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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06/22  초원이
촛불

 
올해 85세인 엄마는 책보기를 무척 즐겨하신다.

 

해마다 길림신문, 종합참고, 장백산, 연변여성 등 신문잡지를 주문하여 구독하시고 도서대여증으로 여러 방면의 좋은 책들을 수시로 빌려보시고 있다.

 

근년엔 다년간 신문과 종합참고들을 읽으면서 배우신 많은 지식을 엄마는 “인젠 나 혼자만이 아닌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하시며 한해에 한권씩 신문 스크랩을 만들고 있다. 

 

신문에서 읽은 가치 있는 건강상식이며 음식정보, 생활의 지혜 등 다양한 내용을 가위로 오려낸 후 종류를 나누어 스크랩한 백과지식전서를 만들면서 이 스크랩이 조금이라도 자식들과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도움이 된다면 보람이 있고 기쁘겠다고 하신다.

 

 세월의 흔적이 남기고 간 엄마의 얼굴에는 굵직한 주름살이 박혀 있지만 안경 쓰고 책을 보는 모습은 참말로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다.

 

원래 한어사범학교를 졸업한 엄마는 아버지를 따라 할빈병기공장에서 근무하다가 1962년 안도현 중평촌으로 하방하였다.

 

농촌의 빈곤한 생활난은 우리가정도 예외가 아니었다. 책 읽을 시간과 환경이 안 되였다. 엄마는 차츰 엄마라는 가정주부의 책임감으로 자신의 취미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1980년 여름, 산악지대인 우리 고장에는 연 7일 동안 주룩주룩 장대비가 오더니 큰 홍수가 났다. 어느 날, 수리공정의 책임자인 아버지는  홍수방지지휘부에서 바삐 보내시다가 한밤중에 심근경색으로 현장에서 쓰러지셨다. 항상 건강하다고 느껴오던 아버지께서 연변병원 구급실에서 눈을 못 뜨고 계시는 동안 엄마는 한순간도 눈을 부치지 못하고 온갖 정성을 다하여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셨다.

  

그때로부터 아버지는 우리가족의 일등 보호대상이였으며 슬픈 일, 속상한일 있으면 아버지를 항상 몰래했다. 기쁜 일, 좋은 일은 천천히 아버지께 알려드리는 것이 우리가족의 일관된 법칙이 되었고 엄마는 우리가족에 닥쳐든 생활난을 해결하기 위하여 새벽부터 땅거미 질 때가지 벽돌공장, 건축현장, 선반갂기, 심지어 땡볕이 쨍쨍 비치는 무더운 한여름에도 산에 가서 벌초까지 하셨다. 그야말로 엄마는 돈벌이만 된다면 닥치는 대로 일하셨다.

 

어릴 때 내가 본 엄마는 항상 땀 벌창이 된 옷.... 그것도 뒤 잔등엔 땀에 절어 구멍이 송송 난 속옷을 입고 있었으며 손과 발바닥이 갈라져 마치도 소나무 껍질을 방불케 하였다. 

  

엄마는 자신의 무한한 희생과 노력으로 바꾸어온 돈과 아버지의 병가월급으로  자식들을 입히고 먹이고 학비를 내주면서 자신에게는 일전 한 푼 투자하려 하지 않았으며 아무리 힘들어도 짜증한번, 투정한번, 원망 한번 없으셨다.

 

그런 엄마를 두고 내가 종종 엄마는 우리가정의 <무명영웅>이라고 하면 엄마는 “아빠가 이 가정을 잘 이끌기 때문에 우리가 행복하게 산다”고 우리 앞에서 아버지를 내세우셨다.

 

물론 아버지도 많이 훌륭하고 자상한 분이시지만 나의 기억 속에는 엄마가 이 가정을 위해 더 많이 고생하고 더 많이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우리 자식들의 학습에도 엄청 중시를 돌리셨다.

 

당시 우리 고장은 자그마한 촌마을이라 도서관이 없었다. 가을 김장철이 되면 열차를 타고 로투구진에 가서 수요 되는 김장재료를  사왔다. 그때면 엄마는 꼭 서점에 들려 내가 볼 책들을 골라 사오군 하셨다. 

  

한번은 엄마가 알렉산드르의 장편소설 “몽떼그리스또백작”이란 명작 4권을 사가지고 현성에서 공부하는 나를 찾아 왔다.

 

며칠 전 어문시간에 선생님이 세계명작소개에서 이 책을 설명한 적이 있어 난 정말 보고 싶었지만 책값이 엄청난지라 감히 엄마와 말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뜻밖에 보고픈 책을 받아 쥔 나는 그 자리에서 퐁퐁 뛰면서 엄마 품에 안겼다. 정말 고맙고 또 고마웠다. 지금 회상해보아도 가슴이 막 흥분되고 기쁨을 감출 수 없다.

 

엄마는 자신이 굶더라도 자식에게 유익한 일이라면 서슴없이  희생한다. 엄마는 자신을 잊고 살았다. 엄마는 자기의 인생이 없었다! 그저 자식들이 건강하고 자식들이 출세하면 대 만족이고  대 행복이었다.

  

지금도 엄마는 자식을 위하여 맛 나는 음식도 하시고  집 청소도 가끔 하신다. 마치도 초불마냥 자기 몸을 태워 빛을 주고도 밝음을 채 주지 못한 것이 한스러워 눈물을 흘리듯이 자식과 이 가정을 위하여 마지막 여운을 남기며 타고 있다.

/ 작자 : 남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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