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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7/20  정명선
억울한 사연

무더운 여름 뜬구름 잡는 소리한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억울한 일은 끝도 없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납니다. "억울해"하는 말이 가볍게 들릴 때가 다 반수이지만 때때로 진짜 "억울하겠다" 하면서 같이 분한 감정에 휘말릴 때도 있습니다.

 

어학사전에 억울함이란 아무 잘못 없이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거나 하여 분하고 답답한 심정이라 하였습니다.

 

한 요양병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연변에서 오신 한 여사님이 5년간 열심히 일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였습니다. 금의환향의 기쁨을 안고 한국생활 다 정리하고 귀향길에 올랐습니다. 손짐 들고 남편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출국장에 들어섰습니다. 출국 심사를 받으려고 여권을 건네주는 순간 출국금지가 됐다고 영문도 모른 채 출입국사무실로 연행되었습니다. 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지? 도난신고가 들어왔는데 용의자로 고발이 접수되었다고 합니다. 황당하였습니다. 황당함을 지나서 화가 났습니다.

 

5년간 보살펴드린 한 할머니의 보호자가 할머니 수중의 현금 12만원이 없어졌는데 간병인을 의심하고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할 말을 잃은 간병인은 돈 갚고 벌금하면 출국할 수 있었지만 넘 어이없고 분해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남편만 귀국시키고 병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억울함을 벗기 위해서 진실을 밝히려고 다시 병원에 취직했습니다. 황당하고 화난 마음을 진정하고 우선 억울한 "12만원"을 갚고 고발부터 취하하였습니다. 후임 간병인과 할머니 짐을 다시한번 확인했습니다. 역시나 찾지 못하였습니다.

 

보호자가 야속하고 후임 간병인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억울하긴 한데 해명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방법도 없었습니다. 간병인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인수인계 해줬는데 받은 사람이 받지 않았다고 하니 미칠 일이였습니다. 서랍속의 봉투를 확인시켜 줬건만 기억나지 않는다고 모르쇠를 하는 후임 간병인이 죽도록 미웠습니다.

 

5년간 내 부모처럼 열심히 돌봐드렸는데 설령 그 돈이 없어졌다 한들 고발까지? 그깟 돈 12만원이 뭐라구...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보호자에 대한 서운함이 분노로 치솟았습니다.

 

2주가 지난 어느 날 할머니는 가방 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옷을 꺼내 입었습니다. 아뿔싸~, 그 옷 주머니에서 문제의 "12만원" 현금이 나왔습니다. 깜박깜박하는 어르신들에게서 늘 있을 수 있는 일인데, 할머니는 후임 간병인을 믿지 못해서 몰래 서랍속의 현금을 감춰두고는 기억을 하지 못했던 모양 이였습니다. 보호자가 미안하다고 12만원을 돌려주자 간병인은 그깟 돈은 싫고 보호자와 후임 간병인이 제대로 된 사과를 하라고 호통했습니다.

 

동료들이 무고죄로 맞고소하라는 충고에도 간병인은 너그럽게 용서하고 정중하게 사과만 받았습니다. 후임 간병인은 무책임한 대가로 병원 측에서 해임시켰습니다. 참으로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여사님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간병인들이 인수인계를 현장에서 구두상으로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귀중품이나 현금은 병원에 맡겨야겠지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사인이나 사진으로 증거를 남겼더라면 이 간병인도 옴짝달싹 못하고 당하지는 않았겠지요.

 

우리는 지인이나 친구지간에 돈거래를 해도 차용증을(借條) 쓰지 않습니다. 하찮고 낯간지러운 일이라 생각하겠지만 후회 없이 억울하지 않게 살려면 꼭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억울하게 휘말릴 경우에 자체 해명이 안 되면 법률 전문가의 협조를 받아야 하기도 합니다. 정황증거도 확보하고 목격자의 진술 등을 모아 무혐의 소명이 가능하도록 노력도 하여야 합니다. 인생에서 억울한 일을 많이 겪은 사람일수록 이러한 상황들이 공감이 많이 됩니다.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우리는 더욱 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이런 억울한 일이 더는 없어야겠죠? 더 이상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고 황당한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매사에 명철하게 살아야겠습니다.

/김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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