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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게덩이”쟁탈

“비게덩이”쟁탈

 

/박영옥 (안도현)

 

아침부터 뿌옇던 하늘이 저녁녘이 되자 톱날 같은 눈꽃이 부실부실 날리더니 잠간새로 대지를 하얗게 장식해놓았다. 뒤따라 어둠도 소리없이 깃들고 있다.

 

재호는 눈길을 헤치며 타박타박 눈길을 헤치며 걷고있다. 그는 지금 영구촌을 향해 가고 있다. 그 마을에는 큰 형님이 있는데 아까 속히 왔다가라는 전화가 왔던 것이다.


"허험, 형님이 계시우?"
재호는 가래를 떼며 마을어구에 자리잡고 있는 첫집에 들어섰다.


"어 왔구나 어서 올라와.  그래 이 겨울에 들어서서 집이 춥지않는지? 이상이란게 좀 등한시해서 미안하구나.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늘 생각이 가더구나. 참 이상해. 저마끔 따로 살림해도 한 피줄이여서인지 늘 생각히우고 걱정되구…”


큰 형님 재국이가 무척 반갑다는듯 마구 온돌로 끌어올린다. 구들에는 어느새 술상까지 차려있었다.


“참 큰 오빠두. 그래서 형제간이 무섭단 말이요. 나두 두 오빠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가지않는데 이 오래비만은 정말 마음이 아플때가 많소. ”

누님 월순이도 이렇게 부산을 떨었다.


집안을 둘러보니 어느새 둘째 형님네 내외간. 그리고 딸 숙화도 와 있었다.


"오늘 저녁에 모인건 두가지 의미가 있단다. 하나는 재호가 오라잖아 한국에 가겠는데 술이라도 한번 나누자는거다. 우리부모가 돌아간후 모두 제 살림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우리모두 재호에 대해 관심이 많이 부족했는데 특히 부모나 다름없는 내가 큰 형 노릇 못했다는걸 오늘 말하고 싶구나. 모두 알다싶이 저 재호는 홀몸으로 몇년간 고생해왔고 또 저 숙화떄문에 정신적으로 고생이 얼마나 컸나? 재호야 이전에 널 너무 무관심했는데 인제부터 싹싹 잊어버려.이 세상에 어데가도 형제피는 못 속이고 정도 끊을수 없는거다.”


“큰 오빠 말이 맞소. 저 오래비가 정말 불쌍하오. 그처럼 환하던 인물이 이 몇년간 마음고생때문에 지금 말이 아니오. 모두들 모르지만 난 저 오래비두고 밤이면 얼마나 눈물 흘렸는지 모르오”


월순의 말에 재호는 코마루가 쩡해났다. 정말 노래처럼 누나가 정말 좋았다. 녀자이기 때문일가? 언제봐도 섬세하고 마음이 여리고…그리고 큰 형님의 말에도 감동이 일어섰다. 맏이로 태여나서 아래동생들을 위해 잘하나 못하나 어쨌든 부담이 컸다.


“자 어서 술잔이나 비우자구나. 인제 재호가 한국에 가서 돈 많이 벌어서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건배하자”


맏형의 재국이가 먼저 술잔을 기울였다.
“그런 의미라면 나도 건배요”
“나도…”

 

잇따라 재수도 월순이도 머리를 뒤로 젖히면서 술잔을 굽을 냈다.


“저 숙화도 인젠 제법 처녀티까지 나는데…우리 가문에서 제일 불쌍한건 숙화요. 인제 우리형제들이 살림이 피우면 돈을 모아서 숙화병을 치료시켜보기요. 어떻소?”
월순이가 이런 화제를 꺼내자 재국이와 재수도 두손들어 찬성했다.


“거 참 좋은 생각이구나. 인제부터는 재호도 앞이 피울거고 또 우리형제들도 이전보다 생활이 좋아졌으니 숙화하나쯤이야 뭐…”


재호는 끝내 눈물을 떨구고야 말았다. 이전에 힘들게 살때는  두 형님이 너무도 무정하다고 탓할때가 많았다. 안해가 떠난후에 재호는 두 형님집에 가서 밥술을 든적이 한번인지 두번인지 제꺽 기억에 떠오를수 있는 정도였다.  부모가 세상뜨면 남자 형제란 남남이나 다름없구나하고 생각한것이 이 시각 후회되였다. (그때 두 형님도 살기 어려워 그랬을거야. 좋은일 궂은일에는 그래도 형제가 제일이야)
재국이가 또 입을 열었다.

“ 오늘 저녁에 재호 안해까지 왔으면 좋으련만 감기로 앓는다지? 오늘 저녁에 모인건 또 다른 한가지 의미도 있구해서… 모두 알다싶이 재호가 인제 한국에 가면  두다리를 못쓰는 앉은뱅이 숙화가 문제구나…물론 지금까지 제 고모가 잠시 보살펴주긴 했는데 그래도 가까이에 제 아버지가 있어서 괜찮았는데 이후 문제는 다른 문제가 아니고 뭐야?”


"큰 형님의 그 마음 참 고맙소. 내가 한국에 가면 숙화계모가 의례 보살피지 않을가봐 그러우?”
재호가 제꺽 대꾸했다.


"말이야 쉽지만 숙화계모한테 우리가 마음놓고 맡길수 있을 것같아?"
큰 형님 재국이의 반문에 뒤어어 둘째형님 재수가 한술 떴다.


"그러잖구 우리 저런 불쌍한 아이를 어떻게 시름놓고 계모한테 맡긴단 말이요?"
"에구,속담에 ''에미가 계모면 애비도 계부라'하는 소릴 못들었소? 그러니 고려를 잘해야지요"
누님도 덩달아 말했다.


문득 재호는 자기몰래 모두가 숙화문제를 둘러싸고 미리 이러쿵 저러쿵 시비가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내 먼저 견해를 말하겠으니 들어라. 우리집에는 지금 두 량주뿐이니 숙화가 우리 집에 있으면 우리가 적적하지 않을게다. 너희들 형수도 두말없이 찬성한단다."
재국이가 먼저 마음을 표달했다.


"아주버님. 그건 틀린 생각인가봐요. 두 량주가 인젠 늙어서 어떻게 병신아이를 돌본다고 그러세요? 더구나 큰 조카 병호도 빚 때문에 집을 팔고 인차 돌아온다면서요.? 그러면 그 비좁은 집에서 네 식구가 어떻게 산다고 그러세요? 그러니 우리집에 데려가는게 제일 좋은가봐요."
둘째 형수가 참새마냥 재잘댔다.


"모두 좋은 소리는 후에 하오. 여지껏 그래 누가 숙화를 돌보았소? 이 고모가 아니였소? 이왕 고생한바하고는 내가 끝까지 고생하겠소"
이번에는 월순이가 떡메같은 팔을 휘두르며 나섰다.

 

이쯤해서야   재호는 오늘 저녁의 “연극”의 내용을 알수가 있었다.  바로 병신아이 쟁탈전이 연극되고 있는것이였다.


재호는 파리떼처럼 윙윙대는 소리가 듣기싫어 담배도 피울겸 밖으로 나갔다.
하늘에서는 아까와 달리 주먹같은 눈이 마구 쏟아지고 있었다. 처마밑에 쪼크리고 앉아 담배를 입에 물고 하늘을 보노라니 문득 한족령감을 따라 간 안해가 떠올랐다.


5년전 재호는 안해를 잃는 봉변을 당했다. 돈 많은 한족 남자를 따라 어디론지 가버렸다.


“에구에구. 인제 숙화에민 벼락맞을거야. 오래비 혼자서 끓여먹기도 힘든데 농사일까지 하면서 저런 신체가 부실한 애까지 어떻게 보살피겠소? 내 잠시만 보살펴줄게. 이그이그 그저 죽을게 내란데 후유”


입을 열면 무엇이 나갈지 모르는 월순이는 이렇게 야단치며 숙화를 자기집에 업어갔다.


그래서 숙화는 잠시 고모집에 있게 되였다. 누님의 마음이 고마워  재호는 늘 누님에게 이 옷 저 옷을 사주기도했고 돈도 푼푼히는 몰라도   생활비를 대주고 있었다.


날마다 빛 잃어 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가긍해서 큰 딸 복화가 외지에서 하던 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네 에민 사람이 아니야. 너는 절대 네 에미를 닮지말아"
시에미 역정에 개배때기를 찬다고 재호는 울분을 복화한데 내쏟았다.


"아버지. 자꾸 생각마세요. 어머니도 오죽했으면…가난이 죄래요. 죄!"


엉? 그래 가난이 죄였다. 가난했기에 안해는 가출했을것이다. 누군들 가난한걸 좋아하랴.

사실 안해는 시집와서부터 백원짜리 옷 한벌 사지못했고 남들이 흔하게 쓰는 한국제화장품 한번 사본적이있는것 같지않았다. 그러니까…그래 그래 맞어 가난이 죄야! 그날 재호는 처음으로 안해를 원망하지 않게 되였다. 그래 그래 잘 살아야 해. 잘 살아야  머리들고 허리펴고…가정도 둥글어질거야.


재호의 안해가 떠나간 이듬해 재호한테는 쌍복이 터졌다. 글쎄 이웃마을의 영순이를 안해로 맞게 될 줄이야. 비록 딸애가 둘이 달렸다하지만 그래도 이런 조건을  나무릴때가 아니다.


지금 농촌에서 과부가 나지면 로총각들도 욱하고 마음이 동하는데 자기는 홀아비인데다 병신아이까지 달리지 않았는가!

 

영순이는 비록 난쟁이를 겨우 면할 작다작은 키에다가 인물 또한 너무도 볼품 없어서 너부죽한 얼굴인 재호에 비하면 너무도 짝지우지만 그러나 인물 잘나서 돈 나오랴.


지금 도시나  농촌에서 어느 한집에서 딸이 한국에만 시집가면 모두들 부러운 눈길을 보내오는 세월이다. 딸이 한국에서 번 둬달 월급만 보내줘도 농촌에서는 놀고도 먹을수있는거고 또 부모도 초청되여 한국에 가서 돈 벌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뭐니뭐니 해도 복화가 감사햇다.


뭐, 가난하게 사는 아버지를 꺼리지 않고, 더구나 장애인 동생도 받아주겠다는 계모가 고마워 잘 살게 해주겠단다. 참 기특하고 헴이 든  딸애다. 어쩜 어린나이에 그처럼 큰 꿈을 꾸고 있을가? 마을 사람들의 부러운 눈길을 한몸에 안은 재호는 늘 꿀먹은 사람처럼 마음이 달기만하였다.


재호의 후처인 영순이는 자리를 옮겨온 이튿날부터 숙화를 데려오자고 몇번이나 말했다. 그런데 누님인 월순이가 놓아주지 않았다 리유는 이러했다
"내라고 거두기 좋아서 이러고 있겠니? 갓 시집온 올케한테 그런 아이를 인차 밀어보낸다는게 미안스러워서란다. 이후에 차차 보내마"


그때 재호는 누님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웬간해서는 눈물을 모르면서 살아왔건만 누님의 그말에 그만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한국에 시집간 복화가 반년후에 초청장을 보내왔다. 그러고보면 인제는 재호도 살길이 나졌다. 딸의 초청으로 한국에  가서 몇년만 벌어오면 그 지겨운 농사일도 그만두고 도시에 가서 살수도 있고…더욱히는 숙화를 큰 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할만하면 치료도 시키고…


숙화는 원래 든든한 애로 태여났었다. 그런데 네살때의 어느날 저녁 한잠을 자고나더니 다리에 맥이 없단다. 그러면서 일어서기도 힘들어하는 것이였다.


낮에 너무 달아다녀서 그렇겠지하고 등한시했는데 며칠간  그 증세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제야 재호는 숙화를 업고 먼저 향병원으로 갔다.


“칼슘부족인것 같은데 먼저 칼슘을 보충하고 또 소염제도 먹여보십시요”
의사의 시원치 않은 진단이였지만 그런대로 먼저 약을 먹였다. 그런데 아무런 호전도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더구나 그 증세가 심해지더니 후에는 다리 살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아예 일어서지도 못하고 앉은뱅이로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현성병원에 갔다. 거기서 여러가지 기계로 검사했지만 의난병으로 주목되여 전병원의 주임이요, 교수요하는 의사들이 모두 동원되여 연구하더니 나중에 머리를 설레설레 젓더니 북경병원으로 가보라는것이였다.


북경병원- 생각만해도 억이 막힌다. 어느땐가 뒤집 명길이 아버지가 심장수술하러 갔는데 뭐 진찰을 받자해도 먼저 려관에서 반달간 기다려야 한단다. 그리고 진찰비만 몇천원 든다나? 그 다음 입원해서 치료받자면 대체 돈이 얼마나 들지?


지금 농촌이 이전에 비해 잘 살게 되였지만 그래도 그런 병원에 간다는것은 하늘의 별을 따기처럼 어려웠다. 바로 그 돈이 문제였다. 형제들이 비록 농촌이여서 돈은 푼푼하지 못할망정 누구 한번 큰 병원에 가보라고 위안해준 적이 없었다.


“어서 큰 병원에 한번 다녀와봐”
어느 형제가 이렇게 지나가는 말이라도 해주었으면 너무 고마워 눈물이라도 흐를것같다. 단 한번이라도 말이다.

어느 한번은 심수에서 돈 잘 번다는 둘째 형님의 딸 금화한테서 만원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문 3천원이라도 꿔서 숙화를 큰 병원에 데리고가서 진단이라도 하려구 재호가 찾아갔을때 둘째 형님은 이 핑게 저 핑게 대면서 거절했었다. 그날 재호는 기분이 너무 상해서 장밤 실면했었다.


돈이면 뭐나 다 될것만 같았다. 그런데 돈이란 마음대로 생기는것이 아니였다. 비록 농촌에서 이십년도 넘도록 흙과 씨름해보았지만 좀체럼 돈이 모아지지 않았다.

 

숙화의 앉은걸음을 볼때마다 재호의 가슴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인제 돈이 생기면 한번이라도 큰 병원에 가보였으면 세상 원이 없을것 같았다…


한국에 간 복화가 보낸 초청장을 받은 그날부터 재호는 꽃무지개를 탄것만 같았다. 진종일 그 두툼한 입술을 다물줄 모른다. 그런데 좋은 일에는 방해가 많다고 지금 형제들은 병신아이를 두고 쟁탈전이 벌어진것이다.


재호는 하회를 보자고 집안에 들어섰다. 그런후 이렇게 말햇다.
"다들 조용하라구.숙화 계모는 내가 한국에 가기전에 숙화를 꼭 데려가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더 시비말기를 바라오. 숙화를 오늘 저녁이라도 당장 집으로 데려가겠소"


그러자 월순이가 반박했다.
"흥! 그 올케이 오래비 떠난후 숙화를 얼마나 고와할것 같소? 인제 돈을 보내주면 그 돈을 몽땅 자기 딸애한테 쓰는걸 어떻게 보겠소? 또 숙화는 매일 눈치밥을 먹어야하고… 그러니 내 한테다 맡기고 오래비는 달마다  생활비를 8천원만 보내면 되오. 또 숙화를 유람시키기도 해야겠소. 못 걷는다고 어찌 우물안의 개구리 신세로 살겠소?"


"뭐 8천원?"
재호는  하마트면 기절할번했다


"재호야. 병신아이를 거두기 어디 쉽니? 중국에서는 이 돈 액수가 아름차지만 한국에야 뭐 새발의 피격이지. 안그래? 물론 지금 한국돈이 떨어지긴해도 그래도 많은 돈이 아니야. 너 혼자만 부담하는게 아니라 복화와 함께 부담하라는건데 뭐..만약 나한테 맡긴다면 난 한달에 7천 5백원만 받겠다.."


재국이가 제 론리를 세웠다. 언제봐도 센스가 빠른 큰 형님이다. 일년 수입이 만원도 안되는 큰 형님네가 만약 정말 한달에7천 5백원만 보내주면   농사일을 하지않고도 실컷 쓸수 있고 호의호식할수 있다. 아니 숱한 저축까지도 할것이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재호 처가 불쌍하더라. 병신자식이 있는 우리 재호한테 시집왔으니 말이다. 숙화는 우리가문의 피줄이니 나도 좀 큰 아버지 노릇해야지 않겠소? 차라리 우리집에 데려가는걸로 하기오" 언제나 센스가 빠른 재수가 참견했다.


"둘째오빠는 좀 가만있소. 딸이 심수에서 잘 번다는데 무슨 욕심이 그리도 많소? 내가 계속 데리고 있기요"


월순이가 소다리같은 팔뚝을 휘두르며 또 께끼였다.


"이러고 저러고 애비인 내가 지금 당장 데려가겠소.  숙화 계모도 이미 마음준비가 되였으니 근심말았으면 하오."
재호의 말이 떨어지게 바쁘게 월순이가 숙화를 끌어안으며 야단이였다.


"오래비, 여지껏 애비구실 못하구서도…좀 렴치없이 놀지 말아요.후처에 감투 벗어지는줄도 모르면서."


"둘이 아웅다웅하지마, 재호야 지금 세월에 녀자가  어디가서 못 살아서 저런 애를 안고 방아찧겠니? 난 너의 장래를 위해서 숙화를 돌보잔거란다. 그러니 시름 놓고 나한테 맡겨라"


늙은 소 콩밭으로 간다고 재국이가  제법 설득력있게 말하면서 숙화를 자기앞으로 끌어당겼다.


"흥. 두 오빠는 여지껏 숙화를 어느만큼 상관한적이 있었소? 언제 과일 한번 사준 적이 있었소? 인제 와서 먹을 알이 있으니 고양이 쥐 생각하려드는군,. 어째 이 하나뿐인 녀동생을 생각할줄 모르오? 정말 량심이 없구만"


"야. 너 누구와 하는말이야? 너는 그래 량심이 있어서 좋은 애비가 데려가겠다는데두 못 가게 해? "
재국이가 말에 날을 박았다.


"그럼 큰 오빠는 왜 끼여드오? 정말 잰내비같소"


"너 정말 배운게 없어 큰일이구나. 이상앞에서 그게 무슨 말이야? 응? 여자란 시집갔으면 출가외인이라고 너 왜 자꾸 본가집의 일을 쥐락펴락하자고  드는거냐?"


"흥. 오빤 배운게 많아서 여지껏 촌에서 소똥무지에 굴리며 살았겠소? 양? 그리고 내 시집갈때 부조를 3십원만 하고도 여지껏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할 줄 모릅데"


숙화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하더니 인젠 형제 싸움으로 넘어갔다. 여지껏 가슴에다 품고만 있었던 불만도 다 쏟아낸다.


"우리 자꾸 다투지 말고 차라리 제비뽑기 하면 어때?"


재수가 고명한 방법을 내 놓았다. 그러자 재국이가 반대기를 내들었다. 여지껏 오십여년을 살면서 공것을 전혀 모르고 살아온것으로해서  가기는 제비뽑기하면 손해볼것같아서인지 견결히 반대해나섰다. 팔자에 없는 공것인데 오늘에라고 있으랴하는 모양이였다.


"너희들은 그래도 모두 젊어서 힘꼴이나 써서 얼마든지 살겠지만 난 인젠 맥을 못추니 좀 양보해다우"
어느때나 년장자라고 제법 호통을 잘 치던 것이 지금은 억양이 매우 부드러웠고 구걸하는 태도였다.


"양보는 무슨 양보요? 돈 앞에서 양보하는걸 보았소? 내가 맡겠소"
재수의 웨침.


"아니 꼭 내가 맡겠소! 숙화에게는 그래도 고모가 큰 엄마보다 몇십배 좋을게요 "
월순이의 결단.


재국이 먼저 숙화를 끌어안았다. 마치 보배단지란듯이. 그러자 재수와 월순이가 동시에 숙화를 빼앗으려 한다. 이 시각 숙화는 사람이 아니라 먹음직한 비게덩이였다. 아니 큼직한 금덩어리였다.


"내가…"
" 어서 놓으라는데…"
비게덩이를 놓고 서로 줄당기기하듯이 당기고 끌기고…

 

"아가가---내 팔, 내 팔--- "


불현듯 숙화의 다급한 웨침소리가 집안에 울려퍼졌다. 앗차! 재호의 눈길이 저도몰래 숙화의 팔에 쏠렸다 숙화가 오른쪽 팔을 부등켜안고 자지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견골이 빠졌는지 아니면 절골이 되였는지 어쨌든 숙화의 팔이 축 늘어진걸봐선 그저 일이 아니였다.


"비루한 인간들"
그 순간 재호의 주먹이 올라갔다.


“재호야 나 탓이 아니야. 난 숙화의 팔을 살짝 붙잡았을 뿐인데…”
큰 형님이 이렇게 먼저 발뺌을 하자 이어서 둘째형님이 일어섰다.


“아이구. 내 머리야 또 혈압이 올라가는구나. 어서 집에 가서 약 먹어야지”


“내 탓도 없소, 여자 힘이 아무리 센들 어떻게 남자들 힘과 비길수 있소?”


공중에서 부르르 떨던 재호의 주먹이 내려왔다.
“빨리 누구든 같이 병원으로 가기오”


말을 마친 재호가 숙화를 업고 문을 나섰다.  그런데 따라 나서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순간 재호는 억제할수 없는 울분에 피가 곤두서듯  전신이 부르르 떨리면서 손끝이 굳어지고 울기에 눈앞이 뿌여왔다


펑펑 쏟아지는 눈이 인차 재호의 발자욱을 메워놓았다.어둠도 점점 짙어만 갔다…
 

 

2012년 안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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