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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4/28  한민족신문
오늘에 감사하며 살자

아름다운 계절, 4월도 마무리 되어가는 이 봄의 새벽 3시에 이상한 냄새로 나는 눈을 떴다. 그토록 도도하고 부티가 철철 넘치는 사모님이 자리에 소변을 보아 침상 전체가 오줌바다가 되어버렸다.

 

부끄러워 소변에 젖은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있는 사모님에게 “사모님, 이 일 어쩌면 좋아요. 정말 죄송해요. 제가 실수로 텀블러 물을 엎질러서 사모님 침상이 물에 흠뻑 젖었어요. 협조 부탁드립니다.” 하고 나는 능청을 떨었다.

 

사모님은 멋 적게 배시시 웃으며 “앞으론 조심해, 선숙씨니깐 봐 주는거야.”한다. 환자 앞에서 간병인의 자존심을 세워서 무엇하랴. 쥐구멍으로 찾아가는 환자의 자존감을 치켜 주니 일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적어도 치매 환자의 앙탈과 저항하는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휠체어로 화장실에 모시고 가서 샤워시켜주고 옷 갈아 입혔다. 시트며 이불을 새로 갈아 침상에 눕혀드렸더니 얌전한 어린 양이 되여 금방 잠에 드신다. 대신 나의 새벽잠은 확 도망갔다.

 

사모님은 서울대 법대를 나왔으나 부모님들의 강요에 고시 한번 못보고 검사의 꿈 대신 판사 사모님으로 반생을 보냈다. 가정부와 운전기사를 두고 전망 좋은 집에서 우아하게 커피나 홀짝이던 귀부인이었다.

 

유방암에, 폐 전이로 수년간 항암치료를 받더니 70대 중반 나이에 지독한 깜빡깜빡 건망증과간헐적인 치매증상으로 일상이 억망이 되였다. 자존심에 기저귀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탓으로 오늘 같은 실수가 비일비재로 생기는데 인지가 돌아오면 끝없는 절망에 빠진다. 사모님의 인생을 갉아먹는 치매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가질 것 다 가졌어도 저러고 있는 사모님이 가엽다.

 

2인실 창가 쪽을 배정받은 덕에 이 아침에 시야가 탁 트인 창을 마주 앉아 커피 한잔의 여유를 만끽한다.

 

넓은 창밖으로 신세계백화점과 고속터미널 건물이 마주하고 있다. 빌딩 사이로 그리 멀지않은 곳에 한강이 보이고고 고층건물위로 멀리 남산타워가 바라보인다. 나는 어느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있는 듯 착각에 빠졌다. 새벽 출근길에 꼬리에 꼬리를 이어 미끌어지듯 달리는 차량들을 보면서 인생이란 참 개미 근성이라는 생각을 서글프게 해본다. 죽기내기로 돈을 둘러싼 일상에 허덕이지만 육신이 늙고 나면 가진 자나 없는 자나 똑같이 질병으로 몸부림치니 말이다.

 

매번 느끼는 바지만 새로운 환자를 맡을 때마다 집집의 사연이 다양하다. 여유로움에 으스스 대는 인생이 있는가 하면 듣는 사람마저 안타깝게 하는 불쌍한 인생도 있다.

 

삶이란 대체로 있어서 행복한 삶과 없어도 행복한 삶, 없어서 불행한 삶과 가졌어도 불행한 삶으로 나뉘는 것 같다. 행복과 불행의 척도는 각자 느끼는 만족도이다. 몸에 생기는 병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고통은 덜어질 것이다.

 

쌔근쌔근 자고 있는 사모님을 바라보면서 내 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지금의 내가 감사하다.

/김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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