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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1/25  정명선
새 벽 4시

잠결에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여보세요. 벌써 4시예요. 어서 일어나세요. 오늘은 늦겠어요.”

 

분명 아내의 부름소리였다.

 

“철이 어미, 10분만 더 자겠어. 10분만...”

 

나는 잠꼬대마냥 중얼대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애 아버지, 어서요!”

 

아내는 이불깃을 살며시 들고는 찬 손으로 내 가슴을 가볍게 다독였다.

 

“에... 차가와.”

 

“호호...”

 

아내는 가마목에 앉아 함지머리에서 손톱눈마다 떡가루를 하얗게 묻혀가며 떡가루를 이기였다. 벌써 가마에서는 김이 물물 서려 오르고 있었다. 나는 뾰족한 쇠꼬치로 떡기계에 묻은 익반죽을 뜯어 내였다.

 

아내는 둥근상을 놓고는 내가 넘겨주는 익반죽으로 송편을 만들기 시작한다. 나의 아내는 송편을 고르게 빚어내기에 저울 없이도 시장에 나선다.

 

전기모터는 윙윙 돌아간다. 순간 나는 동년시기 그처럼 호강스럽던 새벽이 떠오른다.

 

“야, 일어나거라. 일군들이 밥을 먹고 나가야지.”

 

“으응...”

 

나는 이불을 푹 뒤집어쓰면서 떼질을 쓴다.

 

“이 자식이, 어서...”

 

아버지의 호통이였다.

 

“애 아버지, 오늘은 일요일이 아니요. 좀 더 자게 놔두세요.”

 

어머니는 나를 한쪽으로 밀어놓고는 밥상을 올려온다.

 

내가 다시 단잠에 곯아 빠졌다가 눈을 뜨고 보면 벌써 해가 중천에 떠올라 있었다.

 

“얘야, 어서 일어나렴.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콩나물국을 끓였다.》

 

“해해, 나 큰 사발로 한 사발 먹을래...”

 

“여보세요, 익반죽...”

 

“어...”

 

나는 다시 떡감을 기계에 눌려서는 아내에게 넘겨주었다.

 

초중을 졸업하고 생산노동에 나선 나의 새벽은 고달픈 나날이였다. 아버지의 불호령에 쫓겨 눈을 비비면서 조반 전에 새벽 김을 매러 아낙네들의 꽁무니를 따라나섰다.

 

대학시험제도가 나오자 나는 이 고달픈 새벽에서 헤어나려고 새벽 4시 남들이 꿈나라에서 헤맬 때면 책더미와 싱갱이질을 하였다. 그렇게 기를 쓴 보람으로 그 후 국록을 타먹는 호사로운 인간이 되였다. 아침마다 늦잠자고 7시에 일어나서 아내가 차려놓은 아침밥을 먹고 출근길에 나서군 하였다.

 

하지만 그런 행복한 아침은 얼마 안가 깨지고 말았다.

 

근년에 송편장사하는 아내를 도우려고 어길 수 없는 새벽 4시, 첫 눈 떼기가 그처럼 어렵지만 아내‘명령’에 선뜻이 응하지 않을 수 없다. 떡기계를 세울 때면 찬연한 노을이 동녘을 불태운다. 그러면 나는 학교로 총총히 걸어가고 아내는 자전거를 타고 시장으로 달린다.

 

어머님의 사랑 속에서 보낸 동년의 새벽도 그립지만 오늘날 시공간을 휘어잡고 자기의 생활의 운명을 열어가는 새벽이 더욱 감미롭기만 하다.

 

“애기 아버지.”

 

“오, 어...”

 

또 빈 기계만 윙윙 돌아간 것이었다.

 

“애 아버지,오늘 새벽엔 무슨 생각에 잠겼나요.”

 

“참, 오늘 새벽꿈이 이상하지. 여보, 글쎄 내가 새벽안개를 타고 하늘로 오르는 것이 아니요.”

 

“호호호...”

 

그 바람에 아내는 송편 빚던 손을 멈추고 웃는다.

 

나는 다시 남은 떡감을 기계에 넣었다.

 

기계에서 나오는 새하얀 익반죽은 얕포름한 명주필마냥 나의 새벽길에 끝없이 펼쳐지는 만 같았다.

/신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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