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또다시 고향을 떠난다. 언제나 나를 즐겁게 안아주는 고향의 아침공기와 추억을 불러주는 마을앞 내가의 꽃버들 그리고 서쪽하늘에 찬란하게 피여나는 저녁노을을 두고 나는 다시 한국으로 간다. 1995년도에 한국으로 간 나는 10년을 한국에서 보냈다. 한사람의 인생에 몇번의 10년이 있을가?
하지만 나는 내 인생에서 10년을 한국 공사판에다 버렸다. 물론 내인생의 완성을 위하고 부모처자를 위하는 싸움이였지만 10년의 나날은 너무도 지루하고 아득한 고역과 암투의 나날이였고 내 인생을 스스로 조각하는 하루하루였다. 정다운 고향이지만 나는 오늘 다시 고향을 떠나 한국으로 간다.
10년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나는 초라하게 변해버린 고향의 모습에 락심했고 종소리 울리고 애들의 글읽는 소리 랑랑하던 학교가 페교가 되여 있는 그 운동장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안되였다.
내가 한국에서 10년 세월을 보내면서 마음속에 그리고 축복 했던 고향은 얼마나 아름답고 목가적인 모습이였던가. 하지만 고향에는 친구들이 없고 빈집들이 구석구석에 옹송그리고 앉아 지나가는 길손을 흘겨보고 고향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고민과 가난이 걸려있었다.
내가 한국에서 밤이면 밤마다 명절이면 명절마다 오매불망 그리던 고향 사람들의 모습은 얼마나 자랑스럽고 정다운 얼굴들이였는가? 동구밖에까지 마중나온 안해의 얼굴에 잡히기 시작한 잔주름에서 나는 10년 세월을 남편을 기다려온 녀인의 아픈 상처를 보았고 몰라보게 성장한 딸의 모습에서 삶의 무한한 경지와 자연의 섭리를 사무치게 깨우치게 되였다.
고향은 어머니의 따뜻한 품이다. 하여 사람들은 이역만리를 가도 언제나 가슴밑바닥에는 고향이 자리잡고있고 고향이 언제나 번영창성하고 고향마는 부디 나날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기를 축원한다. 하여 타향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와 자기를 과시해보려고 하고 타향에서 실패한 사람들은 고향앞에 속죄를 하게 되는것이 인간의 살아가는 도리일것이다.
나는 영원히 고향에 살고 싶어도 또다시 한국으로 떠난다. 역시 생존을 위한 출발이다. 나는 오늘도 고향을 떠나면서 나의 태줄이 묻혀있는 고향이 새롭게 변하고 고향사람들이 복바가지가 터져 다 부자가 되고 내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날 밝은 모습으로 마을길에서 만날것을 기원한다.
/허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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