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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12/19  정명선
부실이 머저리

200여 호가 살고 있는 우리 마을에 처가 있고 자식이 셋을 낳고 사는 서현로 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지금은 사망했고 그때 당시 나이가 36세였음)

 

원래 마음씨가 착하기로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었고 경우도 있고 사리에도 밝은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부모가 지어준 그 이름 때문에 동네 어른, 젊은이들,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놀림을 받으며 살았고 또 그에게는 "부실이" "머저리"란 별명까지 가지고 살았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은 것은 발음대로 부르면 서헬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외국영화에서 보면 그 주인공들이 전화를 치고받을 때 영어로 헬로 헬로 (여보세요) 하면서 전화 통화를 한다. 그것을 본 따 동네 사람들은 물론 젊은이, 아이 할 것 없이 서현로의 성씨를 빼고 그를 헬로, 헬로 하고 부르며 놀려주었다.

 

또 그한테 "부실이" "머저리"란 이름이 붙게 된 데는 사연이 있었다.

 

그의 가정이 여느 가정보다 가난하고 못살았다.

 

지금 세월에는 집집마다 근들이 술을 몇 십 근, 혹은 한 독식 사 놓고 마시거나 고급 병술을 사 먹지만 40년 전 까지만 해도 좀 괜찮은 집들이나 소주를 부담 없이 사 먹었고 하루 세 끼 반주술도 마시고 살았지 그때 그 세월에 가정 형편이 곤란한 집에서는 가장이 매일 소주를 사 마시거나 끼니마다 반주 술을 마신다는 것은 가정에 부담이 가고 사치였다.

 

한중방송
서현로의 술 량은 고작 3냥~4냥이고 그 이상은 못 마시지만 술을 워낙 좋아하기로 인근에 소문이 났다. 하지만 술을 사먹을 가정형편이 안되자 그는 동네에 어느 집의 텃밭을 파거나 집 이영, 흙벽 바르기, 석탄 퍼 넣기, 도랑 파기, 벼 탈곡까지 무슨 일이나 열심히 해 주었고 심지어는 어느 집에서 변소를 쳐 달라고 해도 서슴지 않고 깨끗이 쳐주고는 그때마다 마을 사람들이 돈을 주려고 하면 단돈 일전 한 푼 받지 않고 대신 술 3냥을 마시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어떤 집에서 따뜻한 술안주를 챙겨 주려고 해도 안주에 술을 마시는 습관이 종래로 없는 그는 ‘다마토리’로 3냥 술을 한 모금에 마시고는 집으로 간다. 그가 안주를 안 먹고 빈속에 술을 마시지만 마을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그가 술에 취하거나 술주정 하는 것을 못 봤다.

 

무슨 일이나 돈 한 푼 받지 않고 술 3냥이면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해주니 마을 사람들은 너도 나도 그를 찾았고 자기가 능히 할 수 있는 일도 모두 서현로를 불렀다. 하여 그는 어느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이 매일 일을 하며 살았다.

 

멀쩡한 사람이 술 사 마실 돈이 없어 하루 종일 마른일 궂은일 가리지 않고 일을 해주고도 일전 한 푼 받지 않자 그에게는 또 "부실이" " 머저리"란 별명까지 붙게 되었고 죽는 날까지 그 이름 때문에, 가난 때문에 얻은 별명을 달고 살다가 5년 전에 76세 나이에 결국 알콜중독에 간경화 복수를 얻어 사망했다.

 

화장터로 가는 날, 그가 살았을 때 너도 나도 그를 불러다 일을 시키던 동네 사람들은 모두 하늘로 증발해 버렸는지, 아니면 "부실이" "머저리"여서인지 한사람도 보이지 않고 촌의 간부 몇 명이 그의 후사를 처리했다.

 

서현로가 죽은 후 마을 사람들은 일이 있을 때마다 한족들을 불러 삯 값을 톡톡히 내고 쓰는데 그 삯 값도 부르는 게 값이다.

 

서현로가 죽은 지 어느덧 5년이란 세월 흘렀고 마을 사람들이 일이 있을 때마다 한족들을 부르는데 그 때마다 서현로를 그리워한다. 서현로가 위대한 위인이도 아닌 한 뉘 헬로, "부실이", "머저리"로 살았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혹시 일을 해주고도 일전 한 푼 받지 않은 서현로가 아닌 지금은 한족들에게 제 주머니의 돈이 팡팡 흘러나가니 그 돈이 아까워서 일까? 아니면 이제 와서 서현로의 이름이 헬로가 아닌 서현로 가 진짜 이름이고 "부실이" 나 "머저리"도 아닌 그도 한 가정에서 가장이고, 남편이고, 자식들에게 존경받고 대접받는 아버지, 할아버지였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수원시 허 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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