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흑룡강성 목릉현 하서향 갱신조선족소학교 4학년을 다닐 때만 해도 마을의 어른들께서 추석을 중추절이라고 불렀다. 다소 의아해 나는 마을에서 역사지식이 깊은 큰아버지 께 물었다.
큰아버지께서는 웃으시면서 대답하셨다.
“추석 하면 여러가지 이름이 있단다. 중추절 외 한가위, 가베, 팔월대보름 등 이름은 잘 불려지지 않는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추석이 여러가지 이름이 있다는 걸 알았다.
고향에서 추석이 돌아오면 제일 바삐 보낸 두 분이 있다. 한분은 촌장이신 나의 아버지, 다른 한분은 나의 어머니시다.
아버지께서는 추석전부터 추석날에 진행되는 행사준비로 바삐 보내셨다.
엄마는 추석음식준비로 바삐 보내셨다.
집안의 음식준비도 바쁘셨지만 마을행사에 수요되는 음식준비로 더 바삐 보내셨다.
추석 이틀 전에는 마을의 엄마들을 이끌고 현성에 가 장을 보신다.
추석 전날에는 추석날 아침에 꼭 먹는 송편 빚기로 바삐 보내신다.
추석날 아침에 엄마께서는 두 집 즉 큰어머니께서 계시
지 않는 큰아버지 집의 차례제 준비도 하신다.
추석날 아침 식사가 끝나면 큰아버지께서는 나를 데리고 엄마께서 장만하신 음식 보따리를 들고 할머니, 큰어머니의 산소로 가신다.
산소에 이르면 먼저 들고 가신 낫으로 할머니와 큰어머니의 무덤 벌초를 하신다.
다음은 묘 앞 제단에 흰 종이를 펴고 갖고 가신 음식을 배열하신다.
그다음 술잔에 술을 부으신 후 제단 올리고 절을 두번 하신다. 술잔의 술을 무덤 옆에 붓는다.
나도 큰아버지처럼 술잔에 술을 붓고 제단에 올린 후 절을 두 번 하고 그 술을 무덤 옆에 붓는다.
그리고 나서 큰아버지께서는 술 석잔을 마신다.
나는 제단에 있는 사과부터 먹는다. 설날에 먹은 후 두 번째로 사과를 먹는다. 별맛이다. 다음 과자, 사탕을 먹는다. 역시 별맛이다.
그래서 나는 큰아버지를 따라 산소에 가기를 누구보다 즐겼다.
오후 1시부터 마을의 행사가 진행됐다.
종전대로 첫 행사는 줄다리기 시합이다.
마을의 큰길을 사이두고 있는 뒷마을과 앞마을의 대결이다. 이 시합에서 진 팀이 이긴 팀에 술과 안주를 바친다.
시합은 삼판 이승으로 끝난다. 시합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진행한다.
시합이 끝나면 마을의 남녀노소가 둘러앉아 음식을 먹는다.
밝은 추석달이 떠오르면 모임자리 중간에 모닥불을 지핀다.
이어 노래를 잘 부르신 나의 동갑 주용남의 아버지 주동률께서 물바가지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시면 모두들 일어나 밝은 달빛 아래에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이상은 1957년 중추절 장면이다. 그런데 이날 추석모임이 마지막으로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그 후 일어난 대약진, 3년 재해, 문화대혁명으로 고향마을의 추석모임은 영영 고향마을을 떠나 지금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나의 가슴속에 남아 있다.
/최영철
http://www.hmzxinwen.com/news/27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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