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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9/03  한민족신문
숯불처럼 뜨거운 정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난로 앞에서 숯불을 피우니 온몸이 서서히 더워지고 마디마디에서 새순이 돋아나듯 고마운 분들에 대한 정이 숯불처럼 뜨겁고 진하게 가슴속을 흐린다.

 

나는 중국 조선족으로서 20여년 교원직업에 온 정열을 다하여 왔으며 1푼돈을 모아 자녀를 공부를 시키고 집 장만하고 남 시늉을 하자니 스트레스가 항상 뇌리를 짓누르기에 고지식한 인생을 바꾸려고 2006년 1월 한국에 입국하여 별별 직장을 전전하다가 아름다운 전라북도 남원시 《오장동 숯불갈비》라는 음식점에서 숯불 피우는 일을 하게 되었다.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은 남원시에서 손꼽히는 음식점으로 시청, 교육청, 학교, 공장을 비록한 단체모임이 자주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종업원들은 수준 높은 서비스를 갖추고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화 차이라고 할까, 아니면 살아온 환경의 차이라고 할까 때때로 홀 이모들이 《아저씨, 불판 바꿔 주세요!》하고 부를 때면 《네!》 하고 대답하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마치 가슴과 목에 무엇이 들어 막혀 버린 듯 대답을 못해서 때때로 홀 이모들과 마찰이 생기곤 하였다. 그러나 다행히 사장님, 실장님과 더불어 자주 상담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분들은 제게 한국은 유교 사상이 강하고 예절과 격식이 중요해서 손님을 응대할 때는 항상 정중하게 최선을 다해야 하고 일에 귀천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일러주셨다.

 

그 뒤로 저는 항상 퇴근 후 숙소에서 하루 일을 정리하며 마음속으로 새로운 서비스 정신을 익히고자 노력했으며 거울을 보면서 《어서 오십시요.》, 《안녕히 가십시요.》를 수십 번 연습한 끝에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니고 있었던 장벽을 허물고 고객들 앞에 자연스럽게 나서게 되었다.

 

삼복더위에 난로 앞에서 숯불을 피우니 숨이 막혀 오고 눈에 핏발이 서고 타는 갈증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을 때 《삼촌, 냉커피 드세요!》 하며 홀 이모들이 내 손에 들려주던 냉커피를 단숨에 들이켜곤 했다. 그것은 단지 한 잔의 냉커피가 아니라 내 육신의 땀을 씻어주는 보약이요. 타국 땅에서의 갈증을 달래주는 백의민족의 온정이었다. 매 끼니마다 밥과 찬을 챙겨 태블 위에 놓으면서 《시장이 반찬이요, 밥이 보약이니 많이 드세요.》 하시는 주방 아주머니에게선 언제나 고향 형수님 냄새가 납니다.

 

간혹 테이블에 나서서 손님들에게 불판을 바꾸어 드릴 때 삼겹살 기름이 손님 발등에 떨어지는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을 때 오히려 손님 측에서 너털웃음을 웃으시며 아무 일 아닌 듯 내 허물을 덮어 주실 때에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곤 하였다.

 

일분 손님들 《아저씨, 수고 많습니다.》 하시며 내 손에 쥐여 주시던 봉사비, 그 소중한 배려를 잊고 싶지 않아 차곡차곡 봉투에 따로 모아 두었다.

 

어제 고향에 돌아가면 이 봉사비 모은 돈으로 동네 분들을 청하여 따뜻한 인간애를 느끼게 해준 이 양반의 도시 전라북도 남원시의 미덕을 자랑하며 추억할 것이다.

 

몸이 당하는 고생을 못 이기며 그저 고생이 되는 것이고 몸이 당하는 고생을 마음으로 이겨내면 고생이 아닌 값진 재산이 된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하루 일이 아무리 힘겨워도 열심히 내가 선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숯불을 활활 피우고 있다.

 

언젠가 오늘을 아름답게 추억할 그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신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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