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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12/04  한민족신문
바깥세상

80년대 후, 90년대 초 내 고향에는 “안녕하세요.”라는 부드러운 서울말이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한국으로 출국했던 사람들은 여행가방 넘치게 한국물건들을 들고 고향에 돌아왔다. 

 

카라오케 영상에서나 볼 수 있었던 트로트 가수들의 헤어스타일을 하고 그들의 패션을 따른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면 사람들은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곤 하였다. 그들이 고향집에 머무는 동안은 온 동네가 한국자랑에 은은히 젖어있었고 이국 향기를 닮은 화장품 냄새가 동네 처녀들의 마음에 파고 들었다. 한국이 어떤 곳이라고 떠드는 백 마디 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황홀한 설명이었다.

 

그들이 돌아와 며칠만 지나면 동네에는 번대 머리 배불뚝이 홀 애비, 왜소한 시골 총각들, 간혹 가슴 넙죽하고 듬직한 남성이나 넥타이에 양복 입은 도시 신사들이 등장한다.  

 

마을 골목을 분주하게 오고가다  심양엔가 북경엔가 먼길 행차가 끝나면 김 가루나 화장품 냄새만 사라졌던 게 아니라 앞집의 수옥이, 옆집 영자, 마을 입구의 박령감네 과부며느리까지 사라졌다. 마을의 젊은 여자들이 그렇게 하나 둘, 나중에는 모두 사라졌다. 그러고는 오라버니 삼촌들도 시집 간 처녀들의 혈육이라는 이유로 출국할 수 있어 떠나다 보니 마을은 노인들만 남게 되였다. 이렇게 사람들은 바깥으로, 바깥으로 떠나갔다.

 

어느 해 여름, 앞집 수옥의 엄마 아버지가 서울행차에 나섰다. “취사가 완료되였습니다.”하며 안내 멘트 날리는 밥솥의 유혹에서 한국이라는 바깥세상을 어림짐작하며 부풀어 있었다. 김포공항에 내려 마중 나온 딸내미 따라 지하철타고 버스타고 아현동 산동네 월세 방에 당도했다. 좁고 어둡고 가파른 골목을 더듬듯 올라간 곳엔 부엌 하나 달린 비좁은 방이 있었다. 고향집 곳간보다 훨씬 작고 낮은 옹색한 집이었다. 숲을 이룬 빌딩의 높은층 어느 아파트가 딸내미 보금자리일거라는 기대는 깨끗이 사라지고 무작정 눈물이 나왔다. 수옥의 엄마는 커다란 손으로 딸내미 등짝을 후려치며 눈물을 훔쳤고 아버지는 낮은 천장이 무너져 내리게 깊은 한숨만 쉬였다. 

 

그 뒤로 고향에 돌아갈 행장을 집어던지고 수옥의 엄마는 식당 설거지로, 아버지는 노가다 공사판에 나섰다. 고향에서 농사일로 굳혀진 억척같은 몸을 불사르니 은행통장의 잔고도 불같이 불어 났다.  2년 만에 딸내미 방 3칸짜리 전세 집으로 이사시키고 5년만에는 옆구리에 두둑한 돈 주머니 차고 금의환향하였다. 고향집 옛터에  번듯한 집짓고 현대식 농기구로 옆집 앞집 논까지 도맡아 짓는 농사에 신이났다. 출국타령만 하던 사람들이 인젠 귀국 귀향을 서두른다. 고향마을 입구의 느티나무가 지금도 무성하니 천만 다행이다. 고향의 산과 들이 하얀 눈을 덮고 포근히 잠자고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무엇보다 바깥으로 나가던 수옥이는 지금 서울의 높은 층 아파트에 살고 있다. 하지만 수옥이가 크게 숨 쉴 바깥세상은 고국이고 고향이 아닐까? 이젠 고국이, 고향이 돌아오고 싶으면 쉽게 올 수 있는 바깥세상이 되였다. 

고향 사람들아, 어서 돌아 오시라!

/김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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