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침, 갑작스러운 통증이 쓰나미처럼 나의 몸을 덮쳤다. 너무 아픈 나머지 환각이 보이고 쇼크가 일어났다. 가까스로 진통제를 먹고 버티다가 끝내는 병원으로 실려갔다.
환자들의 신음소리와 창구마다 길게 늘어선 줄이 숨 막히게 다가왔다. 평소 병원을 많이 꺼렸던 내가 부득이 수술까지 받게 되면서 아픔과 고통이 주는 대가를 알게 되였다.
“사람은 얼마만큼 아프면 죽을가?”허구픈 웃음이 실실 흘러나왔다. 육체의 아픔이 극치에 이른 것 같았는데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신기했다. 아직 도 나는 아플 수 있는 인간이구나!나를 그토록 고통스럽게 만든 괴물은 결석이였다. ,
갑자기 바다조개가 생각났다. 조개는 체내에 들어온 이물질에 견디기 위하여 외투 막을 자극하여 감싸면서 무기체덩어리인 진주를 만들어낸다. 진주는 아름다운 빛갈을 가지고 있기에 바다의 보석으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신기한 것은 조개 껍데기와 진주가 같은 성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모양만 다를 뿐인데 진주와 조개 껍데기의 가치는 천양지차였다.
진주는 조개의 “눈물”로 만들어진 결정체이다. 즉 살아있는 조개의 분비물에 의해 잉태된 보석이다. 진주가 탄생하기까지 조개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할가? 극치에 달하는 아픔을 인내하는 조개를 다시 보게 된다.
사람의 몸에서 생기는 결석의 주요성분 역시 탄산칼시움이다. 그러나 사람은 그 작 은 이물질을 조개처럼 감쌀 수 없다. 아마도 인간의 육체는 조개 만큼 아픔과 고통을 이겨낼 수 없는가 보다. 수술로 제거해낸 결석을 자세히 보니 모래알처럼 모서리와 각이 많았다. 바로 그 예리한 각이 나의 속살을 바늘처럼 찌르면서 심한 고통을 안겨 준 것이였다.
그 후부터 나는 조개를 한없이 경외하게 되였다. 아픔과 고통을 참고 인내하면서 눈물로 진주를 품어내는 조개는 참 대단하였다. 조개 껍데기도 진주 못지 않게 아름다운 광택을 가지고 있지만 진주처럼 바다의 보석이라는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 비록 성분은 같아도 진주는 속살의 아픔을 감내하면서 눈물로 만들어낸 것이여서 더 귀하고 값진 것이 아닐가?결석은 나에게 아픔을 줌과 동시에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인간은 육체로 진주를 품을 수 없지만 령혼의 수련으로 마음의 진주는 만들 수 있다.
하나하나의 아픔을 승화시키면서 만들어내는 마음의 진주는 고난을 헤쳐나가는 데 에네르기가 되여준다. 우리의 삶은 사실 수련을 통하여 마음의 진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인간은 저마다 과제를 가지고 이 세상에 왔다. 우리는 각자 부동한 마음의 그릇으로 진주를 빚으면서 완성의 단계로 가게 된다. 그래서 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는 것이다. 내 마음의 수련이 끝나면 바로 완성으로 가게 되니까.
나의 육체로 만들어낸 결석을 보면서 육체의 아픔과 정신의 고통을 다시한번 바라 보게 되였다. 자식을 잃고 마음이 억수로 아팠던 지난날에 육체의 아픔은 그냥 잠간이고 시간이 흐르면 잊힌다고 생각했었다. 그 때 나는 죽지 않을 만큼의 상처가 얼마나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지를 몸소 깨달았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니 육체는 그냥 알아서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결석 때문에 수술까지 받으면서 육체의 아픔이 정신을 뒤집어놓을 수도 있다는 체험을 하게 되였다. 이제 보니 육체와 정신은 상호작용하는 것이였다. 육체는 정신의 바탕이고 정신은 육체의 작용이였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고 육체의 건강이 정신력을 좌우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닥친 육체의 아픔으로 죽음의 환각이 보였다. 그리고 살고 싶은 욕망 때문에 정신줄을 놓지 않고 해결방법을 찾았다. 결석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전신마취를 하지 않았기에 수술하는 과정을 전부 느낄 수 있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생각을 많이 하였다. 육체의 아픔을 겪으면서 그동안 외면했던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였다.
삶이 물으면 죽음이 답한다는 말이 있다. 육체는 하루하루 늙고 병들어가고 피할 수 없이 자연스럽게 죽음으로 향해 가고 있다. 준비가 있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하여 나는 장기기증수속도 하고 유서도 남겼다. 인생의 완성과 더불어 나의 육체는 누군 가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 의학연구에 쓰이게 될 것이다. 죽음을 직시하며 나의 령혼은 하루하루를 마지막날처럼 소중하게 살라고 다독인다.인생의 수행은 영혼의 진주를 만들어가는 과정인가 보다.
이번 아픔은 나에게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주었다. 하루하루를 마지막처럼 살라는 영혼의 소리를 들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지고 빛나는 진주는 그래도 인간의 마음이 품어낼 수 있는 진주가 아닐까?
/한춘옥
http://www.hmzxinwen.com/news/27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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