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소리로 온단다
겨우내 달콤히 잠자든 새싹들이
나무가지 마디마디에 움츠린 움싹들이
두터운 흙이불 밑에서 딱딱한 갑옷속에서 요란스럽게 비집고 돋아난다.
봄은 색갈로 온단다
푸른 바람이 부는 山野에
피여오르는 연두색 안개가 눈시울을 적시네.
파아랑에 뒤질세라 빨강 노랑 보라색 들꽃들이 보챈다.
봄은 향기로 온단다
여린 순들은 올망졸망 작은 꽃망울들을 받쳐 올리고
갖 터뜨린 꽃봉오리들에서 은은한 향기가 취객들을 부른다.
나풀대는 흰나비 날씬한 다리로 들꽃을 간지럽히며 봄을 속삭인다.
아직 겨울 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적막한 山野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머금은 진달래 가지마다에 꽃망울들이 봉긋봉긋 부풀어 오른다.
살랑바람의 보듬속에서 딴딴한 갑옷을 비집고 분홍빛 속살을 빼꼼 내민다.
여린 꽃망울들은 스치는 온풍에 연분홍치마를 얌전히 고옵게 펼친다.
연분홍 치마에 예쁜 봄아가씨들이 가지마다에서 그네를 탄다.
때로는 여렷이 오롯이 모여 피고
때로는 한씩 둘씩 뽐내듯 가지 끝자락에서 우아하게 피어 있다.
봄아가씨들은 은은한 향기를 풍기며 까르르 웃는다.
어느새 하나 둘 가지마다에서 연분홍치마자락을 날리며 春风에 빙빙 춤을 춘다.
길섶에서도
골짜기에서도
산마루에서도
온 山野를 몽롱한 분홍빛으로 곱게 물들인다.
꽃가지에서 수다를 떨던 진달래꽃 한송이 땅위로 폴짝 뛰여 내린다
“어머 저봐 어디 가려니?”
“우리는 나무를 떠나면 인차 말라버릴꺼야 빨리 돌아와!”
“아니! 나는 가볼꺼야!”
“저 언덕 너머에 뭐가 있는지 가보고 싶어! 졸졸 흐르는 시냇물 구경도 할꺼야!”
봄아가씨는 연분홍 치마자락을 날리며 사뿐사뿐 걸어간다.
따사로운 봄햇살이 보슬보슬 내리고 하늘에서는 종달이가 즐거웁게 지종인다.
봄아가씨는 모든것에 신기했고 마음은 날아갈듯이 들떠 있었다.
새싹들이 파아란 비단 언덕을 넘어서니 작은 냇가에 다달았다.
수정같이 맑고 시원한 냇물이 졸졸 흐른다.
냇가의 푸른 수초들은 부끄러워 물속으로 몸을 숨기고
고운 물빛 위로는 꽃나비들이 나풀나풀 춤을 추고
냇물속에서는 은빛 치어들이 숨박곡질을 한다.
봄아가씨는 냇물에 뽀얀 발을 담그었다.
수정같은 냇물은 차가 웠고 짜릿했다
봄아가씨는 물속에서 파아란 하늘을 보았고 떼지어 흐르는 흰양떼도 보았다.
그리고 그속에서 아름다운 백설공주를 보았다.
활짝 웃는 백설공주는 봄아가씨를 반갑게 맞아 준다..
봄아가씨는 물속 백설공주의 아름다움에 놀란다.
그러나 이내 수줍은듯 두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봄아가씨는 난생 처음으로 자기의 아릿다운 모습을 보았다.
백옥같이 하얀 피부
애기 사슴같은 초롱초롱한 눈망울
앵두같은 빠알간 입술
찰랑찰랑 흘러 내린 비단머리
봄아가씨는 마냥 즐거웁고 행복했다.
이때 어디서인가 아름다운 피리소리가 들려 온다.
명쾌한 선률의 피리소리에 봄아가씨의 귀가 솔깃 해진다.
난생 처음으로 들어보는 신비한 소리였다
봄아가씨는 자기도 모르게 피리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수양버들이 휘늘어진 연못을 지나니 작은 오두막집이 나타났다.
귀맛좋은 피리소리는 분명히 거기에서 흘러 나왔었다.
봄아가씨는 피리소리에 이끌려 자기도 모르게 집대문앞까지 왔다.
마당에서 콜콜 단잠 자든 멍멍이 한마리 때아닌 손님에 콩콩 집을 지킨다.
“어머!”
멍멍이에 놀란 봄아가씨 뒷걸음을 친다.
삐걱
피리소리가 뚝 멎고 방문이 열렸다.
집안에서 한 총각이 성큼 걸어 나왔다.
피리총각은 키가 크고 름름하였으며 이목구비가 수려했다.
피리총각은 수줍은듯 해맑게 웃으며 손님을 반긴다.
그는 이런 심심 산골에 찾아온 손님에 놀랐고 봄아가씨의 아릿다움에 또 한번 놀란다. 피리총각은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조용히 묻는다.
“어디서 왔소?”
“저기…”
봄아가씨는 얼떨결에 말을 얼버무리며 저 멀리 산야를 가리킨다.
그곳은 迎山红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여있을 뿐이다.
아무리 보아야 그곳은 그저 먼 산 뿐이다.
피리총각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그곳은 아무도 없다는것을
봄아가씨는 꽃구경왔다가 목이 말라 물동냥을 하려고 들렀다고 했다.
“잠깐만 기다리오…”
피리총각은 제빨리 집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작은 조롱바가지에 물을 찰랑찰랑 넘치게 들고 나왔다.
봄아가씨는 섬섬옥수로 물바가지를 받아들고 골딱골딱 마신다.
피리총각은 봄아가씨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貂蟬 이 아름답다 한들
그대의 미모앞에 부끄러워 할지옵고
저 하늘 눈부신 태양도
그대의 밝은 미소앞에 빛을 잃을것이옵고
저 하늘 솟구치는 종달이의 지종임은
어찌 은쟁반에 옥구슬 굴리듯한 그대의 청아한 목소리에 비기리
봄아가씨는 피리총각의 이글이글한 눈빛을 피해 얼른 물바가지를 돌려준다.
피리총각도 미안한지라 봄아가씨에게 다정하게 말한다.
“누추한곳에 들린 김에 다리 쉼을 좀하고 가소”
봄아가씨는 피리총각의 다정한 만류에 걸상에 살짝 앉았다.
피리총각은 다시 피리를 꺼내 들었다.
신기했다.
작은 막대기에서 아름다운 선률이 흘러나왔다
봄아가씨는 두 손으로 얼굴을 받치고 지긋이 눈을 감아 몰입한다.
때로는 개울물이 졸졸 흐르고
때로는 산새들이 아름다운 노래를 하고
때로는 기암절벽에서 폭포가 쏟아 내린다.
신비한 피리소리는 봄아가씨를 아름다운 世外桃源으로 이끈다.
봄아가씨는 황홀한 피리소리에 푹 빠진다.
봄아가씨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어린다.
저녁노을이 봄아가씨의 어여쁜 얼굴에서 붉게 타오른다.
피리를 불던 피리총각은 봄아가씨의 아름다운 용모에 홀딱 반해버렸다.
피리소리가 뚝 멎었다.
제 정신이 든 봄아가씨는 피리총각의 넋이나간 시선에 어쩔바를 모른다.
피리총각은 어색함에 말을 건낸다.
“이름이 뭐요?”
“성은 천씨이고 이름은 지화라 합니다.”
“이름이 참말로 아름답군요”
봄아가씨는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고개를 돌려 새물새물 웃는다.
피리총각은 봄아가씨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 졌다.
“어느 마을에서 왔소? 여기에서 머오?”
“화탁（花托）이라는 곳에서 왔어요 여기에서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곳이예요.”
피리총각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마을은 없었다.
봄아가씨는 피리총각의 갸유뚱한 모습에 심술궂게 호호 웃는다.
말을 잃은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피리총각과 봄아가씨는 벙어리가 되여도 같이 있는것으로만도 행복했다.
피리총각은 큰 용기를 내서 다시 말을 건낸다.
“아가씨 참 곱소! 저기 산에 활짝 피여나는 진달래꽃보다 더 이쁘오! ”
봄아가씨는 심장이 콩콩 뛰고 가슴이 설레인다.
난생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은 황홀하고 행복했다.
봄아가씨의 순정은 이미 피리총각의 따뜻한 마음에 뺏겼다.
저녁노을이 서쪽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었다.
피리총각의 얼굴에도 봄아가씨의 얼굴에도 노을이 빨갛게 타 오른다.
아쉽지만 봄아가씨는 떠날 때가 됬음을 느낀다.
“늦기 전에 집에 가야 해요, 어머니가 걱정할거예요…”
봄아가씨는 작별인사를 하고 서둘러 대문을 나선다.
피리총각은 매우 당혹스럽고 아쉬웠다.
“다음에 시간 생기면 꼭 놀러 오소!”
“네!...”
봄아가씨는 자기도 모르게 말이 앞선다.
“언제 또 다시 놀러 오겠소?”
피리총각은 대문밖으로 나가는 봄아가씨에게 답장찾듯 작별인사를 한다.
“다시 봄이 오고 산야에 진달래꽃이 만개할때 다시 찾아 오겠어요”
봄아가씨는 바람처럼 홀연히 사라지고 오솔길만 휑하니 자리를 지킨다.
피리총각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오솔길 끝자락만 하염없 바라보고 있었다.
금시라도 봄아가씨가 생글생글 웃으며 되돌아 올듯이 …
밝은 달빛 환하게 비추고
울안에 그대의 향기 아직도 은은한데
바람처럼 홀연히 사라진 그대여
애틋한 피리소리 산간을 울리네
한해가 지나고
두해가 지나도
봄이 오면 진달래꽃은 어김없이 피고 지지만 봄아가씨는 다시 오지 않았다
눈이 빠지도록 애탄 기다림에 지친 피리총각은 그대로 바위로 굳어져 버렸다.
지금도 상아산 이라는 곳에 가면 피리총각의 不忘峰이 아직도 봄아가씨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
http://www.hmzxinwen.com/news/28088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Powered by Newsbuil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