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크기 크게 글씨크기 작게 기사스크랩
기사 출력  기사 메일전송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http://www.hmzxinwen.com/news/24640
발행일: 2022/05/12  김장혁
[장편소설] 졸혼 (2)

짜증나는 잔소리

 

문걸은 눈을 붙이기 힘들었다. 혹시 눈을 감으면 다시는 이 세상을 보지 못 할까봐. 구급해 구사일생으로 되살아나지 않았던가. 그날 아침에 옆집 한족아줌마가 복도에 쓰러진 것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다시 눈을 떴겠는가. 춘희 의사와 간호원이 휠체어에 밀고 달아 다니면서 제때에 구급하지 않았더라면 진작 몇 발작 옆에 있는 태평방에 옮겨졌다가 화장터에 실려 가지 않았겠는가.

 

문걸은 간호원이 침대머리에 둔 핸드폰을 간신히 들었다.

 

위쳇에 정호의 메시지가 제일 많았다. 쓰러져 구급실에 실려 온 그날부터 줄곧 메시지가 오지 않았겠는가.

 

‘무슨 일 있느냐?’

‘왜 대답 안 해?’

 

그런데 일주일 전에 함께 등산하러 가자고 약속한 등산대 녀친구 춘희한테서는 메시지가 하나도 오지 않았다.

 

(웬 일일까?)

 

이튿날 아침, 담당의사 김춘희와 간호원 등이 병실에 들어섰다.

 

“어떤가요?”

 

김춘희의사가 다가와 하는 살뜰한 문안에 문걸은 일어나려고 애썼다.

 

“움직이면 안돼요.”

 

간호원이 황급히 말렸다. 그녀는 문걸을 돌려 눕히고 이불깃을 꽁꽁 여며주었다.

 

“구, 구해줘서 감, 감사합니다.”

 

김춘희 의사는 조용히 물었다.

 

“몇 번 혈변을 봤는지 기억나세요?”

 

문걸은 눈을 감고 까마아득한 기억을 한참이나 더듬었다. 그러나 머릿속은 텅 빈 채 새까맣다.

 

한참 후 문걸은 간신이 띄염띄염 입을 뗐다.

 

“혈, 혈변인진 모, 모르겠습니다. 밤에 설, 설사를 서너 번 본 거 같, 같습니다.”

 

김춘희 의사는 의아해했다.

 

“변기를 보지 않았는가요?”

 

“위생실 전, 전등이 고장나…”

 

김춘희 의사는 머리를 끄덕였다.

 

목소리를 보나 걀죽한 얼굴이나 탄력 있는 풍만한 몸매를 보나 딱 등산대 여자 친구 김춘희 같았다. 화가인 그의 눈은 틀림없었다. 아무리 안경을 걸고 마스크를 끼여도 너무나도 비슷해 궁금해났다. 다만 등산대 춘희는 쌍까풀인데 찬찬히 여겨보니 김춘희 의사는 외까풀인데다가 안경을 낀 것이 미흡할 뿐 이였다.

 

“치, 치료비 얼마 들었는지? 받으세요.”

 

문걸이 핸드폰을 쥐자 말렸다.

 

“후에 봅시다. 빈혈이 심한데요. 푹 쉬세요.”

 

그제야 문걸은 핸드폰을 쥔 자기 손이 핏기가 하나도 없이 백지장같이 희어진 것을 발견하였다.

 

“혹시 등산대 춘희…”

 

“아니예요. 건강회복이 급선무예요. 푹 쉬세요.”

 

김춘희 의사가 나간 후 간병원이 나직이 부탁했다.

 

“혹시 대소변을 볼 일이 있으면 사양 말고 알리세요. 온 밤 소변 한번 보지 않았는데요.”

 

뒤이어 간호원은 문걸한테 알려주었다.

 

“일주일 동안 아무 것도 잡숫지 못하고 링겔로 버텼기에 대소변을 보지 못해요.”

 

간병원은 이번에 맡은 환자는 림종간호를 해야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대소변도 보지 못한다고 하자 저으기 놀랐다.

 

간호원이 또 알려주었다.

 

“아직 신장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기에 그래요. 큰 문젠 없어요. 이제 신장기능이 회복되면 괜찮아요.”

 

그제야 문걸은 자기 병의 엄중성을 느꼈다.

 

하루 24시간 간호원들이 련이어 단번에 링겔 두병씩 바꿔 달고 량손에 링겔바늘을 찔렀다. 이젠 손등의 혈관이 다 파나 링겔주사바늘을 찌를 혈관도 마땅찮았다.

 

문걸이 핸드폰을 들어 자기 모양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며 들여다보니 얼굴에도 핏기 하나도 없이 백지장 같지 않겠는가. 입술마저 핏기 없이 벌거스름 할 뿐 이였다.

 

옆의 환자도 온 밤 구급 받다가 새벽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담당의사가 황급히 달려 들어와 청진기를 가슴에 대보고 눈까풀을 뒤집고 동공을 들여다보더니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간호원들이 산소호흡기를 떼 내고 침대채로 밀고 태평실로 나갔다. 쉰도 안 되는 한창 나이 젊은이가 이 세상을 맥없이 떠나가는 비극이 벌어졌다. 가족들이 손으로 입을 막고 따라 나가면서 통곡 쳤다. 구급실에서 몇 발작 가지 않으면 태평실이였다. 녀인네들의 통곡소리가 처량하게 들렸다.

 

문걸은 옆 침대 있던 환자의 처지가 남의 처지 같지 않았다.

 

그는 침대에 누워 까딱할 수조차 없어 눈을 맥없이 내리깔았다. 언제 저승사자가 자기를 불러갈지 모를 판이였다. 눈을 뜨고 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푸실푸실 내렸다. 그때만큼 네모난 차창 밖으로 마냥 보이는 흐리멍텅한 하늘 그리고 쏟아지는 함박눈마저도 그렇게도 희귀해 보일 때가 없었다. 아니, 창 밖에서는 피눈물에 젖은 절망이 마구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제 며칠 저 창문에 비낀 네모난 하늘을 바라볼 수 있을까?)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떼고 들어온 이는 뜻밖에도 정호와 순정이 아니겠는가.

 

“이게 웬 일이냐?”

 

정호는 침대머리에 달려와서 문걸의 손을 잡고 놀라했다.

 

“자식, 이런 일이 있으면 알려야지.”

 

문걸은 그저 눈을 끔뻑이며 억지로 웃어보였다.

 

정호는 일주일 동안이나 핸드폰은 울리는데 연결이 안 되자 문걸네 집으로 찾아갔던 것이다. 옆집 나그네한테 물어서야 사연을 알고 아내 순정과 함께 병원 구급실을 허둥지둥 찾아왔던 것이다.

 

“영희한테 알려야지.”

 

순정이 핸드폰을 입에 올리자 문걸이 손을 저으며 제지시켰다.

 

문걸은 산소호흡기가 달려 있어 말할 수 없었다. 아니, 한입으로 그 이유를 다 말할 맥조차 없었다.

 

문걸은 기실 간병원과 간호원이 어찌나 살뜰히 간호하는지 영희를 알리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도 않았다.

 

(에이, 영희 생각만 해도 진절머리 나.)

 

그는 몇 번이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도리머리 질 했다. 영희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살 것만 같았다.

 

날마다 영희는 아침부터 잔소리는 끝이 없었다. 구들을 닦아라, 설거지를 해라. 침대 밑을 싹싹 닦아라.

 

사발과 쟁개비를 쳐들고 쌍까풀눈깔을 데굴데굴 굴리면서 “사발 밑굽까지 싹싹 닦아라”, “기름때는 세척제를 묻혀 빡빡 닦아라.”고 야단치지 않았던가.

 

둘이 사는 게 사내느라고 틀을 차리고 돕지 않겠는가 해서 팔을 걷고 나섰건만 그놈의 앙칼진 잔소리에 여름날에도 온 집안에 서리 칠 지경이였다. 진짜 스트레스였다. 짜증났다. 그래서 로씨야 저명한 작가 레브. 똘쓰또이는 황혼에 로친의 잔소리 진절머리 나서 집을 뛰쳐나가 엄동설한에 헤매다가 기차역에서 얼어 죽었다고 하지 않는가.

 

고놈의 오똑한 칼날 코는 매고양이 코보다도 냄새에 더 영민했다. 항상 냄새, 냄새 하면서 씩씩 칼날코를 발름거리며 냄새를 맡아대고 잔소리를 쳐댔다.

 

“좀 샤워하고 침대에 오르세요.”

 

“목욕하곤 깨끗하게 청소해놓으세요.”

 

“위생실을 좀 깨끗이 쓰세요.”

 

상해에 아들딸 집에 갔을 때는 잔소리꾼들이 더 늘어나 진짜 하루 살기조차 구차해졌다. 아들딸이 퇴근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좀 쉬라고 설거지를 도맡다 시피 하였다. 머리 시허연 령감이 기름이 덕지덕지한 그릇을 가실 때였다. 영희는 애 둘이나 안고 앉아 있고 아들과 며느리는 핸들 들어 누워 텔레비죤을 구경하는 판이다.

 

딸도 매한가지였다. 괜히 한집 건너 아래층에 집을 사줘서 딸년은 쩍하면 본가집에 기어들어와 실컷 파먹고 핸들 들어 누워 애 궁둥이나 톡톡 두드리면서 엄마와 합세해 늙은 아버지를 보고 잔소리만 한다. 진짜 온집 식구들은 머리와 수염이 시허연 영감이 청소하고 설거지 하면 돕기는커녕 몽땅 검사원이 돼 이 구석 저 구석 샅샅이 검사하고 고놈의 입술을 나풀거리면서 잔소리만 끝없이 한다.

 

딸 지예는 외까풀 눈을 가슴츠레 뜨고 전기밥가마를 쳐들어 보이며 잔소리했다.

 

“요 구석에 납짝 들어붙은 밥알도 싹싹 닦으시오.”

 

“장대걸레 물을 좀 잘 빼고 닦으세요. 온 집 구들에 물칠 하겠습니다.”

 

“요걸 보세요. 침대 밑에 먼지가 그대로 있습니다.”

 

“사발에 기름때 덕지덕지해 어디 더러워 밥을 떠먹겠는가요?”

 

“세척제를 좀 작작 쓰세요. 일년에 세척제를 몇 병 씩 먹겠어요.”

 

진짜 잔소리에 짜증났다. 온 집 식구들 몽땅 머리 시허연 령감한테 잔소리하고 일을 시켜먹고 명령하고 검사독촉하는 최고지도자들이였다. 퇴직하고 늘그막에 제일 까다로운 잔소리대장들을, 피해 전근해갈 수도 없는 종신 지도자들을 만났다. 진짜 남의 집 시종을 하면 어디 이런 로임도 없는 머슴이 있겠는가.

 

문걸은 혼자 주방에서 설거지하면서 한탄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였다.

 

(세상이 바뀌였어. 잘못 돌아가고 있어. 이젠 우리 경상도 전통가정 관념이 몽땅 무너졌어. 이젠 아들며느리 시부모 모시는 게 아니라 시부모 아들며느리를 모시는 판이야. 모든 건 아들며느리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하지 않는가.)

 

외손자놈의 눈에도 보기 구차한지 어머니를 보고 종알거렸다.

 

“어머니, 어째 할아버지 혼자 일하구 엄마랑 아빠랑 다 놉니까? 할아버지 깨끗하게 닦았는데 왜 자꾸 욕합니까?”

 

죄꼬만 애한테서 장훈을 받은 며느리는 그저 시아버지를 핼끔 곁눈질할 뿐이였다.

 

역어빠진 며느리는 직접 시아버지한테 잔소릴 하지 않고 베개머리송사를 하군 하며 우회적으로 잔소리 끝이 없었다. 아들놈이 잔소리를 하는 날이면 십중팔구는 또 며느리 잔소리를 한 것이 틀림없었다.

 

맏손자놈은 할아버지 불쌍했는지 걸레를 찾아들고 아빠가 먼지 있다고 잔소리하는 구들구석을 쓱쓱 닦았다.

 

“얘, 더러워. 누가 널 그런 일 다 하라느냐?”

 

며느리가 짜증냈다.

 

문걸은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내 고생하는 것쯤은 괜찮아. 그런데 장차 내 뒤를 이어 녀편네와 자식놈들한테서 세상 잔소리를 다 들으면서 고생할 아들과 손자들을 생각을 하니 불쌍했다.)

 

괜히 애들한테 잘못된 풍속을 물려주는 것 같아 당장 상해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애 셋을 보느라고 고생한다고 아내를 도와 청소하고 설거지 하고 애도 봐주는 것쯤은 괜찮았다. 그러나 아내가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는 것만은 진짜 고통스러웠다. 요행 어쩌다가 아내 옆에 누우면 발로 침대에서 차 밀어내고 지랄발광 할 때가 많았다.

 

“애를 보고 곤해 죽겠는데 늙은 게 주책 있소? 할아버지 다 된 게 아직도 그 지랄하고 싶은가?”

 

어떤 땐 아예 문걸이 자기 곁에 다가들지 못하게 객실에서 손자들을 양팔에 안고 잤다.

 

그때만큼 고통스러울 때가 없었다. 청소하고 잔소리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괜찮았다. 그래도 꾹 참고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기본욕구마저 만족보지 못할 때만큼 고통스러울 때가 없었다. 머리 뗑 해나고 마구 미칠 것만 같았다.

 

(이건 숱한 미녀모델에 대한 질투인가? 성복수인가?)

 

가슴이 갑갑해 당장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때마다 문걸은 끌신을 끌고 상해 시내 거리에 나가 한참씩 돌았다. 그러고서야 한숨을 길게 쉬며 집으로 들어와 뜬눈으로 보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였다.

 

그는 끝내 속병이 나고야 말았다. 병치료를 받으려고 상해 포동비행장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순간 얼마나 좋은지 몰랐다. 그 놈의 짜증나는 아들집을 떠나 잔소리를 듣지 않으니 숨이 활 나왔다.

 

영희는 고향에 있을 때에는 집일은 꼬물만치도 하지 않고 날마다 짙게 화장하고 명품 복장과 가방 등으로 전신무장하고 사교무청에 가서 사교무 교수들과 빙글빙글 돌아가지 않으면 어중이떠중이들과 마작 놀러 다녔고 교수들과 등산하러 다니지 않으면 유람하러 다녔다.

 

원래 1급무용수 인물체격에 화려하게 치장하고 나서자 춤을 질질 흘리면서 나는 교수요, 나는 고습공정사요 하며 따라다니는 놈들도 많았다. 그래서 그릇과 여자는 내돌리면 못쓰게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영희는 남편을 의심하고 깐깐히 살피는 일에는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진짜 의심병이 심했다. 문걸이 정호랑 한잔 하고 밤에 좀 늦어 집으로 들어오면 칼날코를 발름거리며 입으로부터 목, 가슴, 지어 거기까지 냄새를 맡아본다.

 

쌍까풀눈에 의심이 꽉 차 날카롭게 쳐다본다.

 

“웬 술내에 분내야? 어데 가서 색갈을 했지?”

 

“아니, 웬 헛소리야. 생사람 작작 잡아라.”

 

문걸은 영희를 훌 밀어놓으면서 침실로 들어갔다.

 

영희는 따라 들어오면서 심문했다.

 

“오늘 누구랑 어데서 술을 마셨어?”

 

문걸은 대수롭잖게 두덜거렸다.

 

“정호랑 술 마셨어. 뒷조사라도 할 예산이야?”

 

영희는 침실에서 문걸을 마구 떠밀어내며 호통쳤다.

 

“왜 묻는 말에 대답 안 해? 어데서 마셨어? 옆에 여잔 없고? 또 미녀모델하고 마셨지?”

 

문걸은 곧이곧대로 실토정했다.

 

“정호랑 술 먹고 노래방에 갔댔어.”

 

“헐, 참 잘 하는구만. 아내 보고 밤중까지 기다리게 하고 자기는 나가서 웬 계집들 껴안고 돌아가고. 흥!”

 

“나쁜 짓 하지 않으면 됐지. 왜 이리 의심해.”

 

문걸은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샤워실에 들어가 버렸다. 기실 정호랑 함께 노래방에서 나와 샤워실에 가서 샤워까지 하고 왔건만 고놈의 칼날코는 무슨 고양이 코인지 냄새를 잘도 맡아내지 않았는가.

 

문걸은 샤와를 틀어놓고 머리부터 시원히 샤워하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언제까지 저렇게 의심 받고 밥먹듯 잔소리 들으면서 살아야 할까?)

 

 

정호는 거의 날마다 순정을 데리고 문걸의 병문안을 와서 뒷바라지도 거들었다.

 

어느 날, 정호는 순정이 자리를 비웠을 때 나직이 물었다.

 

“기어이 영희하구 갈라져 살겠느냐? 봐라, 이럴 때라도 영희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문걸은 그저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였다.

 

“의심병에 걸린 영희를 보기만 해도 진절머리 나. 술 한 잔 해두 집에 가면 외깐 여자하구 술 마시고 바람 피웠는가 의심해.”

 

문걸은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산소호흡기 때문에 한마디도 말할 수 없었다. 입술을 뗄 맥마저 없었다. 아니, 영희 말을 꺼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싫고 혐오감이 드는데야.

 

정호는 순정이 자리를 비운 틈에 또 물어보았다.

 

“앓을 땐 옆에 사람이 있어야 해. 영희한테 알릴까?”

 

정호가 핸드폰을 들자 문걸은 정호의 손을 잡아 끌어당기더니 손바닥에 뭐라고 쓰는 것 이였다.

 

정호가 찬찬히 여겨보았다.

 

절대 영희한테 알리지 말라

 

“왜? 그래? 다 죽게 됐는데. 생존이 급선무야.”

 

정호는 애탔다.

 

문걸이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손바닥에 또 썼다.

 

영희는 날마다 밤이면 침대머리에 꿇어앉아 기도해. 날 바람피우다가 썩어지라고. 하느님이 어서 데려가라고 날마다 울고불고 하면서 기도드려. 그 통곡소리 기절난다. 이젠 함께 살지 못해.

 

정호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럼 애들한테 알리자.”

 

문걸은 산소 호흡기를 마구 떼고 고함쳤다.

 

“관둬! 다 쓸데없어!”

 

정호와 순정은 눈길을 마주치더니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소릴 치는 걸 보니 이젠 살아났구나.”

 

침대머리에 앉은 간병원도 놀라 눈이 데꾼 해졌다가 얼굴 근육이 천천히 풀렸다. 간호원이 들어와 “이러면 안돼요.” 하고 산소 호흡기를 달아주었다.

/김장혁



기사 출력  기사 메일전송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독자의견쓰기
* 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 등 목적에 맞지않는 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등록된 글은 수정할 수 없으며 삭제만 가능합니다.
제    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스팸방지            스팸글방지를 위해 빨간색 글자만 입력하세요!
    

포토뉴스

사진작품

미술작품

방습거울
음악감상
한중방송 라디오방송
사진은 진실만 말한다

 가정여성 

한민족여행사

 동포사회 

TV광고

영상편지

한민족신문 韩民族新闻
 
  l   회사소개   l   광고안내   l   구독신청   l   기사제보   l   개인정보보호정책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