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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5/09/07  방예금
나의 어머님

                                                                                     윤순자

 

2015년 9월2일, 나는 kbs 한민족방송 “보고 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금요초대석 방송녹음에 출연했다. 방송은 11일 전파를 타게 된다. 나의 방송이 전파를 타면 저세상에 계시는 어머님께도 전달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한없이 설레인다. 녹음을 마치고 원주로 돌아가는 고속버스에서 어머님 생각에 눈물이 줄 끊어진 구술처럼 주루룩 흘러내렸다. 어머님께서 방송을 들으시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어머님께서는 틀림없이 나를 치하해 주실 것이고 나에게 새 옷을 지어주신다고 분주할 것이다.

오늘 따라 어머님께서 손수 지어주신 옷이 입고 싶다... ...

 

어머님은 내가 무남독녀로 태여났지만 남처럼 애지중지하시기는 커녕 매우 엄하게 키우셨다. 어른을 공경해야하고, 공부도 잘 해야 하고, 나쁜 일을 하거나 말썽 부려도 안되며 응석을 부려서는 절대  안되었다. 아무튼 나에 대한 요구가 남 다르셨다. 어머님는 비록 칭찬을 아끼시는 분이셨지만 내가 시험에서 100점을 맞거나 학교에서 표창을 받거나 이웃들이 날 치하해주는 날이면 나에겐 대박이 터졌다. 한것은 어머님의 칭찬과 함께 새 옷이 한 벌 생기기 때문이다. 어머님은 재봉솜씨가 뛰여났는데 내가 장한 일을 할 때마다 이튿날에는 필히 새 옷을 만들어주셨다. 내 나이 6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지금도 어머님께서 밤을 패가며 재단하고 미싱을 돌리시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릴땐 어머님께서 새 옷을 만들어 주실 때면  정다운 자장가처럼 들리는 미싱소리를 들으며 행복감에 잠겨 잠이 들곤 했다. 정녕 그 시절이 그립다.

 

1970년 초등학교 6학년을 다닐 때 일이다. 학교에서는 점심방송을 꾸리게 되였는데 13살인 나는 학교 아나운서로 선발됐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방송해야 하므로 나는 매일 점심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어머님은 없는 살림이지만 항상 정성들여 도시락을 챙겨주셨다. 나의 첫 방송이 스피커를 통해 학교운동장에 울려퍼지던 날, 학교 고무공장에서 근무하시던 어머님은 작업복을 입은 채로 달려나와 나의 방송을 들으셨다 한다. 그날밤, 어머님은 오랜만에 나를 칭찬해주셨다. 나의 방송인의 푸른꿈은 그날 밤 싹트지 않았나 생각된다. 한 밤중에 화장실에 다녀오려고 잠에서 깨여났는데 어머님방에서 익숙한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문을 빠끔히 열고 들여다보니 어머님은 탁상등을 켜놓고 옷을 짓고 계셨다. 나의 옷을 짓고 있으시단다. 고마운 마음에 꿀물 한 컵을 어머님께 드렸더니 어머님은 인자하게 웃으시며 내일 학교에 가야하니 빨리 들어가 자라고 했다 .나는 한참이나 어머님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튿날 아침식사가 끝나자 어머님은 지난밤에 정성들여 지으신 새 옷을 나에게 입혀주었다. 새 옷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빨간색 판에 예쁜 은색새들이 날아예는 무늬 원단이였는데 양식도 맘에 꼭 들었다. 어머님은 새 옷을 입은 나를 다독여주면서 "우리순자 예쁘다"라고 연신 말씀하셨다. 나의 방송인의 꿈은 어머님께서 지어주신 새 옷에 새겨진 자유롭게 날아예는 새들처럼 나래를 펼쳤다.

 

1976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대학입시가 폐지된 상황이어서 고향인 흑룡강성녕안현초대소에 취직했다. 그해 가을 흑룡강신문사에서는 우리현에 와서 전 성 통신원강습반을 조직 했고 우리 초대소에 숙식을 정했다. 당시 사촌언니가 흑룡강신문사의 중견통신원이였는데 언닌 학교다닐 때부터 글재주도 있고 교내방송도 한 나를 흑룡강신문사 통신원교육담당이신 김형희 선생님께 소개했다. 김형희 선생님은 짬짬이 신문사에 투고도 하라면서 11월에 흑룡강조선말방송국에서 아나운서모집을 하게 된다는 정보도 알려주셨다. 김형희선생님은 할빈에 돌아가서 방송화술에 대한 책을 나에게 보내왔다. 나는 열심히 준비하여 11월에 필기시험과 면접을 통과하고 12월엔 방송녹음까지 참가했다. 10일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낙방되였다는 소식과 함께 앞으로 더 열심히 준비하여 다음번 모집때 응시하라는 격려의 말이 적혀있었다. 너무나 실망한 나는 한달음에 강남대교에 달려가 무정하게 흘러가는 목단강물을 바라보며 목놓아 울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누군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셨다. 어머님이셨다. 어머님은 "순자야~ 낙심하지마라, 열심히 노력하면 기회는 또 올 것이라라"며 나를 품에 꼭 껴안아 주셨다.

 

1978년 흑룡강성정부로부터 조선족이 집거해있는 10개 현에 조선말방송을 꾸린다는 희소식이 날아왔다. 2년동안 방송화술도 더 열심히 터득하고 흑룡강조선말방송도 열심히 청취했기에 1978년 9월3일 닝안현조선말방송국 아나운서 모집에 무난히 통과했다. 3개월간의 연수와 준비를 거쳐 12원 28일에 첫 방송이 방송됐다. 그때는 방송이 유선으로 밖에 송출되지 않는 시기였다. 첫 방송이 나가던 날 장밤 내린 흰 눈이 대지를 하얗게 단장했다. 우리말 방송시간은 새벽 5시 45분에 송출되었다. 나와 어머님은 엄동설한의 추위를 무릅쓰고 스피커가 달려 있는 전봇대 밑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나의 방송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여 나의 육성이 스피커에서 울려나왔다. "잘했어. 잘했어. 드디여 성공했다. 내딸아..." , 어머님는 와락 나를 부둥켜안았다. 우리 모녀는 기쁨의 눈물, 행복의 눈물을 흘렸다. 이튿날 어머님은 나에게 며칠동안 정성껏 지으신 하늘색판에 흰 구름 무늬가 새겨진 솜저고리를 선사했다. 어머님의 마음과 품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솜저고리, 어머님의 딸에 대한 사랑과 기대가 담긴 솜저고리를 입고 나는 장차 꼭 훌륭한 방송인으로 되리라고 다지고 또 다짐하였다.

 

2006년 6월 나에게 한국 kbs방송국에 연수 다녀올 기회가 생겼다. 아버지 고향인 대한민국, kbs한국방송국에 가서 견학한다는 것은 지방 방송국 아나운서인 나로서는 평생의 갈망이었다. 나는 통지서를 받자마자 한달음에 어머님에게 달려가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드디어 한국으로 떠날 날자가 되었다. 떠나기 전날 밤 어머님을 나를 부르셨다. 맛나는 저녁을 함께 하신후 어머니는 손수 지으신 신꽃무늬원피스를 꺼내놓으셨다 .후에 안 일이지만 어머님은 출국하는 나에게 가장 멋진 옷을 지어주시려고 원단시장을 샅샅히 뒤지셨고 서점에 가서 최신 디자인책까지 사오셨다고 한다. 70고령이신 어머님께서 돋보기까지 끼고 밤을 패가며 옷을 지으셨을 것응 생각하니 코마루가 찡해났다. 어머님은 원피스를 입고 기뻐하는 나의 모습을 대견스럽게 바라보시더니 나에게 두툼한 봉투 하나를 건네셨다. 현찰이였다. 가정주부인 노모에게 어떻게 이런 뭉칫돈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어머님은 어리둥절해 하는 나를 바라보며 저축해둔 나의 원고료라고 하셨다. 어머님은 내가 1978년부터 28년간 여러 방송국과 신문사에서 보내오는 원고료며, 방송분야에서 진행되는 우수원고평의에서 받은 상금이며, 성.시 우수기자로 표창받은 장려금을 용돈으로 드렸었는데 차곡차곡 저축하셨던 것이다. 돈 봉투를 받아쥔 나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한달간의 방송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 어머님은 고속버스터미널까지 마중나오셨다. 나를 따뜻이 맞아주시면서 밤새도록 배 고플꺼라며 품에서 따근따근한 손수 빚으신 송편을 꺼내주셨다. 그날밤 어머님과 나는 나란히 누워 모국방문 연수소식으로 밤을 지샜다......

 

어머님은 2009년 1월 2일 76세를 일기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만약 어머님께서 생전이시라면 모국인 대한민국 kbs방송에서 방송되는 나의 육성을 들으시고 얼마나 기뻐하실가?! 그리고 아마 우리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하얀색 원단으로 예쁜 원피스를 지어주셨을 것이다.

/윤순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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