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밤, 나는 산책길에 서울시 어린이대공원의 연못을 지나다가 난데없는 개구리의 울음소리에 멈춰섰다.
처음에는 한 두마리의 개구리가 우는가 싶더니 급기야 “개굴 개굴---”개구리들의 대합창이 이루어졌다. 두리번거리며 개구리들을 찾아 보았지만 무성하게 자란 갈대들만 흔들릴 뿐 개구리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나무다리 난간에 기대어 눈을 감고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얼마만에 듣는 개구리 울음소리인가! 시골에서 태여난 나에게 개구리울음소리는 너무나도 익숙한 음악이었다.
지난 60년대, 길림성의 한 산골마을에서 소학교 2학년을 다닐 때다. 나는 집과 100여미터쯤 떨어진 도랑가의 늪으로 나물 뜯으러 갔다. 물쑥, 미나리, 고비 등 나물을 뜯고 있는데 저쪽에서 나보다 조금 커 보이는 남자애 둘이 걸어오더니 씩 웃으며 말을 건넸다.
“야, 너 개구리 다리 먹을래?” “엉? ” 내가 의아해 하니 손에 든 쇠꼬치를 추겨 들며 말을 이어갔다. “이거, 개구리다리.” 껍질을 벗긴 야들야들한 개구리다리가 쇠꼬치에 꿰여져 있었는데 얼핏 보기에도 열마리쯤 되는 것 같았다.
내가 엉거주춤하고 있는 바로 그때, 앞에서 개구리 한마리가 폴짝 뛰는 걸 보는 동시에 그중 키 작은 남자애가 잽싸게 덮치더니 개구리를 포획해 버렸다. 그리고는 단번에 껍질을 쭉 벗기고 “뚝” 소리와 함께 몸뚱이와 다리를 두 동강 내서 몸뚱이는 던져 버렸다.
순식간의 일이라 나는 눈이 휘둥그래지고 말았다. 내가 도리머리를 치자 그 남자애가 말했다. “이거 구워 먹으면 영 고소하다.” 그는 방금 잡은 개구리다리를 나한테 건네 주고 또 쇠꼬치에 꿰여있던 걸 하나 뽑아서 주었다.
“집에 가서 한번 구워 먹어보라.” 나는 집에 돌아와서 저녁밥을 짓고 난 불에다 개구리다리를 구웠다. (나는 8살 때부터 어른들이 일하러 나가면 저녁밥을 지어놓고 기다렸다. ) 고소한 냄새가 침샘을 자극해 왔다.
조심스레 꺼내서 후-하고 분 다음 한입 먹어보았다. 세상에~이렇게 고소하고 맛있는 고기는 난생 처음인것 같았다. 나의 어린 시절은 중국의 3년 자연재해와 각종 정치운동으로 경제가 가장 어려운 시기었다. 두병, 언감자, 나물들로 끼니를 떼울 때도 있었고 육류는 거의 맛보기 힘들 때었는데 구운 개구리다리는 둘도 없는 최고진미었다. 나는 구운 개구리다리 두개를 동생들과 함께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 밭에서 돌아오자 여동생이 쪼르르 달려가서 개구리다리 구워 먹었다고 자랑을 했다. 아버지께서는 가타부타 말씀 안 하시고 계시다가 한참만에야 “얘들아, 개구리는 논판의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이다. 개구리를 잡아 먹으면 해충들이 판을 쳐서 벼가 병들어 죽는다. 그럼 우리는 먹을 량식이 없게 되지. 다시는 개구리를 잡아먹으면 안되느니라.”라고 타이르셨다.
세월이 흘러 내 나이 26세, 나는 지금의 남편을 소개로 만나 약혼을 했다. 약혼한 사흩날, 남편은 근무하고 있는 부대로 돌아갔다가 반년후 우리 동네에 사는 사촌누님네 집으로 며칠간 휴가를 왔다. 낮에는 내가 근무중이라 만나지 못하고 저녁에만 만나는데 마땅한 데이트 장소가 없어서 우리는 개구리들이 노래하는 논판길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문득 남편이 “개구리는 원래 바다에서 생활하다가 늪에서 생활하게 되었다는 걸 아세요?”라고 물었다. “모르는데요”. “개구리는 원래 노래를 부르기 좋아하는 가수인데요. 아무리 목청 높여 불러도 바다의 거센 파도소리에 묻혀서 가수란 걸 알리지 못 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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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작자 이화실 부부 |
완전 실망하고 있을 때 갈매기가 권유를 했답니다. 육지의 늪은 고요해서 개구리의 노래소리가 잘 울려 퍼질거라고. 갈매기의 권유를 받아들인 개구리는 진짜 늪으로 나와 노래도 부르고 농민들을 도와 해충도 잡아주어 인간과 친근한 익충이 되었답니다.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에 완전 도취되었다. “그리고 청춘 남녀가 사랑을 속삭일 때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아주 잘 산다는 속설도 있다고 합니다.” 나는 이 속설은 남편이 지어 낸 걸거란 생각을 하면서도 행복한 포근함을 느꼈다.
1년후, 우리는 약속대로 결혼해서 아들 자식 낳고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고있다. 세월이 또 흘러 현재 내 나이 63세. 나물을 캐고 개구리 울음소리와 동반하던 시대는 까마득한 먼 옛날 추억이 되었다.
고향에서도 산업개발로 자연생태계가 파괴되고 환경이 오염되어 개구리 울음소리를 못 들어 본지 오래다. 그런데 한국의 도시 중심인 서울시 어린이대공원에서 개구리울음소리를 듣다니 반갑다 못해 눈물이 날 정도이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개구리들의 정겨운 음악을 감상하며 옛 추억속에 몸을 담는다.
/이화실
http://www.hmzxinwen.com/news/19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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