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를 청소하던 나는 갑자기 탄성을 질렀다. 잡품들이 차곡히 쌓여있는 밑으로 그것도 아주 깊숙한 구석에서 파란색의 무엇인가 나의 시선을 자극했던 것이다.
미약한 빛이 겨우 드는 어두운 그 곳에 한 생명이 자라나 있다고 나는 직감했다. 다급히 나는 무릎을 꿇고 잡품들 틈새로 머리를 들이 밀어 자세히 살펴 보았다.
일년이 넘게 버려둔 빈 화분에서 클로버 한포기가 자라나 있었다. 수분 한점없이 바짝 메말라버린 화분에서 여리지만 긴 목을 치켜들고 작은 잎 세개를 피우고 있었다. 클로버는 그 작은 얼굴로 파랗게 웃고 있었다. 좁고 어두운 구석에서 오뚝 고개를 치켜들고 자라있는 모습이 마치 자기의 존재를 온 세상에 자랑하는것 같았다.
순간 콧등이 찡해났다. 애처로웠다. 고집스레 치켜든 그 모습은 나에게는 무언의 항의로 다가왔다.
‘ 세상에...요것이 어떻게? 쯧쯧...’
눈으로 보고도 나는 믿겨지지 않았다. 손으로 두 눈을 비비고 다시 유심히 바라보았다. 확실했다. 일년전에 월계화를 키우던 화분에서 작은 클로버 하나가 집요하게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클로버의 발견은 나에게는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작고 연약한 존재라지만 그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악착같이 살아 남지 않았는가! 클로버는 생명에 대한 집요함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버림을 받은 운명이지만 강인하게 불굴의 정신으로 척박한 환경에서 끝내는 살아 남았다.
새벽이슬 한번 시원히 맞아보지 못한 이 작은 클로버는 그 좁고 메마른 공간에서 공기중의 적은 수분을 빨아들이며 커갔을 것이다. 찬란한 해빛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클로버는 희미하게 비춰들어오는 한점의 밝음을 탐닉하며 악착같이 연명해왔을 것이다.
작은 클로버는 살겠다는 굳센 신념으로 버티면서 한올의 희망도 저버리지 않았고 강인하게 살아남았다. 나는 여린 클로버에게서 생명의 위대함과 강인함을 여지없이 읽을 수가 있었다. 비록 보잘것없는 일개의 작은 미물이지만 생명에 대한 열정과 불요불굴의 정신이 빛 나는 순간이였다.
작은 글로버 앞에서 나는 한없이 숙연해졌다.
“ 어머나! 어쩌면 좋아. 저 말라버린 화분에서 클로버라니 ... “
언제 다가왔는지 안해도 혀를 끌끌 찼다.
“ 여보, 빨리 화분을 꺼내야지. 왜 그렇게 멍하니 앉아만 있어요? “
화들짝 정신을 차린 나는 팔을 길게 뻗어 구석에 박혀있는 화분을 힘겹게 꺼집어냈다. 너무나 오래 방치한 탓에 화분의 흙은 바짝 말라서 갈라지고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 빨리 주세요! ”
성질이 급한 안해는 화분을 받아안고 베란다문을 빠져나가며 연신 재촉을 해댄다.
“ 빨리! 물, 물... ”
부엌으로 간 나는 물주전자에 한가득 물을 담고서 안해를 급히 따라갔다. 화분을 햇볕이 잘드는 창턱에다 올려놓고 기다리던 안해는 왜 이렇게 굼뜨냐고 연신 나무란다.
물주전자를 받아든 안해는 메마른 화분에 조심스레 물을 부어넣는다. 혹시 연약한 클로버가 다칠가봐 뿌리밑둥을 피하며 물을 붓고 있었다.
“ 불쌍한것아, 시원한 물을 실컷 마시고 따사로운 햇볕도 실컷 받으라! ”
한낮의 따스한 햇볕이 정갈한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작은 클로버를 보듬고 있었다.
정성스레 모든것을 끝낸 안해는 만족한듯 해맑게 웃어보인다.
“ 여보, 이후로 이 화분에 클로버만 키울 거예요, 일시에 화려하다 곧 지고마는 그런 꽃이 아니라 연약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악착같이 살아남은 이 클로버만 키울 거란 말이예요. ”
나는 이 작은 클로버에 무한한 경의를 표하며 안해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득여보였다.
클로버 한포기만 달랑 나 있던 화분은 지금 한가득 ‘숲’을 이루고 있다. 떨기떨기 연분홍색의 작은 클로버 꽃들이 아기자기 피여나있다.
아, 클로버여!
나에게 삶의 참뜻을 일깨워준 미물이여!
/리한택
http://www.hmzxinwen.com/news/28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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