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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10/14  한민족신문
놀라운 참을성과 인내력

옛날 우리 고향마을에 이동재란 영감이 살았다. 키는 150cm 정도이고 눈도 보일랑 말랑 바느실 눈 신세인데 참을성만은 탁월해 동네방네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어떤 참을성인가는 자랑할 여지는 아니어도 어쨌든 놀라운 참을성은 소문이 나 있었다.

 

영감의 마누라 역시 특수형인데 키가 남편에 비하면 엄청 크고 배도 남산만 해 사다리 놓고 올라 갈 정도인데 다리는 가늘어 마치 거꾸로 세운 병같이 위가 실하고 아래가 약한 풍경이 진짜 가관이다. 가장 희귀하고 멋질 때도 있는데 그게 바로 걸음 걸을 때다.

 

어른들은 모두 “오리가 마실하러 행차하시니 길 비켜라!”고 너도나도 치하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도 멋진 아들만 줄줄이 낳아 애들이 무럭무럭 잘도 자라 장군들 같았다. 마누라는 걸음도 휘청휘청 조금씩 우쭐해 보이게 아주 신나는 뚱기뚱기 걸음이다.

 

아들 넷 중에 둘째 아들이 장사였는데 무슨 불만인지는 몰라도 도끼로 전봇대를 까부셔 도끼장군이란 명예까지 지녔다. 당시 배고프니 도둑질하고 훔쳐 먹는 것은 별로 희한한 일도 아닌 평상 일과였다.

 

가장인 이동재 영감은 아들들이 과오를 범해도 모르는 체 하는 것이 일수라 마냥 마누라가 바가지 긁고 떠들어 대는 것이다. 영감은 정녕 참다 참다 못하면 독살을 피우고 제 새끼도 대들보에 거꾸로 달아매고 개 패듯 패대는데 항복할 때까지 혼 쌀을 내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들놈들 죄꼬만 아버지라도 무서워 벌벌 떨 군 했다.

 

한번은 마을 어른들이 저녁 마실을 나와 깨알사탕과 덩어리 소금 알 놓고 술을 마시면서 길옆에 앉아 이야기판을 벌렸는데 이동재 영감의 손등에 모기가 앉아 피를 빨아먹고 있었다.

 

곁에 있던 친구들이 "왜 모기를 때려 잡지 않고 그대로 놔 두냐?"고 했더니 영감이 웃으며 한다는 소리가 "야, 고놈도 얼마나 배고프면 죽을 각오하고 피를 빨아 먹겠냐? 불쌍하잖아"라고 하더란다. 곁에 친구들은 모두 놀라 혀를 찰 정도였다고 한다.

 

후에 그 소문이 한입 두입 건너 퍼졌는데 "독한 영감이라는 둥, 미련한 영감이라는 둥, 사회 불만이 가득 들어찬 영감이라는 둥, 인내성 있는 영감이라는 둥" 소문이 널리 퍼져 인근 마을까지 휩쓸고 멀리멀리 퍼져 나가서 영감에 대한 소문이 났단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장난이 심한 우리 동료들도 실험한다고 모기가 피를 빨 때 참아 보았는데 어찌도 아프던지 저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 때려잡게 되더라고 하면서 "지독한 그 영감 대단하다"고 치하를 했단다.

 

"어떻게 그놈 모기가 피를 꼴딱 빨아 먹을 때까지 참았을까?"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놀라운 끔찍한 참을성, 지독한 행동인데 따라 배울 본보기는 아니야! 아니 미욱한 인내성이야! 독종 같은 영감태기야! 하는 결론을 내린 적도 있었다.

참을성이나 인내심은 우리 인간이 응당 갖추어야 할 보귀한 예의법도이기도 하다. 례하면 친구와의 다툼에서나 부부간의 싸움에서나 부모 자식간 분쟁어서나 참을 "忍"자 인내성은 자존심을 죽이는 것이 아니고 화평과 화목을 도모하는 가장 우아하고 겸손한 정신적 의미지다.

 

마치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는 처녀가 전선에서 달려오는 열차를 초조히 기다려 차에서 내릴 총각의 품에 얼싸 안길 순간같이 금싸락 같은 시간이기도 하다. 또는 멀리 떠나간 랑군님 기다려 몇 십년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늙어갈 때처럼, 죄 짓고 감방 간 아들놈 몇 년을 손꼽아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처럼, 바로 그 순간, 순간들이 눈물 나도록 놀라울 참을성, 인내성이 아니겠는가?

 

고향 찾아 부모형제, 사랑하는 애인 찾아가려고 기나긴 시간 코로나 때문에 고향에 못가고 격리당하면서 외딴 곳에서 음식도 습관도 다른 고통 속에 고생하면서 참는 정말 그 정신이야말로 미증유의 인내성이 아니겠는가?

 

원수와의 싸움에서는 참을성이나 인내성이 한계가 있어야지 궤도를 벗어난 지나친 인내거가 참을성은 부질없는 짓이다. 모기가 자기 피를 다 빨아 먹도록 참는다는 것은 인내성은 옳아도 바보 같은 아두 같이 미련한 참을성이다.

 

이동재 영감이 그때 당시 무슨 뜻에서 모기가 피를 배부를 때까지 먹도록 놔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영웅다운 행동 같기도 하지만 그것이 작은 곤충이니 말이지 큰 독살스러운 괴물이면 피해가 몰라보게 컸을 것이다. 원수는 내가 잡지 않으면 그 놈이 나를 해치기에 잡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김지견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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