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시장으로 갔다.
시장에는 많고많은 상품들이 있었지만 나는 유독 가죽구두를 파는 매장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그것은 사춘기시절에 가죽구두를 "특별한 선물"로 받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죽구두를 볼 적마다 나는 잊을수 없는 한가지 일이 뇌리를 스친다.
때는 가을철이였다.
나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학교로 갔다.
학교에는 공부하러 온 애들로 야단법석이였다.
하학종이 울리자 애들은 일제히 운동장으로 쏠리였다.
그런데 운동장에 나가보니 단짝이였던 친구들이 하루밤사이에 일제히 가죽구두를 신고 학교에 왔던것이다.
사춘기 나이라 남들이 멋부리면 나도 그렇게 모방하고 싶은것이 사춘기 애들의 한결같은 심정인것이다.
그래서 나는 집으로 오자마자 엄마한테 졸라대기 시작했다.
"엄마, 나한테 구두를 사주세요 "
"우리 반급 녀자애들 모두가 구두를 사 신었더라구요."
"나만 운동화를 신고 다니네요."
하면서 말이다.
철들지 못했던 내 모습을 지켜보고 계시던 아버지께서는 문턱너머에 앉아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더니 미소를 짓고 계셨다.
그 미소속에는 마치
(내가 부모가 되여 너희들한테 구두하나 사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하는 안스러운 표정도 엿보이였다.
나는 고집을 부리며 떼를 써보았으나 마음속 한편으로는 집안사정을 잘 알고 있는지라 은근히 행여만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일면 마음속으로는 그 가죽구두가 그토록 부러울 줄이야?
만약 가죽구두를 신고 발뒤축이 약간 들려 올라간다면 왜소한 체격은 제법 날씬해 보여 몸매도 한결 아름다운 자태로 변신할 것만 같았다.
걸을 때마다 되똑-되똑- 굽높은 신소리가 귀전에 들려오면 아름다운 실습생 녀교원의 우아하고 예쁘장한 모습이 우렷이 떠오르며 그런 신비한 매력에 매혹되여 구두에 대한 소유욕이 더욱 불타올랐다.
그래서 남들이 철이 들지 못하였다고 해도 한번쯤은 떼를 써보는 것도 좋을 듯 하여 엄마한테 졸라보기로 했던 것이다.
그 당시 우리 집은 생활이 찢어질듯 가난한것도 아니였다.
어머님은 양복점을 운영하고 있었고 아버지는 월급이 달마다 지불이 되여 조금만 허리띠를 졸라맨다면 능히 이겨나갈수 있는 형편이였다.
이런저런 사정도 따질것없이 맹목적으로 사달라고 떼를 쓰자니 미안하고 어렵지만 그래도 철부지인 척 용기를 내여 부모님한테 졸라보았다.
그렇게 한나절이 지나고 이튿날 학교에 갔다가 하학하여 집으로 돌아오니
까마반드르르한 구두 두컬레가 신상자우에 나란히 놓여져 있었던것이였다.
나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환성을 지르며 감탄이 저도 모르게 입밖으로 튀여나왔었다.
엄마의 얼굴에는 자식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부드럽고도 인자하며 그토록 유화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엄마는 상냥하면서도 자애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시더니
"순희야, 그 동안 엄마를 도와 밥도 하고 바느질도 도와 준 로력의 값진 선물이야!"
하시며 나와 나의 동생더러 구두가 발에 맞는지 신어보라고 하시는 것이였다.
나는 그 시절 너무나 좋아서 부모님한테 무엇이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그 어떤 말로든 형용할수가 없었다.
이렇게 나는 난생처음으로 부모님한테 내 마음의 욕망을 드러내 보이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미소한 나의 욕심을 소유해 보았었다.
참으로 꿈을 이룬듯한 느낌이였다. 후에는 참말로 의젓한 선생님이 되여 가죽구두를 신고 교단에 올라 교편도 잡았었다. 그러면서 욕망이란 꼭 현실이 될수 있구나하는 점도 체험하게 되였던것이다.
이미 아득히 지난 일이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그 시절 나는 너무나 철부지였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학업에는 노력하지 않고 멋부리기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아니 다른 애들한테 뒤질가봐 집착을 한것 같아서 불쌍한 부모님한테는 늘 미안한 감정만 드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늘 나 자신을 반성하기만했다.
이젠 세월이 유수처럼 흘러 황혼을 바라보며 나는 그 시절 철없던 내가 너무나 얄미워 스스로 나를 책망할 때도 있었다.
(조금만 더 철이 들었어도, 부모님의 사정을 잘 이해할 줄 알았어도 부모님한테 경제적 부담을 안기지 않았을데 ...)
하는 생각들이 고개를 쳐들었다.
또한 사춘기시기라 류행을 따르지 않으면 바보같은 내 모습이 너무나 초라해보이기도 하고 반면에 부모님한테는 곤혹을 가져다 준것 같아서 늘 죄책감이 들며 자아모순에 빠지기도 했다.
오늘과 같은 경제시대에 있어서 남는것이 물질이고 일해서 벌면 돈인 세월에 구두를 여러 컬레를 사고도 남을 형편이지만 그토록 어려운 생활형편에서 부모님한테 떼를 쓰며 구두를 사내라고 졸랐으니 그때의 내 모습이 더없이 작아 보이며 그 시절의 내가 밉살스럽기만 했다 .
때로는 그 어려운 시기에 우리 부모님들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생활을 하였을가하는 념려가 먼저 뇌리를 스치며 나 자신을 책망하기도 했다.
나는 세월이 흐른 오늘도 신매장앞에만 서면 나의 사춘기시절에 "가죽구두"사달라고 졸라댔던 일들이 뇌리를 스치며 지금까지도 늘 나 자신을 자아성찰 해보군 한다.
/소은 素 恩 김순희
http://www.hmzxinwen.com/news/28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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