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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은
요술쟁이
그림을 그리는
단풍나무 잎은
피를 토해
칠 하고
은행나무 잎은
노오랗게
구워내고
전야는
황금 빛으로
칠하고
들판의 억새도
하얀 색 으로
물드리고
먹도 붓도 없이
그리는
계절의 풍경
제아무리 유명 화가여도
이런 걸작 그려 낼까
고향은 사라 지는가
마음에 내린 앙금인가
고향은 언제나 내 가슴에
해묵은 술 부어 놓고
고향 향기에 취하고 싶소
땀배인 배적삼 입고
새벽 농코 살피던 아버지
이른 아침 깨우는
어머니 보리밥 짓는 소리
선조의 혼이 살아 있는
두메산골 외딴 곳
바람 막는 그물 있을까
흔적없이 사라질가 두렵네
가을의 향수
휘영청 높은 하늘
가을이 완연한데
새벽 안개 이슬로
기와장에 또르르
떠나간 철새 둥지에
찬 바람 나들이 하고
주인 없는 옛집은
거미줄만 치렁치렁
타향의 이 아들
고향이 그리워
가슴에 돛배 뛰워
향수를 만끽하네
고향 바람
뭇별이 숨바꼭질하는 밤
고향에서 온 너와
무릅을 마주하고
잊지 못할 옛 일 붙잡고
신새벽 아궁이 장작불
어머니의 밥 향기 피고
등굽은 다락논밭
농꼬 물소리 고향을 깨우네
밝은 달빛 부여잡고
이 밥이 새도록 가보네
날 밝아도 닿지 못한 고향에
바람이 떠나는 뒷모습에
낳아주고 길러준 그 정에
이 가슴 서럽고 애닮네
상강 계절
다 떠나 보냈네
큰 눈설이 오기전에…
재빛옷도 입히고
은빛 날개도 달아 주고
설산도 눈보라도 있으니
길 떠나면 다 형제라고
“인” 자로 줄지어 날라고
부질없는 당부도 널어놔
흰 서린 내린 찬 네 집 이라도
명년 새봄에 만날 새 식구에
상강의 기쁨은 한냥 없어라
/성송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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