녕안시조선족중학교 고중1학년2반 전수민
음력설을 쇠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심양역에 들어서니 말그대로 발디딜 틈조차 없어 머리가 어질어질 해났다. 겨우 정신을 추슬리고 출구를 찾아 나가려고 하는데 누군가 옆구리를 찌르기에 돌아보니 낯모를 년로하신 할머니였다. 얼기설기 주름진 얼굴에 소나무껍질처럼 터실터실한 손을 가진 할머니는 글자를 전혀 몰라 출구가 어딘지 알수가 없어 그런다고 출구쪽으로 데려다 줄수 없겠는가 청을 들어왔다. 마침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렬차이다보니 같은 출구여서 나는 흔쾌히 승낙하였다.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손에는 우유박스를 들고있는 할머니가 안쓰러워보이여 내가 손에 들고있는 우유박스를 들어주려고 하니 할머니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자기가 얼마든지 들수 있다고 잘라말하는것이였다. 그러자 어딘가 조금은 무안해난 나는 할머니앞에서 출구를 향해 걸어나갔다.
출구에 가니 아직 시간적여유가 있는지라 기다려야 했다. 할머니는 그때까지도 우유박스를 손에 들고있었는데 그때 할머니의 바로 옆에 있던 이제 걸음마를 아장아장 떼는 녀자애가 그 우유박스를 손으로 만지려고 손을 허우적거리였다. 그것을 알아챈 할머니는 우유박스를 신주단지 모시듯하던 방금전과는 달리 인차 우유박스를 열고 우유 한봉지를 꺼내여 아이에게 건네주고는 머리까지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가 금방 할머니가 건네준 우유봉지를 받았을 때 아이의 엄마로 돼보이는 젊은 녀자가 아이의 손에서 우유봉지를 홱 나꾸어채서는 할머니의 손에 그대로 콱 떠맡기는것이였다. 그리고는 독수리가 병아리 채듯 아이를 나꿔채서는 품에 안고 자리를 뜨는데 방금 입안에 들어올것 같던 우유를 빼앗긴 어린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매서운 눈길속에서 다시 우유를 건네받은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은 빨개났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 나의 마음도 석연치 않았으며 이름할수 없는 감정이였다.
렬차에 올라 차창밖을 내다보노라니 착잡해나는 마음을 달랠길 없었다. (할머니는 왜 내가 우유박스를 들어주겠다는데 경계하는 눈빛으로 거절했을가? 젊은 녀자는 왜 년로한 할머니가 애에게 우유를 주었지만 매서운 눈길로 다시 떠밀어주었을가?) 생각할수록 마음은 무거워만 났다.
사회가 일사천리로 내달리면서 세계가 지구촌으로 되여간지도 오래다. 헌데 사람들사이는 점점 멀어져가는 느낌이고 정은 점점 색바래져 메말라가고있다. 모두가 경계하고 의심하면서 마음의 문에 단단한 빗장을 지르고 높은 울바자를 세우고있기때문이다. 그 울바자를 무너뜨리고 빗장을 젖힌다면 마음의 문이 열릴것이며 마음의 문이 열리면 서로가 믿어주고 리해해줄것이며 관용과 포섭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것이다. 그러면 진정 조화로운 사회에서 조화로운 인간관계가 형성될것인즉 살맛이 나게 될것이다.
나는 우선 내 마음의 문빗장부터 저 멀리 팽개쳐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을 가졌다.
평어: 사회의 한 단면으로 조화로운 인간관계형성을 보여준 글이다.
지도교원: 남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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