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볏이 빨간 수탉한마리가 있었습니다.
이 수탉은 매일 밖에서 땅을 파헤치며 벌레를 잡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하루, 수탉은 긴목을 빼들고 도도하게 아무나 쫓아다니며 쪼으려 들었습니다.
나의 사촌남동생은 작고 참 깜찍했습니다. 어느 날 세살된 나의 사촌동생이 밖으로 아장아장 나가자 수탉은 기다렸다는듯이 날개를 퍼덕이더니 작은 두발로 폴짝폴짝 뛰여다니며 으시대기 시작했습니다.
빨간 저고리를 입고 짜개바지를 입고 아장거리며 걷는 나의 동생을 쫓아가며 작은고추를 쪼으려고 하였습니다.
나의 남동생은 재빨리 뛰여가며 수탉을 떼여버렸습니다. 이 광경을 물끄러미 내다보시던 할아버지께서는 혀를 끌끌 차며 "그 놈이 참 약삭 빨라." 하더니 웃으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나의 사촌동생은 수탉한테 쫓기울적마다 "엄마, 엄마"를 웨치며 우리 곁으로 다가오군했습니다.
그 모습에 우리는 너무나 재미있고 우스워 배를 끌어안고 깔깔 웃었습니다.
세살에 수탉과 달리기경주를 하여 이겼다고 개선가를 부르는 나의 사촌남동생이 너무너무 귀여웠습니다.
수탉은 왜 빨간색 옷만 보면 쫓아가며 쪼으려고 들가요?
그 후로 나의 남동생은 빨간색 옷을 입고 다니지 못했습니다.
빨간색옷만 보면 쪼으려고 애쓰는 수탉이 너무나도 얄미웠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상호적이라면 사람과 가축의 관계도 상호적일가 ...)
/소은 김순희
http://www.hmzxinwen.com/news/28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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