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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12/12  정명선
아름다운 요즘 여자

'댕,댕,댕'

 

벽시계가 고요하던 밤의 정적을 깨뜨리며 밤 12시를 알리고 방안에는 또다시 정적이 찾아 든다.

 

창밖에는 배가 훌쭉한 하현달이 서쪽하늘로 기울면서 희끄무레한 빛으로 나마 이 밤도 남편을 그리며 고독과 외로움으로 잠 못 이루는 그녀의 6평 되나마 나한 방 구석구석을 비추고 있다.

 

그녀의 옆에는 금년에 갓 3살에 접어든 딸애가 쌔근쌔근 달게 자고 있고 건너 방에는 10년 전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80세 고령의 시어머니가 언녕 꿈자리에 들어가 드렁드렁 코를 골고 있다. 그 숨소리가 때론 끊어졌다 가는 다시 이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그녀의 방까지 간간히 들려오고 있다. 밤은 소리 없이 깊어만 간다.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아보려고,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가정의 영위와 생계유지를 위해 그녀의 남편은 3년 전 한국으로 돈 벌러 떠나고 그녀는 이렇게 고독과 외로움에 모대기여 긴 밤을 보내고 있다.

 

세월은 유수와 같아 그녀의 남편이 한국으로 떠난지도 어언간 3년이 흘렀고 금년을 맞아 4년 철에 접어들었다.

 

3년 전, 한국으로 떠나던 날, 남편은 딱 3년만 악착같이 돈을 벌어서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그녀와 약속을 했었다. 그러던 남편이 금융위기의 여파와 원화가치가 떨어지자 금년 1년을 더 벌어서 연말에는 무조건 뭉칫돈을 쥐고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다시 그녀와 약속했다. 그녀는 남편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야만 했다.

 

남편이 없는 3년 동안 그녀는 집에서 한가하게 허송세월 한 것이 아니라 그녀로서의 지키고 감당해야 할 일들과 몫을 혼자서 묵묵히 해 나가기에 매일 팽이처럼 돌아쳤다.

 

우선 '과부문전에 시비가 많다.'고 그녀는 남편이 없는 3년 동안 말과 행동거지에서 매사마다 조심했고 친구들과 먹고 놀고 하던 습관을 고치고 마작과 화투놀이에서 손을 뗐으며 딸애를 잘 키우고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의 병수발을 하면서 여자의 나약한 힘으로 1.2헥타르의 논농사와 2무 남짓한 텃밭도 풀 한 포기 있을세라 알뜰히 가꾸었다. 그뿐 아니라 삯모, 삯가을, 삯탈곡을 다니면서 번 돈으로 가정생활에 보탬하면서 남편이 보낸 돈은 한 푼도 쓰지 않고 그대로 은행에 저축했다.

 

그녀도 육체상 너무 힘들고 지쳐서 때론 몸져누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제일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면 그것은 남편과의 이별한 시간이 차츰 길어 감에 따라 내심 깊숙한 곳에서 수시로 찾아오는 외로움과 고독이었고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찾아오는 성적 갈증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과의 상봉의 그날과 가정의 앞날의 행복을 위해 대가를 치르는 것을 당연한 걸로 인정하고 그 모든 어려움과 곤혹을 달갑게 받아들이면서 명색이 있는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어머니로서의 이름과 자리를 지키면서 오늘까지 힘들게 버티고 있다.

 

요즘 세월에 남편을 외국이나 연해도시로 돈 벌러 보내 놓고 집에 있는 여자들 중,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한가하게 보내며 남편이 힘들게 벌어 보내온 돈으로 마작이나 화투를 놀고 음식점이나 노래방을 제집 드나들 듯 하면서 돈을 탕진하는 여자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일시적인 유흥과 행복의 충동에 빠져 성적갈증을 이기지 못하고 외간 남자들과의 외도를 서슴치 않고 즐기다가 전에 그렇게 단란하고 행복하던 가정이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나는 가정이 비일비재다. 그들에 비기면 그녀의 처사는 너무도 순진하고 고상하고 아름다우며 대조적이다.

 

그렇다. 가정을 지키고 가정의 앞날의 행복을 위해서는 희생과 대가가 필요한 것이다.

 

어느덧 희끄무레하게 비추던 하현달마저 자취를 감추었다. '똑깍, 똑깍'하는 벽시계의 소리가 그나마 고요한 적막을 연주하는 가운데 이 밤도 외로움에 잠을 못자는 그녀, 그녀는 아름다운 요즘 여자다.

/수원시 허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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