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엔 하고픈말을 가슴에 묻어둔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것이다.다른사람들은 잘 모르겟지만 최소한 나 자신만은 그렇다.하고픈말 가슴 깊이 꽁꽁 묻어둔중에는 기회가 많았음에도 여태 한번도 해보지못한 말이 있다.
더 늦기전에, 그리고 무정한 세월이 애틋한 이 딸의 마음을 표현할 기회조차 주지않고 빼앗아 가기전에 해보고 싶은말 …
“엄마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시어머니를 비롯한 시집식구들은 무슨 며느리가 친딸보다도 더 살갑게 구냐며 나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막내며느리로 들어와서 집안의 크고 작은일에 두발걷고 나서군 하는 나때문에 남편은 항상 주위사람들에게서 얼굴은 지지리도 못생긴 남자가 여자복은 기똥차게 많다고 부러움섞인 말을 자주 듣군한다.
모든 사람한테는 다 쿨하고 너그러운 내가 친정엄마한테만은 불만이 태산같은 못된딸년이다.가끔씩 앙살부리고 바락바락 소리지르며 대들면 엄마는 화가 날 법도한데 그냥 꾹 참고계시는 그런 엄마가 더 화가 날때가 많다.
아버지가 돌아가신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 나의 출산으로해서 엄마는 외손주를 봐주신다고 우리집에 와계셨다. 나랑 남편은 출근을 하니 집안청소에서부터 끼니 준비에 그리고 우리 정우녀석 돌보는 일은 다 엄마몫이였다.
너무 부지런해서 동네에서도 소문이 날 정도인 엄마땜에 항상 출근할때면 집안일은 그냥두고 쉬라는말을 입버릇처럼 하고나서지만 퇴근하고 들어오면 새하얀 빨래며 칼날이 선 바지들이며 다림까지 다 해놓으시고 다리가 뻐근한지 두드리고계신다.
코가 찡해나고 눈물이 핑도는걸 어쩔수없다.내가 못나서 우리엄마 이런 고생 시키구나 싶은게 가슴이 알짝찌근 함에도 내맘은 그게 아닌데 그런 엄마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내가 아무것도하지말고 쉬라고햇지? 엄마 왜그래??나중에 아프다고 들어누우면 사위가 좋다고 할거같아?고생을 사서한다고 하지 ?? 팔뚝 굵은 내가 하면 되는데 엄마가 왜 하냐고 ? ” 나의 기관총 같은 입에서 흘러나오 는 말들을 듣다못해 남편이 나를 나무람하면서 끌고 방으로 들어간다. 남편의 말대로라면 착하고 멀쩡한 사위를 내가 아주 몸쓸놈으로 만든다며 억울함을 하소연한다.
속상하다.그런 엄마때문에 내가 미쳐버릴거같다…
저녁마다 다리 아프다며 약을 한줌씩 드시면서도 왜 그렇게 고생을 만들어서 하시는지 이해가 안된다.퇴근하고 내가 와락와락 해치우면 금방이면 끝나는걸 엄마는 심한 관절염때문에 불편한 다리를 끄시면서 아마도 반나절은 하셔야 할거다.
얼마전 겨울에 습기때문에 벽 모서리에 곰팡이가 껴서 회칠을 다시했다. 며칠동안 집안청소를 하고나니 아침에 일어나는게 고역이다.밥안먹고는 못사냐고,누가 하루세끼 먹으라고 정해놓았냐며 혼자말로 투덜대면서 부시시 일어나서 방문을 나서던 나는 그만 소스라쳐놀랐다.사다리를 뻗쳐놓고 엄마가 위험천만하게 화장실 천정을 닦으신다며 우뚝 서계셨다.나의 세된 목소리에 자다말고 뛰쳐나온 남편도 사다리위에 올라선 엄마를 보는 순간 놀라서 어쩔줄을 몰라한다.엄마는 연신 갠찮다며 날씨도 좋은데 확 닦아내고나면 깨끗해서 기분도 좋다고 멋적게 웃으신다.
“갑자기 어지럼증이라도 나서 떨어지면 어떡할거예요 ? 치료비가 얼마나 비싼지 아시면서 왜 그러시는데요?
요즘 돈벌기가 얼마나 힘든 세상인데 왜 내 돈을 축내지못해서 안달이셔 ??”나는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가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엉엉 울고말앗다.
항상 그랫다. 내마음은 그게 아닌데 정면충돌만 하면 나는 이성을 잃고 맘에도 없는말을 한바탕 해대군한다.
엄마한테 쓰는돈 단한번도 아깝다는 생각해본적이 없다.여태 그랫고 앞으로도 그럴것이고..근데 마음만은 한창인 엄마가 늘 맘에 들지않는다. 갠찮다고하시긴 하지만 년세가 있으신데 무슨 사고가 잇을지 그 누군들 장담할수있으랴…
남편한테는 우리 엄마 젊어서부터 시집식구들 챙기시느라 우리 키우시느라 농사일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으니 잘해드리라고하면서 나는 딸노릇을 제대로 못한거같아서 항상 가슴이 아프다.
며칠전 일이 눈앞에 선히 떠오른다.
가게에 화물이 도착해서 물품정리를 하고있는데 집에서 걸려온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
“지금 어서 들어와봐라. 정우가 감기기운이 있어서 약을 먹였는데 글쎄 헤열제를 잘못 먹인거같구나,,”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머리가 텅 빈것처럼 멍하니 서잇던 나는 남편의 손에 끌려 정신없이 가게를 뛰쳐나갓다.
헤열제라면 애들이 열이 펄펄 끓고 38도이상일때도 뚜껑으로 하나 먹이면 바로 열이 정상으로 되는 강도 높은 헤열제인데.헤열제랑 감기약이랑 병의 크기나 병에 붙은 스티커의칼라가 거의 같은거라 엄마가 헷갈리셨나보다
가는 도중 남편은 먹인량을 엄마한테 확인하고 병원에 근무하는 소아과친구한테 전화를해서 자세히 물어보고는 집에 전화해서 괜찮다며 그정도의 양은 더운물을 많이 먹이면 체외로 배출된다며 걱정안하셔도 된다고 엄마를
위로하고 있었다.
3층이라는 계단 어떻게 뛰여올라왓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정신이 아찔하다.문을 떼고 들어가니 축~ 처진 정우녀석을 끌어안고 엄마가 눈물을 훔치시고 계셨다.
“약을 잘 보고 먹여야지 .. 이러다가 애가 잘못되기라도하면 어떡해…내가 미친다.엄마땜에…” 우리를 보고 힘없이 웃는 아들녀석을 보노라니 어느정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수있었다.엄마는 정우를 끌어앉고 돌아앉으셨다.
엄마의 흐느끼는 소리가 내 가슴을 사정없이 찢어놓고 있었다. 나보다는 엄마가 더 놀랫을텐데 위로 한마디 못하고 이렇게 엄마한테 모진말을 하다니…
그날 저녁 엄마는 저녁도 안드시고 자리에 누우셨다.옆에서 쌔근쌔근 자고잇는 우리 정우 머리를 연신 쓰다듬으 시면서 밤늦도록 엄마 방에는 불이 꺼지질않았다.오늘 많이 놀래신것도 잇겟지만 나 때문에,이 못된 딸년때문에 서운하셨을거다.갠찮다는 말한마디 못해드리고 위로도 못해드리고…
주방에 들어가서 마시다 남은 포도주 뚜껑을 열고 한잔 가득 채웠다. 지금 이순간만은 말짱한 내 자신이 싫었다.푹 취해 취기를 빌어 엄마한테 무릎꿇고 미안하다고 이 못된 딸년 좀 혼내주라고 빌고싶었다.
휘청휘청 겨우 엄마방앞까지 다가가 문을 슬며시 여는순간 엄마가 정우겨드랑이에 끼웠던 체온계를 꺼내서 체온을 확인하는 모습이 보였다 .낮에 먹인 해열제로 한밤중에 갑자기 체온이 내려갈가봐 걱정되서 이렇게 못 주무시고 있으신가보다.
…………………………….
가슴을 쥐여뜯으며 나는 그만 엄마 방문앞에 주저앉고말았다.내 기억속의 엄마는 어떤 엄마일가…..
내가 왜 사서 고생하냐고 해놓구선 내가 없는새에 다 해버리며 내 속을 휘딱 뒤짚어놓으시는 엄마..
내가 엄마 고생하는거 가슴아파서 못하게 하시면 비싼 그릇 깰가봐 못하게 하시는줄로 아시는 엄마..
이쁜옷 사다드리면 옷고르는 센스가 이게 머냐고 하시면서 옷장 젤 아래에 고이고이 간직하시는 엄마..
물고기는 첫끼 두번째끼는 맛이 없다며 다 없어질때면 이제야 간이 잘 배였다며 찌꺼기 드시는 엄마..
피자를 사오면 질질 늘어나는게 징그럽다고 하시면서 우리가 먹고남으면 버릴가봐 드신다는 엄마..
패트병 주어서 팔면 정우 아이스크림 돈은 벌수있다고 아파트단지 사람들께 빈병 부탁하는 엄마..
가끔씩 혼자 앉아서 엄마생각 하노라면 가슴이 터질것같다.
아버지가 안계셔서 참 외롭고 힘드실텐데 옆에 딸이 있다는게 앙살만 부리고 엄마맘을 못 헤아려드리니
엄마맘은 오죽할가 ? 우리 엄마도 다른 엄마들처럼 용돈좀 팍팍 달라고해서 옷도 사입고 상점도 구경다니고 하셨음 좋으련만..고기 생각 나니까 니들만 밖에서 맛있는것 먹지말고 집에도 좀 사오라고 하시면 좋으련만…
이 세상에 무조건적인 사랑은 엄마사랑 밖에 없는것같다.내가 엄마가 되고보니 엄마맘 좀은 알것같다.아무리 모질게 굴어도 아무리 말썽을 부려도 내 새끼는 다 이쁘고 다 옳다는 생각이 드니말이다.
그래서 요즘 딸 바보 , 아들 바보라는 말이 유행하나보다.
지금도 저녁준비로 발바닥에 불이 날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짠하다.오늘 집에가서는 여태 하지못했던 말,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말을 해보련다.헤아릴수없이 많고 많은 뜻이 담긴. 평생 말로 표현이 안되는 그런 고마움. 죄송함을 담아서 …
멋적은듯 엄마 옆구리 쿡 찌르면서
“엄마 미안해,그리고 사랑해 …” 라고….
그럼 엄마는 분명히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시면서 그러시겟지..
"덩치는 말만 해가지고 싱겁긴 ?? 손 씻고 밥이나 먹을 준비 하거라...”
/심양 정경화
http://www.hmzxinwen.com/news/4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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