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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딱친구(필자 왼쪽 첫번째) |
지난 1월 21일 밤 11시, 나는 인천공항에서 지루한 기다림끝에 드디어 중국 하얼빈으로 향하는 중국 남방 항공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런데 활주로가 빙판이 되어 제빙카를 기다리고 있다는 지연 소식이 방송에서 울려 나왔다. 삽시에 "후우, 또 지연" 하는 원망 섞인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왔다.
그럴만도 했다. 내가 탑승한 중국남방항공 CZ 683 항공편 출발 시간은 오후 8시었다. 그런데 11시가 되서야 탑승을 했는데 또 지연된다니 불만이 나올만도 했다.
나는 눈을 지긋이 감고 등받이에 머리를 대었다. 순간 호사다마（好事多磨）란 단어가 피뜩 떠올랐다.
이번 귀국행은 나에게 있어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설 쇠러 고향 가는 나를 배려하여 동창들은 전례없는 성대한 학우회를 기획하고 있었다. 바로 나의 모교 료전중학교의 제1기와 제2 기 네개반의 학우들이 졸업 44-45년만에 처음으로 함께 하는 활동이었다.
부푼 마음을 안고 서울 군자동 집에서 나와 3:32시 공항버스에 올랐는데 느닷없이 함박눈이 마구 쏟아져 내렸다. 그 바람에 교통이 막혀 공항버스는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었다.
여느때 같으면 보기 드문 함박눈에 탄성이 나왔으련만 정상 비행에 지장이 될가봐 조마조마하였다.
인내성을 테스트하는 버스안에서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노라니 나도 모르게 이런 시가 튀어나왔다.
《机场大巴像龟行》
乘坐大巴去机场
鹅毛大雪送我行
归心似箭万着急
大雪捣乱挡车行
首尔生活两年多
头回遇到鹅毛雪
回国心切太高兴
老天妒嫉考验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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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동창들과 기념촬영을(필자 앞줄 가운데) |
나는 이 시구를 동창 그룹에 올려 나의 마음을 전달했다.
삽시에 그룹안이 왁작지글했다.
서설은 풍년의 징조이니 걱정말고 안전하게 도착하길 바란다는 위로의 메시지들이 이십여개나 올라왔다.
나의 마음은 봄바람마냥 훈훈해졌다.
나는 이번 모임에서 보여줄 춤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다.
이번 성대한 동창회를 위해 준비위원회에서는 사전에 매 개인마다 장끼 한가지 이상씩 준비해 올 것을 부탁했다.
나는 조선족이니 조선춤을 춰야 제격이지만 나의 3반 동창들이 조선춤은 집체춤으로 결정하는 바람에 나는 장족춤을 추기로 마음 먹었다.
춤 연습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도 별문제다. 나는 주말이면 옷을 두툼히 차려 입고 집 근처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휴대폰에 저장된 춤동작을 보면서 한동작 한동작씩 정성껏 연습했다.
나의 춤을 보여줄 때가 다가 오고 있었다.
생각에 묻혀있다보니 함박눈은 어느새 멈추었고 버스는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있었다.
"승객 여러분 잠시 후 비행기가 인천공항을 이륙하겠습니다" 나는 눈을 번쩍 떴다. 비행기가 드디어 창공을 날아 올랐다. 시간은 1월 22일 0시20분쯤이었다.
23일 오전 8시10여분, 나는 한국에서 사 온 선물을 들고 지정된 계홍주점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벌써 동창들이 많이 모여 집체 종목을 리허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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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들여 준비한 장족 춤 선보여 |
"와, 이화실 왔어!"
동창들은 리허설을 중단하고 나를 반기며 맞아주느라 야단법석이었다.
도합 46명의 동창들이 모였는데 나의 3반 동창과 4반 동급생이 40명이고 나의 윗반인 1반과 2반 선배들은 나와 잘 알고 지내던 6명만 와 있었다.
어떤 동창은 비행장에 아들 데리러 갔다가 돌아오자마자 오는 길이라며 들어서고 있었고 외지에 있는 어떤 동창은 새벽4시에 일어나 차를 몰고 왔으며 시골에 있는 동창들도 아침 일찍 일어나 한시간 가량 차를 타고 왔던 것이다.
9시 정각, 나의 모교 학우회 서막이 열렸다.
나의 3반 동창들이 첫번째로 등장하여 부채와 예쁜 스카프를 날리며 양걸춤을 집체무로 선보였다. 나도 동창들이 사 준 부채와 스카프를 신나게 흔들며 춤을 추었다.
그 뒤를 이어 4반 동창들의 집체무와 대합창. 윗반 학우들의 시낭송과 태극권. 3반 동창들의 조선춤 "연변인민 모주석을 노래하네", 그리고 46명 참가자들의 장끼 공연이 하나하나 이어졌는데 전문가의 수준은 아니었지만 열정적인 태도와 넘쳐나는 격정만은 톱스타 공연장 못지 않았다.
내가 한달남짓 준비한 장족춤도 드디어 선 보였다. 동창들은 앞다투어 동영상을 찍어서 위쳇그룹에 올렸다.
장끼자랑이 끝나고 오찬파티 직전 사회자는 이번 모임은 해외에서 돌아온 이화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모임이라고 강조하면서 마이크를 넘겨오는 바람에 나는 코마루가 찡~ 하여 눈물을 참고 답사 하느라 애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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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필자 위로 세번째 줄 왼쪽 여섯번째) |
오찬이 끝나자 나의 제의하에 2차 파티로 노래방에 몰려갔다. 거기에서 끝날 무렵 나는 슬그머니 계산대로 갔다. 그런데 벌써 결산이 되 있었다. 초징야 (曹景亚) 동창이 눈치채고 미리 계산해 버린 것이다.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다. 마지막 악수를 나누며 동창들은 다음의 만남을 굳게 약속했다.
이때 나의 전화기가 울렸다. 동창 16명이 내가 좋아하는 물만두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오란다. 하여 나는 다시금 물만두집에서 저녁까지 먹고서야 집으로 향했다.
이번 귀국 동창모임은 나에게 있어서 잊지 못할 영원한 추억을 남겼다.
나는 조선족 동창이 별로 없다. 내가 1학년부터 4학년 첫학기까지 우리집은 흑룡강성에서 길림성으로, 다시 흑룡강성으로 이사 다니는 바람에 고정된 동창이 없고 연락도 없다. 그런데 4학년부터 한족학교 다니면서 고중졸업할 때까지 한족 동창들은 내가 기뻐할 때나 슬퍼할 때나 무조건 내편이 되어서 위로해주고 배려해 주었다. 그들이 있어서 나는 무한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
열흘만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동창그룹은 또 한번 뜨겁게 달아 올랐다. 안녕히 다녀가길 바란다는 축복이 빗발쳤다.
사랑하는 나의 동창들아.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이화실 기자
http://www.hmzxinwen.com/news/17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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