서도 모범이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학교에서 학생들의 안전사고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송림제1중학교의 교장으로서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고 더 나아가서 이 공과 영광을 모든 교직원선생님들께 돌립니다. 모든 교직원선생님들이 일심동체로 학교를 위해서 노력한 덕분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숙식을 책임지는 식당과 기숙사 모든 관리자들의 로고에 충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아,또, 지금까지 학교의 보안을 책임지시고 학교와 무관한 외지인들의 학교출입을 잘 단속한 정씨아저씨에게 특히 고맙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학생외 일체 낯선사람을 교정에 들여보내서는 절대 안됩니다. 송림제1중학교를 책임진 교장으로서 모든 분들께 큰절을 올리겠습니다!"
    교장선생님이 일어서자 옆에 앉았던 기타 령도선생님도 허겁지겁 일어나서 옷맵시를 바로하고 교장선생님의 눈치를 보고있다 일동 90도 경례를 했다.
    " 학생납치사건이 우리학교에서 일어나지 않았다고 천만다행으로 생각하다니?!"
옆에서 몇몇 선생님들이 소곤소곤거리고 있었다.
    정심 식사를 끝내고 모두 사무실에 모여앉아 학생납치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말듣기로는 실종한 김만복이라는 학생이 그 학교에서 학폭의 주범이라나뭐라나?  몇몇 불량한 아이들이 패그리로 몰려다니면서 학생들을 폭행하고 못살게 굴었다고 합데다, 그리고 매번 학폭사건이 터지고나면 부모라는것들이 돈으로 일을 해결하려고한답데다. 매번 그런식으로하니 아이가 간이 배밖으로 나와서 행패를 부리고 다닌다고 봅니다. 납치된 학생이 그 학교에서 엄청나게 말썽을 부리고 다녔다고 합데다, 그래서 담임선생님이 상당히 골머리를 앓았다고 합데다. "
    " 하여간 저 학폭이라는것이 언제야 사라질란지 참내원! 그 학생들의 가장들이 제일큰 문제요! 돈버는것밖에 아무것도 신경을 안썬다니깐요. 아이의 공부성적이 어떤지? 매일 뭐하고 다니는지 조금이라도 신경을 썼더라면 이런 폭력적인 아이가 되지않았을텐데 말입니다. "
    " 몇년전에 납치되여 실종된 우리학교의 두 학생을 보더라도 그렇지 않습니까?! 지금 학생들은 나이와 비해 일찍이 성숙되여 사회깡패 못지않게 악렬하고 무자비합니다. 학폭이 이 정도로 심각해진것은 그 학생들을 나무라기전에 우리 학교의 책임이 더 크다고 봅니다 저는, 담임선생님이고 과임선생님이고 학교 정교처에서 학폭에 대해서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고하는것은 완전히 핑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학생들에 대한 사상교육이고 생활태도문제에 대해서 관리가 소홀했던것도 사실입니다. "
    이때까지 가만히 듣고만 있던 박선생님이 슬그머니 복도로 나가 살피고는 사무실문을 꼭 닫아버렸다.
    " 다들 목소리를 좀 낮추세요, 이러다 교장선생님 귀에 들어가면 어쩔려구 그럽니까 다들! "
    " 무엇이 그렇게 두렵습니까. 학교의 책임이 당연히 제일 크지 않소? 생각해보소. 그때 피해를 본 여자아이가 아직도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 듣는 예쁜 딸이 그놈들한테 강간을 당했으니 부모들의 심정이 어떻겠소?! 그 충격에 어머니는 심장마비로 돌아갔고 아버지란 사람은 매일 술을 마시다 결국  알콜중독자가 되였다는 소문을 들었소, 하루 아침에 행복한 가정이 풍지박산이 된셈이지요. 선생의 신분으로서 이런 말을하면 잘못이겠지만 그 나쁜놈들이 실종되였다니 지금도 속이 후련하오! " 
    가슴 아픈 학폭 이야기에 한참이고 침묵이 흘러갔다.
    " 그 여학생이야말로 참으로 아깝지뭐, 공부도 잘해 인물도 좋아 그리고 선생님이고 학생들이고 다 그 애를 좋아했었잖아... "
    안경을 책상에 내려놓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던 강려화선생님이 하염없이 창밖만 쳐다보고 있었다.
    여학생의 가슴아픈 사연을 듣고 충격에 빠진 처녀선생님이 책상에 엎드려 가볍게 흐느끼고 있었다.
    침울한 분위기에 빠진 사무실에 더는 앉아 있을수가 없어 조용히 사무실을 나왔다. 시원히 바람도 쇨겸 담배 생각이 굴뚝같아서 교문밖으로 정처없이 걸었다.
    학교 뒷편으로 룡천하가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강가에는 아름드리 버드나무들이 강변을 따라 무질서하게 자라나 있었다. 옛날에는 무더위를 피해서 학생들이 자주 찾는 명소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사람들이 기피하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나에게는 두번다시 떠올리고싶지않은 가슴아픈 사연이 깃던 장소이기도 하다.
    ‘ 내가 어찌 여기까지 왔지? ’
    담배를 피우며 강변을 묵묵히 걷던 나는 한 버드나무앞에 멈칫 얼어붙었다. 아름드리 버드나무 밑둥에는 커다란 청석돌 하나가 박혀있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앉은 탓인지 반질반질해져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그 청석돌을 어루 만지다 그만 청석돌에 털썩 앉고 말았다. 바로 이곳이였다.
    우리반 태수학생이 학폭을 견디다 못해 결국 이 강에서 투신을 한것이였다. 담임선생님으로써 제 학생을 보호해주지 못한데 대해 지금에 와서도 두고두고 후회를 하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가슴을 아프게 한다. 죽어 굳어진 아들을 품에 안고 짐승처럼 울부짖는 아버지의 처절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태수학생, 그동안 잘 있었니? 제자를 보호해주지 못한 이 선생님을 영원히 원망해다오! ’
   강은 아무 말이없다.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버들잎을 싣고 강물은 유유히 흘러간다. 
 
진주
 
    매주에 한번씩인 반회시간이다.
    오늘의 주제는 학폭에 관한 내용으로 정하였다. 학폭의 위해성과 그에 대한 대처방법을 학생들이 꼭 알아야한다고 나는 생각해서였다.
    " 학생동무들, 오늘 반회의 주제는 학폭입니다. 학폭이란 무엇인가? 선생님은 학폭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학교내에서나 외에서나를 막론하고 다른 학생을 때리는 행위. 욕하던가 모욕을 주는 행위. 돈을 뜯거나 물건을 사오라고 하는 행위. 허위 소문을 퍼뜨리는 행위등을 학폭이라고 봅니다.   "
    나는 교실을 죽 둘러 보았다. 호기심에 동한 학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학폭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선생님도 학창시절 때 학폭의 피해자였다고 밝혔다. 어릴적에 당한 학폭에 대해서 상세히 이야기해주었다. 학폭은 지금도 존재하지만 먼 옛날에도 엄연히 존재했으며 앞으로도 근절할수없는 사회의 고질병이라고 실례를 들어가며 들려주었다.
    " 학교폭력은 아주 나쁜것입니다. 자기보다 약한 학생들을 욕하거나  때리는것으로 피해자 학생들에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안겨줍니다. 이런 학폭으로 인해 고통을 이기지못한 피해학생들이 자살하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하는 안타까운 사례들도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의 사회적 위해성에 대해 학교나 사회 각계의 경각심이 필요할때입니다." 
    제일 뒤켠에 앉아있던 대관이와 철룡학생이 얼굴이 벌게서 머리를 쳐들지 못하고  안절부절해 있었다. 예전에 같은반 영수학생을 학폭한적이 있었던것이다.
    " 학생동무들, 사람을 때리는 행위만이 학교폭력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상대방을 욕한다던가 다른 학생을 따돌림한다던가 아예 무시하고 말도 걸지않는것들이 모두 학교폭력의 한 형태라고 선생님은 봅니다. 평시에 알게모르게 다른 학생에게 그런 행위를 했던가 아니면 그런 형태의 피해를 당했는지를 한번 도리켜 보십시오.  그 형태가 아무리 경미하다고하지만 분명히 학교폭력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
    학생들은 소조를 나누어 학폭의 위해성 그리고 학폭을 당했을때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어떤 학생은 자기가 한 행동이나 언행이 다른 학생한테 상처를 주었다며 뉘우치고 자아비평도 했다.
    이때까지 머리를 푹숙이고있던 대관이와 철룡이가 영수학생한테로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잘못을 뉘우치자 전반 학생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쳐주었다.
    " 학생동무들, 학생으로써 공부를 잘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바른 사람으로 자라나는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를 사랑하고 예의가 바르고 학우들지간에 우의가 깊은 심신이 건전한 학생으로 자라나는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전반 학생들이 수정같이 맑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 선생님은 여기에 앉아있는 모든 학생동무들을 아름다운 진주라고 봅니다.  "
나는 칠판에 컴직하게 珍珠 두 글자를 적어 놓고는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 진주는 아름답고 누구나 다 가지고싶어하는 보석입니다. 조개라는 연체동물에서 생성 됩니다. 연체동물은 아주 연약하기에 딱딱한 조개껍질로 자기를 감싸고 있습니다. 조개껍질이 없었더라면 조개는 한시도 생존할수 없었을것입니다. 천적이 많은 자연계에서 조개는 살아남기 위해서 이렇게 진화해 왔습니다. 자기에 맞는 갑옷이라는것을 만들어서 자기를 보호합니다. 그러다 이물질이 체내에 침입하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진주성분을 분비하여 이물질을 겹겹히 감싸며 자기의 연약한 몸을 보호하는것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진주보석이 만들어지는것입니다. 지금 학생동무들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약자이기때문에 어떠한 환경에서나 조개처럼 자기를 보호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진주의 은은하고 아름다움 뒷면에는 조개의 아픔과 인내가 숨어있습니다. 나는 학생동무들 모두가 아름다운 진주가 되였으면 하는바입니다. "
 골목에서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하다. 곧 소낙비가 올 태세다. 골목길 바람벽이 희미한 가로등빛 아래에 축축한 회백색을 띈다. 상처 가득한 낡은 건물들이 칭칭 붕대로 감고 있는듯하다.

길모퉁이 검은 그림자속에 한 남자아이가 숨어들었다. 어둠속에 남자아이는 몹시도 떨고 있었다. 자기 이빨이 맞부딪치는 미세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두려운게 아니라 몸속에서 그 무언가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품속에는 예리한 그 무엇이 숨겨져있었다. 가슴이 오르내릴때마다 금속의 차가움이 갈비뼈 속으로 파고 들었다.

“ 오늘 그놈을 잡았으면 톡톡히 손 봤을텐데…코빼기도 안 보이네! “

“ 그 개같은 자식이 없으니 담배 살 돈도 없었다구, 내일 그놈을 꼭 찾아내야 해. 아, 미치겠다!”

“ 알았다. 니 빨리 집에 들어가서 자기나 해! ”

“빠이빠이” 

조용하던 골목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익숙한 목소리들이 욕지거리를 해대며 멀리로 가버린다.

골목은 다시 조용해졌다. 머지 않은 곳에서 오줌싸는 소리가 들려온다. 한참이 지나자 남자아이가 숨어든 골목으로 한놈이 어슬렁거리며 걸어온다.

( 왔다! 골목대장 그놈이다. )

    순간 남자아이의 심장이 세차게 쿵쿵거린다.

가로등빛속에 검은 그림자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하다. 역겨웁게 건방진 걸음걸이를 하고 있다. 신발 밑창이 땅을 문지르는 소리는 남자아이의 날카로운 신경을 자극했다. 

그놈이 점점 다가 오고 있다. 무엇이 그리 흥겨운지 휘파람을 불며 걸어오고 있다. 공부는 꼴찌인 그놈은 책가방만은 잃지 않고 뻔질나게 메고 다닌다.

그놈이 코앞에 있다.

과거에 그놈한테 당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남자아이의 뇌리를 스친다. 중학교를 다니는 동안 그놈에게 수없이 점심밥 사먹을 돈을 빼앗겼다.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코피가 나고 머리가 터지게 많이도 맞았다. 몇번이고 좋아하는 분희 앞에서 남자의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고요한 골목길에 발자국소리가 점점 가까워온다. 품속에 넣은 손은 한껏 힘이 들어가 있다.

바로 그때다. 어둠속의 남자아이는 성큼 한걸음 가로등빛속으로 나타났다. 희미한 가로등빛속에 석고같은 그의 얼굴은 비장함이 가득했다. 그의 그림자는 좁은 골목길을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

“어이…넌 누구냐? 왜 앞길을 막고 야단이야!”

움찔 놀란 그놈은 그자리에 멈칫 섰다. 남자아이는 꿈쩍않고 가는 앞길을 막고 나섰다.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낀 골목대장은 설그머니 뒷걸음치며 달아나려했다.  

그렇게 달아날줄 알았던 골목대장이 웬일인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돌아선 그놈은 서서히 앞으로 다가 온다.

“ 난 또 누구라고? 개자식 여기서 뭘해! 사람 놀라게… “

으르릉대는 그놈 앞에 남자아이는 꿈쩍도 않았다.

"어이, 너 맞을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골목대장의 주먹이 남자아이의 얼굴을 강타해왔다. 휘익하는 소리가 귓전에 들려왔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남자아이는 잽싸게 고개를 숙여 그의 펀치를 피해갔다. 성이 상투밑까지 오른 골목대장은 으르릉대며 사자처럼 달려들었다. 그 순간 남자아이는 단번에 그놈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그놈의 상판떼기가 코앞에 다가오는 순간 고개를 한껏 뒤로젖히고 단단한 이마빠기로 그놈의 얼굴을 힘껏 들이 박았다.

강렬한 박치기에 당한 그놈은 땅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비명소리를 지른다. 얼굴을 감싸고 욕설을 퍼붓던 소리는 다시 신음소리로 변했다.

가로등빛속에 그놈의 얼굴이 피로 흥건했다.

남자아이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잽싸게 그놈을 올라탔다. 힘이 한껏 들어간 주먹이 비오듯 했다. 주먹이 얼굴을 강타하는 둔탁한 소리가 고요한 골목을 채운다. 피투성이가 된 역겨운 얼굴은 안깐힘을 쓰며 주먹을 피해간다.

남자아이의 주먹이 힘이 빠지고 점점 느려진다. 기진한 남자아이는 거칠게 숨을 몰아순다.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져 있다.

어두컴컴한 골목은 거친 숨소리와 신음소리 뿐이다.

아래 깔린 골목대장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입술을 옥 다문 남자아이는 품속으로 손을 뻗었다. 품은 비수를 찾았다. 피투성이가 된 손가락이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겨우 비수를 꺼내들었다. 가로등빛속에 날카로운 칼날이 번뜩였다.

"미, 미안해... 제발..."

겨우 정신을 차린 골목대장은 손이 발이 되도록 썩썩 빌었다. 그의 입술은 심하게 떨렸고 약간의 흐느낌이 섞여 있었다.

남자아이는 칼을 들어 올렸다. 날카로운 칼날이 골목대장의 심장을 찌르는 순간 귀전에 엄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오냐. 착하지 우리 아들! ”

남자아이의 손이 공중에 그대로 멈춰섰다. 칼끝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남자아이는 점차 정신이 들었다. 그는 의아한 눈길로 자신을 내려다 보았다. 미친사람 처럼 머리가 흐트러지고 얼굴이며 손이며 피가 흥건히 묻어 있었다. 순간 남자아이는 손에 들려있는 비수를 바닥에 내동댕이쳐 버린다. 그는 무서울 정도로 자기가 낯설었다.

골목은 다시 고요하다. 바닥에서 벌벌 떨고 있는 골목대장을 뒤로한 채 남자아이는 어둠속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앗 따가워!”

담배불에 손을 덴 나는 깊은 사색에서 깨어났다.

 
식당에서
 
      식당에 들어서니 손님들로 시끄러웠다.
    안으로 빙 둘러보니 계단쪽으로 작은 식탁 하나가 비여있어 얼른 가서 자리를 차지했다. 좀 늦게 나가라는 마누라의 어명을 거역한것이 이렇게 작은 행운으로 이어지니 기분 또한 좋아졌다.
    " 리선생님, 좋은 날에는 좋은 술을 마셔야지요!"
    언제 식당으로 들어 왔는지 양돈장동생이 코앞으로 모태주 두병을 쑥 내밀며 싱글벙글한다. 내가 의아해서 왜 이렇게 비싼 술을 사왔냐고 나무람을 했다. 우리같은 처지 사람들이 마시기엔 좀 부담이되는 술이였으니 말이다.
    " 리선생님, 걱정마세요. 올해는 양돈장이 잘 되여 돈도 꽤 짭잘하게 벌었습니다. 아무 부담을 가지지 마시라니깐요. 하하하 "
    " 리선생님, 오래간만입니다. 저를 잊은것은 아니겠지요? 하하하"
    양돈장동생과 술 예기를 하고있는데 차수리동생의 웅글진 목소리가 끼여들었다.
급히 일어난 나는 차수리동생의 두손을 텁썩 잡으며 흔들어댔다.
    " 어이구 차수리동생이구먼, 누굴 잊어도 동생을 잊겠어요. 허허"
    " 오늘 선생님의 생신날이니 제가 크게 한턱 쏘겠습니다. 저기 복무원아가씨 메뉴판을 빨리 가지고 오세요. 건데 이 모태주는 양돈장 형님이 가져왔소? 가짜인것은 아니겠지요! "
    양돈장동생과 차수리동생이 티격태격하는것을 나는 빙그레웃으며 바라 보았다. 내 생일이라고 두 동생이 꼭 한턱을 사겠다는 성화에 못이기는척 나오게 된것이다.
    " 선생님,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다시 한번 선생님의 생신을 축하하면서 건배! "
    양돈장동생과 차수리동생이 술이 철철 넘치는 잔을 들이대며 연신 생일을 축하했다.
    " 동생들 감사합니다. 마누라가 사준 케익은 먹었지만 어딘가 좀 휑 한데가 있더라구, 이렇게 동생들이 모태주를 들고 찾아주니 완미한 생일파티가 되는구만요. 허허, 동생들이 있으니 정말로 행복합니다. "
    " 어이구 선생님두 이러시면 우리가 뭐가 됩니까? 이제 인사말은 그만 하시구, 재미나게 술이나 마시자구요. "
    고맙게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가득 시켜놓았다. 셋은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돌려가며 이야기꽃을 피워갔다.
     마침 테레비에서 뉴스속보를 보내고 있었다. 소란스럽던 식당은 삽시에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고 미녀아나운서의 뉴스속보를 시청하고 있었다.
"시민 여러분 아래에 송림제2중학교 김만복학생 납치사건에 대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현재까지 실종된 김만복학생은 감감무소식입니다. 경찰이 계속 수사를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사건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납치범이 실종학생 가족에게 보내온 글쪽지를 보아 이번 사건이 단순 실종사건이 아니라 계획적이고 주도면밀한 납치사건으로 경찰들은 보고 있습니다. 보내온 쪽지에는 BZZ라는 영어문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수사당국은 아직까지 BZZ의 수수께끼를 풀지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글쪽지에 어떤 내용이 적혀있는지는 경찰과 납치학생가족이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고있습니다.  지금 많은 시민들이  BZZ 영어문자의 수수께끼 풀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경찰에서는 시민들의 과도한 관심과 해석이 납치사건의 문제해결에 좋지않은 결과를 초래할수있다며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실종된 김만복학생이 하루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이번 뉴스속보를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
    조용히 뉴스속보를 보던 식당손님들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식당사람들은 학생납치사건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각각의 고견을 내놓는다.
    " 송림제1중학교 학생납치사건후 몇년이 조용하더니만 또 이렇게 납치사건이라니, 무서워서 애들을 밖으로 내놓겠나! 집집마다 하나뿐인 보배같은 존재인데 지금 그 부모들의 심정은 벌써 재가 됬겠지... 어이구 세상이 어쩔라구 그러노. "
    " 그러게 말이오, 경찰들은 맨날 밥만 먹구사나! 이 나쁜 납치범들을  잡지못하고?  경찰들을 좍 풀어서 동내 이잡듯이 훓어보면 그놈들을 잡기는 힘들지 않을텐데 와, 속이 답답해 죽겠네! "
    " 모르는 소리들 작작들하쇼, 송림제1중학교도 그렇고 이번에 송림제2중학교도 그렇고 납치되 학생들이 모두 나쁜놈들이라고 그라더라, 이 나쁜놈들이 맨날  학생들을 패고 돈 뜯고 못살게 괴롭혔다더라, 얼마나 무섭고 억울했으면 학폭을 당한 학생들이 자살하고 정신병원에 입원까지했겠어요?! 요번에 납치된 김만복학생한테 맞아서 남의 귀한 아들이 한쪽눈이 멀었다고 그라더라! 나는 저 나쁜놈들이 납치 당하나 이 세상에서 싹 사라진것이 참말로 다행이다고 생각한당께, 하늘이 눈을 떴는가비 저 나쁜놈들을 싹 잡아가는것을 보니께!  속이 다 시원타 애그!"
    우리는 묵묵히 술을 마셨다.
    술잔을 든 양돈장동생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는 단숨에 술을 쭉 들이켰다. 시뻘겋게 충혈된 그의 두눈에서 무엇이 주루룩 흘러 내렸다. 나는 팔을 들어 그의 어깨를 꽉 끌어 안아주었다.  
    " 선생님, 괜찮습니다 걱정마십시오 "
    차수리동생이 불고기 한점을 집어서 양돈장동생의 접시에 올려 놓는다.
    " 형님, 깡술만 마시면 어떻게요, 안주를 같이 먹어야지요, 몸 상해요! "
    나는 양돈장동생 술잔에 술을 가득 부어 주었다. 이 시각 아무런 말도 필요없었다. 세 술잔이 힘차게 부딛치고 단숨에 굽을 쭉 내버린다.
    " 신기한것은 납치범들이 보내온 글쪽지에 적힌 BZZ 영문자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아는 친구의 예기로는 경찰들도 이것때문에 무지하게 골머리를 앓는다고 그러더라구요. "
    " 내가 보건데 BZZ는 BAOJING报警, ZHILI智力, ZHANGAI 障碍 세글자의 첫자모를 따왔다고  생각되는데...그 뜻인즉 경찰에 신고하면 아이를 바보로 만들겠다는 경고 메시지겠지요! "
    " 아이구, 해석을 듣고 보니 그 말도 그럴듯하네,  이제보니 동생은 천재라니깐! 하하하 "
식당 손님들은 BZZ를 안주 삼아 주거니받거니 술을 마셔대고 있었다.
BZZ가 무슨뜻인지를 두고 소란스러워진 손님들을 뒤로한체 우리는 식당문을 나섰다.
    " 동생들 덕분에 오늘 잘먹고 잘 마셨습니다.  2차 노래방은 내가 한턱 쏘겠소, 자 갑시다. "
    우리는 네온등이 반짝이는 노래방 골목으로 발길을 옮겼다.
    " 어서 오십시오, 손님! 큰 방으로 모실까요 아니면 작은 방으로 모실까요? "
    " 작은 방이면 충분하오, 저 끝에 사람이 덜 다니는 방으로 주세요"
    노래방 도우미의 안내로 룸에 들어서니 천정위 동그란 미러볼에서 휘황찬란한 불빛을 내리쏘고 있었다.
    " 도우미아가씨, 땅콩 오징어 그리고 과일 한접시를 가져오세요, 그리고 맥주도 한박스 가져 오고요. 아참 , 우리가 부르지 않는 이상 이 방으로 들어오지 마세요 "
    " 네 손님, 잘 알겠습니다. "
    담배를 피우고있는 사이 도우미아가씨가 벌써 술안주를 가져다놓고 테이블에 맥주병을 가지런히 줄세워 놓았다. 옆방에서는 노래자랑이 한창이였다.
    우리는 아무말없이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펑!
    차수리동생이 자기만의 특기인 맨손으로 맥주병뚜껑을 따고 앞에 놓인 맥주컵에 차례로 술을 부었다.
    " 동생들 이젠 마음편히 술도 마시고 예기도 합시다. 자 건배! "
    " 건배! "
    우리는 약속이나 한듯 맥주컵의 술을 굽냈다.
    " 술만 마시지 말고 과일이라도 하나씩 먹으면서 술을 마시게 "
    나는 수박을 하나씩 쥐어주며 먹으라고 재촉했다.
    " 차수리동생, 나 오늘 룡천하에 다녀 왔소 "
    의아한 눈길로 쳐다보던 차수리동생이 아무말없이 앞에 놓인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는 그 모습이 참으로 안스러웠다.
    " 선생님, 미안합니다. 마음의 짐을 지게해서 정말로 미안합니다. 매년 한번씩은 찾아 갔었는데 이제부터 더는 그곳에 가지 않으렵니다. 이젠 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선생님도 내려 놓으시고 더 자책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
    " 나의 책임이 분명하오, 동생이 이렇게 위로까지 해주니 내 가슴이 더 아프오! "
    양돈장동생이 술을 한컵씩 따르고는 건배를 권한다.
    " 오늘 선생님을 모시고 차수리동생과 술을 마시니 기분이 좋아서인지 술이 술술 잘 넘어갑니다 자 건배! "
    " 자 완샷! "
    양돈장동생은 완샷한 맥주컵을 거꾸로 들어보이며 왜 조금씩 남기냐고 차수리동생에게 트집을 잡는다. 차수리동생은 못이기는척 맥주컵을 쭉 비웠다.
    " 맥주는 완샷을 해야 제 맛이지. 그래 동생 잘했어.허허허 "
    오징어를 질근질근 씹던 양돈장동생이 취기가 도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달려들어 와락 끌어안는다.
    " 선생님, 사랑합니다. 앞으로 형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
    " 아, 왜 또 그래!  오늘 술이 많이 취했나봐 동생! "
    " 선생님, 그때 선생님의 말씀을 듣기 잘했습니다, 안그랬으면 불쌍한 내 새끼를 누가 돌봅니까? 선생님, 정말 정말로 고맙습니다. "
양돈장동생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큰 손바닥으로 연신 닦아내고는 빈 컵에 술을 붓는다.
    조용히 다가간 나는 슬픈 그를 꼭 안아주며 등을 툭툭 다독여 주었다. 바라만 보던 차수리동생은 말없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숙이 한모금 빨고서는 후∼ 하고 허공으로 내뱉었다.
    " 동생들, 다들 힘내게, 내일의 찬란한 태양은 어김없이 떠오를것이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았소! "
    " 자, 두 형님을 위해서 노래 한곡을 부르겠습니다. 노래의 제목은 人生旅途 입니다. 알면 함께 따라부르시고 모르면 박수라도 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从来不怨命运之错
不怕旅途多坎坷
向着那梦中的地方去
错了我也不悔过
 ......
 
 
만복이
 
    " 아이구, 내 새끼 만복아… 지금 어디에 있는거야?  잡아 갈라면 나를 잡아가야지 왜 불쌍한 내 새끼를 잡아가. 이 나쁜놈들아! 우리 만복이가 잘못되면 나도 죽을거야!  으으응∼ 경찰들은 뭐하고 아직도 우리 만복이를 못 찾아오노 으으응......"
    만복이집은 초상집 분위기나 다름이 없었다. 방에서 만복이어머니는 몇번이고 까무러쳤다가 의사의 처치로 겨우 정신을 차리고 또 콧물눈물 범벅이가 되여 넉두리를 하고 있었다.
    " 오빠, 아버지와 어머니를 방금 비행기편으로 해남도에 계시는 고모네집으로 유람다녀오라면서 보냈어요. 만복이 일을 일절 모르니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
    황급히 마당으로 들어선 만복이고모가 얼이 나가버린 사람처럼 서있는 오빠의 잔등을 쓸어주며 위로해주고 있었다. 그러는 만복이고모도 울었는지 눈이 팅팅 부어있었다.
    이때 마당으로 새까만 홍기표 고급승용차 한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차문이 열리고 시공안국국장인 둘째 삼촌이 어두운 표정으로 내려왔다. 
    " 삼촌 ,어떻게 됬습니까? 경찰서에서 납치범에 대해서 단서라도 찾았습니까? "
    마당에 멍하니 서있던 만복이아버지와 고모가 급히 다가가 공안국장삼촌한테 매달리며 물어본다. 공안국장삼촌이 절래절래 고개를 저으며 아직 아무 결과도 없다고하자 만복이아버지는 그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 조카, 조급한 마음은 이해하네, 이럴 때 일수록 더 냉철해져야 하네! 조금 있으면 교육국장형님도 곧 도착할것이네, 안으로 들어가서 어찌하겠는지를 함께 의논해보세."
    납치범이 전달해온 BZZ가 적힌 글쪽지를 중간에 놓고 온 가족이 빙 둘러앉았다. 거기에 무슨 단서가 있기라도하듯이 이사람 저사람 주어들어 세세히 살피다 한숨 지으며 다시 내려놓는다.
    글쪽지에는 이렇게 씌여 있었다.
          养不教,父之过
1. 아이는 절대로 죽이지 않음
2. 경찰에 신고시 하루 세끼 중 한끼를 뺄것임
3. 피해자의 용서를 받지 못할시 세끼중 한끼를 뺄것임
4. 피해자를 괴롭히면 아이의 안전을 장담 못함
5. 5년후에 가족품으로 돌려보냄
                   BZZ
 
    글쪽지를 주어들고 한참이고 읽어보시던 교육국장삼촌이 다시 테이블에 탕! 내려놓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댄다.
    " 조카 자네, 자식 교육을 어떻게 한것이야! 돈 버는데만 미쳐가지고 자식한테 조금이라도 신경을 썼더라면 오늘 이 사단이 났겠어?! 그렇게 자식교육에 신경을 쓰라고 했는데도 말이야. 우리집 종손이 어째서 이런 괴물이 되였단말인가. 피해 아이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배상하고 양해를 구했더라면 이렇게 일이 커지지는 않을것이 아닌가. 자기 새끼가 소중한것처럼 남의 새끼도 소중한것이오!  하나밖에없는 우리김씨가문의 종손이 잘못되는날엔 자네도 혼줄이 날줄 알아!  참 내원 "
    " 예, 예, 삼촌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
    멍하니 앉아있던 만복이아버지가 급히 바른 자세로 앉으며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모두가 기대에 찬 눈길로 공안국장삼촌에 주목을 한다. 당장이라고 그의 입에서 무슨 답이라도 나올것만 같아서였다.  그도 그럴만도 했다. 한평생 범죄를 다스린 풍부한 경험이 있을뿐만 아니라 경찰쪽에 사건의 진전을 시시로 알수 있기때문이다.
       묵묵히 앉아서 고민을 하던 공안국장삼촌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나 공안국국장이요, 송림제2중학교 김만복학생 납치사건이 진전이 있소? ...예,예 알겠소. 전시민이 이번 납치사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있소, 가능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라도 납치범을 검거해서 법률의 제재를 받게하소, 그러나 꼭 김만복학생의 안전을 전재로 해야한다는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되오! 사건에 진전이 있을때마다 꼭 보고를 하세요. 그럼 동무들 수고들 하시오"
    기대에 찬 눈빛이던 가족들은 다시금 절망에 빠졌다.
    "  송림제1중학교 납치사건도 현재까지 납치범을 검거하지 못했소, 경찰들이 의심가는 곳들을 이잡듯 훑었는데도 아이들을 찾지 못했소. 여러 현상들을 종합해보면 납치범의 반정찰능력이 강한것은 분명하오, 두번의 납치사건에서 범죄흔적을 일절 남기지 않은것을보아 아주 지적이고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저질런 납치사건이라고 볼수가 있소. "
    납치범을 검거한다는것이 현시점에서 아주 힘든 일이고 단 시일내에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공안국장삼촌이 설명해주었다.
    " 송림제1중학교 납치사건에서 부모들이 글쪽지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지 않은것에 대해서 지금에 와서도 후회가 막심하다고 들었소.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아이의 한끼밥을 뺏었고  피해자의 양해를 구하지 못했기에 또 한끼를 뺀다니 하루에 밥 한끼만 먹는다고하니 부모들의 심정이 오죽하겠소?! 그 다음부터는 납치범들과의 일체 연락이 끊겼소. 가족들은 5년만기가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것외에 할수있는것이란 아무것도 없었소. 두 납치사건을 보더라도 알겠지만 절대 돈을 목적으로 범행한것이 아니오. 그러니 더 골치가 아픈것이오"
    납치사건의 본질을 세세히 분석하던 교육국장삼촌은 다시 애꿎은 담배만 빨아댔다. 아무리 궁리를 해도 좋은 대책이 나오질 않으니 답답할뿐이였다.
    "  송림제1중학교 첫번째 납치된 학생이 올해로 아마 4년이 다 되였겠지?  1년만 있으면 글쪽지에 제시한 5년인데 부모품으로 돌아 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소.  납치범들이 그 약속을 지킬까? 내 생각엔 아이가 돌아온다고 해도 5년동안 매일 한끼씩만 먹은 아이의 상태를 상상하니 끔찍하오 ! "
    " 빨리 의사선생님한테 전화를 하세요, 언니가 또 까무러쳤어요! "
    갑자기 건너방이 소란스러워지고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쪽 방에서 심각하게 대책을 의논하던 가족들은  우르러 건너방으로 몰려갔다.
    " 여보! 여보! "
    만복이아버지는 아내의 팔다리를 주무르면서 연신 불러댔다.
    만복이고모는 형수의 인중을 눌러주면서 빨리 의사선생님한테 전화를 하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의사선생님이 오시고 한바탕 난리통을 쳤어야 만복이어머니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핏기없이 창백해진 만복이어머니는 초점잃은 눈으로 천정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 의사선생님, 상태가 어떻습니까? 병원에 가야하는것이 아닙니까?"
     모두가 걱정어린 눈길로 의사선생님을 바라보았다.
    " 링겔 한병 맞으면 좀 낳아질것입니다.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렀습니다. 환자에게 자극을 주는 말들을 삼가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될수록 많이 위로해주세요 "
    의사선생님은 환자의 혈압상태를 다시 한번 체크하고는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며 환자에 자극을 주지말라고 신신당부하고는  돌아갔다.
    가족들은 다시 글쪽지를 빙 에워싸고 앉았다. 너무나도 잔혹하고 에누리없는 글쪽지에 숨이 칵칵 막혔다.  
    아무  말없이 조용하던 만복이아버지가 큰 결단을 내렸다는듯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벌겋게 충혈된 그의 퉁방울같은 두눈에서는 눈물이 그릉하였다.
    " 죄송하지만 글쪽지의 지시대로 하는것이 맞는것이라고 나는 예감이 들어서요.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큰삼촌 작은삼촌 저를 말리지 말아주세요. 만복이가 지금 하루에 두끼만을 먹고 있어요. 하루라도 빨리 만복이를 구해와야 하니깐요. 흑흑"
    어린아이처럼 어깨를 들먹이며 우는 조카를 두 삼촌이 측은하게 바라보고만 있을뿐이다. 삼촌들이 말은 하지않았다뿐이지 속으로는 조카의 현명한 판단을 지지하는 모양새였다. 몇년전의 두 납치사건을 보더라도 이제는 공안이나 경찰들의 힘으로 해결하는것보다 납치범의 지시대로 학폭 피해학생의 용서를 얻어서 안전하게 만복이를 데려오는것이 상책으로 받아들였다.
    " 만복이애비가  글쪽지의 지시에 따를것을 결정했으니. 나도 찬성이요. 이제부터 새로운 작전을 짜는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네. 내일 만복이 애비애미가 피해아이집을 찾아가서 무릎을 꿇어서라도 용서를 구하게, 피해 아이 가족의 아픔을 헤아리고 진심에 진심을 담아서 용서를 빌어야 하는것이네!  응, 그리고 돈을 두둑이 들고가세. 금전적으로 그집에 보상을 하는것도 좋을것일세. 북경에 유명한 안과전문의선생님이 오늘 저녁 비행기로 올것이네. 우리가 진심을 보이면 피해자 아이와 그 부모의 용서를 얻을수 있을것이라고 나는 믿소. 공안국이나 경찰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찾아갔으면 좋겠네 "
    교육국장삼촌은 조카내외에게 용서를 빌때의 자세와 용어등을 세세히 짚어주고 특히 아이의 눈을 치료하는데 주력하라고 일깨워 주었다.
 
용서를 빌다
 
   시중심을 한참 벗어나 교구의 한 골목으로 새까만 벤츠승용차 두대가 들어서고 있었다. 앞차에는 만복이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고모가 타고 있었고 뒷차에는 교육국장삼촌이 북경에서 모셔온 의사선생님과 함께 타고 있었다. 포장이 잘 되지않은 울퉁불퉁한 좁은 골목은 크고 작은 구뎅이들이 패여있었다. 안그래도 비좁은 골목에 전동차들이 무질서하게 세워져있어 운전기사가 무지 신경이 씌이는 보양새이다.
    골목의 슈퍼앞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한담을 하던 몇몇 나그네들은 난데없이 나타난 고급승용차를 신기한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런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하모니카집이 모여있는곳으로 부자들이 올 일이없으니 말이다.
    기사아저씨는 좁은 골목에서 전동차와 크고작은 구뎅이를 피하느라 긴장되여 이마에는 벌써 땀이 송골송골 나있었다.
    " 기사 아저씨, 지금 찾아가는 길이 맞으세요? "
    조수석에 앉은 만복이고모가 걱정어린 눈빛으로 기사를 바라보았다.
    " 걱정 마세요, 만복이 일로 여러번을 왔으니 틀릴일은 없어요. 조금만 더 가면 그 학생집에 도착할거요. "
    뒷좌석에 탄 만복이아버지는 긴장되였는지 표정이 굳어져 있었고 어머니는 계속 눈물을 닦고 있었다.
    " 개혁개방이 몇십년이 지났는데 아직 이렇게 가난한곳이 있다니...보고도 믿기지가 않소!"
    북경에서 온 의사선생님이 의아한 눈길로 옆에 앉은 교육구장을 바라보았다.
    " 개혁개방후 중국의 경제는 전과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만 이렇게 어두운곳이 있다는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 조금씩 나아질것이라고 믿습니다. "
    승용차는 조심스레 좁은 골목을 비집고 앞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 다 왔습니다. 저 저기 앞에 빨간 대문이 바로 그 학생의 집입니다. "
    빨간 대문을 저만치 앞 두고 승용차가 서서히 멈춰섰다. 뒷따르던 승용차도 알맞춤한 거리를 두고 멈춰섰다.
    이윽고 차문이 열렸다.
    만복이아버지가 어머니를 부축해서 차에서 내렸고 뒷따라 만복이고모도 묵직한 가방을 들고 조수석에서 내렸다.
    만복이고모가 조심스레 빨간대문을 열고 좁다란 마당으로 들어섰다. 뒤로 만복이아버지 어머니가 따라 들어갔다. 깔끔하게 치워진 마당의 작은 화단에는 발바리꽃이 예쁘게 피고 있었다. 유리창 안으로 들여다 보니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집안에 사람이 없는지 쥐둑은듯 조용했다.
    " 여보세요. 집에 계십니까?"
    만복이고모가 다가가서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한참이 지나고서야 문이 배꼼 열리고 한 여인이 얼굴을 내밀고 밖을 살핀다. 수척한 모습의 여인은 마당에 나타난 낯선 사람들을 보고 긴장해 있었다.
    " 안녕하세요? 현수어머님이시지요? 우리는 만복이 부모가 되는 사람입니다. 만복이가 너무나 큰 죄를 지었습니다. 자식 교육을 제대로 못한것은 부모인 우리의 큰 잘못 입니다. 차마 볼 면목이 없습니다. 진심으로 사과하려고 오늘 이렇게 염치불문하고 찾아 왔습니다. "
    " 가세요! 꼴도 보기 싫어니. 다시는 오지 말아요! "
    만복이아버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수어머니가 방문을 쾅 닫아버렸다.
    " 현수어머니, 우리 만복이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아들을 잘 키우지 못한 우리의 잘못입니다. 오늘 진심으로 용서를 빌려고 왔습니다. 제발 문을 열어주세요. 현수어머니가 용서해줄때까지 문앞에 무릎을 꿇고 기다리겠습니다." 
    문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만복이아버지 어머니는 눈물을 좔좔 흘려며 거듭 사과하며 머리를 쪼아렸다. 만복이고모는 긴장된 모습으로 허약한 형수님 옆을 지키고 있었다. 어제처럼 까무러칠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양새이다.
    " 현수어머님, 우리 아들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오늘 문제 해결을 위해서 찾아 왔습니다. 전국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안과의사선생님도 모시고 왔습니다. 지금 제일 급한것은 현수의 눈치료가 아니겠습니까? 지금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늦어지면 영영 고치지 못할수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맹세하겠습니다. 우리집의 전 재산을  쓰더라도 꼭 현수의 눈을 치료하겠다고말입니다. 현수어머니 우리 함께 노력합시다. 그러면 꼭 현수의 눈을 고칠수 있을것입니다. "
    긴 시간이 흘러갔고 집안은 쥐죽은듯 조용하였다.
    " 언니, 정신을 차리세요! "
    마당에 꿇어 앉아있던 만복이어머니가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진것이였다. 소리를 듣고 달려온 기사아저씨가 다급히 뛰쳐나가 의사선생님을 모시고 들어왔다. 의사선생님의 처치를 받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만복이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뿐이였다.
    " 안녕하십니까? 저는 북경에서 온 안과전문의입니다. 오늘 꼭 아이의 상태를 검사해야겠소! 그래야 치료방안이 나올것이 아니오. 고집은 나중에 세우고 얼른 아이를 북경으로 데려가야겠소!" 
    그때까지 조용하던 방안에서 현수어머니의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가슴을 쥐여짜고 괴성을 지르며 울부짖고 있었다.
    마당에선 만복이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고모가 죽을 죄를 지었다며 눈물콧물 범벅이가되여서 통곡하고 있었다.
    이윽고 방문이 열리였다.
    울어 눈이 시뻘겋게된 현수어머니가 초최한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한눈을 붕대로 감싼 현수가 긴장된 모습으로 뒤따라 나왔다. 마당에 벌어진 상황을 조용히 둘러보던 현수어머니는 마당에 엎으져 울고있는 만복이어머니에게로 다가가 간신히 부축하여 일으켜세웠다. 두어머니는 말없이 서로를 한참이고 바라보았다. 그러던 두어머니는 끝내 참지 못하고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기 시작했다. 온 마당이 떠내려가도록 서러웁게 울었다.
    이튿 날 아침이 밝아왔다.
    현수가 북경의 큰병원으로 눈병 고치러 갔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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