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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4/18  한민족신문
팥떡(송편)

저녁 무렵 아내는 시장에 다녀오더니 찹쌀가루와 맵쌀가루를 담은 비닐봉지를 들고 집안에 들어서는 것이었다.

 

《여보, 쌀가루 사서는?》

《오늘 팥떡이 먹고 싶네요.》

 

사실 얼마 전부터 계속 팥떡을 먹고 싶었는데 아내가 출근하기에 꾹~ 참아왔다. 어렸을 적에는 떡을 완전 멀리하던 나도 나이가 들면서 종종 시장에서 찰떡, 송편, 절편을 사다 먹군 하였다. 그러나 팥떡을 50년 먹어보지 못하였다.

 

《여보, 내가 반죽을 하겠소.》

 

나는 은근히 기뻐 아내를 도우려고 팔소매를 걷고 나섰다.

 

《호호, 정말이요?》

《두말이면 잔소리지.》

 

아내는 팥을 씻고 가스난로에다 물을 담은 솥을 올려놓고 물을 끓였다. 팥물이 한번 바르르 끓어오르자 아내는 끓어오른 물을 버리고 찬물에 한번 헹궈낸 후 다시 끓였다. 그리고 팥을 삶으면서 중간 중간 물을 보충해주면서 포실 포실한 팥고물을 만들었다. 나도 양재기에 쌀가루를 쏟고는 처음엔 뜨거운 물을 조금 붓고 반죽을 어느 정도 한 다음 나머지 물을 찬물로 반죽을 만들었다.

 

그 후 우리는 밥상을 놓고 아내는 떡을 빚고 나는 가스렌즈에 후라이판을 놓고 떡을 굽기 시작 하였다. 먹고 살기 위해 고향에서 10년간 떡 장사를 했던 아내의 떡 빚는 솜씨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의 떡 굽는 솜씨도 좋았다. 떡이 노릿 노릿 잘 구워졌다.

 

순간 나는 50년 전 일이 눈앞에 삼삼하게 떠올랐다. 초겨울이면 우리 동네 가가호호가 팥떡을 구워 독에 가득 채워 넣는다. 나의 집도 예외가 아니었다. 어머니는 일부러 일요일 날을 잡아 떡 굽는 작업을 하였다. 부엌에서 어머니는 둘레 상을 놓고 떡을 빚고 형수님은 약간 허리를 굽히면서 솥에다 떡을 굽고 나는 부엌 아궁이에 쪼그리고 앉아 아궁이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바람처럼 사라지면 또 다시 벼 짚을 수시로 아궁이에 쑤셔 넣었다. 형수님은 한솥, 한솥 떡을 구워 내서는 광주리에 담아 뜰 안에 놓고 식히고는 독에 차곡차곡 넣었다. 이렇게 하루 종일 구운 팥떡을 군음식으로 먹는다.

 

결혼한 후 도시생활을 하면서 동그란 팥떡을 먹어보지 못하였다.

 

그러다 오늘 저녁, 50년 만에 김치 국물에 팥떡을 먹으면서 쪼글쪼글한 얼굴에 맑은 미소를 담은 어머니 얼굴을 뵙게 되었다.

 

추억의 팥떡, 오늘 아내가 해준 이 팥떡은 나의 동심을 불러주고 또 다시 역사의 흔적, 어머니의 흔적을 뒤돌아보게 했다.

/신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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