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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3/23  한민족신문
서로의 지팡이

따뜻한 3월에 들어서자 병원옥상에서 걷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아침 9시가 되면 따스한 해빛을 온몸에 만끽하며 산책하기가 정말 안성맞춤하다.

 

나는 환자를 재활치료실에 모셔다 드리고 여유시간에 옥상에 올라와 봄볕을 만끽하며 봄바람을 한 아름 안았다. 옥상에서 나는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광경에 크게 감동하였다. 글쎄 팔순이 넘는 노부부(환자와 보호자)가 정답게 산책하는 모습이 너무 존경스러웠고 멋있었다.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이 노부부는 매일 이 시간대에 늘 함께 산책한다고 한다.

 

노부부는 아내가 뇌졸중 후유증으로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 입원한지 반년이 넘었다. 아내는 아직도 발걸음을 떼기 매우 힘들어 한다. 타인의 도움 없이는 한 발작 떼기도 어렵다. 한 발자국을 내 디딜 때마다 남편은 아내의 곁에 바짝 붙어 서서 아내의 허리춤을 꼭 잡아준다. 때론 완전히 남편 품에 의지해서 남편의 도움으로 몸의 균형을 맞춰가면서 힘겹게 한 발짝 한 발짝씩 겨우 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부부의 표정을 살짝 훔쳐보았다. 부부의 표정은 긴장하면서도 평온하였다. 말 한마디도 없이 그저 앞만 바라볼 뿐 열심히 걷기만 한다. 이렇게 산책을 시작한지도 벌써 두 달이 가까워 온다. 봄이라지만 좀 쌀쌀해서인지 두 분 모두 검정색 얇은 거위 털 조끼를 커풀로 입었다. 그 모습마저도 다정하고 존경스럽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핸드폰으로 트로트 음악을 들으면서 조용히 걷기도 한다. 환자인 아내에게서는 비관과 우울한 그늘을 찾아 볼 수 없이 밝았다. 어쩌면 저렇게 다정하게 산책하는지 사람들은 부러움에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만약 이 부부가 꽃다운 청춘, 20대에 결혼을 하셨다면 이미 60여년을 변함없이 동고동락 했을 것이다. 세파에 얼굴엔 주름이 늘어났고 아내는 병이 나서 고달픈 병원생활을 하고 있지만 부부의 사랑은 변치 않는 듯 여전히 다정한 모습이다.

 

몸이 성한 남편이 기꺼이 행동이 불편한 아내가 기댈 수 있게 지팡이가 되어 주고 있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더 깊게 쌓여지는 부부의 사랑과 서로의 신뢰가 온몸에 전해진다.

 

남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무거운 지게의 짐을 질 수 없지만 지팡이가 있으면 바로 일어설 수 있다. 그야말로 지팡이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부부로 인연을 맺고 모진 세월 속에 살아가노라면 힘들고 지치고 고통스러울 때가 수없이 많다. 그럴 때 이 부부처럼 서로 지탱하고 기댈 수 있는 지팡이와 같은 동반자가 된다면 황혼의 생활은 아름다울 것이다.

 

오늘도 노부부는 병원옥상에서 서로 기대고 부축하면서 산책하고 있다. 서로 기댈 수 있는 지팡이로 말이다. 간병인도 최선을 다해 환자에게 생의 희망을 안겨주고 환자가 기댈 수 있는 지팡이가 되여야 겠다.

/장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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