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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10/09  한민족신문
불평을 버린 꿀꿀이

어느때부터인지 꿀꿀이는 속이 부질부질 끓어번졌습니다. 매일마다 자그마한 우리안에 갇히워 사는 신세가 서러워났습니다. 눈 뜨면 먹고 그 다음은 잠 자고... 매일 이렇게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살아야하는 것이 재미가 조금도 없었습니다.

 

우리안에서 쳐다보는 하늘은 너무도 작았고 해님도 구름도 피뜩하고 지나가서 더 감상하고 싶어도 안되는 일이였습니다. 몇번인가 지나가는 구름을 오래 감상하고 싶어서 우리안에서 올리뛰다가 엉덩방아만 찧고 말았습니다. 또 바깥세상도 구경하고 싶어서 몇번인가 우리안에서 뛰쳐나오려고했는데 웬걸 주인이 못 나오게 우리를 높히는게 아니겠습니까?

 

같이 놀아줄 친구도 없이 고독하게 보내는것이 싫어서 몇번인가 지나가는 나비를 불러세워 수다를 떨고 싶었지만 나비는 코를 싸쥐고 나플대며 저쪽으로 가버렸습니다. 그럴법도 했습니다. 우리안에는 온통 더러운 냄새가 나니 향기를 좋아하는 나비가 어찌 내려 앉을수 있겠습니까? 그 이쁜 나비를 유혹하려고 꿀꿀이는 여러번이나 잠자리의 벼짚으로 꽃모양을 만들어서 눈에 잘 띄우는곳에 놓아두었지만 나비는 지나가면서도 눈동자 한번 돌리지 않았습니다.

 

(내 늘 이렇게 사는게 무슨 재미야? 난 왜서 하필이면 꿀꿀이로 태여났담? 차라리 멍멍이나 꼬끼오로 태여날거지. 그러면 갇히우지 않고 세상구경을 실컷 할수 있을건데...)

 

꿀꿀이는 푸른 잔디밭에서 마음껏 뒹글며 놀고 싶었고 향기 풍기는 꽃밭에서 나비와 숨박꼭질을 하고 싶었고 또한 두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내달리는 강물에 뛰여들어 강물과 대화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태여나자마자 갇히워 사는 신세라 우리밖의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궁금해났습니다.

 

가끔씩 자기집앞을 지나가면서 주고받는 멍멍이친구랑 꼬끼오친구랑의 바깥세상의 말을 들은적 있어서 그들한테 전화로 이것 저것 캐여 물어서 어느정도 알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백문불여일견”이라고 정말 한번쯤이라도 직접 자기눈으로 구경을 하고싶었습니다. 특히 전번 주말에 지나가는 두 꼬마친구의 주고 받는 말에 귀가 열리는것 같았습니다.

 

“얘. 어제 텔레비전에서 동화편영화 봤지? 넘 재미있더라”

 

“나도 재미있어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그래서 엄마 꾸중 들었어.”

 

그들의 말에 꿀꿀이는 눈이 둥그래졌습니다. 여지껏 핸드폰은 좀 알고 있었습니다. 집주인이 죽을 떠가지고 와서는 통화 하는걸 본 적이 있었는데 텔레비젼이란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또 거기에서 영화가 나온다고하니 참 신비한 물건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런 물건을 멍멍이와 꼬끼오는 보았다고 하니 더구나 기분하강이였습니다.

 

꿀꿀이는 생각할수록 갇히운채로 무미건조한 생활을 해야하는 환경에 울분이 솟구쳐서 막 눈물까지 찔끔 나왔습니다. 몇번이나 주인보고 밖에서 산책하면 안 되는가하고 물으니 절대 안된다고 딱 잡아떼는지라 정말 어쩔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은근히 심술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죽 먹을때면 일부러 얼굴에 죽을 가득 발라가지고 우리밖에서 자기를 쳐다보는 주인한테 머리를 마구 흔들어대서 죽물이 주인의 바지가랭이에 뿌리워가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몇번이나 대변우에서 뒹굴었습니다. 그러면 주인이 온 몸에 묻은 변을 씻기위해 우리밖으로 내놓을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주인은 장화를 신고는 우리안에 들어가서 바가지로 물을 뿌리면서 자기몸을 씻어주는것이 아니겠습니까?

 

“넌 눈이 어두워 제가 눈 대변무지에 넘어져서 이런 지경으로 되였느냐? 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해. 알겠느냐?”

 

주인의 넋두리에 꿀꿀이는 혀를 홀랑 내밀뿐 못 들은척 했습니다.

 

주인은 늘 죽을 걸탐스레 먹는 꿀꿀이를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볼때가 많았습니다.

 

“참 잘 먹는구나. 그래그래. 많이많이 먹고 빨리 자라야 해.”

 

주인은 이렇게 말할때가 많았습니다.

 

끼니마다 맛나게 먹고 빨리 자라면서 살이 많이 오르는것이 주인의 바램이니까요.

 

꿀꿀이는 자라면서 몸이 점점 무거워졌습니다. 한번씩 일어날때면 둔중한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었습니다. 진종일 움직이지 않으니 자꾸 살만 오르는데 그냥 이런대로 살기가 싫어서 우리에서 뛰쳐나와 한바탕 달리기 운동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주인이 들어주지 않아서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간청해도 안되고 심술을 피워도 안되니 인제는 포기할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가슴속에는 불평의 싹이 머리를 쳐들면서 날로 자라고 있었는데 그 누구와 하소연이라도하면 속이 후련할것 같았습니다.

 

어느날 꿀꿀이는 지나가는 멍멍이를 불러세웠습니다.

 

“아이구 꿀꿀이 형님이구만. 정말 반갑소. 요즘 뭐 좋은걸 먹었길래 앞배가 불룩하게 나왔소?”

 

꿀꿀이는 멍멍이의 반가운 인사에는 일언반구도 없고 속에 품고 있던 불만을 쏟았습니다.

 

“멍멍아. 난 네가 참 부럽구나. 매일마다 넓은 마당에서 마음껏 뛰여다니며 노는게 얼마나 좋아? 때론 주인을 따라 산책 하면서 여러가지 구경도 실컷 할수 있으니 말이다. 전번에 넌 주인과 같이 들판에 가서 놀때 가을을 맞은 들판은 금황색이고 꼬까옷 입은 나무잎들은 그토록 아름답다고 했잖아? 나도 한번만 그런 풍경 보고싶지만 운명을 잘못 타고나서 낮이고 밤이고 이 침침한 우리를 못 떠나니 참 억울하구나.”

 

“꿀꿀이형님, 그렇게 생각마우. 나도 나로서의 고충이 있다우. 난 매일마다 주인의 집을 잘 지켜야할 운명을 타고 나서 언제한번 신경을 느슨히 할때가 없었소. 특히 밤이면 발편 잠 못 자고 있는데 얼마나 힘든지 아오? 혹시 깊은 잠에 빠져서 실책이라도 할가봐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하우. 난 그래도 꿀꿀이형님의 팔자가 부럽소. 날마다 근심걱정이 없이 먹고 놀고하기만하면 되니까 말이요.”

 

여기까지 들은 꿀꿀이는 멍멍이가 자기 마음을 진정시키느라고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할뿐이였습니다.

 

멍멍이가 떠나가자 꿀꿀이는 한잠 자려고 누웠는데 저쪽에서 “삐약ㅡ삐약ㅡ”하는 소리가 들리기에 둔중한 몸을 일으켜 내다보니 병아리들을 거느린 꼬끼오가 땅에서 벌레를 찾으면서 이쪽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언제봐도 이쁜 꼬끼오구나. 넌 정말 행복하구나. 나도 다른 족속에서 태여났더라면 바깥세상에서 거닐어보는 자유가 있겠는데...네가 참 부럽구나. ”

 

꿀꿀이의 말을 꼴똘히 듣고 있던 꼬끼오가 정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꿀꿀이오빠, 우리 모두 불평없이 살아가려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누구나 다 만족스러운 환경에서 사는건 아니래요. 꿀꿀이 오빠는 매일 놀면서도 호의호식하고 있지만 우리는 할일이 많대요. 새벽이면 시간을 알리느라고 그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서는 목청을 뽑는 일, 또 주인의 비위를 맞추느라고 알도 많이 낳아야 하는 일, 또 숱한 삐약들을 길러야하는 일들은 여간 쉽지 않아요.”

 

꼬끼오의 말에 꿀꿀이는 그 무엇인가를 느꼈는지 머리를 끄덕이더니 다시 누워버렸습니다. 우리안으로 비쳐드는 해빛속에서 꿀꿀이는 몸을 잔뜩 눌구었습니다. 참 편안해났습니다.

 

그러면서 방금전에 만났던 멍멍이와 꼬끼오의 말을 되새겨보았습니다.

 

(나도 그들처럼 환경을 탓하지 말고 불평없이 살아야겠구나. 좋은 환경은 아니라도 그 속에서 행복을 창조하는건 각자에게 달려있다.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지만 행복지수는 주어진 환경보다 내가 느끼고 만들어감에 따라 높아지고 낮아지는거구나. 그런줄 모르고 난 불평만 가득 품고 살았는데 인제부터는 불만을 버리고 만족을 알면서 살아야겠다. )

 

해님이 꿀꿀이한테 따스한 빛을 뿌려주었습니다.

 

“쿨ㅡ쿨”

 

꿀꿀이는 코를 골기 시작했습니다.

/박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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