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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7/21  김지견
맛 좋은 참살구

초여름에 무르익는 살구는 7월초면 한창 마무리 계절, 시간을 다투는 낙과단계에 들어서는 열매다. 아름다운 화성 행궁(세계 문화유산) 팔달산관광지 산길을 거닐면 양옆에 우거진 나무숲속에 드문드문 샛노랗게 무르익은 살구나무를 목격하게 된다. 참살구도 있고 개살구도 있는데 아까운 열매가 한창 제철이라 땅바닥에 떨어져 몸이 상한 채 무더기로 버려지고 있다. 마음껏 무르익어 속살이 말랑말랑해 떨어져 좀 지나면 상해서 폐품이 된다.

 

멀리서 온 관람객들은 바쁜 시간 쪼개서 여행 오다보니 시간적 제약을 받아서인지 여행 어차나 타고 중요한 유람 요새지만 관람할 뿐, 언제 과일 따위에 신경 쓸 새도, 볼 새도 없어 전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당지 아줌마들, 할머니들이구야 신체 단련, 운동하느라 여유자작 매일 행차한다. 그들은 관람에는 흥취가 없고 탐스럽게 무르익은 열매가 임자 없이 버려지는 것에 마음이 아파한다. 쳐다만 봐도 욕심나는데 무슨 묘책이 없는지라 속앓이만 하고 안달이 나 한다. 이미 떨어진 열매는 상해서 먹을 수 없고 오로지 금방 따야만 하니 어찌하면 좋을까 궁리한다.

 

문제는 나무가 기린 목처럼 높게 자란 데다 오랜 산물이라 몸뚱이 역시 절구통 같아 꿈쩍도 아니한다. 살구가 탐스럽게 많이 달렸어도 그림의 떡이다. 진동 없이는 잘 영근 열매일지라도 추락이 안 된다. 요사이 연 며칠 퍼붓는 장맛비에 살구가 많이 떨어졌다. 떨어진 살구는 몽땅 상해서 죽탕이 되었다. 그래도 워낙 많이 달렸는지라 아직도 나무엔 살구가 탐스럽게 가득하다. 좀 지나면(며칠 후면) 나무에 남아있는 살구는 몽땅 거덜 날 판국이다.

 

살구를 쳐다보던 아줌마들 나를 보고 좀 도와 달라고 간절히 요청한다. 나도 매일이다시피 운동 다니기에 자주 만나는 면목 있는 아줌마들이다. 하긴 나도 먹음직한 살구 맛이라도 보고 싶은 심정인데 언덕이 없어 비비지 못하고 있었다.

 

(에라 잘됐다. 좀 도와주자! 나도 좀 얻어먹고. 그런데 어찌하면 좋을까? 어찌해야 나무가 움직거려 살구가 떨어질까? 가장 좋기는 나무에 올라가서 흔들어야 열매가 비 오듯 떨어질 텐데? 안되지, 그건 너무 위험하다.)

 

나는 궁리하다 못에 산에 올라가 잘라놓은 나무 무지에서 팔뚝만한 나무토막 하나를 들고 내려왔다. 아줌마들은 나한테 희망 걸고 나만 쳐다본다. 내가 묵직한 나무토막을 공중에 올려 뿌렸더니 과연 효력이 나타났다. 살구나무 아지가 완전 흔들려 무르익은 큼직한 참살구가 후둑후둑 떨어졌다. 아줌마들 좋단다. 왁자지껄하며

 

“아저씨, 머리 참 좋아요. 야! 아저씨 최고, 최고다!”

 

엄지손가락 내민다. 그런데 나는 어쩐지 싱거워 보였고 또 스스로 얼뜨기 바보 같아 보였다. 다른 아저씨들은 모른다고 지나갔는데 내가 왜 오지랖 넓게 참견이냐? 어쨌든 시작한 일이니 끝까지 마무리를 해야지!

 

몇몇 아줌마들 치맛자락에 앞 다투어 참살구 주어 담는다. 아줌마 한분이

 

“아저씨 수고 하시는데. 자요, 살구 맛보세요.”

 

치맛자락에 쓱쓱 닦아서 나한테 맛을 보라고 준다. 금방 떨어진 참살구라 향도 기막히고 맛 또한 별맛이라 끝내 준다.

 

내가 한참을 팔이 뻐근하도록 이 나무 저 나무 참살구 찾아 나무토막 올려 뿌리기를 반복했더니 아줌마들 참살구를 퍼그나 주었다. 개살구나무는 똑같은 방식으로 한번 흔들었는데 얼마나 많이 떨어졌는지. 그런데 아줌마들 몇 개 맛을 보더니 싫다고 하면서 참살구만 따자고 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개살구는 맛이 참살구 보다 완전 못했다. ‘빛 좋은 개살구’란 말이 그래서 나온 말이구나!

 

아줌마들 나보고

“아저씨 참 수고했어요. 아저씨, 고마워요!”

인사를 한다. 나한테도 살구 한몫을 챙겨 준다.

 

내가 가져다 마누라 줬더니

“야, 맛있네요. 잘도 익었다! 어디서 따왔어요? 좀 더 따올 것이지?”

좀 부족한가보다. 어쩌다 좋은 일 한번 했구나! 웬일인지 마음도 홀가분하고 기분도 둥둥 뜨는 같았다.

 

(부자 동네라 자연산 과일, 좀만 움직여도 먹을 것이 공짜로 수두룩하게 생기는구나! 계절마다 나올 과일, 이제 늦가을이면 밤, 호두, 감, 돌배 그밖에도 이름 모를 과일까지 산에 온통 먹을 것일 테지! 살기 좋은 자유의 고장, 자연이 준 선물만 해도 만족하고 차고 넘치니 얼마나 좋으냐? 무엇이든 부러움 없이 풍요로운 동네, 잘사는 동네임에 손색없구나!) 경탄의 말이 자연스레 나왔다.

 

아! 하나로 이어진 금수강산이 통일되면 얼마나 좋을까? 남북 동네 하나가 되어 마음대로 오가고 마음껏 나누어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연 속에 흔해빠진 차고 넘치는 노다지를 썩히지 말고 나눠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무슨 꿈을 꾸는 건가? 무슨 환상을 하고 있는 건가? 내가 뭐 길래 갑자기 북한 겨레가 생각나지? 한민족 한 핏줄이라서 그런가? 이상하네. 먹을 것이 생겨도 그렇고, 좀 살만해도 그렇고. 언제나 마음속엔 연민의 정이 울렁이네!

 

쌀독에서 인심 난다고 가까이 있으면 저 많은 과일 버리지 말고 서로 나눠 먹으련만. 언제면 나눠 먹으며 살아갈 그날이 올까? 그런 날 정말 찾아올까?

/김지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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