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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6/06  한민족신문
보 물

오늘 우연히 책상서랍을 정리하다 봉투에 쌓여진 사진을 한 장, 한 장 꺼내 보았다.

 

아, 결혼사진 손에 들고 바라볼수록 옛 생각도 나고 정겹기도 하고 복잡하면서 오묘한 마음이 든다. 아내는 수수한 옷차림 나는 중산복에 군인모자 쓰고 누나는 머리 수건을 쓰고 동네와 70리 떨어진 현성 사신관을 찾아 찍은 사진, 벌써 40년 세월이 흘러갔다.

 

삶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돌아가는 티끌의 여정으로 중첩된 한 평생을 살아가는 형태 공수래 공수거이지만 그래도 살아야겠다고 아내와 함께 발버둥 치면서 40년을 살아왔다.

 

개미는 열심히 살다가 갑자기 무고하게 짓밟혀 죽는 삶이고 매미는 6년을 땅속에 살다가 여름에 세상에 나와 맴맴-울어대다가 겨울이면 생을 마감한다. 개미나 매미의 삶은 역시 매 한가지다.

 

팍팍한 세상이지만 음과 양과 서로 섞여 에너지의 결합이 꽃을 피우고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는 것처럼 나와 같은 생각, 나와 같은 느낌, 나와 같은 행동을 가진 한 시골 처녀를 만나 사랑했고 둥지를 틀었다. 두 아이의 부모로 남들 보기에 불행해 보이지 않을 만큼 변하는 세상에 발을 맞추어 인삼농사, 비누장사, 떡 장사, 한국행...죽을 만큼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세상사 어디 쉬운 게 있는가?

 

변변함 없이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은 하나에서 열까지가 다 어려운 세상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나와 아내는 비바람에 부대끼고 불에 그을 린 나뭇가지에도 봄이 되면 새싹을 돋는 법이라는 강한 신념을 마음에 품고 40년을 힘겹게 걸어 오다보니 세상도 분명이 나와 아내를 알아주었다. 장남은 예쁘고 마음 착한 며느리와 가정을 꾸리고 손자 녀석이 초등학교 3학년생이다. 차녀도 중국 청도에서 이름 있는 무역회사에 출근한다.

 

그러나 40년 전 씩씩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희끗희끗 변한 머리카락, 상한 치아, 굵은 손마디... 어디 한곳 성한데 없는 육신이 되었다. 아내는 가난뱅이 “선비”와 온전한 삶은 살지 못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부드러우면서 강하게 내강 외유의 삶을 살았다. 아내는 꽃으로 태여 났으나 들풀로 가족을 위해 희생한 사람이다.

 

고향에서 10년 동안 결혼식장을 다니면서 주례를 보면서 너울을 쓰고 입장하는 신부,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입장하는 신랑, 언제가 꼭 좋은 사진관을 찾아 아내는 예쁜 너울을 쓰고 난 양복에 무늬의 넥타이를 매고 재 다시 결혼사진을 찍겠다고 생각하였지만 한국 노동판에서 15년을 보내다니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였다.

 

어찌 보면 이 “보물” 없었다면 오늘의 완벽한 가족이 없지 않을가? 생각이 든다. 벌써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으니 할 만큼 한 지붕 밑에서 살아온 인생.

 

오늘 “보물” 같은 40년 세월이 흘러간 결혼사진을 보니 옛 생각에 눈물이 난다.

/신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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