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 나는 남편과 두 아이를 두고 그토록 오고 싶었던 한국으로 나오게 되었다.
비록 낯선 이국땅이었지만 한국은 부모님의 고향이고 또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너무나도 황홀하게 발전되어 있어 못내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기분 좋게 처음 찾은 일은 바로 구로디지털에 있는 한 모텔청소였는데 한국 아주머니와 둘이서 하는 일이었다. 사모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오전에 두 시간만 일하고 나면 꼭 간식을 챙겨주셨으며 또 잇따라 노래방 음악을 틀어놓고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라는 것이었다.
간혹 내가 중국에다 물건을 부치려고 할 때면 꼭 우리 애들이 좋아하는 여러 가지 식품에다 애 보는 언니의 옷까지 사서는 같이 부쳐 보내라고 챙겨주시는 것이었다. 여태 이런 따뜻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던 나는 뜨거운 감사와 감동으로 하여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렸다.
“사모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타향에 와서 어린 애들이 얼마나 보고 싶겠나! 자네 그 마음을 알고 있기에 조금 보탠거네.” 사모님의 말씀은 너무 진심이고 따뜻하였다. 이에 너무나도 고마워 난 더 열심히 일을 잘 해드렸다.
8개월이 지나자 몸이 좀 안 좋아 힘이 덜 드는 사우나의 매점 일을 바꾸게 되면서 그 좋으신 사모님과 작별하게 되었다. 사모님은 눈물을 글썽이며 나의 손에다 돈 20만원을 더 쥐여 주시면서 진심으로 애썼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어디가나 몸 조심하며 우리 집을 친정이라 생각하고 쉴 때면 자주 놀러 와요.” 라고 하시며 또 눈물 나는 말씀을 주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문을 나서서 좀 걷다가 다시 뒤돌아보는 나의 눈은 한참이나 젖어 있었다.
철산동에 있는 사우나로 옮겨가 새로운 매점 일을 시작하였다. 동내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은 단골손님이 되어 매일과 같이 사우나로 오셨다. 한 달이 되어가자 난 손님들과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어 매일 만나는 얼굴들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모두 날 보고 타향에 와서 고생한다고 측은해 하면서도 늘 칭찬해주셨으며 나 역시 돈을 앞세우지 않고 손님들에게 정성을 다해 잘 해드렸다.
그러자 얼마 후부터는 완도미역을 3판이나 갖다 주는 사람, 사과를 큰 박스채로 무겁게 갖다 주는 사람, 시골의 고추가루를 큰 김치통에 가득 채워서 갖다 주는 사람, 또 오곡찰밥을 해서 한 밥통 갖다 주는 사람, 떡을 해서 갖다 주는 사람, 또 얼마 쓰지 않은 새 세탁기를 갖다 주는 사람...
참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사랑이 벅차게 안겨왔다. 난 연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밖에 더 할 말을 찾지 못하였다. 그때 난 어안이 벙벙하여 “한국 사람들은 어찌하면 이렇게 인정도 많고 사랑도 많을까?!” 하며 깊은 감동에 빠져있었다.
그때 강열하게 느낀 한국 사람들의 향기나는 인간미(人间美)가 오늘날까지 내 뼈 속에 깊이 심어져 있어 잊을 수 없는 감격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고 있다.
약 1년간 이렇게 고마운 손님들과 깊은 정으로 잘 보내고 있는 와중에 집안의 사정으로 중국에 꼭 갔다 와야 하는 일이 있어 아쉬운 대로 그 일을 그만 두고 중국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중국에 가서 두 달간 있다가 다시 한국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이번엔 모텔 카운터 보는 일을 하게 되었다. 매하구에서 온 두 아줌마들과 같이(한 사람은 청소 한 사람은 주방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 업소 사모님도 늘 밑반찬을 맛있게 해서 갖다 주었으며 언제나 우리들을 가족같이 잘 대해주셨다.
특히 설 명절이나 추석 명절이 되면 사모님은 여러 가지 떡과 소고기, 닭고기, 물고기 찜에 보기만 해도 예쁜 가지가지 음식들을 아주 풍성하게 만들어 왔으며 주위의 가게에서도 선물 박스들이 연이어 배송되어 왔다. 이 모든 사랑의 선물을 받을 때마다 우리 세 아줌마들은 너무나도 놀라워 “한국 사람들은 어쩌면 이렇게 사랑과 배려심이 많을까?!”하며 깊이 감동되어 눈물이 그렁해서 서로 쳐다만 보았다.
사실 예전에는 이런 따뜻한 사랑과 고마운 배려를 받아본 일이 없이 살아온 우리로서는 감사와 감동으로 눈시울이 젖어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이 한자리에서 약 5년간 열심히 일하다가 자녀들이 대학으로 가게 되는 일이 있어 가족이 살고 있는 중국 베이징으로 가게 되었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난 2018년 5월, 온갖 꽃들이 활짝 피어 꽃향기가 그윽한 한국으로 또 다시 기분 좋게 나오게 되었다.
한국생활을 하면서 늘 느끼게 되는 일이지만 깨끗하고 아름다운 한국, 친절하고 정이 많은 한국 사람들 이런 걸 생각하면 절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입국한 후 약 한 달이 지나자 일거리를 찾게 되었는데 이번엔 힘에 맞춤한 입주간병 일을 하게 되었다.
바로 “당뇨합병증”을 앓고 계시는 회장님을 돌보는 일이었는데 사모님의 면접에서 쾌히 통과된 나는 그날부터 일을 시작하였다. 마침 주방아줌마도 중국에서 온 동포였다.
사모님은 우리들이 외국에서 왔다고 더 친절하게 잘 해주셨다. 아침 일찍 일어나 회장님의 계란을 삶으실 땐 꼭 더 삶아서는 우리들도 같이 먹게끔 하였으며 낮에 일 보러 나갔다가 돌아오실 때도 꼭꼭 우리 두 아줌마에게 맛있는 떡이나 과일 그리고 향기로운 차를 사다 주시 군 하였다.
한 번도 그저 빈손으로 들어오실 때가 없이 늘 우리를 기쁘게 해주셨다. 뿐만 아니라 우리 두 아줌마의 생일날이면 우리 자신도 까맣게 잊고 있는데 사모님은 꼭꼭 기억하셨다가 그날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손수 소고기 넣고 미역국을 끓여 주셨으며 돈 봉투까지 꼭 챙겨 주셨다.
그리고 우리 두 아줌마가 순번으로 쉬는 날 집으로 갈 때마다 잊지 않고 번마다 차비까지 꼭 손에 쥐여 주시는 것이었다.
여름이면 우리들이 더워 할까봐 에어컨을 더 켜 주시고 겨울이면 또 우리의 잠자리가 추울 가봐 보일러 온도를 더 높여주시군 하셨는데 꼭 마치 푸근한 사랑을 지니고 있는 친정어머니 같았다.
사모님은 부자라서 이렇게 하시는 것이 아니었다.
생활비도 회사에서 적당히 타서 쓰는 그이는 때론 속옷도 기워 입으셨고 비닐봉지 하나도 낭비하지 않았지만 우리한테는 늘 더 잘 해주시려고 애를 쓰시는 것이었다.
내면의 아름다운 인품, 만리를 날리는 사모님의 인향(人香 )은 우리들로 하여금 한없이 존경스럽고 또 무한한 감사와 감동에 젖어들게 하였다. 나는 사모님의 이러한 배려에 감동되어 “사모님! 어찌하여 우리들한테 이렇게도 잘 해주시나요?” 라고 묻자 사모님은 웃으시며 “사람답게 살려고.”라는 대답이 전부였다. 이 한마디에 우리 두 아줌마는 사모님을 더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사모님의 이런 인간미에 감동된 나 자신도 더없는 지극정성으로 회장님을 잘 돌봐드렸더니 회장님의 병은 놀라운 호전을 가져와 가족 모두가 기뻐하시며 웃음꽃을 피우게 되었다.
9개월이 지나자 좀 쉬고 싶었던 나는 그토록 훌륭하고 인정 많은 사모님과 하는 수 없이 눈물로 인사를 나누고는 헤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글쎄 어느 결에 나 모르게 넣으셨는지 가방 속에서 돈 봉투가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놀라서 급히 열어보니 그 속에는 돈 50만원이 들어 있었다. 우리들이 쉬는 날 까지도 그 일당을 다 계산해 주시는 걸 다 받았는데 ...
난 바로 사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사모님께서는 그간 수고 많았으니 감사의 인사라는 것이었다. 부쳐 보내겠다고 해도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뒤늦게야 “사모님! 이 사랑과 배려 영원히 잊지 않을 겁니다.”라고 한마디 하고는 난 천사 같은 사모님께서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실로 이 사모님에게서 받은 모든 감동과 감격은 오늘날까지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한 줄기 잊을 수 없는 눈물 나는 사랑이 되어 내 생명의 소중한 피와 함께 더욱 뜨겁게 흐르고 있다...
이 외에도 C형 간염으로 고생하던 한 친구가 일터에서 비실거리는 상태를 알고 회장님은 한 동포의 생명을 구원하기 위해 직원을 시켜 간염에 특별히 좋다는 “헤모임”을 12박스나 배송하게 하였다. 결과 이 친구는 이 제품을 먹고 C형 간염이 깨끗이 낳아 감동되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이 감사와 이 은혜에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까?!”라고 하면서 목이 메어하였다.
한국은 이같이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마차가지로 사랑과 정을 나누고 있다.
수급자 대우를 받고 있는 한 동포 아주머니는 “정부 혜택으로 3간 짜리 집을 분배받았으며 동사무소에서 쌀 김치까지 다 배송해 주면서 보살펴주기에 이제는 돈쓸 일이 별로 없다”고 하면서 너무나 감동되어 “대한민국은 정말 사랑과 배려로 감동을 주는 나라다!”, “앞으로 중국에 들어갈 때면 이 나라에다 돈을 얼마나 내놓고 가야할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도로 걱정을 태산같이 하는 것이었다...
내가 한국생활을 한지도 어느덧 20년이 되어 온다. 이 어간 한국인에게서 받은 혜택, 한국인에게서 받은 친절, 그리고 인간의 아름다운 삶을 배우게 한 한국인들, 나는 이러한 훌륭한 분들이 계시기에 지금 자랑차게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처럼 정이 많고 사랑이 많은 나라는 정녕 없다”고 말이다.
대한민국은 실로 사랑과 배려가 넘치는 삶의 아름다운 터전이고 인간의 향기 나는 행복한 나라이다.
대한민국이여, 영원히 아름답고 영원히 영원히 부강하여라!!
/박순금
http://www.hmzxinwen.com/news/24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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