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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3/14  한민족신문
봄이 오는 소리

모든 생명들의 몸과 마음, 살과 뼈까지 얼어들게 하는 기세등등하던 겨울도 제철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 계절을 알리는 립춘이 다가오자 그 기세가 언제 있었던가 싶게 저만치 쫓겨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며 도망가기에 급급하다.

 

립춘이 문자 그대로 봄 계절인 만큼 벌써 여기저기서 봄이 오는 소리가 오감으로 전해온다. 하늘에서는 종다리가 노래하고 땅에서는 화답이라도 하듯 아지랑이 춤을 추고 마을 길 가로수에서는 뻐꾹이가 뻐꾹뻐꾹 소리 내며 농군들에게 밭갈이를 재촉한다. 도레미 부르는 개울가 버들 방천에는 포동포동 살이 오른 버들개지가 바람을 휘여 잡고 그네타기에 여념이 없고 비릿한 풀 내음과 구수한 흙냄새가 코와 폐부를 자극한다.

 

겨울 내내 얼고 죽은 것만 같았던 여리디 여린 생명들이 인고의 보리 고개를 넘어 봄을 재촉하는 잔잔한 봄비로 어느새 산과 들에 온통 푸름으로 장식하며 생명의 위대함을 과시한다. 들판에는 아낙네들과 처녀들이 봄노래 부르며 냉이, 쑥, 민들레, 달래 캐기에 여념이 없고 나물광주리마다 봄이 넘쳐나고 밥상에는 싱싱하고 구수하고 향긋한 나물반찬이 한동안 잊어버릴 법도 한 입맛을 되찾게 한다.

 

이렇게 봄은 천둥번개나 요란한 우뢰를 동반해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고 소리 내며 우리 곁을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새들의 청아한 노래 소리, 얼굴과 귀밑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이듯 스치는 바람소리, 진초록의 풀 내음과 구수한 흙냄새, 봄나물의 향기와 맛으로 조용히 우리 곁을 찾아오고 봄은 봄대로 우리가 봄이 주는 오감에 매혹되고 도취되어 거기에 만족하고 익숙해지고 삶을 안주하고 있는 사이에도 거대한 새 생명을 과시하고 끊임없는 담금질에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농사군에게 있어서 일년지계는 봄에 있다. 농군이 봄에 일년 농사준비에 소홀하면 가을에 빈 쭉정이 농사를 짓듯 우리가 지금 봄 계절의 뒤안길에서 아직도 어슬렁거리고 한눈을 팔고 있으면 우리네 금년 일년 "인생 농사"는 불 보듯 농사준비가 소홀한 농군이 가을에 쭉정이 농사를 거두는 꼴이 될 것이다.

 

부지런한 농군에게 있어서 농한기가 따로 없고 일년 내내 농사에 올인 하듯 우리도 인생을 살면서 삶을 살아가는데 '농한기'가 없듯 이 봄을 맞아 살아온 지난 한해의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진지한 시간을 할애하고 신축년의 력서를 임인년의 새 력서로 갈아주듯 새해 벽두부터 새로운 꿈과 목표를 알차게 세우고 그 꿈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자기 삶에 대해책임성이 있는 자세와 최선을 다하는 열정으로 인생 터밭을 열심히 김을 매고 가꾸면 내 삶이 보다 비전과 발전을 가져오고 성숙되어 결코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게 될 것이고 금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가을에 필이 보람이 있는 알찬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순간마다 새롭게 거듭거듭 태어나는 것이고 끊임없이 자기 삶을 정화하고 자신의 꿈과 계획을 실현하는 사람이다. 새 마음이 없고 새로운 결심이 없고 새로운 성찰과 반성이 없고 새로운 각오나 새로운 꿈을 향한 도전이 없다면 새로운 비전과 발전도 희망도 없는 오늘의 내가 사는 삶이 어제와 똑같은 삶의 연속이고 내일의 내 삶도 오늘의 내 삶과 똑같은 삶의 연속이 되듯 그 태연한 일상과 삶의 연속만 되풀이될 것이고 그런 사람의 삶은 이미 정지된 삶이거나 병든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언제까지 진리라고 믿었던 의리나 규범도 하루아침에 거짓이 되듯 아마 이 세상에서 영원히 변하지 않은 진리는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4계절과 자연일 것이다. 이 봄도 우리 곁에 오래 머무는 것은 아니다. 계절의 한계가 있듯 이제 이 봄도 얼마 못가서 다가오는 여름에 자리를 내 주고 소리 없이 계절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도리고 계절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허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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