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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10/17  한민족신문
아내들이여, 남편을 살리자!

열흘 동안 지방에서 일을 마치고 어스름 저녁에 집에 들어서니 요 며칠 나의 어린 시절 친구 김모씨의 아내가 입출금통장을 챙기고 어디론가 자취를 감췄는데 김씨가 이곳저곳 수소문하였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지금 김모가 술로 하루하루 보낸다고 아내가 나에게 알려주었다.

 

아내의 말을 듣고 나는 그길로 친구 집으로 달려갔다. 친구는 좁은 방에 홀로 앉아 묵묵히 마른 안주에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 냄새, 충혈된 눈빛, 친구는 술에 푹 취해있었다.

 

《친구, 너무 속상해 하지마오. 이제 돌아오겠지.》

《돌아와?! 날 속인 미친년...》

 

친구는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내면서 또 맥주잔을 비운다. 친구의 눈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농담을 잘하는 친구, 끝내 나의 앞에서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 나는 억지로 술상을 치우고 이부자리를 펴고는 몸의 균형을 바로잡지 못하는 친구를 눕혀놓았다. 나는 육신이 찢기는 듯한 이 괴로운 시간을 감당하기 어려워 옷 단추를 끄르고 밖으로 나왔다.

 

벌써 대지는 어둠이 쭉 깔렸다. 여기저기 흩어진 별들은 깜박이는 등잔불 같았다. 이젠 친구는 불쌍한 사람이 되었다.

 

20년 전 아내가 저세상으로 떠났고 2006년 교원으로 근무하던 딸애가 한국으로 시집왔다. 밤마다 말동무하던 아들마저 상해 모회사에 일하러 가면서 세 동강 난 가정이 되었고 친구는 날개를 꺾인 기러기 신세가 되었다. 그러다가 혼자서 지내기가 참을 수 없었던지 전기발전소의 직업을 버리고는 딸애가 보낸 초청장으로 한국에 입국한 같은 중국동포여성과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3년이 지나자 친구는 아예 입출금통장을 아내에게 맡겼다. 친구는 그녀와 결혼등기를 하지 않고 10년 넘게 그녀와 살았다. 그날도 김씨는 하루의 목수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서니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전화도 정지되어 있었고 옷장 문을 열고 보니 그녀의 옷도 없어졌다. 불길한 예감에 서랍을 열고 보니 딸이 사준 반지, 목걸이 그리고 통장 모두가 보이지 않았다. 입출금통장에 있던 8천여만 원의 돈도 모두 사라졌다.

 

현재 김씨는 돈을 잃은 것보다 10년 동안 함께 살아온 그녀가 말 한마디 없이 사라진 것이 너무 원통하다고 말한다. 또 한국생활을 하면서 아직도 자신처럼 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신과 같은 봉변을 당하지 말고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이 없어야 하기에 자신이 겪은 민망한 일을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요즘 나는 가끔 친구를 찾아가 보기도 하는데 홀로 달팽이처럼 옹송그리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나의 마음도 찢어지는 것만 같다.

 

참으로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우선 이런 일이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이 세상에는 가정처럼 따뜻한 곳이 없기에 “아내여, 사랑스러운 남편 곁으로 빨리 돌아 오라!”고 부탁하고 싶다.

/신석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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