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3년이 되었다.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맹물 같은 일상이 어제도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도 같이 평범하게 흘러가다보니 세월에 떠밀려 새로운 토끼해도 벌써 한 달이 되여 간다.
얼마 전에 보라매병원에서 관절수술환자를 간병할 때 목격한 일이다. 옆 침대의 고관절환자가 수술 후 3일 만에 혼란스러운 증상이 나타났다. 파킨스 병이 있는 환자인데 뜬금없는 소리를 하고 약간의 횡설수설하면서 수술한 것도 모르고 환각증상이 있었다.
이상한 소리를 하더니 갑자기 자기를 촬영한다고, 왜 찍느냐고? 찍지 말라면서 간병인한테 화내고 소리 질렀다. 모두들 깜짝 놀랐고 당황스러웠다. 사실 간병인은 이어폰을 끼고 유튜브 음악영상을 보고 있었다.
"에쿠, 큰일이네 섬망증?" 간병인의 후속대응이 은근 걱정스러웠다. 아니라고 변명하거나 대응이 적절치 못하면 환자가 흥분하면서 소리를 더 지르고 정신상태의 혼란으로 과다행동을 보이며 환청, 환각 행동이 나타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간병인은 아주 침착하게 "미안하다고, 잘못했다."며 환자를 친절하게 다독여 드리며 조용하고 안정된 분위기로 환자를 안심시켜 주었다.
책임감과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는 간병인의 능숙 된 돌봄을 지켜보던 저도 강한 기대감이 생겼다. 알고 보니 간병인은 치매환자를 5년간 간병했던 경력자였다. 환자의 특징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단계에 간병인의 능력이 발휘된 시점이었다. 그 후부터 환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재발하였지만 간병인의 정확한 대응으로 신속히 안정 되군 하였다.
섬망은 우리가 노인층의 수술환자들을 돌보면서 흔히 보게 되는 증상이다. 대계 수술 후 또는 노인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이 확인된 것은 없지만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뇌의 기능장애가 발생하는 정신과 질환이라 한다.
주의력, 언어력, 의식수준 인지저하를 특정으로 사람, 날짜, 장소에 대한 인지력이 저하되며 환시, 환청, 환각 등의 증상과 피해망상, 의심 등의 흔한 증상을 가진다. 불면증과 초조해지거나 과민반응이 있을 수 있으며 소리를 지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충동적인 돌발행동을 하기도 한다. 갑자기 발생해 1~2주내 회복된다는 특징이 있다.
섬망증과 치매는 인지기능 저하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한 증상이 유사하여 구별이 어렵다.
그럼 섬망과 치매의 구별점은 무엇일까?
a. 섬망증은 갑자기 빠르게 발생하며 하루 에도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지남력 방향력 (시간, 장소, 인물)이 초기부터 손상되며 의식이 깨여있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다.
b. 이와 상반되게 치매는 서서히 느리게 발병하고 증상변화가 거의 없이 진행되며 초기에는 시간, 장소, 인물에 대한 분별이 유지되다가 점차 악화되면서 의식이 깨여있는 상태에서 인지 저하가 나타난다.
섬망증과 치매의 병리적 변화의 다른 점은 섬망은 뇌의 일시적인 기능장애이기에 회복이 가능하지만 치매는 뇌세포가 파괴되어 회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점차 증상이 악화 될 수 있다. 섬망증은 향후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식구 중에 혹은 주변의 지인 중에서 이런 증상을 발견하면 당황하지 말고 제때에 의료진에 반영하고 정확하게 대응해야 한다. 어떤 분야든 노력만하면 잘 할 수 있고 전문가로 될 수 있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만 공부가 아니다. 세상은 공부로 시작해서 공부로 끝난다. 끊임없는 공부와 노력으로 전문성을 갖추면 우리 삶의 질이 훌륭하고 가치 있지 않을까 싶다. 전문가는 되지 못하더라도 상식적인 의료지식을 알아두어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이것으로 간단히 치매와 섬망증에 대한 공부를 마치겠다.
/김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