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나는 집식구들과 함께 음식점에 가서 밥을 먹었다. 오래동안 같이 모이지 못했는지라 어른들은 이야기가 길었다.
“언니, 나가놀자.”
옆에 앉아 있던 여동생이 지루했던 모양인지 졸랐다.
우리는 인행도를 따라 곧추 걸었다. 한참 걷고 있는데 동생이 뭔가 중얼거렸다.
“어서오서요. 어서 오서요.”
“무슨‘어서 오서요’야, ‘어서 오세요’지.”
나는 그 자리에서 동생의 틀린 발음을 고쳐주었다.그런데 동생이 불복했다.
“저기에다 그렇게 썼는데!”
“그건 틀리게 쓰인거야!”
“치, 언니가 틀린거야. 저렇게 문위에 크게 붙여졌는데두? 안 틀려.”
아직 유치원을 다니는 동생은 광고가 틀릴리 없다고 굳게 믿는 것 같았다.
“그래도 틀렸다니까.”
내 말은 힘이 없었다. 어른들의 작은 실수로 멋 모르는 어린애들한테 이런 위력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진다.
조선민속거리에는“선”자를“섯”자로“민”자를“밋”자로 쓴 비석이 버티고 서 있었다.“ㄴ”를“ㅅ”로 써놓으면 더 멋진 모양이였다. 하지만 아무리 예술적효과를 고려한다해도 “ㄴ”를 “ㅅ”로 쓸수는 없는것이 아닌가. 그리고 “快捷旅行社”를 “온누리려행사”라고 번역한 간판도 버젓이 걸려있다. 손님을 끌자는것이 목적이겠지만 역시 동생과 같은 어린이들을 잘못 가르치기에는 족했다.
한민족이 계속 존재할 수 있고 창성할 수 있는 조건은 우선 그의 언어가 보존되여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민족이 존재해 나갈수 있는 무기이자 우리 모두가 알아야할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민족의 언어가 이런식으로 어린 심령에 기형적인 전파를 해나간다면 그것은 너무나 비참한일이 아닌가? 공공언어를 사용할때 너도나도 어린 심령들을 조금이라도 헤아려보았다면 이런 무형의 대역죄를 지지 않았을것이다. 우리말을 보다 정확히 전파하는 간판들이 나서길 기대해 보는 심정이다.
/지도교원:신영애
http://www.hmzxinwen.com/news/7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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