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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1/26  한민족신문
나 침 반

오늘 고향친구 김씨가 최씨 여인과 《백년계약》을 맺는다고 초대장이 왔기에 나는 저녁 무렵에 동네 《일산술집》에 들어섰다.

 

벌써 10여명이 모여 있는 둥글 식탁위에 맥주와 소주 등 술과 음식이 올라와 있었다.

 

김씨는 50십대 여인을 술상에 앉은 사람들에 새로 맺은 《부부》라고 소개를 하는 것이였다.

 

고대 진나라 첫 황제로서 진시황은 궁녀를 3,000명 두었다고 하지만 일개 촌부로 김씨가 세 번 장가를 가니 좋은 세월인 것 같다. 15년 전 고향에서 본처와 이혼하고 한국에 입국하여 리씨 여인과 《부부》를 맺었다가 2년 전 갈라지고 오늘 또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다.

 

나는 권주에 속이 메슥거려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건물 밖으로 나왔다. 주변에는 온통 노래방, 다방, 안마방, 마작게임장 투성이였다.

 

온 동네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안마만 받는 것처럼 노래방 간판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자가 그려져 있었다.

 

순간 나는 옛날 생각이 떠오른다.

 

60년 전 아버지는 앞에서 소로 밭이랑을 짓고 어머니는 뒤에서 호미로 한치가량 구멍을 파고 종자를 서너알 넣고 흙을 묻으며 파종을 하였다. 점심에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시원한 물에 밥을 말아 된장에 풋고추를 찍어 드시면서 웃음꽃을 피우며 조화로운 삶을 살았다.

 

이렇게 40년을 동고동락하고 상부상조(相扶相助), 공생공영(共生共荣)하면서 우리 자매들을 양육하였는데 농사는 물론 집안일에 합십 협력하여 좋은 가정을 이룰 수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자매들은 각각 화목한 가족을 이루고 이국땅에서 열심히 살 수 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많은 부부들이 비록 법적으로는 혼인생활을 계속하고 있지만 마음에는 어느덧 별거 내지 이혼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부부가 겉으로는 더불어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고통의 아귀속에 살아가고 있다.

 

인간은 지식 중에서 가장 뒤떨어진 지식은 부부에 관한 지식이다. 지금 인간은 달나라 가고 심장도 의식한다. 인간의 지식은 무한히 발달하였다. 그러나 부부에 관한 지식은 발전하기는 커녕 가장 뒤떨어져 있다.

 

나의 동네에 50십대, 60십대 사람들은 거의다 임시 부부로 살고 있다. 어떤 남성은 애인도 아니고 첩도 아닌 자기보다 20년 연하(한족)인 여인을 기생처럼 한 달에 150만원 주면서 살고 있다. 노동판에서 비지땀을 흘리면서 벌은 돈을 아까워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핸트폰처럼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다른 여인으로 교체한다. 물론 사랑은 국경이 없고 연령을 초월하지만 비극의 근원이 된다. 지금 어떤 자식들은 아버지가(새 아버지) 둘이고 어머니가 둘이다.

 

부부는 서로 성격과 기질과 취미와 습관과 환경과 성장과정과 인생관이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서로 아끼고 서로 돕고 서로 믿고 서로 사량하고 서로 존중하면서 생활 공동체, 애정 공동체, 책임 공동체, 정신 공동체 운명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부부는 인생의 이중성이다. 남편의 목소리와 아내의 목소리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합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목소리가 서로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다. 남편의 목소리가. 너무 높아도 안 되고 아내의 목소리가 너무 낮아도 안 된다. 부부가 저마다 제 소리를 내되 상대방의 목소리를 방해하지 않고 서로 어울려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옛날 부부 생활은 남편이 주장을 하면 아내는 마음에 안 들어도 그대로 따르고 순종했다. 여자가 어렸을 때에는 아버지를 좇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좇고,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좇아야 한다는 것이였다. 더구나 옛날 봉건 시대에 여성들은 억압과 부자유의 생활을 하였다. 이것은 과거의 인습이요. 악폐였다.

 

현대 여성들은 사슬에서 벗어나 자유의 공기를 마시고 개성을 표현하고 자아를 주장하고 인격과 인권을 누리게 되면서 남녀평등 사상이 강하고 모든 인간의 자유와 개성을 중시하는 시대며 여성의 목소리는 커지고 권리는 강화 되었다. 그러므로 현시대 모든 일에 부부가 서로 대화하고 서로 양보하고 서로 타협하면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무엇보다 부부는 서로 인생의 동반자요. 동행길에서의 파트너다.

 

백락천은 이렇게 읊었다. “인생행로의 어려움은. 물에 있는 것도 아니요. 산에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관계의 어려움 때문이다.”

 

그렇다. 화목한 인간관계를 이루는 것이 부부 화합의 길이요. 가족원만의 길이다.

 

무엇보다 부부의 생활은 비바람과 파도가 심한 거친 파도와 같다. 이 거친 바다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느냐 서로 앞에서 이끌어 주고 어떤 때는 서로 옆에서 감싸주고 어떤 때는 뒤에서 밀어 주면서 어려운 바다를 항행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신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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