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퇴직후 본격적으로 간병일에 달라붙었다. 아마 간병생활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사랑스러운 제이의 사업터였다. 한국행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하던 날로 나는 요양병원에 들어섰다.
병실에 들어서니 겨울이라 환기를 시키지 못하여 후끈후끈한데다가 환자들의 냄새가 코를 쿡 찔렀다.
나는 심한 냄새를 제거하기 위하여 우선 먼저 청소를 다그쳐 해놓았다.
락스의 냄새에 병실은 대뜸 상쾌해지며 정든 일터로 둔갑하였다.
환자들의 첫목욕마저 끝마치니 아프고 지저분하게 누워 계시던 환자들도 한결 깔끔한 모습으로 아픈 환자 같지 않게 한결 다정다감하고 친절해졌다.
나는 환자들의 수발을 들며 해야 할 일들을 찾아하며 환자를 돌보는 일에 정성을 다했다.
그러다가 문득 우리 환자들속에는 보호자가 결핍한 환자들도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고관절수술로 병원에 입원한 송녀사님은 자식도 없고 미국에 계시는 오빠의 보호로 병원의료비를 지불하면서 치료를 받고 계셨다.
그래서 다른 분들보다는 코로나시기이지 보호자면회가 근절된 상태여서 모든 일에 어려움이 첩첩했었다.
물김치가 없으면 식사를 못하시는 정황이라 남의 손을 빌지 않으면 식사가 힘들어져 병구완이 잘 되지 못하는 상태였다.
녀사님은 목욕시켜주던 날부터 나를 믿고 있었다. 녀사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나는 녀사님의 손발이 되여 추우나 더우나 물김치만 떨어지기만 하면 시장에 가서 사다놓았다.
이렇게 날이 가고 달이 가면서 우리의 우정은 깊어만 갔다.
하루는 카드를 주면서 돈을 찾아오라는 것 이다. 나는 알려주는대로 돈을 찾아 드렸다.
그렇게 며칠후 나에게 팁이라며 찾아 낸 돈에서 껌사탕을 두어개를 사고는 남은 돈을 몽땅 나한테 주는 것 이였다.
나는 환자가 주는 돈을 사양을 했지만 환자가 막무가내로 밀어주니까 미안한대로 받아 넣고는 송녀사님의 처지를 손금보듯이 다 아는지라 물김치구입에 사용했다.
그 후에도 네개월간 우리는 이런 일을 반복하며 정도 들고 서로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우리의 인연은 네개월 남짓이 진행되는 동안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살아오다보니 한집식구같은 존재가 되여 퇴원후에도 서로 그리워하며 전화로 통화도 하고 시간만 허용이 된다면 만나기도 하면서 사이좋게 보내고 있다.
지금도 녀사님은 내가 일하던 병원을 지날 때면 "여기에 우리 아줌마가 계시는데..."하면서 되뇌이군 한다고 했다.
나도 늘 이모님이라고 부르면서 그리워하고 있다.
내 방에는 또 구십대할머니가 계셨는데 두 아들을 두었는데 두분 모두가 신체장애인이여서 할머니는 상심하여 살멋이 없다면서 늘 비감에 잠기군 했다.
이 할머니는 지식분자인데 영국, 일본 등지를 돌아다니며 유학을 했던지라 일본어를 참 잘 하셨다.
나는 할머니의 초보적인 정황을 료해한 기초상에서 우선 할머니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즐겨하는지 료해를 해보았는데 할머니는 일본어를 잘하시기에 간단한 일본어 단어들을 꼬집어서 말할수 있게끔 대화를 나누었다.
약간의 치매증상은 있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저락된 기분을 살리려면 우선 먼저 그이의 애호가 무엇인지 료해를 거쳐야 할머니의 정서를 조절할수가 있는 것 같아서 할머니하고 일본어 대화를 해보았는데 너무나 많은 단어들을 장악하고 있어서 참으로 놀라웠다. 91세나이에도 기억력이 그렇듯 좋았으니 말이다.
나는 의식적으로 할머니와 간단한 대화를 일본어로 하며 할머니의 기분을 돋우어 주었다.
나는 지식이 박식한 할머니를 나의 스승이라고 칭찬도 해주며 그이의 손발이 되여 호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했더니 두 아들은 저보고 "아들들이 해야 할 일을 녀사님이 한다"고 하면서 못내 고마워하며 깍듯이 인사하고는 가는 것이였다.
코로나 시기여서 오래도록 머무를수 없는 시기였지만 한주일도 빼지 않고 찾아주시는 할머니의 두 아들의 모습에 어쩐지 지금도 짠한 마음이 들며 늘 안스럽기만 하다.
또 한분은 온 몸이 경직이 되여 삽십년을 자리에 누워 계신 어머님이 계셨다.
막내 딸은 병문안을 오기만 하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서럽게 울고 있었다.
나이를 따져보니 한창 사랑을 받으며 살아야 할 꽃나이에 의지가 되고 믿어야 할 어머니가 몹쓸병이 들어 자리에 누워 계시니 얼마나 가엾고 가슴이 아픈지 나도 눈시울이 젖어듬을 어찌할수가 없어서 눈굽을 찍었다.
내가 손자보러 집으로 간다고 하니 아쉬워하며 언제오냐고 물으시던 환자보호자들, 부모님한테도 지극정성으로 효도하시던 한민족아들딸들이였다.
이밖에도 김희자어머님은 나의 어머니와 동갑인 고관절 수술환자이다.
어머님은 대화를 나누어 보면 우리 어머니들과 똑같은 세대차이를 타고 나서인지 언어가 잘 통하고 호상 리해해주고 존중하면서 유모어가 많으신 참 재미있는 이모님이셨다.
이분도 사이좋게 보내다가 요양원으로 가셨는데 호상 통화하며 그리워하고 있는 나의 환자였다.
매양 내 집 사정이 있을 때면 자식처럼 사랑주며 걱정하시던 어머님, 나의 어머니제사날까지 기억해 주신 어머님이시다.
이렇듯 나의 일을 자기 일처럼 걱정하시는 어머님을 내가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요즘도 통화로 병문안을 해본다.
이외에도 많고 많은 환자들도 있었지만 여기에서 마침표를 찍으면서 음달에서 시들어가는 외로운 고목들이 따사로운 태양과 감로수를 애타게 바라듯이 사랑이 결핍한 어르신들을 사랑의 마음으로 돌본다면 그들의 얼굴에는 감사와 고마움의 미소가 력력해짐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자식들이 돌볼수가 없어서 오직 병원으로 와야만 하는 어르신들의 처지가 가엾기만 하다.
머지 않으면 우리에게도 닥쳐 올 운명같은 존재같아서 말이다.
동녘에 뜨는 해들과 함께 했던 내가 요즘은 서녘에 지는 해들과 함께 하니 귀여운 느낌은 없겠지만 그래도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깊은 감정이 있어서 늘 행복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정철의 시조를 읊조려본다.
이보소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인들 무거울가
늙기도 설웨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가
/김순희
http://www.hmzxinwen.com/news/27586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Powered by Newsbuil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