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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10/21  한민족신문
오늘 밤도 혜성은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동생같은 동창생, 최문식을 추모하며

최문식은 나의 연변대학 동창생이다. 나와 같은 흑룡강성에서 왔다. 한 침실에서 4년간 뒹굴며 지내여 고운 정 미운 정이 흠뻑 밴 동생 같은 동창생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2018년 여름에 나 먼저 저 세상에 갔다.

 

이 비보도 석달 후에 들었다.

 

참 억이 막혔다. 염라대왕도 눈멀었지?! 왜 지팡이에 실려 사는 날 데려가지 않고 한창 뛰어다니면서 사업하는 동생을 데려갔나?

 

남의 어려운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문식이다.

 

나도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 헤아릴 수 없다.

1978년 4월에 연변대학 조문학부 77기 조문반이 학교연집농장에서 공부할 때 세 친구가 찍은 기념사진. 앞줄 오른켠 첫번째 최문식동창

2학년 여름 방학전이다.

 

나는 셋째 처남이 발기부전 병으로 결혼 3년 지났는데도 아직 아이가 없다는 것을 문식한테 말했다.

 

그는 조금 생각하더니 나를 보고 말했다.

 

연길시병원에 아는 의사가 있는데 발기부전 치료에 용하오. 한번 데려와 보오.

 

그의 말을 듣고 난 나는 집에 편지를 띄었다.

 

방학 보름 전에 그 처남이 도착했다. 구차한 살림으로 치료비용도 넉넉히 가져오지 못했다.

 

억이 막혔다.

어떻게 한담?

 

그때 문식이가 날 밖으로 끌고 나갔다.

 

최형이 신경질 부리면 최형 처남은 얼마나 난처하겠소? 방법을 생각해 보기오.

 

별 수 없는 나는 그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저녁에 문식은 한 친구에게 명령을 내렸다.

 

넌 10일간 침실 출입금지다.

 

눈치 챈 그 친구는 웃으며 대답했다.

복종하겠나이다.

 

잠자리는 해결됐다.

 

먹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 한담?

아무리 궁리해도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다. 어디로 나갔다 온 그의 손에는 식사권이 한줌 쥐어 있었다.

 

그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말했다.

 

여학생 침실에서 지원한거요.

 

난 할 말을 잃었다.

 

다른 일로도 여동창생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에 또

별 수 없는 나는 그 식사권을 받아 쥐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튿날 오후, 우리는 연길시 병원으로 갔다.

 

진찰결론은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선생님은 먼저 첩약 세 첩을 지어주셨다.

 

그리고 3일후 병세에 따라 처방을 조절한단다.

 

9일후 처방전이 확정되면 한 달분 첩약을 져 줄 테니 집에 가도 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문제는 9일간 약을 어디서 달여 먹는가이다.

 

좀체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치료를 포기하고 처남을 집으로 돌려보낼 생각을 하면서 침실로 돌아왔다.

 

나보다 먼저 떠난 문식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돌아오면 나의 생각을 말하려고 기다렸다.

 

그런데 그의 손에 전기곤로와 약탕관이 들려 있었고 그는 뭐가 그렇게 좋아서인지 싱글벙글 웃으면서 침실로 들어왔다.

 

그때 나의 기쁨은 말로 형언할 수 없었다.

 

그 날 저녁부터 약을 달였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약냄새가 침실에 차고 넘쳤다.

 

내가 민망해 하자 문식이는 침실 친구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최형 미안해 할 것 없소. 쟤들도 발기부전 병이 있어 이 약냄새를 맡으면 그 병이 뚝 떨어지니까요.

 

침실엔 웃음소리가 약냄새에 섞여 차고 넘쳤다.

 

9일후 처남은 한 달분 첩약을 지어 왔다.

 

이틀 후 집에 가는 일만 남았다.

 

또 그때다. 문식이는 침실 친구들을 불렀다.

 

내일 최형의 처남 환송연회를 여는게 어때?

 

나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신세를 진 내가 한턱 쏴야 하겠는데.

 

그런데 둘이 집으로 돌아갈 차비밖에 없었다.

 

다음에 보자.

이렇게 생각하는데 불쑥 환송연회를 꺼내니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문식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 놓았다.

 

한사람 1원(인민페)씩 내자.

 

그 돈으로 어디에 가서 뭘 먹나?

 

술 세병, 두부 세모, 김치 한포기 사다가 두부김치찌개를 끓여 먹으면 돈이 남는다.

 

전기곤로가 있어 불은 문제가 없는데 어디다 넣고 끓이나?

 

문식은 침대 밑에서 양철 세수대야를 꺼내 들었다.

 

네가 발 씻던 세수대야에 끓인다고?

 

너 네 곰발 좋아하지? 내 발이 곰발보다 더 맛있어.

 

침실에 또 폭소가 터졌다.

 

이튿날 점심, 문식의 발 냄새가 폭 배인 세수대야안에서 김치두부찌개가 부글부글 끓어 넘쳤다.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두부김치찌개를 안주하며 술을 마셨다.

 

나의 셋째 처남은 2년 후 딸을 낳았고 또 둘째도 봤다.

두 딸들이 자라서 큰 딸은 오누이를 낳았으며 둘째 딸도 아들애를 낳았다.

 

처남은 자손이 번창하니 늘 문식의 덕이라고 말하 군 한다.

 

대학졸업 후 나는 흑룡강신문사에 출근했고 문식이는 할빈시에서 좀 떨어진 아성시 조선족중학교 교장, 아성시교육국 국장으로 부임됐다.

 

그는 할빈에 출장할 때마다 차에 쌀이며 콩기름이며 야채를 듬뿍 싣고 나의 집에 가져왔다.

 

그때 56원 월급에 30원 셋방살이를 하는 나에게는 설중송탄이었다.

 

몇 년 후 문식은 연변대학 고전연구소 소장에 부임됐다.

 

연길로 떠날 때 시간 없어 못 들렸다면서 이듬해에 일부러 날 보러 우리 집에 찾아 왔다.

 

저녁에 그가 가져온 안주와 술로 밤늦게까지 추억속에 잠겼다.

 

술이 끊나자 문식은 밖에 나가 바람을 쏘이자고 했다.

 

밖은 집안보다 시원했다. 밤하늘엔 뭇별들이 깜빡이고 있었다.

 

걸상에 앉아 밤하늘을 쳐다보던 문식은 불쑥 물었다.

 

형은 죽으면 어느 별로 갈래?

 

엉, 난 황천밖에 몰라.

 

넌 별로 가려나?

 

그래. 난 혜성에 가련다.

 

바로 그 때다. 밤하늘에 밝은 혜성이 긴 꼬리를 끌고 와 밤하늘을 화려히 수놓았다. 순식간이다. 다시 쳐다보니 혜성은 가뭇없이 사라졌다.

 

저 잠간 혜성이 뭘 좋다고.

 

형은 모르는 소리야.

 

이렇게 말머리를 돌린 그는 혜성에 대한 말을 시작했다.

 

태양계에 혜성이 대략 1억 개 있고 인류가 약 4000개를 발견했단다.

 

혜성은 얼음덩이와 먼지로 형성된 구형 물체다. 어떤 혜성은 항성의 인력에 궤도를 탈리해 태양 쪽으로 온다. 태양 가까이 오면 수증기가 증발하는데 이 수증기는 혜성과 반대방향으로 흘러 꼬리모양을 이루며 햇빛에 반사돼 밤에 지구 가까이 나타나면 화려한 꼬리를 자랑한다.

 

네가 혜성에 대해선 박사는 몰라도 석사는 울고 가겠다.

 

형, 다 들어보고 결론 내리소.

 

혜성도 지구를 해치는 것이 있고 도움을 주는 것도 있다. 6000만년 전에 혜성이 지구에 떨어져 대 폭발이 일어나 공룡이 멸종했다.

 

지구에 도움 주는 혜성으로 바다가 생겼고 생명이 생겼다. 이런 혜성을 선조들은 살별이라고 불렀다.

 

아, 그래?

 

처음 듣는 소리다.

다 강의했나?

 

아니. 혜성은 지구에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혜성이 있다. 3.3년 주기로 돌아오는 혜성은 엘켈 혜성이라고 하고 76년 주기로 돌아오는 혜성은 핼리혜성이라고 한다. 어떤 혜성은 200년 만에 돌아오는 것도 있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것도 있다.

 

자기는 엘켈 혜성에 가 지구를 돕겠다고 했다.

 

참 그럴듯한 이론이다.

 

나의 마음도 서서히 끌렸다.

 

그런데 이것이 마지막 대화일 줄이야.

 

2년 전 여름에 그는 혜성으로 날아갔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문식이가 그리워 밤중에 지팡이를 짚고 집을 나서 별들이 깜빡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리 올려 봐도 그 별 뿐이다. 내가 몸을 돌리는데 밤하늘이 삽시에 밝아진다.

 

아~ 혜성이다.

 

화려한 긴 꼬리로 부천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내가 두 눈을 부비고 다시 쳐다볼 때는 혜성이 자리를 감춘 뒤였다.

 

나는 혜성이 나타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선서했다.

 

나도 죽으면 엘켈혜성에 가 지구를 돕겠다고. 그리고 인류의 영생을 돕겠다고 말이다.

 

문식동창생, 아니 문식동생, 우리 앞으로 엘켈 혜성에서 만나자.

 

2020년 10월 19일

한국 부천시에서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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